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아들에게서 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게 법으로 문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더욱 신중하게 지켜야 할 모종의윈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느꼈다. 따라서 아들을 나무랐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야단친 적이야 많지만, 이번만큼 호되게 꾸짖은 적은 없었다 막 시작된 불길한 결말의 예언 같다고 할까! 아버지는 삶의 근본 감정이 모욕당한 기분이었다. 무언가 중요한 성취를 이룬 많은 남자들이그러하듯, 그에게 삶의 근본 감정은 개인적 이익과는 동떨어진, 이른바 일반적이고 초개인적인 이익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개인적 이익의 토대가 되는 것에 대한 진솔한 숭배였다. 그건 이익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리는 사람이 조화로운 공존과 일반적 원칙에 따르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굉장히 중요하다. 혈통이 좋은 개가 주인의 발차기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식탁 밑의자리를 찾아드는 것은 개의 타고난 비천함 탓이 아니라 충직함과 지조덕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계산속이 밝은 인간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과의 관계를 진정으로 깊이 받아들이는 조화로운 인간에 비하면 절반의 성공도 거두지 못하는 법이다. - P21
특성을 가진다는 것은 그것의 실재로 인한 모종의 기쁨을 전제로 하기에,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조차 현실감각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를 특성 없는 남자라고 여기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 P25
실감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가능한 현실에 대한 감각이고, 대부분의사람들이 갖고 있는 현실적 가능성에 대한 감각보다 훨씬 느리게 목표로 나아간다. 말하자면 그는 숲을 원하고, 다른 사람은 나무를 원한다. 숲이라는 것은 뭐라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반면에 나무는 품질뿐 아니라 부피가 및 세제곱미터인지도 표현할 수 있다. 이 차이를 다른 식으로 좀더 근사하게 설명하자면, 보통의 현실감각을 가진 남자는 낚싯줄도 보지 않고 미끼를 덥석 무는 물고기와 비슷한 반면에 가능성감각이라고 불러도 될 현실감각을 가진 남자는 낚싯줄을 잡아당기지만 거기에 미끼가 달려 있는지는 알지 못하는 사람과 비슷하다. 미끼를 무는생명에 대한 이 사람의 지극한 무관심에는 괴팍하기 짝이 없는 짓을저지를 위험이 상존한다. 비현실적인 사람은 (그렇게 보일 뿐 아니라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믿음을 주지 못하는, 예측할 수 없는 존재다. 남들과 뜻하는 바가 다른 행동을 하지만, 그것이하나의 비범한 생각으로 정리되면 모든 것에 안도한다. 물론 지금 당장은 일관성과 동떨어져 있다. 타인에게 해를 입힌 범죄가 그에게는 단순히 범죄자의 책임이 아닌 사회 시스템상의 책임으로 여겨질 가능성이무척 크다. 반면에 남에게 따귀를 얻어맞으면 그걸 사회적 수모나, 최소한 개에게 물린 것처럼 비개인적인 것으로 느낄지는 의문이다. 아마그는 먼저 따거부터 되갚고 나서야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일 누군가 그에게서 연인을 빼앗아간다면 그는 당장에는 이사건의 현실을 아직 완전히 무시하지 못할 뿐 아니라 뜻밖의 새로운 감정으로 상쇄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발전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개별인간에게는 약점이면서 강점이 된다. - P24
라의 동량을 키워내는 귀족 학교였다. 아버지는 자신과 너무나 다른 성향의 아들로 인한 수치심에 격노해서 아들을 외국으로 보내버렸다. 텔기에의 작은 교육기관이었다. 이름 없는 도시에 위치한 이 학교는 영리한 상술로 운영되었는데, 저렴한 학비를 내세워 탈선한 학생들을 많이끌어들였다. 여기서 울리히는 남들의 이상에 대한 경멸을 국제적으로확장하는 법을 배웠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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