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캐스 키드슨판)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캐스 키드슨판)
제인 오스틴 지음, 고정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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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N번째 읽는 오만과 편견. 읽을때마다 새롭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읽을때마다 느끼는 건 후반부의 달달함을 위해 전반에 걸친 분노 요소를 이겨내야한다는 거다. 다아시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을 매우 존경하지만 저는 오직 후반부만을 생각했습니다."랄까

그런데 이번에 읽으면서 새롭게 느낀 게 있다. 리지는 똑부러지고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 엠마와는 좀 다르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의외로 엠마와 비슷한 점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에 대한 통찰력을 과신하는 바람에 겪는 여러가지 해프닝은 엠마의 사건과 규모가 달라서 그렇지 그 원인과 양상은 비슷하다. 초반에 다아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크게 떠벌이는 바람에 후반부에 그녀의 사랑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모습은 웃프기까지 하다. 물론 오스틴 여사는 엘리자베스의 이런 모습을 다른 인물들처럼 풍자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 믿는다. 오히려 그녀가 다아시를 만나면서 그녀 역시 다아시와 같이 성장하며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또 하나 느낀 점은 다아시의 인내력이 가공할정도로 놀랍다는 점이다. 이때까지는 리지가 완벽한 여주인공, 다아시가 성장하는 남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다아시야말로 이미 완성형 남주인공에 가까운 모습이다. 어느 누가 베넷가를 견디겠으며, 어느 누가 위컴과 동서지간이 되는 것을 견디겠는가. 그 모든 걸 견디면서 엘리자베스에 올인하는 모습은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특히 후반부는 다아시의 인내력 테스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에게 가혹한 일들이 연속으로 터지는데, 그런 무례와 언사들을 어깨 으쓱하는 걸로 때우기도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게 발견되는 부분도 있고, 머릿속에 새롭게 그려지는 부분들도 있다. 이렇게 N번을 읽어도 재밌는데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아시와 리지의 로맨스 요소를 읽는 것도 두근두근하고 재밌지만, 작중 여러 인간군상들에 대한 묘사는 또 얼마나 재밌는지. 이제는 콜린스의 오만함이 숨겨진 비굴한 언사를 빼놓으면 오만과 편견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느낄 정도다. 또 책을 덮고 언젠가 다시 N+1번째 읽을 때까지 보물을 잘 모셔두어야겠다.

다아시씨는 의자를 그녀 쪽으로 살짝 당기고 말했다. "당신은 자기 고향에 그렇게 강한 애착을 가지시면 안 됩니다. 언제까지나 롱번에 사실 수는 없을 테니까요." P.238

이제 더 이상은 다아시씨의 흠모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그것을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그의 소식을 들을 기회가 가장 희박해진 이 시점에, 그것이 궁금했다. 그와 함께라면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일은 이제 불가능해 보였다. P.401

"당신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소망이 다른 이유들에 힘을 더했음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제게 빚진 것이 없습니다. 그분들을 매우 존경하지만 저는 오직 당신만을 생각했습니다." P.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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