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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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과 편견'을 통해 처음 제인 오스틴의 책을 읽고난 후부터 제인 오스틴의 책은 꼭 다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 '엠마'를 읽게 되었고, '이성과 감성'을 읽었다. '이성과 감성'이 그다지 재미가 없었기에 한동안 제인 오스틴의 책은 읽지 않고 있었는데, 중고서점에 상태가 좋은 '설득'이 우연히 있기에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읽게 되었다.
 제인 오스틴의 책들은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분별력있는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성격차이 때문에 오해하게 되었다가 결국에는 결합하게 된다는 점이다. 

 '오만과 편견'은 높은 신분과 많은 재산때문에 기본적으로 오만함을 가지고 있는 다아시와 첫인상으로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가진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엠마'는 분별력있고 배려심을 가진 나이틀리와 지위와 재산의 풍족함으로 인해 활발하지만 다소 경솔한 면이 있는 엠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두 커플은 서로의 성격으로 인해서 오해하고 갈등을 겪지만 결국엔 이어지게 된다. 
 

'설득' 역시 이런 제인 오스틴 책의 특징들을 가지는데, 영리하고 분별력있지만 수동적인 성격의 앤과 강인하고 직설적인 엔트워스 대령의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런 점과 더불어 또 다른 특징은 제인 오스틴이 그녀의 등장인물들을 표현하면서 18세기 영국사회인의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책들에는 하나같이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신사라고 할 수 있는 현명한 사람들도 있으며, 허영심과 욕심으로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이런 성격들의 밑바탕에는 그들의 신분과 재산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주인공 앤의 경우 원래는 높은 신분의 엘리엇 가의 딸이지만 가문의 경제적 몰락과 둘째딸이라는 애매한 위치때문에 현명하지만 주위의 환경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못하는 수동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이에 비해서 '엠마'의 엠마의 경우 하트필트의 안주인이며 안정적인 경제적 때문에 하고 싶은것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으며 이 때문에 밝고 그늘이 없는 성격을 지녔다. 
 

이런 특징에서 보았을 때 제인 오스틴은 18세기 영국사회에서 신분과 재산이 개인의 환경뿐만 아니라 성격까지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나는 이런 결정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점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18세기 영국사회의 단면을 그녀의 책들에서 볼 수 있어서 즐겁다. 흔히 소설(허구)은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설득'의 모습은 18세기 영국의 한 모습일 것이며, 앤과 엔트워스 대령과 같은 사랑을 하는 연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앤과 엔트워스 대령의 결합은 결국 이상적인 결합으로 그려지며 마무리되는데, 결국 이상적인 결합이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작중 등장인물들의 '이상적인 결합'에 대한 인식은 "차이나지 않는 지위와 재산에다가 어느정도 분별력을 갖출 것"인데 그렇다면 이건 오늘날과 별로 다르지 않다. 제인 오스틴은 주인공 연인들을 통해서 이상적인 결합에서 분별력이 중요함을 강조하는것처럼 보이지만 주인공들의 재산과 지위를 살펴보면 결국 지위와 재산이 결합에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나이가 적지 않기에 나도 생각해본다. 이상적인 결합이란 무엇일까. 그녀의 의견에만 동조할 수 없는 도저히 어려운 문제다. 일단 중요한 건 내가 앤같이 분별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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