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론 이펙트 - 정의로운 인간과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0 그레이트 이펙트 8
사이먼 블랙번 지음, 윤희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 플라톤의 <국가>는 그의 대화편 가운데 단연 백미이기도 하며, 후대의 철학자들이 '서양철학을 플라톤 철학에 대한 주석" (화이트헤드)이라 칭할 만큼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나 역시 <국가>를 꽤 주의 깊게 읽었었다. 후대의 평가답게, 정말 고전 중의 고전의 하나라고 말할 법 했다. <국가>에는 현대 철학, 도덕학, 정치학 등등에서 다루고 있는 질문들의 원형을 수없이 찾아 볼 수 있었다. 후대의 학자들의 대답은 저마다 다르지만, 질문 그 자체로 본다면 화이트헤드의 말이 공감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국가>를 읽었지만, 사실 내가 <국가>의 내용과 의미를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이런 고전일 수록 그 해석과 의미는 굉장히 다양하며, 기본적인 밑바탕 없이는 제대로 찾아낼 수 없는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사실 <국가>는 만만치 않은 분량이긴 하지만, 텍스트 그 자체로는 그리 읽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쉬운듯 보이는 텍스트 속에 담겨진 것들을 얼마나 뽑아 낼 수 있는가 였다. <논어>가 읽으면 읽을 수록 새로운 것과 같이, <국가> 역시 그런 고전 중의 하나이다. 그 만큼 후대의 많은 사람들이 플라톤에 대한 해설집을 내 놓았다. 이번에 읽은 <국가론 이펙트> 역시 그런 별과 같이 많은 플라톤에 대한 해설집 중의 하나였다.

■ 해설집...이라고 해서, 초보자를 위해서 방대한 분량의 <국가>를 친절하게 정리, 요약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곁들인 그런 책을 원했다면 이 책을 덮길 권한다. 아울러, <국가>를 원본을 읽지 않고도 얇팍한 분량의 이 책을 통해 아는 체 할 수 있을 정도의 이해를 원했다면 역시 덮길 권한다. 이 <국가론 이펙트>는 그런 종류의 해설집이 절대 아니올시다. 해설집이기는 한데 그런 요약본 류의 해설집이 아니라, 철학자인 저자가 국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는 그런류의 책이다. 본문의 내용따위는 당연히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논의가 시작되며, 그 논의는 후대의 다양한 플라톤주의자와 반 플라톤주의자의 견해로 확장된다. 그래서, 원문을 몇번 정도는 읽고 자신의 생각을 어느정도 가진 상태에서 저자의 생각과 비교해 보는 식의 독서가 가능할 뿐이다. 솔직히, 나는 오히려 국가보다 이 해설집이 훨씬 더 어려웠다. 내가 이 해설집에 기대했던 바는, 미진하게 남아있는 <국가>에 대한 이해도를 확 끌여 올려주길 바랬었지만, 오히려 국가를 몇 번 더 읽어봐야 겠다는 결론 만이 남았을 뿐이다. 역시 이런 고전은 해설집으로 먼저 접해선 안된다. 어렵더라도 원문하고 싸워 이긴 후에 보충과 확장의 성격으로 해설집에 손을 대야 한다. 독서의 선각자들이 '원문'을 그렇게 강조한 이유를 이제 제대로 알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이를 만드는 조직 - 맥킨지가 밝혀낸 해답
스콧 켈러 & 콜린 프라이스 지음, 서영조 옮김, 게리 해멀 서문, 맥킨지 서울사무소 감수 / 전략시티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위기에 빠진 기업이 있다. 이른바 '불타는 갑판'위에서 배를 구해야할 임무를 띄고 새로 부임한 최고경영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은 불을 꺼야 할 것이고, 이후엔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배를 수리해야 할 것이다. <차이를 만드는 조직>은 위기나 정체에 빠진 기업(불타는 갑판)들이 이를 극복하고, 이른바 초우량 기업(목적지)이 되기 위한 과정과 방법(수리)을 다룬다. 기업경영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다룬다는 점에서 메인테마는 다름아닌 '변화관리'다. 사실 변화관리에 대한 경영서들은 굉장히 많지만, 이 책이 다른 책들과 차별화되는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그것은 변화에 있어서 성과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기업의 건강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성과의 개선은 변화추진시 흔히 얘기하는 전략 재설정, 업무 개선, 비용절감 등등 통해 기업의 수익성을 증대시키는 것을 말한다. 주로 단기적인 개선 활동을 말한다. 그러나 건강은 조금 다르다. 직원들의 태도, 의식, 직무 몰입도, 변화 수용성 등 소프트한 측면, 이른바 기업문화를 얘기한다. 기업들, 특히 서구의 기업들은 구조상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여 중장기적인 성장성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 즉 오늘이 이익을 위해서 내일의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점을 강력하게 지적한다. 단기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이고 소프트한 기업의 건강도 꾸준히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모든 변화관리의 방법론들은 성과와 건강이라는 two track으로 구성되어 있다. 맥킨지에서 제시하는 변화관리 절차는 다섯 단계의 프레임으로 구성된다. 포부-평가-설계-실행-전진의 과정이다. 포부는 변화과정에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이다. 평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내부의 역량이 어느정도 있는지 평가하는 과정이다. 변화하고자 하는 성과 역량, 개선하고자 하는 구성원의 의식구조 등의 항목을 발견하고 현재 수준을 진단한다, 다음 설계과정은 평가과정에서 발굴하고 진단한 역량과 의식구조 개선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과제들을 선정한다. 실행에서는 이 과제들을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방법들과 조직적 지원 방식 들을 논한다. 마지막 전진 단계는 목표를 달성한 이후 이러한 일련의 변화의 프로세스가 지속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인프라와 리더십을 다룬다. 이렇게 다섯 단계에 걸쳐 변화는 서서히 진행되며, 성과와 건강의 투 트랙은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과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최고경영층이나, 실무적 측면에서의 지원, 의사소통 방법 등이 변화에 대한 저항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된다.   

