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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 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1
한정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6월
평점 :
-마고麻姑
-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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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이 책의 소제목 때문이었다.
“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소설이구나, 또 배경이 우리나라 최고 혼란기이니 소설적 배경으로 충분히 극적이겠다,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추리소설의 묘미만을 느끼며 재미만으로 읽히기에는 아쉬운 소설이다.
작가는 “역사” 속에서 잊히고 조명되지 못한 “여성들”을 중심으로 그 시대를 다시 읽어내고자 한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완성해 낸 여성들의 이야기는 깊은 애정과 희망으로 완성된 치열하고 소중한 기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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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종로 경찰서 소설 검안의 ‘연가성’이 문화부기자 ‘권운서’와 윤박 교수 살해사건을 추적해 가는 추리소설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윤박 교수 살해사건에 세 명의 여성 용의자가 지목되는데, 잡지사 편집장 ‘선주혜’, 가정 주부 ‘윤선자’, 신인 여성 소설과 ‘현초의’ 가 그들이다.
‘연가성’과 ‘권운서’는 세 사람 각각의 사연과 세 여성 용의자 간에 얽힌 이야기들을 밝혀나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진실에는 여성으로서의 아픔과 여성이기에 당할 수밖에 없는 깊은 뿌리를 가진 폭력의 그림자가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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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초반부터 범인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드러낸다.
그래서 범인이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 대신 이 소설이 던지는 물음에 깊이,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고”는 본래 세상을 창조한 여성의 신이지만, 남성 중심의 해석을 거쳐 불온한 의미로 변색된 마녀와 같은 존재로 변질되었다.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있어도 뿌리 깊은 편견의 세상을 살아야 했던 여인들.
아파도 아프다고 소리낼 수 없었던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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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문장 “그 여인을 그냥 두세요. 여자를 제발 내버려두세요”라는 외침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연대’하며, ‘소수자를 존중’하고, ‘누군가를 잊지 않고 살아가려는 강력한 의지’의 말로 절절히 다가온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그 시절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내가 이 외침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들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내 희망이 조심스럽게나마 다른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어쩌면 이 작은 바램이 연대가 되고 서로를 지켜주는 힘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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