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다가, 뭉클 -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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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그리다가 뭉클 



주변의 아주 작은 것도 매우 소중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생이 되어 알바해서 번 돈으로

너무 갖고 싶었던 캐논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했다.

고급디카는 아니고 휴대용이었지만

나름 내가 벌어서 구입했다는 자부심으로

가방에 꼭 넣어가지고 다녔다.

집앞에 나서자마자 하늘부터 한번 찍고

괜히 발 밑의 돌도 예뻐보여 찍고

풀밭에 이슬이라도 맺혀있으면

이슬이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찍고

찍고 찍고 또 찍고 하며

난 세상이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이기주 작가의 신간 그리다가, 뭉클 을 읽으며

그 옛날 아주 소소한 모습도 카메라에 담으며


그리다가, 뭉클은 이기주 작가의 그림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을 낸 이유가

본인의 그림 솜씨를 자랑하기 위함도 아니고

글 솜씨를 자랑하기 위함도 아니라고 한다.

그건 당신 생각이고요~~ 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뭐... 변우석이 얼굴 자랑하기 위해

티비에 나오는게 아니라

그 얼굴에 우리가 위로받는 거랑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이기주의 글과 그림으로

우리가 위로받는거다.


이기주 작가가 그림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건

그가 그간 알게모르게 낸 책들로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책을 넘겨보면서 그린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거 뭐지?

너무 잘 그리잖아.


일상속에서 자주 다니는 서울숲 씨유라는데

여기서 죽치고 있어야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이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까

아니면 사진을 찍어 집에 가지고 가서

그림을 그렸을까

왠지 저기 서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면

멋지자나~

(책내용에 따르면 대부분의 그림을

사진을 찍어 집에와 그리는 듯하다)


저자에게 그림은

하나의 치유의 도구였던것 같다.

해방촌을 그린 그림에는

타이레놀이라고 표현되어있고

다른 페이지에서는 후시딘 같다고 했다.

그가 그림 그리는 행위 그 자체가

고통을 줄여주는 타이레놀이고

상처를 회복시켜주는 후시딘이었다면

나에게는 그 그림이

후시딘과 타이레놀이 되어주었다.


그의 이야기와 그림이 적절히

서로를 돕는 느낌이라

그림이 아쉽지도,

글이 아쉽지도 않은 책

그리다가, 뭉클


가만보면 글을 쓰는 작가나

다른 장르의 예술을 하는 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꽤 많은것 같다.

아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글을 쓰거나

다른 장르의 예술을 한다고 하는게

순서가 맞을려나?

그림을 그리다가 뭉클하는 순간을

한번 느껴본 작가는

자꾸 그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거 같다.


이책 그리다가 뭉클에서

이기주 작가는

그림과 글은

마음을 부지런히 쓰는 일이라고 한다.

마음을 움직여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야하고

그림이나 글의

의미를 찾기 위해

또 마음을 써야하니

꽤 유용한 지혜가 바로

그림이나 글이라고 한다.

마음을 부지런히 쓴다는 표현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기주 작가의 글은

어딘가 오글거려서 안좋다고

매번 말하는거 같은데

그러면서도 이렇게 계속 챙겨읽는거 보면

오글거리는게 내 스타일인가 싶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다행히도 오글거림은 좀 덜하고

멋짐이 많이 풍겨나온것 같다.

저자가 운영하는 유튜브채널을 찾아보니

당연히 글이나 책에 대한 것이겠지 했는데

그림에 대한 채널이라 좀 놀랐다.


그림에 진심이잖아 이 남자.

지우고 다시 선을 긋는다고

더 나은 선을 그을 확률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저자는

그림을 그리다가

잘못 그린 선을 지우면

남는건 지우개똥 뿐이라고 한다.

오히려 그 잘못그은 선을 활용해

다음 선을 긋기 위한 길잡이로 삼는다면

더 풍성한 그림이 된다고 한다.

인생도 그렇게 실수했어도

그 실수를 바탕으로 더 성장하면

되는거다.

그는 인생이 그림 같아서 

재미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건

나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리다가, 뭉클 거리는

저자의 마음은 십분 이해된다.

왜냐 그림을 못그리는 사람도

느끼는 마음은 같기 때문이다.

그 옛날

디카로 세상의 소소한 모습들을

담고 싶었던 젊은시절 내 마음이

그림으로 세상을 담는

이기주 작가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잔잔한 이야기와 그림이 있는 책

그리다가 뭉클.

소소하고 잔잔한 이야기와

과하지 않은 스킬로

아름답게 그린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만 제공받아 읽고 직접쓴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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