맥킨지, 혹은 맥킨지 출신이 쓴 경영서적은 꽤 많다. 굳이 나눠보자면, 그들의 컨설팅 기법이나 논리적사고법 같은 방법론 (로지컬 씽킹 같은 책들...)이 한부류, 그들의 방대한 컨설팅 데이터를 바탕으로한 벤치마킹 책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초우량 기업의 조건 같은 책)들로 나눠 볼 수 있겠다. 이 책 <차이를 만드는 조직>은 두번째 부류를 표방하며, 무려 게리 하멜에게 서문을 맡기며, 맥킨지 최고의 걸작이라는 홍보타이틀을 들고 나섰다. 그런데, 사실 약간은 다른 카테고리의 책이다. 한국어판 제목에서는 직관적으로 와 닿지는 않지만 <차이를 만드는 조직>이 다루는 주요 내용은 앞서 말했듯이 '변화관리'이다. 기존의 벤치마킹 책들이 이른바 위대한 기업, 또는 초우량 기업들에게서 벤치마킹 데이터를 뽑아 분류하고 종합해 나온, 즉 초우량 기업들은 이러저러한 일을 하고 있으니 니네도 따라해봐 라고 말하고 있다면, 이 책은 역시 방대한 맥킨지의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초우량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절차와 요런 방법을 사용해야해. 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짐 콜린스의 책들이 흥미롭고 읽기 편한 case study라면 이 책에는 온통 단계, 절차, 방법론들이 가득차 있어 읽기가 무척 까다롭다. 아마도, 짐 콜린스의 책 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기업이나, 정체에 빠진 기업들이 뭔가 변화를 모색할때, 그 변화와 혁신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큰 그림을 그릴때는 오히려 이 책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넥스트 에이치알 - 글로벌 시대에 알아야 할 외부에서 내부로의 HR
데이브 울리히 외 지음, 이영민 옮김 / 경향BP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인사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데이브 울리히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의 너무나 유명한 전작 <HR Champion>은 한때 인사담당자들의 필독서로 여겨졌었다. 울리히는 이 책에서 기업의 목표달성에 기여하기 위한 인사담당자와 인사부서의 바람직한 역할과 필요한 역량에 관해 다뤘다. 이른바, 인사의 다중역할모델이라는 것인데 얼리치는 인사의 역할을 전략적 인사관리(전략적 파트너), 기업인프라 관리(행정 전문가), 직원의 기여에 대한 관리(직원 옹호자), 변혁 및 변화의 관리(변화 주도자)의 4가지로 보았다. 그는 당시에는 새로운 개념인 전략적 인사의 기능을 강조하면서, 4가지의 역할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인사부문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제시했었다. 이 책으로 인해 전략적 HR이라는 개념이 우리 기업에서도 뿌리내리기 시작했으며, 인사부문도 눈을 뜨기 시작하여 기존의 행정적 업무수행의 완결성, 효율성만을 추구하는데서 벗어나 기업의 전략과 HR 프로세스를 연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되었다. 그리고, 전작으로부터 10년의 세월을 넘어 그의 신작 <NEXT HR>이 나왔다. 이 책도 주제는 동일하다. 인사의 역할과 역량이 무엇인지를 다룬다. 단, <HR Champion>이후 10년간의 변화를 담고 있다. 10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바람직한 인사부문의 역할과 역량은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것이 이 책의 관전 포인트이다. 