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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옷
김정 지음 / 해냄 / 2018년 2월
평점 :
책의 모든 장과 문장에서는
쓸쓸함이 느껴진다.
화자가
서술하는 모든 대상은 화자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고,
심지어
묘사하는 상황조차도 딴 사람의 일인 것 마냥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책의 모든 부분에서 화자가 느끼고 있는 엷지만 분명한 감정이,
밝게
타오르진 않지만 타다 남은 불과도 같다고 묘사된 그 감정이
분명하게 흐르고
있다.

바람의 옷의 화자는
극단적이다.
한국의
전후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미국으로,
아일랜드로,
프랑스로,
영국으로
세상을 떠돈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가계를 타고 흐르는 분위기,
풍비박산이
난 가정에서 아이였던 그녀가
느꼈을 존재의
무제,
여러
남자들을 거쳐 보내면서 고민해보았을 외로움과 상실의 문제를
어떤
사람들이 동시에 다루어야만 했을까.
물론
이 땅에 그런 사람도 있을 법하지만,
극단적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주인공들은 때때로 극단적이고
공감하기
어려운 경험과 환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들의 마음 안에 공통적인 무엇인가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모든
소설가들은 독자들이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고,
혹은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를테면,
용과
싸우는 기사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당함과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자신의 모습과 겹쳐보는 것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았을까

모든 것이
허망하고,
꿈
속의 일,
소설이나
연극 속의 일과 같은 가운데,
그녀에게
분명한 것은 갈망이다.
도무지
어느 땅에서,
혹은
어떤 사람과 연을 잇고,
발
붙이고 살아가는 일이 그녀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녀의
자식과 그녀의 관계는 참담할 따름이다.
마땅히
다른 소설에서는 중심이야깃거리로 사용될법한 아이의 존재는
아주
지나치듯이 짧게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 더더욱 분명하게 표현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게
실존하고 있을 무엇인가에 대한 갈망이다.
소설
속에서 인용하고 있는 루카복음에서는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이 있다.”
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그녀의
보물은 무엇이었을까.

그 질문은 소설을 읽고
있는 우리 독자,
모두의
질문이다.
우리는
이 땅에서 발붙이고,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이곳이
단단한 현실임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이면,
바람이
많이 부는 언덕에서나
,
달이
창에 비치는 방 안에서,
아무와도
나눌 수 없을 것 같은 외로움을 느낀다.
우리
모두는 어느 순간인가,
‘바람의
옷’에
등장하는 그녀와 그가 매일매일을 분투해야 했던 대상인
허무함과
외로움을,
그리고
갈망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마도
문제가 풀리지는 않겠지만,
그
문제를 더욱 또렷하게 직시할 수 있도록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