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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그 적들 - 콤플렉스 덩어리 한국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사는 법
이나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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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한국인들은 비슷한 수준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대체로 더 피로하고 불행하다? 내가 경험적으로 느끼는 바로는 그렇다. 갤럽에서 조사한 행복지수가 147개국 중 97위라는 수치를 제시하지 않아도 대다수 우리 국민은 그렇게 느낄 것 같다. 석유 한방울 안나는 척박한 땅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박터지게 공부해서 힘겹게 대학가고 취직해도 먹고 살기에 빡빡하고, 온갖 싸이코패쓰들이 날뛰어 우리의 아내와 딸들은 밤거리가 무섭고, 연일 서울 불바다를 외치는 먹통 김씨 왕국 때문에 전쟁날까 두렵고, 이런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두패로 나눠 오늘도 세금을 열심히 낭비하고 계시는 정치인들도 답답하다. 주변에 뉴스들과 정황들이 온통 회색빛이라 우리들의 마음을 무겁게 짖누른다. 우리 한국인들을 왜 이렇게 불행한가? 심리학자 이나미는 한국인의 심리적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병패를 그리고 그 원인을 찾는다. 그 것은 바로 '한국인의 콤플렉스'에서 유래한다.
■ 저자는 한국인의 콤플렉스 12가지를 지적한다. 물질, 허식, 교육, 집단, 불신, 세대, 분노, 폭력, 고독, 가족, 중독, 약한자아가 그것이다. 이러한 콤플렉스에 빠진 한국인들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덫에서 허우적거리고, 소통에 서툴러 불신하며, 잔뜩 화가 나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을 찾지 못해 외롭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원인은 우리의 힘겨운 근대사에서 찾아 볼 수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겪었다. 식민 지배, 외세에 의한 독립, 민족 분단과 전쟁, 군부 쿠테타, 압축 성장 등 비슷한 서구의 국가들이 아예 겪어보지도 못했거나, 수세기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온 것들을 백년도 안되는 시간안에 겪었다. 급속한 역사의 변동을 겪으며 외형적인 시스템이나 소득수준등은 선진국에 가까워 졌으나 우리의 내면에 깊은 상처와 부작용을 남겨온 것 같다. 사회의 계층구조가 비정상적(식민, 전쟁, 쿠테타)으로 수차례 뒤바뀌면서 안정적 계층구조가 붕괴되었고, 압축 경제성장 속에서 정경유착, 부정부패 속에서 역시 비정상적인 부의 축적을 보아왔다. 우리 국민의 의식속에 물질에 대한 집착과 동시에 편법과 부정을 통한 축재가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다. 권위적인 독재문화의 잔재가 여기저기에 남아있고, 급격한 서구화 때문에 전통적 가치와 서구적 가치가 혼재하여 갈등을 초래한다. 역사가 외압없이 천천히 변해오며 다져질 수 있는 소통, 합의, 공감 등이 형성되며 만들어지는 시민의식이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상대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우리 사회가 갈등으로 혼란스럽고, 우리가 불행하게 느끼게 되는 주 원인이 아니었을까?
■ 저자는 융 심리학이 지향하는 '개성화'를 우리사회 불행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내면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대로 사는 것이 개성화이다. 한마디로 쿨하게 자신의 길을 가라는 것인데, 사실 해결책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그리고 막상 우리의 불행을 단시간에 해결할 방법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남들 만큼 잘 배우고 잘 살아야 하고, 주변에는 온갖 편법들이 난무하고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험난한 한국사회에서 쿨하게 자기길을 가며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게 어디 쉬운일 인가?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롤모델도 없다. 결국, 우리도 시간을 가지고 자생적으로 성숙하고 품격있는 시민의식이 성장하기를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이게 무슨 방법을 통해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목소리는 작을 지 모르지만, 이런 성숙한 시민들이 서서히 늘어가고 세력화 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