사실 전작을 읽지 않고 봐도 큰 무리는 없지만, 이 책의 주요 독자가 인사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임이 거의 분명하기 때문에 (비관계자가 읽기엔 사실 좀 부담스러운 내용이다) 누구나 이 두 책을 비교하면서 읽어갈 것이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존의 4가지 역할은 6가지 역할으로 확대 재편 된다. 이 역할들을 다루기 전에 먼저 다루어야 할 것은 이러한 역할의 변화를 불러오게된 동인이다. 울리히는 이를 물결에 비유하였다. 오래된 개념의 인사는 행정적 역할(Wave1)에 치중해왔다. 이른바 뽑고, 월급주는 그런 개념의 역할이다. 그것이 인사부문 개별기능의 전문화가 진행되면서 각 기능별로 혁신을 추구하게 된다.(Wave2) 국내에서는 이른바 신인사제도라고 하여 연봉제, 성과금제, 역량평가, 직급축소 등의 것들을 도입한 십여년전의 모습이 이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인사 내부의 프로세스의 정교화나 효율화에 초점이 맞추어진 혁신이었지 아직까지는 인사외부로 눈을 돌리지는 않았었다. 그러다가, 인사의 기능이 기업과 비지니스의 목표와 연계되는 전략적 인사 (Wave3)를 추구하게 된다. 기업의 비지니스 목표수립 단계부터 인사부문이 주요한 파트너로 참가해 인사적 관점을 목표와 연계한다는 개념이다. 기업의 인수합병을 예를 들면, 인원의 승계, 양 기업문화의 융합가능성 등의 HR요소들을 다른 요소들과 동시에 평가하여, 가능성이 없을 경우 그 이유로 인수합병을 틀어버릴 수도 있다. 기존의 인수합병에는 이러한 HR요소들은 사후개념에 불과한 개념이었다. <NEXT HR>에서는 전략적 인사 개념을 더욱 확장하여 Outside-in HR(Wave4)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인사가 기업 내부의 전략과 연계하는 것을 넘어서 기업 외부의 환경과 고객, 투자자, 지역사회 등의 외부 이해관계자와도 전략적 연결고리를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사회의 노동인구의 구성 변화에 따른 선발관리, 고객이 참여하는 평가제도의 구축 등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인사부문이 직접적으로 기업의 핵심 비지니스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적극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역할 변화의 동인에 따라, 인사의 역할은 전략적 설정자, 신뢰받는 행동가, 역량 개발자, 변화 챔피언, HR혁신과와 통합자, 기술제안자의 6가지로 분화된다. 기존의 4가지 역할이 확장되고 재편되었는데, 인사부문과 전략의 연계, 변화관리에 있어서 인사부문의 주도적 역할은 여전히 중요해 그대로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행정적 업무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부분은 HR 혁신과 통합자란 역할로 확대 재편되었다. 다소 새로운 부분은 신뢰받는 행동가, 기술제안자의 영역이다. HR 부문이 전략적 인사와 아웃사이드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조직내의 상하, 좌우에 폭넓은 신뢰를 구축해야하고, 이 신뢰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행동을 강조한 것이 신뢰받는 행동가로서의 역할이다. 아울러, 10년간의 IT기술의 발전을 반영한 것인지, 기술영역을 별도의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ERP라던지, IT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도구 등의 도입에 HR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난 것은 소셜 네트워크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로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강조 부문이다.

