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경제자립 프로젝트 1 : 금융 활용의 기술 - 첫 월급부터 자산으로 만드는 돈 관리법
이혜경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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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글을 읽고 쓸 줄 안다. 하지만 톤의 언어 앞에서는 문맹이 된다. 한국인의 67%가 기초적인 금융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는 통 계는 충격적이면서도 낯설지 않다. 단리와 복리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가, 인플레이션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 앞에서 우리는 침묵한다. 이혜경 저자의 <2030 경제자립 프로젝트>는 바로 이 침묵의 순간에서 출발한다. 25년간 금융 현장을 취재해온 기자가 발견한 것은, 돈에 대한 무지가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라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미적분을 배우고 세계사를 외우지만, 정작 첫 월급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한 채 사회로 내던져진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돈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 '감'으로 소비하고, 주변 사람의 말만 듣고 투자를 시작한다. 체계도 없고 전략도 없다. 그저 막연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만 간절할 뿐이다. 하지만 저자는 냉정하게 경고한다. 빨리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은 종종 재앙을 낳는다••

금융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룰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돈은 끊임없이 이동한다. 같은 회사에 입사해 같은 월급을 받는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5년 후, 한 사람은 종잣돈을 모아 투자를 시작하고 또 한 사람은 여전히 월급날만 기다리며 산다. 10년 후, 그 격차는 통장 잔고의 차이를 넘어 삶의 선택지 자체가 달라진다. 이 책이 제시하는 8단계 시스템(번다, 아낀다, 모은다, 쓴다, 투자한다, 빌린다, 갚는다, 대비한다)은 바로 이 게임의 룰북이다. 그 안에는 금융 생활의 모든 국면이 담겨 있다. 급여명세서를 제대로 읽는 법부터 시작해, 가계부를 쓰고 반성하는 습관, 통장을 쪼개어 목적별로 관리하는 기술, 연말정산을 최적화하는 전략, 그리고 먼 미래의 노후까지 대비하는 지혜까지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소비'를 다루는 방식이다. 많은 재테크 서적들 이 절약을 강조하며 소비를 악으로 규정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소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소비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해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 그 자체가 자꾸만 하고 싶을 때" 조심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소비의 유혹에 빠지는지를 정확히 짚어낸다. 우리는 '고객님'이라 불리는 순간 뿌듯함을 느낀다. 돈을 쓰는 행 위 자체가 즐겁다. 하지만 그 즐거움 뒤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마케팅 전략이 있고, 우리의 지갑을 열기 위한 수많은 장치들이 숨어 있다. 이를 인지하고 있느냐 없느냐가, 돈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가르는 첫 번째 분기점이다.

투자 시장에는 '빨리 부자 되기'를 약속하는 유혹이 넘쳐난다. 단기간에 수십 퍼센트의 수익을 올렸다는 성공담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투자 비법들.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금융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종잣돈을 만들고, 수익률을 관리하고, 오랜 기간 투자하며, 분산투자한다는 다섯 가지 원칙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지루하고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금융의 기본이다.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수익을 좇다가는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가계부를 쓰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지출 내역을 기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냥 가계부를 적기만 하고 되새겨 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지적처럼, 중요한 것은 반성과 개선의 과정이다. 자신의 씀씀이를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내며, 투자를 늘려야 할 부분을 파악하는 것. 이런 지루한 반복이 쌓여야 비로소 재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습관의 문제다. 첫 월급이 통장에 찍히는 순간부터 형성되는 소비:저축·투자 습관이 평생을 좌우한다. 처음에는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복리의 마법은 투자 수익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습관도, 나쁜 습관도 모두 복리로 작동한다.

