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침체의 교훈 - 재정 정책 VS 금융 정책
리처드 C. 쿠 지음, 김석중 옮김 / 더난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Japan bashing, Japan nothing, Japan passing. 지난 한세대 동안의 미국 일본학을 요약한 말이다. 일본이 세계를 지배할 것처럼 보였던 80년대는 ‘Japan as No.1’과 함께 시작되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미국은 헤게모니의 침식을 경험하고 있었고 지금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를 하는 것처럼 일본을 찬양하는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 당시 분위기였다.

그러나 90년대 헤이세이 불황과 함께 잃어버린 10년은 분위기를 바꿔버린다. 그렇게 잘나가던 일본이 어이없게 무력한 모습을 보였고 그것도 너무도 오랫동안 비틀거렸다. 미국의 분위기는 일본은 아무것도 아냐(Japan nothing)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런 관심마저 시들었을 때 일본에 대해선 무관심 밖에 남은 것이 없었다(Japan passing).

일본에 대한 무관심으로 분위기가 바뀌기 전 그렇게 잘 나가던 나라가 왜 이렇게 무기력하냐 그 이유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잇었다. 물론 일본이 무기력한 직접적인 이유는 거품 붕괴 이후 헤이세이 불황이었다. 문제는 그 불황이 왜 이다지도 오래 가냐였다.

설명은 많앗다. 정관재계의 Iron triangle로 대변되는 일본 정치경제의 폐쇄성이 문제라는 논의부터 규제를 남발하는 국가개입이 말썽이라는 논의 일본 성장모델이 시대에 적응을 못했다는 논의 등 수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말이 많으면 말의 질도 올라가기 마련이라 그러한 논의의 정점을 장식한 것이 Two Japan 이론이다.

헤이세이 불황은 분명 거시경제의 문제이다. 그러나 그 불황이 이다지도 오래가는 이유는 거시적인 문제로 돌리기엔 석연치가 않았고 일본경제의 미시적 기초가 잘못되었다는 논의로 이어진다.

Two Japan 이론은 일본경제가 겉보기보다 취약하다는 논의로 시작한다. 건강한 경제라면, 경쟁력있는 경제라면 생산성이 높고 생산성이 높으면 이윤율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 독일과 비교했을 때 일본의 특징은 저생산성과 저이윤율이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은 아시아 금융위기 직전에 아시아의 기적은 생산성 증가가 아니라 노동과 자본의 투입을 늘리는 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말한 적이 있다.

Two Japan 이론은 크루그먼과는 다른 설명을 한다. 일본경제의 저생산성과 저이윤율은 평균의 문제라는 것이다. 고도의 경쟁력을 갖춘 수출부문과 평균을 갉아먹는 비참하게 경쟁력 없는 내수부문의 두개의 일본이 있다는 말이다. 일본의 높은 물가는 생산성이 낮은 내수부문 때문이다. 당연히 이것은 수출부문의 경쟁력을 갉아먹으며 수출부문이 벌어들이는 이윤을 내수부문으로 이전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이상 이런 시스템으론 버틸 수 없게되었다는 것이 Two Japan 이론의 요지이다 (이 이론의 대표적인 저술로는 Richard Katz의 ‘Japan the System that Soured’와 마이클 포터의 ‘Can Japan Compete?’를 보라)

저자는 Two Japan 이론에 동의한다. “오늘날 일본은 대기업, 특히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의 경우 선전하고 있는 반면에 소규모 사업체나 가계는 겨우 생존하는데 그치는 상황이다. 지역에 따른 불균형도 발생햇다. 대기업이 집중되어 잇는 도쿄나 나고야 같은 도시 지역은 부의 전성기를 누리고 잇는 반면, 소규모 사업체가 대세를 이루는 지역경제는 무릎을 꿇기 직전이다. 이런 불균형의 뿌리에는 세계화,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인도의 부상이 자리잡고 있다. 이론적으로 중국과 인도의 부상이 모든 선진 경제에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야 하지만 일본이 특히 큰 타격을 입은 것같다. 그 이유는 일본은 이번이 추격을 당한 첫번째 경험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시스템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할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잇지 않은 상태엿다.”

그에 비해 다른 선진경제는 이미 60년대 중반부터 그런 충격을 겪어보았다. 바로 일본의 부상이 던진 충격이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현재 1970년대 미국과 동일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다수의 제조업 관련 일자리는 이미 중국으로 이전됐고 일본은 1994년 이해 지속적으로 중국에 대해 무역적자 상태를 겪고 있다. 일본은 국제적으로 활약하고 잇는 대기업과 이러한 기업들이 기반을 둔 도시지역은 지속적으로 유리한 경제적 조건을 갖고 잇지만 이들의 성공이 더 이상 지방에 위치한 소규모 사업체들에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다. 대신 이윤이 중국과 다른 해외생산기지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세계화의 충격은 헤이세이 불황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일본이 세계화의 충격을 이겨낼 수 잇는가는 심각한 도전이지만 헤이세이 불황은 두개의 일본 모두에게 무차별한 충격을 주었고 그 불황의 이유 역시 세계화의 충격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저자는 본다.

저자는 헤이세이 불황이 장기화된 이유는 아주 간단한 숫자게임 때문이었다. 말한다. 장부상의 숫자말이다.

“기업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면 기술적으로는 파산한다. 그러나 일본에서 진행된 것은 보통 의미의 파산이 아니었다. 일본기업들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 그리고 기술이라는 핵심 역량은 양호했고 기업들은 매해 이익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거품이 터지면서 자산가격이 폭락햇고 결과적으로 장부상의 자산도 폭락했다는 것이다. “대차대조표의 거대한 구멍 탓에 이들 기업은 대부분 순자산이 마이너스 상태엿다.” 분명 돈을 벌고 잇는데도 장부상으로는 갑자기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진 파산 상태가 된 것이다.

이럴 때 기업들은 장부상의 숫자를 맞추어 기술적 파산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회사 회부 사람들이 대차대조표상의 문제를 발견하면 그들의 신용등급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므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언론매체에서 그 회사가 엄밀히 말해 지급불능 상태에 있다는 보도가 나가면 문제의 기업은 다음 날 당장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은행은 여신의 물꼬를 막을 테고 공급업체들은 어음이나 외상 구매를 거절하고 현금결제를 요구할 것이다. 이로써 기업의 생존은 위험에 빠진다. 그러므로 기업에게는 채무를 조용히 갚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이때부터 기업은 경제학 교과서가 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종이 되어 버린다. 교과서는 기업의 행위는 이윤극대화를 대전제로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술적 파산 상태에 몰린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이윤이 아니라 부채를 갚는 것이 된다.

