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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써먹는 챗GPT 실무 활용법 - 초보자도 하루만에 전문가로 만드는 실전 안내서
김규림 외 지음 / 행복한북창고 / 2025년 10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챗GPT를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호기심 반, 회의 반으로 질문창에 "맛있는 저녁 메뉴 추천해줘"라고 입력했고, 돌아온 답 변은 예상 가능한 목록들이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파스타, 샐러드.... 그때 나는 생각했다. '이게 그렇게 난리를 치던 인공지능이라 고? 실망과 함께 창을 닫았고, 한동안 챗GPT는 내 업무 도구 목록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문제는 챗GPT가 아니라 나였다. 나는 도구를 손에 쥐고도, 그것을 제대로 다루는 법을 배우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고급 카메라를 사서 오토 모드로만 찍다가 "별로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바로 써먹는 챗GPT 실무 활용법>을 접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AI와 대화하는 법, 질문하는 법, 그리고 함께 일 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이었다. 처음에는 거창해 보이는 용어에 주눅이 들었지 만, 곧 이것이 결국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사람에게 질문할 때도 상황과 맥락을 설명하고, 원하는 답의 형태를 구체화한다. AI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들은 프롬프트를 작성할 때 역할 부여, 구체적 조건 명시, 출력 형식 지정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 방법 알려줘"라는 막연한 질문 대신, "당신은 10년 경력의 영어 강사입니다. 직장 인인 나를 위해, 하루 30분 투자로 6개월 안에 비즈니스 영어 회화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습 계획을 주차별로 표 형식으로 작성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 차이는 길이의 문제가 아니다. 전자는 백과사전을 펼쳐놓고 막연히 바라보는 것이고, 후자는 전문가 와 일대일 상담을 받는 것에 가깝다. 질문의 품격이 높아지자, 돌아오는 답변의 퀀텀 점프를 경험했다. 챗GPT는 내가 던진 질문의 수준 만큼만 답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챗GPT를 검색엔진처럼 사용한다. 한 번 질문하고, 답을 받고, 끝. 그러나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대화의 연 속성'이다. 첫 번째 답변은 초안일 뿐이고, 진짜 가치는 그 이후의 수정과 보완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무에서 마케팅 보고 서를 작성해야 할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20대 여성 타겟 인스타그램 광고 성과 보고서 작성해줘"라고 요청했다. 나온 결과물은 그럴 듯했지만, 우리 회사의 톤앤매너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데이터 중심적으로, 그래프를 삽입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줘"라고 추 가 요청했다. 그리고 또다시 결론 부분은 3가지 실행 가능한 액션 플랜으로 요약해줘"라고 다듬었다. 세 번째 수정본을 받았을 때, 나 는 소름이 돋았다. 이것은 내가 혼자 3시간 걸려 만들었을 보고서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고, 소요 시간은 고작 15분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AI는 완제품을 만들어주는 공장이 아니라, 함께 작업물을 다듬어가는 동료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다. 책에서는 이 를'신입 직원을 가르치듯 대하라'는 비유로 설명한다. 처음부터 완벽을 기대하지 말고, 피드백을 주고, 방향을 조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 이것이 챗GPT와의 올바른 협업 방식이었다.
책의 일상생활에서의 활용법도 다룬다. 나는 사실 이 부분을 가볍게 넘길 생각이었다. ' 어차피 업무에 쓸 거지, 일상에서야 얼마나 쓰 겠어? ' 하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장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영어 학습 활용 사례였다. "이 문장 번 역해줘"를 넘어, 챗GPT를 나만의 영어 튜터로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당신은 영어 발음 교정 전문가입니다. 내가 입력한 영 어 문장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해주고, 특히 주의해야 할 발음은 별도로 설명해 주세요"라는 프롬프트는 즉시 내 영어 학습 루틴에 편입 되었다. 또 하나는 식단 관리였다. 책에 나온 예시처럼 "당뇨 환자가 있는 4인 가족을 위한, 칼로리와 영양소가 표시된 일주일 식단표"를 요청해봤다. 돌아온 답변은 메뉴 추천만이 아니라, 각 끼니별 칼로리,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까지 표시된 상세한 식단표였 다. 영양사 상담료를 아낀 기분이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에게 하나의 깨달음을 주었다. AI는 거대한 업무 혁신 도구이기 이전에, 일상 의 작은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친절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경계는 내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업무 활용편도 좋았다. 사업 계획서, 계약서, 회의록, 마케팅 카피 등 실무에서 자주 마주하는 문서 작업들을 챗GPT로 처리하 는 방법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했던 것은 회의록 작성 자동화였다. 평소 회의 후 회의록 정리에 30분 이상을 쏟아부었는데, 챗GPT를 활용하면서 이 시간이 10분 이내로 줄었다. 회의 내용을 텍스트로 입력하고, "이 내용을 회의록 형식으로 정리해줘. 1) 논의 사항, 2) 결정 사항, 3) 향후 액션 아이템으로 구분하고, 각 액션 아이템에는 담당자와 마감일을 표시해줘"라고 요청하면 된다. 또한 마 케팅 카피 작성도 놀라웠다. 신제품 출시 카피를 작성해야 할 때, "당신은 10년 경력의 카피라이터입니다. 30대 직장인 여성을 타겟으 로 한 프리미엄 핸드크림 출시 카피를 작성해 주세요. 감성적이면서도 제품의 기능(보습, 빠른 흡수, 천연 성분)을 강조하고, 3가지 버전으로 제시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세 가지 버전 중 하나는 거의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AI가 만든 결과물을 100% 그대로 쓸 수는 없다. 사실 확인, 브랜드 톤 조정, 법적 검토 등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AI가 만들어준 80%의 초안 위에 나의 20%를 더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면, 생산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책은 바로 이 '질문하는 힘'을 키워주는 교과서다. 네 명의 저자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한 권에 집약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