2030 세대를 둘러싼 경제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집을 살 수 없다"는 말이 한탄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린 시대다. 부모 세대가 경험했던 성장의 공식 즉,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사고 노후도 준비할 수 있다. 이 것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희망을 말한다. 조금 늦더라도 올바른 방향을 잡으면 누구나 자신의 경제를 스스로 세울 수 있다고. 이 메시지가 가진 힘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데 있다. 금융 지식은 마법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인생을 바꿔주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꾸준히 활용하기 시작하면 그보다 좋은 도구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이 '나침반'으로 비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침반은 목적지까지 데려 다주지 않는다. 단지 방향을 알려줄 뿐이다. 하지만 방향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결정적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지,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고 다음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정확히 짚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금융 문맹 상태로 사회에 나온 2030들에게 이 책은 정보 제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불안을 안정으로, 막연 함을 구체성으로, 무력감을 주체성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내가 번 돈이 어디로 새어나가는지 알게 되고, 어떻게 하면 그 돈을 지키고 불 릴 수 있는지 배우며, 궁극적으로는 돈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돈을 도구로 쓰는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금융은 어렵다. 하지만 배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 시작점이다. 화려한 재테크 비법이 아니라 기초를, 빠른 성공이 아니라 올바른 습관을, 요행이 아니라 체계를 말한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저자는 25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말한다. 경제적 자립이란 통장에 얼마가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내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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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엑셀 FOR STARTERS - 챗GPT&AI 활용, 모든 버전 사용 가능, 전면 개정판
전미진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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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형광등 불빛만이 남은 사무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누군가의 남편이, 누군가의 아내가, 또 누군가의 동료가 퇴근하지 못하는 이유는 때로 아주 단순하다. 복잡해 보이는 업무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종종 '도구를 다루는 능력'의 문제다. 엑셀. 이 네 글자 앞 에서 우리는 두 부류로 나뉜다. 능숙하게 다루며 정시에 퇴근하는 사람과, 매번 같은 작업에 몇 배의 시간을 쏟으며 불을 밝히는 사람. 책은 후자를 전자로 변화시키기 위한, 지극히 실용적인 지침서다. 책의 부제에 당당히 박힌 '왕초보'라는 단어가 인상적이다. 많은 교재 들이 '쉬운, '기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왕초보'라고 명시한 것은 일종의 약속이다.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출 발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배울 때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미 알아야 할 것 같은데 모른다는 사실이, 주변 사람들은 다 하는 것 같은데 나만 못한다는 생각이 우리를 위축시킨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에게도 처음이 있었다. '왕초보'를 인정하는 것은 성장의 시작점을 명확히 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엑셀은 방대한 프로그램이다. 모든 기능을 다 배우려 하면 끝이 없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기능은 그중 일부다. 문제는 '어떤 일부'인가를 아는 것이다. 현장에서 강의를 해온 저자는 실무자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것은 화려한 기교가 아니 라, 매일 반복되는 작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표를 만들고,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 보기 좋게 시각화 하는 것. 책이 선별한 기능들은 바로 그런 일상의 필요를 반영한다. '우선순위'라는 개념은 학습에서 매우 중요하다. 무엇을 먼저 배워야 하는지 모르면 방황하게 된다. 책은 그 길을 명확히 제시한다. 예제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직접 따라 하는 방식, 이것은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이다. 읽기만 해서는 결코 익숙해질 수 없다. 손이 기억해야 한다. 클릭의 순서가, 단축키의 조합이, 함수의 구조가 몸에 배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예제의 현실성이다.

'통계표 작성하기, 부서별 등급 구하기' 같은 예제들은 실제 회사에서 마주치는 업무와 닮아 있다. 이론적인 연습 문제가 아니라, 내일 당장 사무실에서 해야 할 일과 유사한 과제들. 이런 예제로 연습하면 학습과 실무 사이의 간극이 줄어든다. 책을 덮고 회사에 가서 같은 작업을 만났을 때, '아, 이거 어제 연습했던 거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 학습은 성공한 것이다. 엑셀 2010부터 2021까지 모든 버전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장점이다. 회사마다 사용하는 프로그램 버전이 다르다. 새 직장에 갔더니 구버전을 쓰고 있거나, 반대로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되어 있을 수도 있다. 책이 다루는 것은 버전에 따라 크게 달라지 지 않는 핵심 기능들이다. 인터페이스는 조금씩 변해도, 엑셀의 본질적인 기능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이런 접근은 책의 수명을 연장할 뿐 아니라, 학습자에게 진정한 실력을 선사한다. 특정 버전에만 의존하는 기능이 아니라, 엑셀이라는 도구 자체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칼퇴'. 이 단어는 현대 직장인들의 꿈이자 농담이다. 정시 퇴근이 특별한 일이 되어버린 현실. 하지만 이것은 업무량의 문제만은 아니 다. 같은 일을 누군가는 두 시간 만에 끝내고, 누군가는 네 시간 동안 붙잡고 있다. 효율성의 차이는 때로 기술의 차이다. 엑셀을 능숙하 게 다루는 사람은 데이터 정리를 몇 번의 클릭으로 끝낸다. 함수를 적절히 활용하면 복잡한 계산도 자동화된다. 피벗 테이블을 알면 방 대한 데이터에서 필요한 정보를 순식간에 추출할 수 있다. 실제로 엑셀 실력이 근무 시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책을 통해서 칼퇴는 꿈이 아니라,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는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엑셀 앞에서 위축된다. 복잡해 보이는 화면, 무수히 많은 메뉴, 들어본 적 없는 용어들. 이 모든 것이 심리적 장벽을 만든 다. 한번 실수하면 데이터가 망가질 것 같은 불안감, 동료들에게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은 자존심들. 하지만 체계적으로 배우면 이 두 려움은 사라진다.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하나씩 기능을 익히다 보면 어느새 '나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감은 작은 성공의 축 적에서 온다. 처음으로 조건부 서식을 적용해봤을 때, 복잡한 수식이 제대로 작동했을 때, 차트가 예쁘게 완성되었을 때. 이런 경험들이 모여서'엑셀 고수'라는 정체성을 만든다.