일본기업들은 건강한 현금흐름을 이용해 부채를 갚아나갔다. 개별 기업으로는 합리적이고 당연한 행동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그렇게 행동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헤이세이 거품이 터졌을 때 주식과 부동산, “두 부류의 자산에서 발생한 국부 손실만 1500조 엔으로 전례가 없을 정도다. 이것은 일본의 개인 금융 자산 전체와 동일한 액수다. 이 수치는 3년간의 일본 국내총생산에 상당하는 액수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하락한 자산 가격이 3년간의 GDP를 소멸시켜버린 것이다. 이것은 경제 전체에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발휘햇다.”

자산은 사라지고 빚만 남은 “민간 부분은 모두 채무를 상환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경제 전반이 구성의 오류를 경험하게 된다. 구성의 오류란 어떤 사람(기업)에게는 적절한 행동이 모든 사람(기업)에게 적용될 때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야기한다는 의ㅁ다. 일본경제는 지난 15년 동안 이러한 오류로 고통을 겪었다.”

구성의 오류는 역승수효과를 통해 작동한다. 1000엔을 번 가계가 900엔을 소비하고 100엔을 저축한다고 하자. 900엔은 누군가의 소득이 되어 경제의 수요가 된다. 저축된 100엔은 대출되어 역시 수요가 된다. 그러나 100엔을 대출할 누군가가 없을 때가 문제다. 기업들은 장부상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더 이상 부채를 늘리는데는 관심이 없다. 대출수요가 사라진 것이다. 대출수요가 없는 상태에선 아무리 금리를 낮춰도 수요는 살아나지 않는다. 제로금리에서도 수요는 살아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100엔은 그냥 은행에 남아 놀게 되고 총수요는 그 100엔만큼 줄어든다. 그렇다면 1000엔에서 900엔만 유효수요가 되고 경제는 수축해 소득은 900엔으로 줄어든다. 여기서 10%를 저축한다면 또 과정은 반복되어 총수요는 801엔, 729엔으로 감소한다.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이 상태로 놓아두면 이러한 경제수축과정은 민간부문이 더 이상 돈을 저축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된다.”

디플레이션은 안 그래도 낮아진 자산가격을 또 낮추어 기업의 장부에 난 구멍이 더 커진다. 기업이 갚아야 할 자산과 부채의 차이는 더 벌어져 기업의 채무상환압력은 더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경제는 매년 가계의 저축과 기업의 순부채상환액의 합계에 상당하는 수요을 잃게 된다. 계속되는 총수요의 하락세는 경제를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으로 밀어넣는다.”

헤이세이 불황의 메커니즘은 이런 디플레이션이엇으며 1929년 미국의 대공황도 마찬가지였다고 즉 두 불황 모두 대차대조표 침체(balance sheet recession)엿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공황과 헤이세이 불황이 같은 종류의 침체엿다고 생각하지 못햇다. 왜 그랫을까? 일본의 침체가 덜 심각햇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침체와 미국의 대공황의 차이는 GDP의 20%에 이르는 기업 수요의 감소와 1500조엔의 국부손실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GDP(명목, 실질 모두)가 거품이 최고조일 때의 수준을 유지했다는 데 잇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이 대공황 때 경험한 것과 같은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으로 경제를 몰아넣어야 마땅한데도 일본의 GDP는 최고점에 남아잇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답은 정부의 차입이엇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업이 빌려가지 않는 저축을 정부가 적자재정으로 흡수해 총수요를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유형의 경기 부양책으로 대응하지 않았더라면 GDP는 고점 대비 1/2이나 1/3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것도 낙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말이다. 미국의 경우 대공황 기간 자산가격 하락으로 자산가치가 1929년 한해의 GNP만큼 추락해 GNP가 46%나 줄어들었다. 그리고 일본은 그보다 더 심각해지기 쉬운 상황이엇다.정부의 조치가 대참사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것을 막았다. 1500조엔의 국부손실과 GDP의 20%에 상당하는 기업수요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거품경제 정점 이상의 수준으로 GDP가 유지된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재정부약책을 시행함으로써 정부는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활수준이 심각하게 하락하는 것을 막는데 성공햇다. 이러한 의미에서 일본의 재정부양책은 인류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경제정책 중 하나라고 주장할만하다.”

대출수요가 사라진 대차대조표 침체에선 통화정책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직 재정정책만이 유효하다. 실제로 일본은 헤이세이 불황 내내 제로금리엿지만 자금수요는 없었다.

유동성 함정의 실제는 대출수요의 소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금 공급자가 채권보다 현금을 선호해서 유동성 함정이 일어나는게 아니란 말이다.

통화정책은 무용지물이고 재정정책만 유효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이 같은 침체기에 시기상조의 재정건전화만큼 위험한 조치는 없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1937년 미국, 1997년 일본에서 일어난 회복세의 역전은 모두 때이른 재정건전화 때문이엇고 결국 경제를 붕괴시킴으로써 세입을 무너트려 오히려 적자를 더 키웠을 뿐이며 불황의 기간을 배가시켰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수는 늘어나는 대신 감소햇고 재정적자는 급격하게 증가햇다. 이 조치들은 1999회계연도에 적자를 15조엔 줄이기는커녕 38조엔으로 늘렸다. 이것은 대차대조표 침체 기간에 정부가 재정건전화를 추구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아주 좋은, 그러나 대단히 서글픈 사례다. 이로 인해 일본경제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같은 소규모로 2001년 고이즈미 내각에서 반복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차대조표 침체는 일본이나 대공황기 미국에서만 찾을 수 잇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닷컴버블이 터졌을 때 미국과 독일에서도 대차대조표 침체가 일어났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더 최근의 예가 주택거품이 터진 미국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차대조표 침체는 기업들의 채무상환이 끝나야만 끝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21세기 들어 일본의 경기가 살아난 것은 “기업들이 마침내 채무를 상환하는 움직임을 중지하고 10여년만에 다시 돈을 빌기기 시작햇기 때문이다. 기업의 순부채 상환액은 2004년 줄어들기 시작했고 2005년 말에는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이 마침내 그들의 대차대조표에서 거품의 잔해를 모두 걷어낸 것이다. 기업들은 다시 자금을 차입하기 시작햇는데 이는 15년간의 침체기 이후 역사적인 전환점이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부채 때문에 혼줄이 난 사람들은 부채에 대한 반감, ‘부채거부 신드롬’을 갖는게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반감 때문에 닷컴버블 이후 미국의 금리가 낮을 수 밖에 없엇다고 저자는 말한다. “2000년 IT 거품이 붕괴된 후 미국기업들은 대차대조표를 깨끗하게 정리한 후에도 차입을 거부햇다. 2004년 그린스펀은 기업이 경기순환 사이클상 마땅히 예상되는 것만큼 대출을 받지 않는 이윻에 대한 궁금증을 공공연히 드러냇다. 기업의 차입기피는 장기금리를 낮은 수준에 머무르게 했고 2003년부터는 종종 명목경제성장률보다 낮게 유지시켰다. 이러한 낮은 장기금리는 미국의 주택거품을 2년 더 연장시켰고 지금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잇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씨앗을 뿌렸다.”

