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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걷기 - 몸과 마음을 살리는 걷기는 따로 있다
애너벨 스트리츠 지음, 김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걷기와 달리기의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가 많아짐에 따라 많은 분들이 건강을 위해 걷기와 달기리를 실천하고 있다. 이번에 읽을 기회가 있었던 애너벨 스트리츠(Annabel Streets)의 <치유의 걷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걷기'라는 행위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20곳에 대한 장소별 건기의 효과와 긍적적인 효과, 치유의 기능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해안, 언덕, 숲, 시골길, 호수, 도시산책 등 우리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곳, 마음먹고 갈 수 있는 곳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준다. 자신이 원하는 곳을 골라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일을 수 있어 좋았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호숫가 산책에 관한 장은 자연 환경이 우리의 심신에 미치는 과학적 메커니즘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스트레스 해소, 불안 완화, 창의력 증진이 필요한 이들에게 호숫가 산책이야말로 최적의 '걷기 처방전'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과학적 근거와 시적 감수성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 저자는 호숫가가 다른 어느 곳보다 빛으로 가득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태양 반짝임(sun glitter)'이라는 현상을 소개한다. 맑은 물 표면에 햇빛이 닿을 때 생기는 수천 개의 작은 빛 조각들은 각각이 정확한 각도로 반사되어 우리 눈에 도달한다. 미풍이나 잔잔한 물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 반짝임 패턴은 시각적 자극과 함께 끝없는 빛의 향연을 제공한다. 이러한 묘사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것을 넘어, 왜 우리가 물가에서 평온함을 느끼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으로 이어진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 다른 중요한 지점은 '시간'이다. 아침의 빛은 푸른 파장이 풍부하여 우리를 졸리고 정신이 흐릿하게 만드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억제한다. 최근 연구들은 빛이 편도체, 즉 위협을 감지하고 투쟁-도피 반응을 활성화시키는 뇌 영역의 활동을 둔화시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만성 스트레스나 불안에 시달릴 때, 빛은 우리의 편도체를 진정시킨다. 밝은 빛은 집중력과 기억력도 향상시키는데, 신경과학자들은 우리 뇌가 낮 시간 동안 학습하도록 진화했다고 본다. 따라서 에너지와 기분을 북돋우는 푸른 파장의 빛을 원한다면 아침에 호숫가를 걸으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그러나 스트리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루의 끝자락, 석양의 태양 반짝임도 그 나름의 장엄함이 있다. 진홍색, 분홍색, 호박색, 금색 빛줄기가 만들어내는 저녁의 반짝임은 우리 몸에게 이제 긴장을 풀고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임을 알려준다. 고요한 물 위의 달빛은 또 다른 '달 반짝임(moon glitter)'을 만들어내는데, 그 신비로운 우아함은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처럼 저자는 같은 호숫가라도 시간대에 따라 우리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책의 또 다른 핵심 주제는 '리듬'이다. 연구들은 불안과 우울 완화에 있어 리드미컬한 움직임의 중요성을 입증해왔다. 특히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 리드미컬한 걷기가 근력, 균형감각, 유연성 같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삶의 질 전반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 나아가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은 암, 심장병, 치매, 골다공증의 위험을 줄인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뇌과학적 설명을 덧붙인다. 활발하게 움직일 때 우리 뇌는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라는 분자를 생성한다. 이 단백질은 새로운 뉴런의 성장을 촉진하며, 우울증과 스트레스로부터의 회복을 돕는 것으로 보인다. 더 빠르게 움직일수록 더 많은 BDNF가 생성되고, 속도를 높이는 것은 더 나은 수면에도 도움이 되며 걷기를 뼈를 강화하는 활동으로 만든다. 이러한 과학적 설명들은 막연히 '운동하면 좋다'는 상식을 구체적인 생리학적 메커니즘으로 변환시켜, 독자들이 걷기의 효과를 보다 실감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책이 주는 가장 큰 깨달음은 풍경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숫가는 그저 아름다운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생리학적, 신경학적, 심리적 상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치유의 공간이다. 빛의 파장, 물의 움직임, 걷기의 리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고,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변화시키며, 근골격계를 강화한다. 스트리츠는 이 모든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호숫가 산책의 시적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현대인의 많은 질병이 실내 생활, 인공 조명, 좌식 생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의 메시지는 더욱 시의적절하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 집중력 저하, 수면 장애 등 우리 시대의 만성적 증상들에 대한 해답이 값비싼 치료나 약물이 아니라, 호숫가를 걷는 단순한 행위에 있을 수 있다는 제안은 희망적이다. 더욱이 저자는 '걸으라'고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왜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물론 모든 이에게 호숫가가 접근 가능한 것은 아니며, 개인의 상황에 따라 걷기의 효과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은 특정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트리츠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 환경과 우리 몸의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이며, 풍경이 가진 치유력을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법이다. 호숫가는 그 중 하나의 예시일 뿐,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주변 환경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각자에게 필요한 '걷기 처방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걷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책이다. 걷기는 더 이상 이동 수단이나 부담스러운 운동이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활력을 주며 영감을 불어넣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특히 호숫가 산책에 관한 장은 과학과 시, 데이터와 감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예다. 저자가 제시하는 빛과 물과 움직임의 상호작용은 우리에게 자연이 적극적인 치유의 파트너임을 일깨운다. 아침의 푸른 빛이 우리를 깨우고, 저녁의 금빛이 우리를 쉬게 하며, 리드미컬한 걸음이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놀랍다. 새로운 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