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티타 - 한 피아니스트의 음악과 사랑의 변주곡
로제 그르니에 지음, 윤은오 옮김 / 아테네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책속으로
옅은 안개가 낀 가을 날, 피레네 산맥의 어느 골짜기에서 미쉘은 옆구리 통증과 함께 잠을 깼다.
어느 날 갑자기 손이나 손가락에도 통증이 올까 내심 두려워하는 그는 피아니스트이다.
사랑스런 개 ‘프레스코’가 골프공 한 개를 주워 물고 한껏 재주를 부리고 그는 이제껏 자신이 달려왔던 그의 생을 반추해 본다.

1.푸가의 기법
천민 신분인 ‘카고’의 피가 흐르는 유복자로 태어난 미쉘은 5살 때 그의 스승인 아르드류를 만나는데 그 스승은 자신의 재능을 흠모하는 여인들을 상대로 유혹을 시험하는 사람이었다.
스승인 아르드류는 그에게 있어 두려우면서도 증오와 사랑의 대상이 되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쉘은 그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닐까하는 환상마저 품게 되었다.
늘 병풍 뒤에다 병약한 아내를 앉혀 놓고 레슨을 하던 스승은 어느 날 갑자기 제자인 플로랑스를 납치해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는데 이 일로 인해 미쉘은 천민출신이라는 신분적 약점과 함께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자괴감을 떨칠 수 없게 된다.
객지로 떠돌다가 다시 돌아 온 스승은 과장된 제스쳐로 미쉘을 포옹하며 자신의 도피에 대해 사죄를 하고 사제 간의 대화는 계속되어진다.
그러나 그 스승도 바하의 미완성 작품 ‘푸가의 법칙’과 함께 독일군에게 인질로 끌려가게 되고 미쉘은 아르드류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임을 알게되자 미망인인 플로랑스와 결혼을 한다.

2.습도계
아르드류와 마찬가지로 미쉘도 자신의 제자였던 재벌의 딸 크리스틴과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천한 신분이 걸림돌이 되어 영원히 크리스틴의 세계에 동화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로서의 느낌을 맛 보게 된다.
그를 잠시나마 행복하게 해 주었던 크리스틴도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아내인 플로랑스와도 이혼을 하고 또 다시 피아노를 매개로 모니크와 폴린이라는 두 여인을 새로이 만나게 된다.
미쉘은 하나가 물러나면 다른 하나가 다가오는 습도계의 인형을 빗대어 양산을 든 파란색의 인형은 기다려지고 갈망했으나 접근 불가능인 폴린이고 우산을 든 분홍색의 인형은 친절하고 소박하나 약간 성가신 모니크라고 생각을 한다.
두 여자 모두에게 자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얻고 싶었으나 정작 어느 한 사람도 그를 택하지는 않았다.

3.시간과 환멸의 승리
세월이 흘러 두 여인 모두 그의 곁을 떠나고 아무도 남지 않은 미쉘은 종손녀인 엠마의 재능에 자신의 인생을 걸게 된다.
늘 큰 세계로 가는 문턱 앞에서 스스로 포기했던 그는 엠마에게서 불굴의 의지와 악착같음,그리고 꾸준한 희생이 요구되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질을 보게 되고 도박처럼 그것에 모든 것을 건다.
엠마 역시 5살에 그의 제자가 되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더욱 그에게 의지하게 된 18세의 엠마는 여러 국제 대회에서 수상을 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하고 본격적인 날개짓을 할 준비도 욕심도 담대함도 이미 갖고 있었다.그가 갖지 못한 것들을.
엠마는 유명 피아니스트가 되어 파리로 떠나고 이젠 그의 충고를 잔소리로 듣게 될 나이가 되었다. 더 이상은 그의 보호가 필요치 않은 것이다.
세상의 남자들에게서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가끔씩 고향에 돌아오던 그녀는 어느 날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로 데려오고 그 개에게는 프레스코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엠마가 어릴 적에 주머니에 넣어 왔던 골프공과 함께 프레스코도 그에게는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엠마의 분신같은 존재가 되었다.
용기가 없었기에 시골의 음악선생이라는 직업으로 안주했었고 자신이 스승 아르드류에게 속했듯이 엠마도 그의 옆에 같이 있어 주기를 원했으나 그녀는 이미 너무 멀리 떠나가 있었다.

마지막에 미쉘은 어린 시절 아르드뉴에게서 함께 피아노를 배웠던 미국인 제임스를 만난다.
초라한 모습의 자신에 비하면 그는 제법 이름있는 안무가로 파리 공연을 온 것이지만 자동차 사고로 임파선이 파괴되어 과도하게 비만인 사람으로밖에 안 보인다.
한 순간이나마 그 친구와 옛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미쉘은 스승은 그에게 별다른 영감을 주는 존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하고 각자의 길로 돌아선다.
“인생의 오류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언제나 그 순간에 오는 것이지.”

파르티타-변주곡은 재능은 있으나 날지못한 한 피아니스트의 음악과 삶을 그린 작품이다.
통속적으로 쉽게 읽기에는 상당히 까다로운 작품이기도 해서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처음엔 번역이 안 좋은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모든 문장이 미사여구 없이 지나치게 담백한 표현들이어서 그런듯 싶다.
나 역시도 카뮈의 극찬을 받은 작가이기에 무언가 더욱 깊은 뜻이 숨어 있지나 않은지 내내 긴장하며 행간의 의미를 읽어 내느라 힘들었으나 별 소득은 없었다.
끝내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피아니스트는 자신이 갖지 못한 성공이라는 열매를 엠마에게 따 주려고 모든 것을 걸었고 그 도박은 성공적이었으나 이제 석양에 되돌아보는 그의 인생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그의 쓸쓸한 독백처럼
“한 가지 위안이라면 내가 그 아이를 완전히 잊기 전에 죽을 것이라는 것...”
그래도 그 기억을 안고 죽음을 맞을 수 있다면 행복하다 할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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