대차대조표 침체를 겪은 후 금리가 다시 오르는데는 부채를 갚느라 고생한 사람들이 퇴직하거나 죽을 때까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장단기 금리가 거품 이전의 1920년대 수준인 평균 4.1%를 회복하는데 1959년까지 30년이 걸렷다.” 낮은 금리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서 나타난 세수와 가계저축 회복이 민간부문의 대출수요증가를 초과해 경제에 브레이크로 작동하지 않을지 우려해야 한다. 최근의 낮은 장기금리와 약한 국내수요는 이러한 상황이 이미 전개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저자는 거품의 전과 후로 나누어보면 하나의 사이클을 읽을 수 잇다고 본다. 거품붕괴후 빚의 무서움을 경험한 사람들은 부채거부 신드롬에 헤어나지 못한다. 한세대 정도 후 그 사람들이 퇴장하고 신드롬이 사라지면 다시 차입에 적극적이 되고 자금수요가 살아난다. 이때부터 통화정책이 효과가 있게 되고 정부의 자금수요는 자금수요가 없었던 거품 이후와 달리 민간부문의 차입과 경쟁을 하게 되면서 민간의 투자를 밀어내는 구축효과가 나타난다. 다시 작은 정부가 유행하고 통화정책이 재정정책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민간부문의 활기와 자신감은 지나쳐 거품이 만들어진다. 이런 사이클이 한바퀴를 도는데 60년이 걸린다고 저자는 보고 두 국면으로 나눠 음양 사이클이라 부른다.

“양국면에서는 민간부문의 대차대조표가 튼튼하고 기업들은 이윤극대롸흘 목표로 한다. 이러한 경제상황에서는 정부가 작고 개입을 적게 할수록 경제에 좋다. 또한 기업들이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가져 자금에 대한 강한 욕구를 보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고도의 효력을 발휘한다. 반면 재정정책의 경우 민간투자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기업의 이윤극대화에 근거를 둔 문헌상의 모든 경제이론은 암묵적으로 경제가 양 국면에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음 국면에서는 이런 상황이 역전된다. 이 국면에서는 자산가격이 하락해 대차대조표에 손상을 입게되고 따라서 부채를 최소화하여 재정적 건강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동시에 부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므로 구성의 오류가 발생하고 경제는 불황이라고 부르는 수축균형상태로 향한다.

이 국면에서는 재정정책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이국면에서는 민간부문이 투자할 돈을 빌리는 대신 부채를 갚기 때문에 구축현상이 발생할 위험이 없다.”

저자는 서브프라임 사태는 음국면에서 자금수요가 없기 때문에 일어난 소규모 거품이엇다고 말한다. “자금을 전통적인 기업 차입자에게 맡길 수 없는 자금 관리자들이 다른 곳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투자 기회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2004년에서 2006년에 걸쳐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차입자들에게 자금이 막대하게 흘러들어가고 현재까지도 석유 같은 원자재에 자금이 유입되고 잇는 것이 바로 이런 현상의 d이다. 소규모 거품으로 인한 문제는 기업 차입자들이 자금조달 활동을 재개할 때까지는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지금이 사이클에서 음인지 양인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재앙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지금은 음국면에 들어섰는데 통화주의와 같은 양국면 정책을 밀어붙이면 대공황 초기와 같은 재앙이 일어난다. 일본의 장기침체가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 것도 그런 혼선때문이엇다고 저자는 본다. 그리고 50-60년대 케인즈주의자들이 저지른 실수는 양국면에 음의 정책을 썼기 때문이라 말한다. “초래된 결과는 참담했다. 자원배분은 왜곡됐고 인플레이션은 가속화됐으며 금리는 상승했고 성장은 정체를 겪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샤넬 전략 - 루이비통도 벤치마킹하는 럭셔리 브랜드 No.1 샤넬의 마케팅 비법
스기모토 가나 지음, 나가사와 신야 엮음, 이수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업종의 본질이란 이건희 전회장이 좋아하던 말이다. 백화점의 본질은 무엇인가? 부동산업이다. 목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세를 놓는 것이 백화점업의 본질이다. 생명보험의 본질은 무엇인가? 아줌마 장사다. 보험 아줌마를 다루는 것이 이 업종의 본질이란 말이다.

원래 업종의 본질이란 말은 피터 드러커의 질문에서 나왔다. 컨설턴트로서 드러커는 이렇게 질문하길 좋아했다.

“1. 당신의 고객은 누구인가?
2. 고객은 무엇을 가치있는 것으로 생각하는가?
이 두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오랜 토론을 한 후 드러커는 이렇게 질문한다.
3. 고객과의 관계에서 당신이 얻은 결과는 무엇인가?
4. 당신의 대 고객전략은 당신의 기업전략과 잘 부합하는가?” (엘리자베스 하스 에더샤임)

어떤 업종이든 어떤 사업이든 그 전략은 네가지 질문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 네가지 질문의 본질은 “당신의 고객은 누구인가?”란 질문이다. 나머지는 그 질문에서 파생된 것에 불과하다. 업종의 본질은 고객이 누구인가에서 정의된다. 그러면 럭셔리 또는 명품 업종의 본질은 무엇인가?

여성용 명품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그래프로 그려보자. Y축이 고객의 연령, X축이 여성화의 정도라면 가장 왼쪽의 꼭지점에 프라다가 자리잡고 중간에 루이비통, 구찌가 놓이고 우상단부터 샤넬, 디올, 이브생로랑이 자리잡는 삼각형이 그려진다.

