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 지음, 차익종 옮김 / 르네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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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처럼 이 책은 책의 '이력'을 다루고 있다 어떤 책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 어디로 어떻게 출판되었다. 덧붙여 누군가에게로 갔다까지! 마치 취직하면서 쓰는 이력서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언제 부터 언제까지 어디에 있었고, 그다음에는 어디에 있었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   

책의 내용을 알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모르고 있어도 별 상관없다. 책들이 어떻게 출판되어서 어떻게 팔리고, 어떻게 희귀본이 되어서 얼마에 팔리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일까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계속해서 다음 책의 이력을 읽게 된다.  

근데, 이런 책들의 이력을 읽는 것이 왜 흥미로운 것일까? 아마도 책들의 이력을 읽는 것은 유명해진 연애인의 과거사를 듣는 일과 비슷할 것 같다. 물론 그 책이 유명한 책이라면. 지금은 유명하지만 과거 무명시절에는 돈이 없어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고, 우연히 어떤 작품을 계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이야기, 수많은 예능방송들과 토크쇼 속에는 '사람들', 정확하게 말하면 유명한 사람들, 의 이력들로 가득하다. 무늬만 다를 뿐 알맹이는 비슷한 얘기들인데도 매번 보게 된다.  

아마 책들의 이력도 마찬가지이리라. 출판해줄 사람을 못찾던 원고는 여기저기서 퇴짜를 맞고, 그러다가 우연히 어떤 출판업자가 나타나고, 별 기대없이 출판했던 책은 대박을 친다. 만약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당장 TV를 켜면 된다. 책들의 이력이 아닌 사람의 이력을 질리도록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통점 하나 더! 책들도 유행을 탄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배우나 가수들처럼 책들도 점점 잊혀진다.  

고전은 드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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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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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으로 휴가를 떠날 때 어떤 책을 넣어갈까 고민하던 중에 이 책의 출판 소식을 들었다. 적당한 분량의 적당한 스타일의 책! 독서일기, 지금은 독서일기가 아니지만, 도 여행지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작년 9월에 예비군 훈련갈때도 2010년 빌린책/산책/버린책을 훈련 가방에 넣어 갔네.  

저번 책을 읽으면서는 독서일기라는 형식을 버리고, 그러니까 '일기'라는 꼬리표를 떼고 독서와 독후감으로 책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있었는데, 이번 책을 보니 전에 비해서 훨씬 더 짜임새가 있다. 저자의 독서론의 변화와 그에 따른 선정도서들의 변화, 그리고 독서일기라는 사적인 독서 방식에서 일기를 버린 공적인 독서로의 변화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매년 어딘가로 떠날 때 마다 가방안에 넣는 책이 된 걸 보니 저자의 독후감을 읽는 것이 연중행사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이번에도 여전히, 그의 정치적인 견해와 현 정부에 대한 불만, 덧붙여 작가 황석영에 대한 비난까지 그의 날카로운 비판이 눈에 띠지만 저번 책처럼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기술하고 있지는 않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변화로 보인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책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본문 중에도 그런 오해가 있었던 경우에 대해서 해명을 해 놓은 부분을 읽었던 것같다.  

이번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그리고 가장 관심있게 읽은 것은 박근형의 희곡집에 대한 평이었다. 박근형이 연출한 연극을 세편, <청춘예찬>, <대대손손>, <물 속에서 숨쉬는 자 하나 없다>,을 보았고 그의 희곡집을 샀지만 꼼꼼히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언젠가 시간을 내서 꼼꼼히 읽어봐야 겠다. 역시 비판 보다는 칭찬이 고래 뿐아니라 독자를 춤추게 아니 움직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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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더숲 2011-11-0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 도서출판 더숲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종이책 읽기를 권함> 이라는 책을 출간했어요.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4418315&orderClick=LAG 관심 있게 한 번 살펴봐주세요!^^ 혹시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전을 범하다 -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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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이야기를 새롭게 읽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아마도 이것이 이 책을 사게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외에 이 책을 산 몇가지 이유를 꼽아보자면, 첫번째는 서양 고전에 비해 한국 고전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이다. 가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특히 한국 전래동화,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최근에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를 읽어주다가 나뭇꾼이 결국 수탉이 되었다는 내용을 읽었다. 아니,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 거였어? 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고전들, 홍길동전, 심청전, 장화홍련전 등등과 같은 작품들도 우리가 전혀 모르는 내용을 품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는 이 책의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는 것이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포함한, 웅진지식하우스의 책읽기 시리즈(?)가 모두 비슷비슷한데 그중에서도 특히 이 책이 가장 훌륭하다. 물론 책의 디자인에 한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세번째는 해석이라는 것은 평가와 함께 '비교'라는 방식을 취ㄱ하게 되기 때문에 당대의 또는 연관되어 있는 다른 작품들을 같이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전체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여러편의 글들을 합해서 한 권의 책을 만들었지만,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생각을 읽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이 이 책에 실린 여러편의 글들의 읽기 방식과 글의 수준이 다양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보면 초반에 실린 글들이, <장화홍련전>에서 부터 <토끼전>까지, 날카롭고 신선한 반면에 그 뒤의 글들은 산만하고 논리적인 비약이 많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많다. 가장 큰 불만은 작가의 글쓰기 방식 자체가 일관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고전에서 군사정권을 논하고, 아이히만과 2차세계대전과 유태인 학살과 미야자키하야오와 <반지의 제왕>과 <아바타>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도는 아니지만 왠지 해석의 넓은 폭이 느껴진다기 보다는 의욕의 과잉이 느껴진다.    

