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인송
켄트 하루프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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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힌다.
특별한 사건이랄 것도 없지만, 또 일상에서 소소하게 벌어지는 일이란 것들이 모여 인생이 되는 것 아니겠나 싶다.
조그만 미국의 소읍(소도시?) 누구 집 앞에 트럭이 서 있으면 그게 누구네 집 것인지 아는 정도로 자그마한 곳이다.
가상의 도시라고 하는데, 그 말인즉 어떤 곳이든 후보지가 될 수 있다는 뜻. 이제 조금 있으면 10대에 진입할 정도의 아이들이 있고, 말 많고 탈 많은 10대에 오래전에 진입한 소녀가 있고, 늙어가는 중년의 여인과 남자가 있고, 인생의 막바지에 이른 노인들도 있다. 그리고 어느 곳에서나 있듯 수준 미달의 부모와 그에 딱 맞는 자식도 있는 법.
이곳은 그런 사람들이 겪고 살아내는 곳,
볶닥볶닥 살다보면, 인생의 어느 지점에 이르게 되는 것인지, 그 지점에 이르면 삶은 좀더 살 만한 곳이 되어 있는지, 현실은 알 수 없지만, 아니 어쩌면 현실은 가혹함에도, 드라마이기에 희망적일 수 있는지도.
이곳 홀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선량하고, 대체로 이웃으로 삼고 싶은 이들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은 어떨까?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곳은 대도시, 인구 1000만에 육박하는 거대 도시,이웃보다는 타인으로 존재하는 그들의 세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도 살아있는 커뮤니티는 아니고, 관계에 지친 심신을 뉘일 곳, 자유와 평온이 있는 곳...그래서 차라리 고독을 택한 삶.
뭐 그렇단 이야기.
여튼 이 무더위에 이틀 동안 단숨에 읽었다. 재미있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따뜻한 결말로 이어져서 순하다.
요새는 독한 건 진절머리가 나서 이렇게 순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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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홍차 2 - 마음이 스르르, 홍차의 맛
김줄 그림, 최예선 글 / 모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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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이 만화에서 나올 법한 홍차가게가 있나 찾기 시작하였다.
홍차에 조금이나마 흥미를 느낀다는 뚯인가?
만화는 만화이고 환타지다. 아직 못찾았다.
저 멀리까지는 못가겠다.
홍차와 인연이 있다면 좋은 홍차가게를 근처에서 찾게 되겠지.
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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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혼자서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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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마니아 또는 전작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에 전부는 아니고 몇 권을 띄엄띄엄 읽은 나로서는, 16년 만의 소설집이 반가웠다.
나는 원체 집중력이 길지 않아서 장편보다는 단편 읽기에 더 익숙한 편인데, 단편집이라니 하면서.
그는 여전히, 힘겹다.
다른 사람의 한 이웃으로서 이 글들을 썼다고 하는데, 이웃이기는 하되 속사정을 다 아는 이웃.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웃일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고 나는 느꼈다.
줄거리따위가 뭐 그리 대수일까. 다만,갖가지 사연을 안고 사는 이웃의 모습이 삶이란 참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무엇이던가..하는 마음을 강화시킨다.

김훈은, 참 힘들 것이다.
이런 이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그의 마음은, 술로만 조금이라도 가라앉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글을 읽는 나는? 나는 읽는 자일 뿐, 그 아무것도 아니다. 읽는다고 내가 달라질까? 느낀다고 내가 달라질까? 고정되고 뻣뻣한 내가, 일말이라도 움직여질까?
요새 계속 드는 의문. 나는 변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 이런 내가 나였을까? 나는 평생 이런 모양이지 않았나?...이런 내가 누구를? 누구에게?
그냥, 헛개비같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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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같은 나
빅토리아 토카레바 지음, 승주연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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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는 꽤 오래 전에 가 봤다. 그래서 그 사이 얼마나 세상이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생각할 계기도 없었다. 다만, 그 시절 몇개의 지명들이 눈에 띄니 살짝 반갑기도 했다. 눈앞에 그려보려고 해보았으나 너무 멀어, 역부족이었다. 기억의 시간이 너무 멀리 흘러 버렸으니.

중편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마지막 두 편 빼고는 분량이 꽤 된다. 대부분 주인공은 여성이고, 자본주의가 오기 전의 모습에 대한 소설은 거의 읽은 적이 없어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돈이 파고든 세상의 모습, 달러가 루블화보다 더 견고하게 일상을 지배하는 모습은, 서글프다. 미국과 대적하던 나라가 미국의 화폐를 더 대접하는 세상이 되다니,
어디서나, 어느 시대건 여성의 삶은 힘들다.
이곳, 이데올로기가 지배했으나 물러가고, 돈이 그 자리를 차지한 세상에서. 여성의 삶은 나아진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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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맛일기 1 보리 만화밥 4
심흥아 지음 / 보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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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착하다.선량하다. 예의바르다. 다른 처지의 사람을 그 처지에 맞게 이해한다. 서로 따뜻하게 잘 보살피고, 오손도손하다.
등장하는 음식들도 친근하다.
그림은 채색하기 직전의 연필데생같다.
색을 안 쓴 게 맞지?
그래도 이질적이지는 않다. 보리 출판사는 원래 이렇다. 보리보리하다. 심흥아라는 작가는 우리 동생이 힐링하고 있는 만화 까페 보문을 부탁해의 작가다. 아니 그 부인이랬나? 여튼 작가가 순하고 착할 것 같다.
어떤 이상적인 나라가 있어서 거기 사는 할머니와 손주 그리고 그 손주의 엄마, 그리고 이웃 친구들과 그 가족들이 모두 어우러져 사는 것 같다....그러니까....보리나라의 보리보리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
여기는, 없을 것 같다. 여기 ...이 지옥 같은 편견과, 혐오의 나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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