프라다 역시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여성화 정도가 가장 낮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면 프라다의 업종의 본질이 확연히 드러난다. 편집장 미란다는 늘 박수갈채와 유명세를 몰고 다니는 매력적인 중년 여성으로 남성들 위에 군림하는 악마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그녀의 차갑고 도도한 모습에 남성들은 감히 접근할 엄두를 못낸다.” (량셴핑)

프라다의 포지셔닝은 LG와 손잡고 만든 프라다 핸드폰에도 나타난다. “심플한 디자인과 블랙의 색상으로 남성적인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이 핸드폰은 마치 업무용 컴퓨터 같은 단단한 모습을 하고 잇다. 영화의 미란다도 검은색 옷을 입고 프라다 핸드폰을 사용한다.

미란다를 닮아가는 자신을 견디기 힘들었던 안드레이는 좀처럼 손에서 놓지 않았던 프라다 핸드폰을 분수대에 버리고 그 자리를 떠난다. 이를 지켜보던 미란다는 안드레아에게 ‘받아들일 수 없다면 영원히 떠나라’고 말한다. 이 한마디가 바로 프라다 브랜드의 핵심이다. ‘좋으면 받아들이고 싫으면 말아라!’ 이것이 프라다가 100년이 넘도록 키워온 업종의 본질이자 브랜드의 정신이다.” (량셴핑)

삼각형의 전부를 차지할 수는 없다. 그 삼각형의 어딘가에 자리를 잡는(포지셔닝) 이상은 비현실적이다. 브랜드 구축이란 그 포지셔닝을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업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시장의 정점에서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기업이 될 수 없다.

그러면 샤넬의 고객은 누구인가? 럭셔리 마켓의 삼각형에서 샤넬은 프라다와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삼각형에서 프라다는 좌상단에 놓이는 반면 샤넬은 우상단을 차지한다. “샤넬의 경우 비교적 높은 연령과 여성화의 정도를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포지셔닝되어 잇다. 그래서 샤넬의 광고 모델은 우아하고 고귀한 이미지를 가진 원숙미가 넘치는 여성이다.” (량셴핑)

미란다가 프라다의 이미지를 체현한다면 샤넬의 이미지는 안나 카레리나이다.

"키티는 새빨개진 얼굴로 크라빈의 무릎에서 치맛자락을 잡아당기고는 약간 현기증을 느끼며 안나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안나는 여러 부인과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엇다. 안나는 키티가 간절히 바라던 라일락 색 옷이 아닌 깊게 파인 검은 벨벳 드레스를 입었다. 그 드레스는 오래된 상아로 조각한 듯한 그녀의 풍만한 어깨와 가슴, 둥그스름한 팔, 작고 가느다란 손을 훤히 드러냈다. 그리고 드레스의 가장 자리에는 베네치아산 레이스가 박음질되어있었다. 장식 가발이 섞이지 않은 그녀의 검은 머리에는 삼색 팬지꽃을 엮은 작은 화환이 있었고 허리에 감은 검은 리본에도 하얀 레이스 사이에 똑같은 꽃으로 엮은 띠가 달려있었다. 그녀의 머리모양은 그다지 시선을 끌지않았다. 눈에 띄는 것이라고는 늘 그녀의 목덜미와 관자놀이에서 제멋대로 흘러내리는 곱슬머리의 작은 고리들뿐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했다. 칼로 조각한 듯한 단단한 목에는 진주목걸이가 걸려있었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에는 무도회 장면이 나온다. 이 무도회에서 여주인공 안나가 입은 드레스와 연적인 키티가 입은 드레스의 대비는 그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머리에 강력한 이미지로 남는다.
키티는 ‘비상한 노력과 정성’ 을 들여 메이크업에서부터 헤어스타일까지 완벽하게 준비한다. 여러 가지 레이스와 장미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장밋빛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산더미처럼 높은 금빛 가발을 올리고 이파리가 두 장 붙어 있는 장미꽃을 꽂았다. 구두까지 장밋빛이어서 그녀는 온통 장밋빛이다.
안나는 장식이 고도로 절제된 단순한 디자인의 검은 드레스를 입는다. 머리는 가발 없이 뒤로 단출하게 묶고 목에는 진주 목걸이 하나만 걸었다. 톨스토이는 여주인공의 매력이 극대화되어야 하는 대목에서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검정 드레스를 입힘으로써 단순함의 위력을 과시한다. ‘안나의 매력의 진수는 그녀가 항상 화장이나 옷치장을 초월하고 있다는 점,그리고 화장이나 옷치장이 절대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이라는 것이다.
덕지덕지 장식을 단 키티와 심플한 블랙 드레스의 안나. 두 사람의 대비는 숨 막히게 강렬하다. 단순하고 소박한 드레스는 여주인공의 생생한 아름다움과 자연스럽게 결합하여 주위를 압도한다. (이상 박홍규의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에서 해당 부분의 요약)

톨스토이의 안나는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코코 샤넬이 탄생시킨 패션은 ‘남성에게 지배당하던 여성의 몸과 마음을 해방시켯다’라거나 ‘여성에게 옷을 통해 새로운 삶과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했다.’”는 평가는 파멸해 가기 전의 안나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샤넬 자신도 그런 여성이었다. ‘자립한 여성’ 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이라 평해지는 그녀 자신이 샤넬이란 브랜드가 대표하는 여성상을 현실로 구현했다.

강인한 여성이 되고 싶다면 루이비통이나 프라다를 찾고 남자의 사랑스런 그녀가 되고 싶다면 안나수이와 함께 하고 우아한 원숙미를 풍기는 여성이 되고 싶다면 샤넬을 찾으면 된다. 샤넬의 본질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책은 그런 샤넬 브랜드의 포지셔닝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책은 명품 브랜드로서 샤넬의 본질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저자가 이책에서 다루려는 것은 코코 샤넬과 그녀의 살아있는 화신이랄 수 있는 칼 라거펠트의 철학이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고 유통될 수 있는가, 즉 브랜드가 아닌 기업으로서 샤넬의 시스템이다. 저자는 샤넬의 강점을 샤넬의 철학이 변치 않고 살아있다는 점, 그리고 그 철학을 현실화하는 시스템에서 찾는다.

100년이 가까운 기업이 창업자의 철학을 그대로 지키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다. 그 이유 중 하나를 저자는 샤넬의 특이한 지배구조에서 찾는다.

기업으로서, 럭셔리 비즈니스의 기업으로서 샤넬은 특이하다.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의 명품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자본력을 배경으로 하는 대형 그룹이 패권을 둘러싼 일류 브랜드 매수 접전을 펼치며 거대한 브랜드 복합기업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복합기업이란 자사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전혀 다른 업태의 기업을 반복적으로 매수, 합병하고 다각화해 만들어진 대형 그룹을 말한다. 보통 경영 통합이 같은 업태끼리 서로 사업내용을 보완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복합기업은 여러 사업 부문에 재원을 분산하여 리스크 또한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브랜드력의 활용이나 판매 경로의 공유 등 다른 업종 간의 시너지로 그룹 전체를 활성화하는 이점도 있다. 특히 오트 쿠튀르 사업을 보유한 명품 브랜드의 육성과 운영에는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므로” 이런 복합기업의 산하에 들어갈 때 상당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이런 복합기업의 제국건설에는 막대한 자금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런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선 당연히 주식공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주식공개는 명품 브랜드에 치명적일 수 있다.