신입사원에게 엑셀은 필수 생존 도구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정리하고, 자료를 시각화하는 것은 기본 업무다. 이것을 못하면 선배들에게 매번 물어봐야 하고, 간단한 일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경력직이라고 해서 엑셀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 영 역이 바뀌면서 이전에 안 쓰던 기능이 필요해질 수 있다. 또는 오랫동안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일해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수도 있 다.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책 자체가 바꾸는 것은 아니다. 책은 도구일 뿐이고, 변화는 실천에서 온다. 하지만 좋은 책은 실천을 촉진한다.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하고, 계속 나아갈 동기를 부여한다. 엑셀을 못한다는 것은 업무 효율 성, 자신감, 경력 개발과 연결되어 있다. 반대로 엑셀을 잘한다는 것은 더 빨리 일을 끝내고, 더 정확하게 분석하고, 더 설득력 있게 제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엑셀 FOR STARTERS'는 그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왕초보가 실무자가 되는 여정, 야근에서 칼퇴로 가는 길, 두려움에서 자신감으로의 전환. 이 모든 것이 책이 소개하는 핵심 기능을 익히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중 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책을 펼치고, 예제 파일을 다운로드하고, 첫 번째 실습을 따라 해보는 것. 그 작은 행동이 몇 달 후의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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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써먹는 챗GPT 실무 활용법 - 초보자도 하루만에 전문가로 만드는 실전 안내서
김규림 외 지음 / 행복한북창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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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챗GPT를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호기심 반, 회의 반으로 질문창에 "맛있는 저녁 메뉴 추천해줘"라고 입력했고, 돌아온 답 변은 예상 가능한 목록들이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파스타, 샐러드.... 그때 나는 생각했다. '이게 그렇게 난리를 치던 인공지능이라 고? 실망과 함께 창을 닫았고, 한동안 챗GPT는 내 업무 도구 목록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문제는 챗GPT가 아니라 나였다. 나는 도구를 손에 쥐고도, 그것을 제대로 다루는 법을 배우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고급 카메라를 사서 오토 모드로만 찍다가 "별로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바로 써먹는 챗GPT 실무 활용법>을 접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AI와 대화하는 법, 질문하는 법, 그리고 함께 일 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이었다. 처음에는 거창해 보이는 용어에 주눅이 들었지 만, 곧 이것이 결국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사람에게 질문할 때도 상황과 맥락을 설명하고, 원하는 답의 형태를 구체화한다. AI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들은 프롬프트를 작성할 때 역할 부여, 구체적 조건 명시, 출력 형식 지정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 방법 알려줘"라는 막연한 질문 대신, "당신은 10년 경력의 영어 강사입니다. 직장 인인 나를 위해, 하루 30분 투자로 6개월 안에 비즈니스 영어 회화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습 계획을 주차별로 표 형식으로 작성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 차이는 길이의 문제가 아니다. 전자는 백과사전을 펼쳐놓고 막연히 바라보는 것이고, 후자는 전문가 와 일대일 상담을 받는 것에 가깝다. 질문의 품격이 높아지자, 돌아오는 답변의 퀀텀 점프를 경험했다. 챗GPT는 내가 던진 질문의 수준 만큼만 답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챗GPT를 검색엔진처럼 사용한다. 한 번 질문하고, 답을 받고, 끝. 그러나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대화의 연 속성'이다. 첫 번째 답변은 초안일 뿐이고, 진짜 가치는 그 이후의 수정과 보완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무에서 마케팅 보고 서를 작성해야 할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20대 여성 타겟 인스타그램 광고 성과 보고서 작성해줘"라고 요청했다. 나온 결과물은 그럴 듯했지만, 우리 회사의 톤앤매너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데이터 중심적으로, 그래프를 삽입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줘"라고 추 가 요청했다. 그리고 또다시 결론 부분은 3가지 실행 가능한 액션 플랜으로 요약해줘"라고 다듬었다. 세 번째 수정본을 받았을 때, 나 는 소름이 돋았다. 이것은 내가 혼자 3시간 걸려 만들었을 보고서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고, 소요 시간은 고작 15분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AI는 완제품을 만들어주는 공장이 아니라, 함께 작업물을 다듬어가는 동료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다. 책에서는 이 를'신입 직원을 가르치듯 대하라'는 비유로 설명한다. 처음부터 완벽을 기대하지 말고, 피드백을 주고, 방향을 조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 이것이 챗GPT와의 올바른 협업 방식이었다.

