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내 여행자-되기 ㅣ 둘이서 3
백가경.황유지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관내 여행자-되기』를 읽는 경험은 실제로 낯선 장소에 발을 디딘 듯한 설렘과 동시에 사유의 여정을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흔히 여행이라고 하면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거나, 새로운 도시의 골목을 거닐며 풍경과 문화를 만나는 것을 떠올리지만, 이 책은 여행을 단순히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우리의 관내, 즉 책과 사유, 글쓰기의 공간 안에서 어떻게 여행자가 될 수 있는지를 담았습니다.
저자인 백가경, 황유지 두 분은 여행을 물리적 거리와 경험의 확장에만 국한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며 사유의 방식을 탐구하는 행위 자체를 ‘여행’이라 정의하면서, 책장을 넘길수록, 저는 도심 속에서 지하철 여행을 떠날 때의 작은 설렘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익숙한 공간을 낯선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경험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본질이 아닐까요?
책 제목이 관내 여행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되기'라고 되어 있어서 어떤 의미였을까 궁금했었는데, 책 속에서 그 개념을 풀어내줍니다. 여행자는 단순히 어떤 공간을 소비하거나 사진으로 기록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존재라는 점을 표현했어요. 저 역시 여행을 할 때마다 이전의 저와는 다른 감각을 돌아오곤 합니다. 여행지가 제게 기억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제 삶의 태도와 감정, 그리고 앞으로의 선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경험의 본질을 글을 통해 탐색하고 있었고, 읽으면서 제가 했던 수많은 여행들이 다시금 새로운 의미로 되살아났습니다.
책에는 단순히 이론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례와 문학적 감수성이 담겨 있어서 여행기를 읽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두 저자의 문장은 곳곳에서 길 위를 걷는 듯한 울림을 만들어내며, 독자가 각자의 사유의 지도를 다시 펼쳐보게 합니다. 저는 읽으면서 여행 가방을 꾸리듯 제 기억과 생각을 하나하나 꺼내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듯, 여행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때때로 불편함과 낯섦까지도 내포하고 있는데요. 그 모든 과정이 새로운 시선으로 나를 확장하게끔 인도해 줍니다. 『관내 여행자-되기』는 바로 그 ‘불편한 낯섦’을 긍정하며, 그것을 글쓰기와 관념적 탐구의 과정으로 받아들이자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저는 이 책이 단지 지적인 독서 경험을 넘어, 실제로 여행을 떠나는 마음가짐에도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고 느꼈습니다.
책 속에서 여행을 통해 나를 깨닫고 글쓰기와 연관 지어 읽게 되니 저 또한 실제로 어디론가 떠날 여행을 계획하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여행은 먼 나라로의 비행일 수도 있지만, 지금 여기서 제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짧은 산책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여행자가 되어가는 저 자신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