아주 단순하게 일반화하면, 글을 위한 글이요, 해석을 위한 해석같아 보인다는 얘기다.    

몇백년전의 작품을 현대의 틀 속에서 넣어서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작품과, 작품이 나온 당대의 사상과, 그리고 연관되어 있는 다른 작품들 속에서 고전을 재발견하겠다는 의도로 접근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이것이 훨씬 더 어렵고 가치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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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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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다 읽어버리기 아까운 책이다. 다음에 읽게 되면 한편 한편 읽어야 겠다. 누구말마따다 이건 그냥 글이 아니라 전문가가 한편, 한편, 한글자, 한글자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기 때문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책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가슴에 와닿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을 몇가지 꼽으라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책의 내용만을 읽고 책에 조그만 흠이라도 생길까봐 전전긍긍해서 모든 책을 깨끗하게 보는 사람들은 책의 정신만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책과 플라토닉한 사랑을 나누는 이들, 그들의 집안에 책 속지에는 절대로 서명따윈없다.  

책의 본문에 줄을 치는 것을 꿈도 꿀 수 없는 얘기고, 반듯하게 선반에 수직인 채로, 휘거나 기울여서 놓여 있어도 안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책을 섬기는 책의 시녀들이기 때문이란다. 시녀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책은 섬김의 대상이지만 책의 육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책으로 블록을 쌓고 기울어진 책상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도 이용할 수 있고, 요리책들은 찌개를 끓이다가 뜨거운 그릇을 받치는 용도로 사용할 수 도 있다. 아니, 아무리 책을 싫어해도 그렇지 신문지와 폐지와 잡지들도 많은 데 하필 신성한 '책'을 꼭 그 시시껄렁한 일에 사용해야 하냐고 항의를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 역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책과 육체적인(?) 사랑을 나눈다는 저자의 의견은 전혀 다르다. 아이들의 책들이 블록을 쌓다가 구겨지고, 심지어 어떤 아기들은 먹기도 할 것 같다, 먹어서 일부 페이지가 없어지고, 책상을 받치기 위해서 밑에 깔려 동그란 자국이 남고, 요리책 위로 찌개가 엎어져 설명하기 어려운 냄새가 은근히 난다는 것, 그런 모든 것들이 '책'이 갖고 있는 사연이고, 책과 책을 읽은 사람이 함께 경험한 세월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책의 내용만이 아니라 책의 육체가 독자와 함께 늙는다는 것,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럴싸하다.  

앞으로 좀 더 책들을 험하게 굴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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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 꽂힌 책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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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루스로 부터 시작된 책의 역사가 아닌, 아무도 관심조차 갖지 않는 책꽂이의 역사를 다룬다고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또 뒤의 번역자의 해설을 보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책과 책꽂이 둘 다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책꽂이라는 것이 책 없이 독립적으로 혼자 존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책꽂이의 역사를 말하는 것은 곧 책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두루마기 책에서 네모난 책으로, 사슬에 묶인 책에서 어디라도 이동이 가능한 책으로 변화하는 책의 역사는 책을 넣는 궤짝에서 사슬 달린 책꽂이, 회전식 독서대, 경사진 독서대, 선반이 있는 책꽂이로의 변화를 설명해준다. 책등, 앞마구리, 윗마구리, 아래마구리와 같은 책의 구조적 명칭을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덧붙여 책이 아니라 책꽂이의 역사를 살피는 것은 '책'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는 장점도 갖게 된다. 사실 '책'의 내용만을 다룬다면 책등이니, 앞마구리니, 윗마구리니 하는 구조적 명칭이 뭐가 중요하랴?  

이 책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책꽂이-아무 생각없이 보면 도저히 무슨 '공학'이라는 것이 절대로 작용했을 것 같지 않은 물건-에 관한, 또는 책 보관에 관한 시시콜콜한 문제들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다룬다는 점이다. 책등을 앞으로 뒤로 꽂는 문제부터, 책을 옆으로 쌓는 방법, 선반의 끝에 맞추어 정렬시킬것인지, 아니면 뒤에 맞추어 정렬시킬 것인지 와 같은 문제도 다루고, 유명 도서관들의 책장 배치나 책장 공학(?)-책장이 어떤 방식으로 레일을 따라서 움직이게 할 것인가?-과 같은 지극히 공학적인 문제들도 함께 다룬다.  

하지만 처음에는 책과 책꽂이에 관한 '수다'인줄 알았던 이 책의 정체가 점점 책꽂이 '공학'에 관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급격히 나의 집중력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상세한 설명을 들어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물건의 모양을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님, 그냥 상상하기 싫은 건가? 

그럼에도 이 모든 장점과, 또 이 모든 지루한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사소한 부록은 쓸만하다. 사실 부록 역시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시시콜콜한 문제를 지나치게 진지하고 꼼꼼하게 다룬다. 그래서 쓸모있으면서 그래서 쓸데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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