책의 일상생활에서의 활용법도 다룬다. 나는 사실 이 부분을 가볍게 넘길 생각이었다. ' 어차피 업무에 쓸 거지, 일상에서야 얼마나 쓰 겠어? ' 하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장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영어 학습 활용 사례였다. "이 문장 번 역해줘"를 넘어, 챗GPT를 나만의 영어 튜터로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당신은 영어 발음 교정 전문가입니다. 내가 입력한 영 어 문장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해주고, 특히 주의해야 할 발음은 별도로 설명해 주세요"라는 프롬프트는 즉시 내 영어 학습 루틴에 편입 되었다. 또 하나는 식단 관리였다. 책에 나온 예시처럼 "당뇨 환자가 있는 4인 가족을 위한, 칼로리와 영양소가 표시된 일주일 식단표"를 요청해봤다. 돌아온 답변은 메뉴 추천만이 아니라, 각 끼니별 칼로리,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까지 표시된 상세한 식단표였 다. 영양사 상담료를 아낀 기분이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에게 하나의 깨달음을 주었다. AI는 거대한 업무 혁신 도구이기 이전에, 일상 의 작은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친절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경계는 내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업무 활용편도 좋았다. 사업 계획서, 계약서, 회의록, 마케팅 카피 등 실무에서 자주 마주하는 문서 작업들을 챗GPT로 처리하 는 방법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했던 것은 회의록 작성 자동화였다. 평소 회의 후 회의록 정리에 30분 이상을 쏟아부었는데, 챗GPT를 활용하면서 이 시간이 10분 이내로 줄었다. 회의 내용을 텍스트로 입력하고, "이 내용을 회의록 형식으로 정리해줘. 1) 논의 사항, 2) 결정 사항, 3) 향후 액션 아이템으로 구분하고, 각 액션 아이템에는 담당자와 마감일을 표시해줘"라고 요청하면 된다. 또한 마 케팅 카피 작성도 놀라웠다. 신제품 출시 카피를 작성해야 할 때, "당신은 10년 경력의 카피라이터입니다. 30대 직장인 여성을 타겟으 로 한 프리미엄 핸드크림 출시 카피를 작성해 주세요. 감성적이면서도 제품의 기능(보습, 빠른 흡수, 천연 성분)을 강조하고, 3가지 버전으로 제시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세 가지 버전 중 하나는 거의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AI가 만든 결과물을 100% 그대로 쓸 수는 없다. 사실 확인, 브랜드 톤 조정, 법적 검토 등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AI가 만들어준 80%의 초안 위에 나의 20%를 더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면, 생산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책은 바로 이 '질문하는 힘'을 키워주는 교과서다. 네 명의 저자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한 권에 집약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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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라틴어 문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
라티나 씨.야마자키 마리 지음, 박수남 옮김 / 윌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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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벽 서재에서 라틴어 격언들을 읽다 보면, 묘하게도 고대 로마의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2000년이라는 시간의 강 을 거슬러 올라가, 토가를 두른 철학자들 사이를 거니는 기분. 그런데 정작 놀라운 건 그들이 고민하던 문제가 지금 내가 마주한 삶의 질 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문장 하나쯤은 갖고 산다. 어떤 이에게는 부모님이 반복해서 들려주던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힘들 때 우연히 읽은 책의 한 구절이 평생의 지침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되뇌던 문장들이 있었고, 그것들은 때로는 부적처럼, 때로는 나침반처럼 내 삶을 지탱해주었다.