“복수의 주주가 있으면 실패하든 성공하든 다양한 시도에 대한 간섭을 피해갈 수 없으니 장기적인 관점으로 사업을 육성하기 어렵다. 그래서 단기적인 이익을 쫓다 독자성을 잃고 추락한 예도 많은데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대중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보급판이나 라이선스 비즈니스도 난무하게 되어 브랜드 가치를 잃기 십상이다.”

그러나 샤넬은 창업 이래 기업공개를 한 일이 없다. 오너 가족의 자금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샤넬이란 브랜드의 강점을 이야기할 때 창업자 코코 샤넬의 선진성이나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의 재능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기업의 독립 비상장 체제를 샤넬의 강점 중 하나로 꼽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잇기 때문이며 그런 장기적인 시야에서 일관된 철학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명품 시장에 복합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독립계 기업이 있다. 샤넬도 그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독립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09년 5월 말, 프랑스의 오트 쿠튀르 기업인 크리스찬 라크롸가 파산했다.” 1987년 LVMH의 후원을 받아 설립된 크리스찬 라크롸는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었다. 에어 프랑스의 승무원 제복이나 TGV의 내장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크리스찬 라크롸의 시련은 비록 프랑스를 대표하는 기업이라도 대형 그룹을 떠나 단독으로 경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독립의 문제는 자원의 문제이다. 자금력이란 문제만이 아니라 복합기업에 속할 경우 자동으로 해결되는 경영자원이라든가 마케팅채널, 유통채널 등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시스템의 문제가 더 크다 할 수 있다.

“개인이 경영하는 공방이 기술자나 설비 외에 현대 경영환경에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생존하려면 이러한 요소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큰 기업에 매수되든지 아니면 어떻게든 자력으로 헤쳐나가든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다.”

저자는 오너 일가의 막강한 자금력만이 샤넬이 강한 이유는 아니며 샤넬의 진정한 강점은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올린 시스템이라 말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모리 하나에가 은퇴를 결심하고 파리로 떠나 샤넬에서 슈트를 만즌 적이 잇다. 그녀는 샤넬이 지닌 노하우를 다음과 같이 평가햇다. ‘샤넬에서 옷을 만들어보고 분업의 유용성에 깊이 탄복했다. 샤넬은 전통적으로 잘 정리돼 있었다. (내게는) 역사가 없기 때문에 노하우도 없다. 뭐든지 혼자 생각하고 시도해야 한다. 그래서 이토록 지치고 힘들었던 것디다. ‘ “

물론 파리는 명품 브랜드의 중심지이다. 명품 산업의 주변부인 일본에서 왔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핵심의 핵심에서 일하는 라거펠트도 예외가 아니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샤넬 외에도 펜디나 자기 브랜드인 ‘칼 라거필트’도 디자인하지만 오히려 가지 브랜드나 샤넬에 더 중점을 둔다. 루이비통의 마크 제이콥스, 디올의 갈리아노도 자기 브랜드를 가지고 잇지만 역시 그러하다.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는 자기 브랜드를 일시 중지하기도 햇다.

전통있는 기업은 부문별 인재의 기술력, 즉 하부구조 집합체를 보유하고 잇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하부구조가 봉제 단계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개인 브랜드에는 재봉사 등의 하부구조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대형 기업의 하부구조에 의지하고 싶을 때가 잇다. 이와 반대로 충분한 하부구조를 믿고 자유롭게 디자인하기도 한다. 샤넬에는 각각의 전문직에 최적화된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내분뿐 아니라 외부에도 지원해줄 집단을 보유하고 잇다. 이처럼 안팎으로 자사의 핵심 역량을 강화해줄 인재와 조직을 보유하고 잇다는 것이 샤넬의 능력이자 강점이다. 이처럼 메우기 어려운 하부구조의 격차를 디자이너 스스로 느낀다. 또한 이점이 오랜 역사를 지닌 노토 브랜드의 강점이다.”

오랜 역사는 자산이다. 그리고 오랜 역사가 주는 이점은 시스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 자체가 강점이 된다. “’이것을 보면 어떤 브랜드인지 한눈에 알 수 잇다’고 여겨지는 것이 바로 그 브랜드의 아이콘이다. 인지도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기업이나 브랜드의 처지에서는 아이콘이 많으면 많을수록 판매나 마케팅에서 유리한 자리를 확보할 수잇다. 특히 상품 그 자체의 기능이나 품질 외에도 브랜드 이미지가 구입 의사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는 명품 브랜드 산업이라면 아이콘 창출 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샤넬은 수많은 아이콘을 창출해 비즈니스로 연결하는데 성공햇다. 브랜드 비즈니스라는 관점에서 샤넬의 공적은 샤넬 슈트의 디자인, 카멜리아, 이미테이션 진주, 퀼팅, 바이컬러 슈즈, CC 마크,. 체인벨트, 향수에 붙은 5란 숫자, 사자자리를 상징하는 라이언 모티프 등 수많은 디자인 아이콘을 남긴 점을 들 수 잇다. 이만한 브랜드는 별로 없다.”

그런 아이콘들은 역사의 유산인 동시에 샤넬이란 브랜드가 성장해간 역사 자체이기도 하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사장은 브랜드를 성공시키는데 필요한 특성으로 Timeless, Modern, 급성장, 고수익의 네가지 키워들르 꼽는다. 시대에 관계없이 통용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줄 수 잇는 상품을 창출하는데 성공한다면 스타 브랜드가 되어 기업에 높은 이익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줄 수 잇다. 이렇듯 스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전통이 필요하다. ‘시간을 뛰어넘는 가치’를 입히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오랜 역사는 동시에 부채가 될 수도 있다. “소비자는 명품 브랜드의 세계로 좀 더 쉽게 들어가고 싶어한다. 한편 공급자는 명품이랍시고 고압적인 태도만 취하다가는 매출에 지장이 생겨 방향전환을 꾀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두가지 필요가 맞아 떨어져 입문 아이템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엇다. 이처럼 종래와 다른 시장을 개척하려면 새로운 고객층도 파악해야 하고 그와 동시에 일정한 수준도 유지하면서 양쪽 사이의 균형을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이다.