 

■ 10년이 지나 울리히가 본 인사부문의 역할은 좀 더 확장되고 세분화되었으며, 기존의 스텝조직의 역할을 벗어나 라인조직의 역할에 가까울 정도로 강조되는 모습이다.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기업은 아직 Wave2~3사이에 머물러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아직 전략적인사의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는 기업이 별로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러한 단계에서 아웃사이드인 인사의 개념은 다소 낯설고 생소하다. 인사부문이 고객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여 뭘 한다는 것은 딱히 그림이 떠오르지 않는다. 울리히의 연구가 대략 7~8년 주기로 서구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설문과 인터뷰들을 데이터베이스로 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우리기업들의 인사관행은 서구의 그것들과 비해 딱 한 주기씩 늦게 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 상황은 <NEXT HR>보다는 <HR Champion>쪽이 더 시사점이 많아 보인다.     

 

■ 마지막으로, 번역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도무지 앞뒤가 잘 안맞는 번역체의 문체는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용어의 해석이다. 보통 이런 전문분야의 용어는 번역이 정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혀 고려가 되어있지 않다. 예를 들면, ERP(전사적 자원관리)는 기업자원계획이라는 요상한 용어로 해석되어있다. ERP를 번역기로 돌리면 기업자원계획(Enteprise Resource Planning)이긴 하다. BSC(Balanced Score Card/균형성과기록표)는 균형잡힌 기록표로 번역했다. 번역하신 분 경력으로 보면 인사부문에 오래 있던 분인데 이런 터무니없는 용어해석이 난무한 것을 보면 참 어이가 없다. 내내 심히 거슬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렌드 코리아 2014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4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매년 동일한 컨셉으로 발간되어 익숙한 '트렌드코리아'는 내 12월 독서리스트의 단골손님이다. 연말만 되면 쏟아져나오는 전망, 예측, 트렌드 서적 중에서 여러모로 가장 재미있고, 쓸만하고, 친숙하다. 보통의 전망서들은 주로 내년도 경기전망, 경제성장율 예측치, 주요 원자재의 가격전망 같은 큰 흐름, 즉 거시적 측면에서 내년을 바라봐 딱딱하고 우리의 일상과는 먼 느낌인데, 트렌드코리아는 주로 소비의 관점에서 전망과 트렌드, 유행을 세세하게 다루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닿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 직장인들은 트렌드와 거리가 먼 삶을 산다. 특별히 유행에 민감하거나 민감해야하는 직종에 근무하거나, 불금을 찾아 클럽을 전전하는 2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재미중의 하나는 간접적으로나마 이러한 유행과 트렌드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신조어라던지, 최신 사이트 등을 인터넷에서 확인해보면서 읽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30대 중반이상의 직장인들은 꼰대 취급 받지 않으려면 가끔씩 최신 트렌드를 따라잡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한 바. 이럴때 트렌드코리아는 큰 도움이 된다.     

 

■ 트렌드코리아의 특징 중 하나는 10개의 트렌드들을 제시하면서, 각 키워드들의 머리말을 조합하여 내년의 12간지 동물을 포함한 종합키워드를 만든다는 것이다. 내년은 갑오년 말의 해인데 그래서 조합한 내년의 키워드는 'DARK HORSES'이다.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불황과 어려움을 딛고 다크호스처럼 두각을 나타내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다. 좀 억지스러운 면이 없진 않으나 이것 또한 재미있는 요소중의 하나이다. (작년은 뱀의 해 였고 그래서 COBRA TWIST 였단다) 간단하게 이 머리말을 따라서 내년의 소비 트렌드들을 살펴보면...

Dear, got swag? (참을수 있는 스웨그의 가벼움) 쿨하면서, 반항적이며, 독창적이다 등의 다중적 의미를 지닌 힙합용어 'Swag'의 유행을 통해 문화적 트렌드의 일면을 보여준다. Swag한 문화는 가볍고 경박하지만 여유와 멋이 있고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다.

Answer is in your body. (몸이 답이다) 정신노동에 지친 현대인의 육체적 무력감에 대한 반발로 신체 활동을 통해 균형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다. 마라톤, 춤, 자전거 등의 레포츠의 대유행, 소득이 작더라도 육체노동으로 돌아가려는 직업적 추세가 이를 말해준다.

Read between the ultra-niches (틈새의 틈새를 찾아라)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불황형 소비자 속에서 기업들은 타깃시장과 소비자를 정확히 파악해 아주 미세한 시장까지 정밀하게 마케팅해야 할 상황이다.이러한 초니치시장에서는 마켓셰어 보다는 한 명의 고객에게 여러번 많이 파는 고객셰어의 개념이 중요하다.

Kiddie 40s (어른아이 40대) 과거의 중년세대가 삶의 무게에 지쳐 불소통, 워커홀릭, 근엄한 아버지등으로 대변되었다면, 새로운 40대는 X세대로 청춘을 보낸만큼 변화에 능하고, 정보통신혁명에 뒤쳐지지 않으며, 가족과 일에 대한 희생과 자아의 행복을 적절하게 조화할 줄 아는 세대다. 소득의 정점에 있고 소비성향이 강한 만큼 그들의 니즈들을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등이 강세다.