라틴어를 '죽은 언어'라고 부르는 건 참 역설적이다. 일상에서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그 언어가 담고 있는 사유의 깊이와 삶에 대한 통찰은 여전히 생생하게 숨 쉬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걷혀 나가 고, 본질만 남아 더욱 선명해진 것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라틴어 문장들이 격언이나 경구로만 소비되지 않고 살아있는 맥락 속에서 호흡한다는 점이었다. 라티나와 야마자키 마리의 대화는 마치 오래된 친구들이 카페에 앉아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이탈리아에서의 실제 경험담들, 현대 사회의 구체적인 상황들과 맞물리면서 고대의 지혜는 박제된 과거가 아닌, 지금 의 이야기가 되었다.

어떤 문장은 읽는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스무 살에 읽은 문장과 마흔 살에 다시 읽는 같은 문장은 완전히 다른 울림을 준다."이 또한 언젠가 즐거운 추억이 되리라는 말도 그렇다. 한창 고통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이 문장을 만났다면, 어쩌면 공허 한 위로로 밖에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그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고 나서 뒤돌아보았을 때, 정말로 그 시간이 추억이 되었던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이 문장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베르길리우스의 이 문장은 시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 통찰이다. 지금의 고통은 영원하지 않으며, 모든 경험은 결국 우리를 구성하는 이야기의 한 조각이 된다는 것. 삶은 현재진행형이 지만, 동시에 과거로 축적되면서 의미를 획득한다는 역설이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건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문장들의 진짜 뿌리를 발견하는 순간들이었다. '카르페 디엠'이나 '아모 르 파티' 같은 표현들은 현대 문화 속에서 이미 하나의 브랜드처럼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그 문장들이 태어난 원래의 맥락, 그것을 처음 입 밖으로 꺼낸 사람의 상황과 의도를 알고 나면, 같은 문장이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온다. '카르페 디엠'을 현재를 즐기라는 향락주의적 메시지로 이해하는 것과, 유한한 삶 속에서 매 순간의 가치를 온전히 인식하며 살라는 실존적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것은 천지 차이다. 호라티우스가 이 말을 했을 때, 그는 젊은이들에게 그저 재미있게 놀라고 말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죽음을 의식하며, 그렇기에 더욱 의 미 있게 현재를 살아가라는 무게 있는 조언이었다.

한 권의 책을 천천히, 반복해서 읽으며 그 안에서 길을 발견하는 경험. 한 문장 앞에 오래 머물며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의미인지 곱씹어 보는 시간. 그런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이 우리를 진정으로 성장시킨다. 백 권의 책을 훑어보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 드는 것이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이 책 자체가 그런 깊이 읽기인 것 같다. 65개의 라틴어 격언을 빠르게 훑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각 문 장 앞에서 멈춰 서서 그것이 태어난 배경, 그것이 품은 의미, 그것이 나의 삶과 맺는 관계를 생각해본다면, 이 책은 전혀 다른 책이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에게 진짜 중요한 문장은 무엇일까. 내 삶을 지탱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흔들릴 때 붙잡을 수 있는 그런 문장은 어떤 것일까? 책에 소개된 65개의 문장 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오래 남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 내가 고민하는 문제들과 공명하는 문장들이었다. 어쩌면 몇 년 후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전혀 다른 문장들이 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좋은 문장들이 가진 힘이다. 읽는 이의 상태에 따라, 시기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중요한 건 누군가가 정해준 '명문장'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 삶과 진정으로 만나는 문장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이 라틴어든, 한글이든, 영어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문장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것이 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일 것이다.

라틴어를 배우지 않아도, 고대 로마사를 깊이 알지 못해도,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책이 정말로 이야기하는 것은 라틴어가 아 니라 삶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다. 언어는 사 유의 틀이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며, 삶을 대하는 태도다. 라틴어 격언들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그것이 보편적 인간 경험의 본질 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시대와 문화를 넘어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이 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시작이다. 이제 나는 일상 속에서 이 문장들을 다시 만날 것이고,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를 발견할 것 이다. 어떤 문장은 내 인생의 특정 시기를 대표하는 문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스무 살의 문장, 서른 살의 문장, 마흔 살의 문장. 그렇 게 문장들을 모아가다 보면, 그것이 곧 내 삶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기대를 가지면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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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 위에서 올바르게 투자하라 - 어디서나 통하는 초수익 투자법부터 작전주 함정 분석까지
올투(올바른 투자)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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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식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누구나 같은 꿈을 꾼다. 경제적 자유, 안정적인 수익, 그리고 더 나은 미래.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퇴장하고, 극소수만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며 살아남는다. 이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접근 방식의 문제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올바르게 투자하라》는 바로 이 접근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책이다. 저자 올투는 국내 주식시장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을 이미 성공한 투자 거장들의 원칙에서 찾되, 한국 시장의 현실에 맞게 재해석한다.