성장은 고사하고라도 생존을 위해서라도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시장이어야 하는가? 이것이 문제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프라다와 샤넬의 고객은 다르다. 샤넬이 프라다 고객에게 다가가려 한다면 이도저도 아닌 엉뚱한 브랜드가 되어 기존의 고객도 잃어버린다. 그러므로 최선은 기존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자신의 철학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고객도 변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쉽게 말해 혁신은 생존의 문제이다. 그러나 그 혁신은 전통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한번 확립된 브랜드의 인기와 가치는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고객의 지지와 선망을 모으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브랜드라 해도 그 지위에 만족한 채로 머물러 있으면 언젠가는 쇠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고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오랜 역사 속에서 성공적으로 확립한 기업이라면 오히려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이미지를 해치는 길일 수도 잇다. 그러면 기업 가치나 실적 저하로 연결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관리 계층에 있는 사람은 나름의 경험이나 연령 때문에 과거를 과감하게 버리지 못해 대담하게 방향 전환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명품 브랜드 뿐 아니라 어떤 기업이든 전통과 혁신을 양립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낸 것이 샤넬의 강점이라 저자는 말한다. “샤넬의 성공요인으로는 오랫동안 중시되고 지켜왔던 가치관을 일관성있게 유지하면서도 계속적인 혁신을 이루어냈다는 점을 들 수있다.” 칼 라거펠트가 좋은 예이다.

“샤넬에 처음 들어왔을 때 라거펠트는 이미 누구보다도 자세히 코코 샤넬과 샤넬 브랜드의역사를 숙지하고 있엇다. 그에 관해서 책을 쓸 수 있을 정도엿다. 그러나 풍부한 지식이 있었음에도 샤넬의 작품을 무작정 추종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얻은 모든 지식을 이용해 샤넬의 옛 스타일을 현대 생활에 접목시켰다. 실제로 칼은 늙은 샤넬을 소홀히 다뤘다. 결국 칼은 과거의 유산을 한번 버리고 과거를 관리하기보다 미래로 연결하는 방법을 택햇다. 결과적으로 이런 판단 덕분에 샤넬은 젊음과 권위를 소생시켜 현재의 번영을 누리게 되엇다”


브랜드를 쌓아올리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브랜드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 역시 오랜 시간과 헌신이 필요하다. “특히 브랜드에 대한 역사와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인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지금은 끊임없는 환경 변화 속에서도 고객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얻기 위해 신속한 혁신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샤넬 같이 오랫동안 번영해온 노포 브랜드나 제조업체는 창업자의 철학이나 이념, 전통을 지키고 계승하면서도 변혁해야 할 부분은 대담하게 바꿔나가며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데 성공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사를 관리하라 - 최상의 리더십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팔로워십의 법칙
브루스 툴간 지음, 박정민.임대열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거대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수석 생산관리자는 ‘우리 회사에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많아요’라고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제 직속상사는 제 옆에 바짝 붙어 서서 제 부하직원들에게 지시를 합니다. 제가 이전에 말했던 내용과 다른 이야기를 할 때가 많죠. 정말 우리 회사는 너무나 혼란스러운 동네입니다. 그러면 제 부하직원들은 도대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까요? 또 어떤 때는 생산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동시에 여기저기서 저에게 전화와 이메일을 날려댑니다. 다른 부서의 부서장도 있고 스폰서나 광고주도 있지요. 온라인 저작물, 다른 채널, 영화, 본사, 잡지사의 담당자들도 모두들 연락을 합니다.’”

저자가 소령님이라 부르는 이 관리자는 현 직장에서 일하기 전에 육군에 있었다. 소령이 될때까지 군에서 일한 그녀에게 민간기업의 시스템은 이해불가의 혼돈이다.

“군대에서 나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의 지시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배웠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지 명확했죠. 누가 내 지휘관인지도 분명했고요.” 물론 군대라고 모든 것이 분명한 것은 아니다. 일이란 어디나 불확실성이 있게 마련이고 서로 상충하는 요구들이 난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적어도 군에선 명료한 조직도가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주었다.

그러나 질서정연한 조직에서 혼란스런 조직으로 옮겨온 그녀는 혼란에 먹히지 않았다. “소령님은 그 조직의 역사상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진 사람이다. 매우 차분하고 냉정한 사람, 최고의 전문가,. 성공한 생산관리자로 평판이 자자하다.” 그런 평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혼란을 다스릴 전략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어떤 근무환경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열쇠는 작업패턴의 리듬을 익히는 것이라 할 수 잇죠. 물론 어떤 관리자는 부하직원 관리를 매우 잘해서 그들이 일을 하는데 원활하게 리듬을 탈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 관리자는 갑자기 일의 우선순위가 바뀌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어 일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게 도와주지요. 각 개인이 그에 맞춰 움직여나갈 악보를 가지고 있고 전체(가장 상위 직급부터 가장 하위직급까지)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있어서 모두 함께 서로의 리듬에 맞춰 조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관리자는 천연기념물이란 점이다. 관리자가 그 자리에 있는 이유는 관리를 잘해서가 아니다. 관리자로 승진하기 전에 실적이 좋았거나 사내정치를 잘했거나 다른 이유 때문이다. 대개 관리자는 관리능력을 쌓을 기회가 없이 그 자리에 앉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관리자들의 꿈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부하직원과 함께 일하”는 것이다. “이들은 그 어떤 지도나 지원을 받지 않아도 엄청난 양의 일을 매우 훌륭하고 빠르게 해낸다. 실수를 하는 경우는 없으며 상사에 대해 별 기대나 바람도 없다.” 이런 인재와 일하는 것은 관리자의 로망이다. “문제는 세상에 이런 부하직원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형편없는 관리자들은 이러한 환상 속의 직원이 존재하는 듯이 관리를 한다.”