Hybrid Patchwork 하이브리드 패치워크는 크로스오버, 컨버전스, 콜라보레이션등을 포괄하는 개념의 산업간 교차협력이라고 정의된다. 이종과 동종의 제품과 서비스, 유통등의 다양한 형태의 결합으로 나타난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서 한 기업과 제품의 혁신만으로 살아남기에 어려운 만큼, 조합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Organize your platform (판을 펼쳐라) 소비자나의 참여들 통해 성장하는 비지니스 생태계가 유행한다. 기업이 판을 깔아주면 소비자들이 정보와 기호를 채워놓으며 발전해나가는 형식의 비지니스다. 예를 들면, 카카오, 쇼셜라이브마케팅, 협동조합, 왓챠등의 서비스가 그 예이다. 모바일 기술, SNS의 등장으로 가속화 되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효과가 발생한다.

Reboot everything (해석의 재해석) 급속한 발전도상에 있었던 한국의 소비자는 새로운 것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발전이 정체에 이른 대감속시대에 소비자는 오래된 것을 가치있게 여기는 사고가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기술에 옛 디자인을 반영한 레트로 제품, 맨오브스틸 등의 리부트 영화나 응답하라 1994의 대유행이 이를 말해준다. 

Surprise me, guys! (예정된 우연) 소비자들은 일상의 반속 속에서 작은 우연, 행운, 예기치 못한 기쁨을 추구한다. 지속적인 불황속에서 가격에 의존한 마케팅보다는 이러한 감정을 건드리는 마케팅이 유행이다. 게릴라마케팅이나 럭키백 열풍이 대표적 사례이다.

Eyes on you, Eyes on me (관음의 시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일인미디어 플랫폼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타인의 삶을 찍고, 퍼트릴 수 있다. 아울러, 자신을 보여줌으로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결합되어 보고, 보여주는 관음증의 시대가 도래했다. 보안업체의 급속한 성장, 라인등의 폐쇠형 SNS의 유행, 일반인이 등장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 등이 이를 말해준다.

Say it straight (돌직구로 말해요) 직설화법이 문화적 코드로 자리잡은 현상을 말한다. 이는 복잡함을 기피하려는 현상, 갑질로 대표되는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소수의 집단화, 수직소통에서 수평소통으로 나아가려는 사회현상의 일환이다.

 