투자에서 가장 강력한 적은 시장이 아니다. 바로 우리 내면의 감정과 본능이다. 주가가 오르면 더 오를 것 같아 뒤늦게 뛰어들고, 떨어지면 더 떨어질 것 같아 패닉에 빠져 매도한다. 누군가의 추천을 듣고 무작정 따라 들어가고, 손실이 나면 평단가를 낮추겠다며 물타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행동 패턴은 우리가 진화 과정에서 얻은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다.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손실을 견디지 못하며, 무리를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반응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런 본능적 행동에 보상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처벌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명확하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감정을 제거하고 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수많은 성공한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체득한 진리다. 마크 미너비니, 윌리엄 오닐, 피터 린치 같은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모두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일관되게 지킴으로써 성공했다. 주식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누구나 같은 꿈을 꾼다. 경제적 자유, 안정적인 수익, 그리고 더 나은 미래.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퇴장하고, 극소수만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며 살아남는다. 이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접근 방식의 문제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올바르게 투자하라》는 바로 이 접근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책이다. 저자 올투는 국내 주식시장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을 이미 성공한 투자 거장들의 원칙에서 찾되, 한국 시장의 현실에 맞게 재해석한다.


투자에서 가장 강력한 적은 시장이 아니다. 바로 우리 내면의 감정과 본능이다. 주가가 오르면 더 오를 것 같아 뒤늦게 뛰어들고, 떨어지면 더 떨어질 것 같아 패닉에 빠져 매도한다. 누군가의 추천을 듣고 무작정 따라 들어가고, 손실이 나면 평단가를 낮추겠다며 물타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행동 패턴은 우리가 진화 과정에서 얻은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다.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손실을 견디지 못하며, 무리를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반응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런 본능적 행동에 보상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처벌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명확하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감정을 제거하고 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수많은 성공한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체득한 진리다. 마크 미너비니, 윌리엄 오닐, 피터 린치 같은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모두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일관되게 지킴으로써 성공했다.

추세를 따르라는 말은 투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검증된 원칙이다. 상승하는 주식을 사고, 하락하는 주식을 피하라는 이 단순한 명제는 누구나 안다. 하지만 실행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왜 그럴까? 추세 추종은 우리의 본능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이 오른 주식을 사는 것은 두렵다. 고점에서 물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반대로 많이 떨어진 주식은 싸 보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시장은 이런 직관과 반대로 움직인다. 강한 주식은 더 강해지고, 약한 주식은 더 약해진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VMS 투자 원칙은 이러한 추세 추종의 핵심을 14가지 구체적인 기준으로 정리한다. 시장 전체가 상승 추세일 때만 진입하고, 업종 내에서 가장 강한 선도주를 선택하며, 충분한 조정 후 강한 거래량을 동반한 돌파 시점에 매수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절을 짧게 하고 익절을 길게 가져가는 비대칭적 접근이다. 이 원칙들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실제 차트 분석과 국내 시장의 사례를 통해 구체화된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이론을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 사이의 거대한 간극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올바른 원칙을 알고 있지만, 정작 계좌를 열면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


이 책이 다른 투자서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작전주 분석에 있다. 해외 투자 이론서들은 상대적으로 투명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는 독특한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바로 작전주다. 작전주는 겉보기에는 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주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조작하여 개인투자자를 유인하는 함정이다. 뉴스와 공시는 그럴듯해 보이고, 차트도 강력해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밀하게 설계된 매집과 분산, 그리고 최종적인 폭락이 기다리고 있다. 저자는 작전주의 구조를 낱낱이 파헤친다. 전환사채를 활용한 자금 조달, 허위 호재 공시를 통한 개미 유인, 단계적 물량 털기, 그리고 예고된 폭락. 이 모든 과정을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투자자들이 어떤 신호를 경계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작전주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투자 성과는 크게 개선된다. 왜냐하면 작전주에 한 번 걸리면 단순한 손실을 넘어 투자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함정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눈을 길러준다.