그 결과 저자가 ‘부실관리’라 부르는 현상이 조직에 만연한다. “그들은 일상적인 업무상황에서 제대로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업무 프로세스의 각 단계에서 (부하직원들에게) 어떤 것을 바라는지 이야기하지 않으며 필요한 자원들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부하들의 업무수행과정을 모니터하지 않으며 실수가 있을 때 피드백을 해주지 않고 좋은 성과를 올려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지 모르기도 하고 관리를 하고 싶어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관리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부하가 아니다. 프라젝트의 목적이 무엇인지 왜 그것을 해야하는지, 언제까지 되어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으면 부하는 짐작 밖에 할 수 없고 대개 그 짐작은 일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부하가 알아서 필요한 예산을, 필요한 사람을 동원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그러면 왜 보스가 필요한가? 일을 어찌어찌 해본다 해도 제대로 된 피드백을 주지 않으면 일이 큰그림과 맞아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일을 끝내도 보상을 바랄 수 없다면 사기는 땅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당신은 조직 안을 휘졌는 혼돈의 파도를 타고 자신의 진로를 개척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소령님의 말을 들어보자. “저는 이런 조언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어디에서 일하든 당신의 관리자가 당신을 잘 도와주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일이 가지고 있는 리듬에 집중하고 당신이 그 음악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을 열심히 익히세요. 그렇게 되면 어느 상황에서다로 어떻게 행동해야 정확하게 알게 될 겁니다. 미처 예상 못 했던 일이 일어나더라도 일의 리듬을 잘 익히고 있다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그걸 군대에서 배웠습니다. 그곳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때가 바로 이제까지 배웠던 것을 총동원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때라고 가르쳤거든요.” 구체적으로 리듬을 타는 방법을 소령은 표준업무진행 프로세스라 부른다. “가장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는 상황이야말로 당신이 표준업무 프로세스가 가장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명확한 업무규정이나 표준업무 프로세스가 없는 곳에서 일한다면 반드시 표준업무체계를 만들 것을 권합니다.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만드십시오. 즉 자신의 악보를 만드는 거죠. 일의 리듬을 이해할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 되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소령의 조언은 재즈 음악가처럼 그때 그때의 변칙에 맞춰 연주할 수 잇는 능력, 즉흥연주의 능력을 가지란 말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저자는 그 첫단계를 이책에서 말한다. 자신의 업무환경을 명확하게 구조화하라 저자는 말한다. 그 열쇠는 우선 상사를 관리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이 떨어졌을 때 그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원천은, 그 일을 제대로 해나가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일을 끝냈을 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상사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평점 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틀 벳 - 세상을 바꾼 1천 번의 작은 실험
피터 심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에코의서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당연한 말이다. 아무리 먼 길이라도 한 걸음 한 걸음으로 나누지 않으면 갈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당연한 것을 잊어버린다. 이책은 그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자고 한다.

사람들은 큰 성공 뒤에는 무언가 큰 것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 너무나 거대하므로 그 성공은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먼저 거창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 내가 벤처 자본가로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성공한 기업들은 처음부터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지고 출발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견한다는 점이다.”

거대한 성공의 시작은 거의 보잘 것없고 사소했다. 다시 말하자면 성공은 백조다. 물위로는 한가하고 우아하게 보이지만 물밑에선 두발을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에디슨이 1%의 영감과 99%의 땀이라 말한 것은 물 아래 두발을 말한 것이다.

“한 시간짜리 공연을 개발하고 완성하려면 최고의 코디디언초차 반년에서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회 분량의 완전한 레퍼토리를 짜는 과정을 보면 록은 수백 개의(수천까지는 아니더라도) 예비 아이디어를 시도해보고 그 가운데 소수만 엄선하여 실제 공연 무대에 올린다. 종종 예닐곱 개로 성공적인 농담을 만들어낸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라는 것이 완벽한 형태를 갖춘 채 머릿 속에 치고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성공을 향한 열의에 불타는 코미디언은 할 수 있는 한 매일 저녁 무대에 오르며 특히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단계일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들은 매주 적어도 5회, 때로은 7회까지 무대에 올라 모든 요소와 표현들을 시험하며 구슬땀을 흘린다. 매일 반복적으로 말이다.”

일이란 것이 원래 그렇다. “만일 1만 가지의 방법을 시도했는데 모두 효과가 없다고 해도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한 가지 방식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때마다 나는 한 발짝 전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디슨의 말이다.

학교에선 정답이 있지만 그러나 학교 밖에선 사지선다로 고를 수 있게 정리된 정답이란 희귀하다. 특히 새롭고 불확실한 것은 반드시 그렇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지는 않다. 잘 정리된 프로세스가 있고 업무 매뉴얼이 있는 일상의 업무는 확실성의 세계이다. 그러나 ‘뻔한’ 세상에서 한발짝만 벗어나도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 그 세상은 불확실성의 확실성이 지배한다. 그런 세상에서 정답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지 준비된 것이 아니다.

이책은 그 정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불확실성에 대한 유일한 방법으로 실험적 접근법을 말한다. 실험적 접근법의 핵심은 정답을 “발견하고 검증하고 개발하기 위해 작은 실험(little bets)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실험적 접근법 또는 그 구체적인 실행인 리틀 벳은 “불확실성이 확실성을 대체할 때 또는 문제를 해결할 통찰력이나 경험, 전문성이 부족할 때 유리한 접근법이다.”

예를 들어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것과 실제 기업가가 하는 방식을 비교해보자. 학교에선 요리를 이렇게 하라 가르친다. “요리사 메뉴를 선택하고 조리법을 결정한 뒤 재료를 구입하고 요리도구가 갖춰져 있는 주방에서 조리를 한다. 각 단계에서 할 일이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리 과정을 순차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 즉 1단계가 끝나면 2단계가 시작되고 마침내 3단계에서 요리가 완성되는 식이다.” 교실에서 세상은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고 세상은 선형적(linear)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교실 밖의 세상은 교실에서 가르치듯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선형적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교실 밖의 요리사는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륵고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도 모른 채 완전히 낯선 주방에 들어간다. 요리사는 찬장을 뒤져 재료를 찾아내고 그것들을 잘 조합하여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결과는 훌륭할 수도 잇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잇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기업가가 오류나 돌발 상황을 결코 피하여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 요리사가 임기응변을 통해 새로운 조리법을 찾아내듯이 기업가들은 새로운 상황에서 교훈을 얻으려 한다.”

저자는 그 교훈을 얻는 방법은 (HP의 공동창업자인 빌 휴렛이 말한) 리틀 벳이라 말한다. “HPrk 휴대용 전자계산기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접근법 덕분이다. 1972년 HP의 첫번째 전자계산기인 HP-35가 나왔을 때만해도 공학용 전자계산기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HP 계산기는 놀라운 기술을 적용하였을 뿐 아리나 호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았다. 그렇지만 값싼 계산자에 비하면 너무 비쌌다.” HP는 시장조사를 의뢰했다. 시장조사 결과는 ‘이건 안 팔릴겁니다’였다. “빌 휴렛은 동의할 수 없엇다. ‘천대만 제작해서 한번 상황을 보는게 어떨까?’ 그 정도면 감당할 수 있는 도박(리틀 벳)이었다. 마침내 5개월도 지나지 않아 HP는 하루에 천대를 판매하고도 제품이 부족해 간신히 수요를 맞출 수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불확실하다. 될지 안될지 알 수 없다. 빌 휴렛의 리틀 벳은 “어느 정도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당할 수있느냐”를 묻는다(affordable loss principle). 그러다보면 실패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서툰 실수를 연발하면서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잇는 모든 방법을 시도하고 난 뒤에 남는 것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길뿐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항상 가장 마지막에 찾아오는 듯하다. 일단 그때가 되면 모든 게 명백해보인다.” 리틀 벳은 그 명백한 순간을 위한 준비이다.

