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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처음이라 그래
이승한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아빠도 처음이라 그래 - 이승한
처음하는 일에 대해 두려움이 1도 없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일지라도
시작 전에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섞인 감정을 함께 느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처음 경험하는 것은 무언가 가슴을 벌렁이게 한다.
괜히 머리를 긁고 싶게 만들고 괜히 숨고 싶게 만든다.
내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핏덩어리.
그 조그마한 아이를 품안에 처음 안았을때,
그 조그마한 아이가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내 젖을 처음 빨던 그 느낌.
난 그때 정말 도망가고 싶었는데
5초 정도가 지난 뒤에는 그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5초 뒤부터 13년이 지나는 동안 너무나 다이나믹한 시간들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지나놓고 보니 그땐 처음이라 그랬는데
이젠 처음이 아니게 되니 도망을 가고 싶은 생각도 업고 가슴이 벌렁거리지도 않는다.
내 남편도 그랬을까? 나처럼 두려웠을까?
이 책 아빠도 처음이라 그래를 읽으며 만난 아빠는 두려움이 없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이 책 아빠도 처음이라 그래는 하하쌤 독서모임에서 만난 이승한이라는 작가님의 신간이다.
음.. 아닌가 하하쌤 독서모임이 아니라 자이언트에서 먼저 만났나?
아니면 이야기 하다보니 둘다 겹치는걸 알게 된건가?
아 모르겠다.. 아무튼 매일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수업을 듣는 그런 분이다.
그렇게 만나면서 알게 된 이승한 작가님은 정말 위트 있는 남자다.
은근 개그코드가 내 스타일이라 이승한 작가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옆집언니랑 이야기 하는 기분이고 그랬는데
책을 읽어보니..
어머... 이분 가만보니 정말 아스트로겐이 넘치는 분이다.
책을 다 읽은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Before Reading에 머물러 있는 내 독서노트.
승한님의 그냥 아빠의 이야기가 쓰여있겠지 하는 정도의 기대감으로 읽기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읽으면서 책에 어찌나 많은 밑줄을 그었는지...
비슷한 또래의 어른으로서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생각도 경험도 참 비슷하다.
특히 승한님의 아들중 큰 아들과의 게임 이야기는
내게 꽤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오늘도 지금 이순간도 아들녀석과 합의했다가 싸웠다가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빠도 처음이라 그래에서 소개된 아빠와 아들의 게임 문제는
다소 싱겁게도 아이가 주말에 원하는 만큼인 5시간동안 게임을 하면서
게임에 대한 과한 집착을 버리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아... 지난 주말에 우리 아들 6시간 게임했는데-_-;;
그래도 만족 못하던데... 우쩌지...
아빠도 처음이라 그래에서 만난 작가님의 생활은 일반적인 아빠들보다 참 부지런하고 섬세하다.
두 아들의 일상을 챙기고 식사를 챙기고 학원을 챙기고 집안을 챙기는 와이프를 위해 주말엔 요리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보물지도를 만들어 보물(햄버거)를 찾으러 가기도 한다.
큰 아들과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아이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작은 아들과 하루종일 공룡만 보기도 한다.
물론 부인과 반포대전을 치르기도 한다.
그렇게 살뜰하게 아이들을 챙기는 이승한 작가님이지만
속에서는 열불이 나기도 한다.
작가님의 글 곳곳에 그의 위트가 드러난 부분들이 많아
내내 웃으면서 읽을수 밖에 없는 책 아빠도 처음이라 그래다.
책의 거의 끝부분에서 나왔던 부분인데
이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아이와 나 사이에 작게 흐르던 시냇물이 삶이라는 큰 강으로 가로막히며
다리를 세운다는 표현이 참 인상적이었다.
별이 다섯개를 외치는 광고처럼
계속 별이 다섯개를 외치고 싶은 참 좋은 책이다.
정말 좋은데 참 좋은데 하는 건강보조제 광고처럼
정말 참 좋은 책인데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참 좋은 책이다.
사실 사춘기 애들을 키우며 뭘 어떻게 해라라는 큰 비법이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생활을 들여다보며 그의 지혜 혹은 꼼수를 통해
나도 이렇게 아이를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너도 좀 닮으라고 남편앞에 책을 며칠째 가져다 두었는데
남편은 책이네? 하고 만다.
작가님의 가장으로서 좋은 부분을 대한민국의 많은 남자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아빠도 처음이라 그래를 읽는 시간동안 참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세상에 이런 아빠도 있구나 우리 남편이 이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쉬운 언어로 쓰여있으면서도 참 생각하고 싶은게 자꾸 생기게 만드는 책.
아빠도 처음이라 그래.
전국의 아빠들에게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