많은 투자자들은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한다. 가치투자냐 기술적 투자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정한 투자자는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3분 재무제표 읽기는 복잡한 회계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핵심만 본다.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고 있는가? 부채는 감당 가능한 수준인가? 영업현금흐름은 건전한가? 그리고 PEG 비율은 1 이하인가? 이 몇 가지 기준만으로도 투자할 만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할 수 있다. 동시에 차트는 시장의 실제 수요와 공급을 보여준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주가가 하락 추세라면 매수 타이밍이 아니다. 반대로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기업이 긴 조정 끝에 강한 거래량을 동반하며 돌파한다면, 그것이 바로 진입 신호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분석을 통합하여 실전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업종 선도주를 찾고, 펀더멘털을 검증하며, 기술적 돌파 시점을 포착하는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된다.


투자 기술을 익히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 싸움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손실을 받아들이는 것, 이익이 나도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시장이 불확실할 때 관망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심리적 훈련을 요구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고백한다.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부터 계좌의 수익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이것은 무감정해지라는 말이 아니다.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기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손절은 투자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절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생존의 핵심이다. 작은 손실은 받아들이되, 큰 손실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이것이 추세 추종 투자자의 철학이다. 반대로 익절은 인내를 요구한다. 조금 오르면 빨리 팔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하지만 진짜 큰 수익은 추세가 지속되는 동안 끝까지 보유할 때 나온다. 손익비가 1:3, 1:5가 되는 매매를 반복할 때 비로소 전체 승률이 50%가 안 되어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투자를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막연한 감으로 하는 투자가 아니라, 명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반복 가능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시스템화된 투자는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시장 전체의 추세를 판단하는 기준. 둘째, 투자할 종목을 선별하는 기준. 셋째, 진입 시점을 결정하는 기준. 넷째, 손절과 익절의 기준. 다섯째, 포지션 크기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이 각각의 단계가 명확하게 정의되고 일관되게 실행될 때, 투자는 비로소 예술이 아닌 과학이 된다. 물론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고 확률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올바른 시스템을 가진 투자자가 생존하고 성장한다. VMS 투자 원칙 14가지는 바로 이러한 시스템의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다. 매일 이 체크리스트를 확인하고, 조건에 맞는 종목만 매매하며, 조건이 깨지면 즉시 청산한다. 이 단순한 반복이 시간이 지나면서 복리로 쌓인다.


투자의 세계에서 90%가 실패하고 10%만 성공한다는 통계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할 것인가?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뉴스를 보고 매수하고, 감정에 따라 매도하며, 손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물타기를 하다가 결국 큰 손실을 본다. 그리고 시장을 탓하고 운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시장을 탓하는 대신 자신의 접근 방식을 점검한다. 감정 대신 원칙을 선택하고, 충동 대신 기준을 따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끊임없이 배우고 개선한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올바르게 투자하라》는 그러한 생존자가 되기 위한 로드맵을 제공한다. 이미 검증된 거장들의 원칙을 한국 시장에 맞게 적용하고, 실전 사례를 통해 구체화하며, 작전주라는 한국적 함정을 피하는 방법까지 다룬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원칙을 알고 실행하는 것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있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은 오직 반복과 훈련뿐이다. 손실을 받아들이는 연습, 욕심을 억제하는 연습, 기다리는 연습, 원칙을 지키는 연습이다.

투자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려는 욕심은 오히려 파산으로 이어진다. 진정한 투자자는 시장을 예측하지 않는다. 단지 시장의 신호에 반응할 뿐이다. 올바른 투자란 무엇인가? 저자가 제시하는 답은 명확하다. 검증된 원칙을 따르고, 감정을 배제하며, 시스템적으로 접근하고, 끊임없이 배우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손실을 인정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이 책은 투자의 기술서인 동시에 자기 관리의 안내서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본능을 이기고, 욕심을 절제하며,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 이것이 바로 투자의 본질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선다는 것은 과거의 지혜를 겸손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우리보다 먼저 시장을 경험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교훈을 배우고, 그것을 현재의 시장에 적용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투자는 숫자의 게임이 아니라 삶의 태도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실수로부터 배우며,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 이러한 태도는 투자뿐 아니라 인생의 다른 영역에서도 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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