“에드 캣멀은 픽사의 창조적 프로세스에 대해 ‘개판에서 개판이 아닌 것으로 가는 과정’이라 묘사햇다. 영화에 대한 픽사의 아이디어는 개판에 가까운 스토리보드에서 출발해 개판이 아닌 수준에 이를 때까지 수천 수백가지의 문제 해결 과정을 거친다. 물론 단순히 실패하는 것이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바로 실패를 통해 체계적인 학습을 거치는 데 있다. ‘우리는 불편해지는 것에 편해져야 합니다.’ 적은 비용을 들여 견본을 만들어보면 빠른 학습을 위한 신속한 실패가 가능해진다. ‘내가 구사한 전략은 언제나 같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잘못하는 거죠. 간단히 말하자면 일을 망쳣을 경우 그걸 곧바로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실패하는 걸 두려워하지는 맙시다. 가급적 빨리 실패해서 해답을 얻는게 좋아요. 처음부터 일을 잘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아주 빨리 신속하게 망칠 수는 있지요.”

요점은 아이디어에 너무 많은 자원을 들이지 않으면 잃는 것보다 배우는 것에 집중할 수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과정을 “행동하기 위해 생각하기 보다는 생각할 수 있게 행동하는” 것이라 말한다. 다시 말해 연역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귀납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이다. 인간은 컴퓨터가 아니다. 컴퓨터는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GIGO) 그러나 인간은 쓰레기를 보물로 바꿀 수 잇다. 그 열쇠는 귀납적 행동에 있다. “딥 블루의 사례는 왜 우리가 연역보다 귀납을 선호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준다. 연역은 단지 장기의 수처럼 매우 잘 정의된 문제에만 효과가 있다. 연역이 작동하려면 그 문제가 어떤 정보를 잃어버리거나 모호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연역은 추론을 하는데 매우 강력한 방법지만 본질적으로 차갑고 냉담하다. 귀납은 연역보다 잘못될 경향이 잇지만 보다 유연하고 우리가 흔히 부딪히는 불완전하고 모호한 정보 상황에서는 더 적합하다. 따라서 우리가 귀납 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계획을 앞세우는 MBA 스타일은 경제학자들처럼 세상은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완전 합리성은 우리가 100% 연역적이며 딥 블루처럼 언제나 명확하고 잘 정의된 그런 문제만 다룬다고 가정한다. 또한 우리는 학습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우리가 완전하다면 무엇을 더 배울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다.” (에릭 바인하커)

리틀 벳은 실패를 전제한다. 그러나 그 실패는 배움의 수단이다. 그리고 우리는 실패에서 성공을 배운다. “크리스 록의 농담은 때때로 폭소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소리를 죽이고 킥킥거리는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로써 록은 자신이 좋은 농담거리가 될 테마를 발견했음을 알게된다. 이것이 바로 그가 후에 성공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작은 성공이다. 작은 성공은 전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확실성의 한가운데를 높인 발판, 또는 구성재료와 같다. 그들은 표지(landmark)의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잇는지 확인시켜주거나 어떻게 방향을 바꿔야 할지 알려주는 전환점 역할을 한다. ‘일단 한 번의 작은 승리를 달성하게 되면 다시금 똑 같은 일을 부추기는 힘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작은 성공은 기세를 만든다. 그리고 기세를 타고 작은 승리가 누적되면서 큰 승리로의 길이 열린다. 큰 승리는 작은 실험에서 작은 승리의 누적에서 만들어진다.


평점 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가부도 - 미친 빚잔치의 끝은 어디인가?
발터 비트만 지음, 류동수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남유럽 위기 이후 미국신용등급 강등까지 금융위기 이해 국가의 부도란 말은 이론적인 문제나 가십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지금의 문제가 터진 것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이다.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민간부문의 부채를 공공부문으로 이전하는 방법을 택했고 위기 이후 경기하강을 막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으니 그많은 돈이 재정적자로 쌓이는 것은 당연했다. 적자는 막대햇다.

그러나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하는 것은 그 적자가 이미 위기 이전에 쌓였던 막대한 적자 위해 더해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그 부채를 갚을 수 잇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번 위기의 후유증은 오래 갈 것으로 보이고 후유증이 아니더라도 고령화 때문에 앞으로 경제성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들에 그 적자가 더해졌으니 문제이다.

상황이 이러니 국가부도란 말이 위기 이후 현실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국가부도를 다루는 책도 많이 나왔다. 이책도 그중의 하나이다.

이 주제에 관한 책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사람들은 설마 나라가 파산하랴는 의아심을 갖게 마련이다. 살아 생전 그런 일을 겪어보지 못했으니 나라가 망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파산은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책의 내용은 역사적으로 국가부도는 드문 일이 아니라는 경제사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역대의 국가파산과 지금의 사태가 그리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현재의 재정위기가 왜 일어났는가를 따진다. 그리고 이 위기를 넘기려면 어떤 대책이 있어야 되는가를 말한다.

이책도 그런 내용으로 구성된다. 그러면 굳이 이책을 읽을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국가부도에 관한 책과 이책은 무엇이 다른가? 이책의 가치는 디테일에 있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이책의 구성은 매뉴얼을 보듯이 제정학에 관한 디테일을 조목조목 따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이 주제에 대해 다룬 어떤 책보다 디테일면에서 앞선다.

그러나 그 디테일이 이책의 약점이기도 하다. 아탈리가 쓴 이 주제에 대한 책과 이책을 비교해 보면 이책은 읽는 재미가 별로이다. 디테일에 너무 깊게 들어가다보니 내용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큰 틀이 약할 수 밖에 없고 내용들이 분명하게 이어지지 않으니 읽는 재미가 별로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책의 가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디테일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상당한 가치가 있지만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거나 그냥 국가부도가 어떤 것인가 교양수준에서 알고 싶은 사람에겐 읽는 것 자체가 인내를 요하는 일이 된다.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선택할 문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