■ 내년의 트렌드 10개가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지점은 '전환'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고성장에서 지속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바뀌는 전환기적 현상과 불황이 교차하면서 기업의 불확실성의 증대, 개인의 소득감소와 스트레스, 양극화, 가치의 혼란, 개인의 소외 등이 발생하며 이는 트렌드의 한면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정신적으로 지친 개인들이 몸으로 돌아가고, 복고의 향수에 빠지며, 복잡한 것을 거부하고, 관음의 유혹에 빠지고, 기업들은 불황으로 인한 저소비 국면에서 측면에서 초니치시장을 개척하고,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펼치며, 패치워크를 추진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는 것은 SNS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기술,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의 기술의 발전이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트렌드의 전환이 너무 빠른듯 하다. 다이나믹하다는 우리의 국민성의 영향도 있겠지만, 주요한 이유는 앞서 얘기한 전환기가 우리에게 너무 급격하게 다가와서 그런 것 아닐까? 유럽같은 선진국의 상황을 보면 이런 경제, 사회, 문화적 트렌드가 우리처럼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는 느낌이다. 오히려 유행에 뒤쳐진듯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구가 공존하면서 안정적으로 변해가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 물론 그들은 오랜기간에 걸쳐 부침을 경험하며 길게 전환기를 가져온 정상적인 근대화의 역사가 있었기 떄문이 가능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우리도 전환기적 혼란을 극복하고, 이제 향후 일상이 될 저성장, 고실업의 경제현상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차분히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전환기적 혼란과 불안을 이끌어 나갈 사회적, 정치적 지도층이 전무하다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회계약론
장 자크 루소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사슬에 얽매여 있다. 자기가 다른 사람들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사람들 이상으로 노예인 것이다 " - 사회계약론 1편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기초가 된 근대 정치철학의 고전중의 고전 루소의 '사회계약론'이다. 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 시대에는 국가와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바람직한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정치철학에 대한 논의가 꽃피웠던 시절이었나 보다. 이러한 권력의 형성을 '사회계약'에서 찾는 사상도 루소 고유의 것은 아니었다. 사회계약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로크, 루소, 홉스의 3인방인데, (로크의 사회계약론은 읽어보지 못하였기에 제외하고...) 루소나 홉스나 모두 자연법 사상에 근거한 사회계약론을 주장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의 사회계약과 비교하면 바람직하게 보는 정체는 완전 딴판이다. 인간이 자연상태에서 사회상태로 부득이하게 이전해나가며 생존을 위해 자발적인 '사회계약'을 이루게 된다는 것은 동일하나 결론적으로 보면 루소는 공동체의 '일반의지'에 주권을 부여하는 민주적인 형태의 정부를 주장했고, 홉스는 계약의 이행을 위해 강력한 힘을 가진 전제정부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게 된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읽으며 이 둘의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아주 거칠게 요약해 보면 이렇다. 자연상태에서 무제한의 자유를 가지고 있던 인간이 수가 늘어감에 따라 이러한 무제한의 자유가 서로의 자유를 침범하게 되는 시점이 오게된다. 생존을 위해서 '각 구성원의 몸과 재산을 공동의 힘으로 지키고 보호하는 방식을 찾기'에 이르렀는데, 이것이 일종의 사회적인 '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계약을 통해 자연법상의 권리를 공동체에게 양도하게 되고 공공의 권력이 생겨났으며, 인간은 자연상태에서 사회상태로 진화하게 된다. 인간 공동체의 계약으로 모여진 의지는 이른바 '일반의지'로 불리이게 되며 이러한 일반의지가 국가 주권의 근본이며 향후 전개될 바람직한 정치제도, 정부 등의 구조의 바탕이 된다. 루소의 사회계약 역시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자연상태의 자유를 제한하는 공권력을 형성하나 이는 일반의지에 따른다는 점에서 철저한 인민주권론을 이룬다. 아울러 바람직한 정체를 투표에 기반한 귀족정이라고 보았는데, 이름은 귀족정이나 그 내용은 사실 현재의 선거에 의한 대의민주주의제도와 유사하다. (그는 민주정은 구성원 전원참석에 의한 것으로 규정함으로서 소규모 국가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현재의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개념들이 등장하는데 삼권분리의 기초가 되는 입법과 집행(행정)의 분리라던지, 집회와 결사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등의 초기개념들이 등장한다. 그는 철저히 인민주권론을 바탕에 깔고, 일반의지를 대신해 권력을 가진 자(집단)의 특수의지(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려는 의지)를 견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홉스와 동일한 사회계약에서 출발하였으나 홉스가 '일반의지'의 존재를 부정하고 오직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권력을 전제정부에게 부여한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 고전, 그 중에서도 특히 정치나 사회관련 고전들은 참 어렵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나를 애먹이는 사람 중 하나가 루소다. 이놈의 사회계약론은 몇번씩 읽다가, 졸다가, 포기하다가,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다. 루소의 문장들은 쉬운 듯 하면서도, 직관적으로 머리에 잘 안들어온다. 자꾸 문장들을 뒤로 돌아가 다시 읽어보고 헤아려봐야 의미를 알수가 있었다. 처음엔 번역 탓도 해봤지만, 인간불평등기원론을 읽고 똑같은 현상을, 에밀을 읽다가 중도 포기한 이후에는 루소와 나는 뭔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소의 저작은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 여러 책들, 특히 서양 역사, 철학, 정치학 서적을 읽다보면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반드시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루소-홉스-로크의 사회계약론 삼인방이 근대이후 정치철학에 준 영향은 실로 막대하여 나의 미싱링크로 남겨두기엔 그 공백이 너무 크다고나 할까. 이런 와중에 문예출판사에서 새로 번역된 '사회계약론'이 나왔다. 이런 잘 알려진 고전이 다시 번역되어 출간되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고, 특히 기존 흥신문화사판의 번역에 불만이 많았던터라 다시 한번 읽기에 나섰다. 결론은 문예출판사판의 번역이 휠씬 훌륭하다. 역시 쉽진 않았지만, 애매한 번역 때문에 골치 아픈 경우는 만나지 못했다. 더군다나, 부록으로 요약정리+해설이 포함되어 있는데 내용을 정리하기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몇번 읽고난 후에 또 읽는 것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번역의 질은 휠씬 좋았다.) 사회계약론은 이 번역본으로 보는 것이 제일 나을 듯 하다. 그러나...역시 어렵다. 앞으로 6개월내에 한 5번만 더 보면 확실히 머리에 들어오겠지? 분량이 적은게 천만 다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