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문학 영화이야기 두번째 수업으로 일본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라는 작품이었다.
원작이 있는 영화라고 한다. 봄에 보면 좋을 영화라고 하셨는데 오늘은 춥고 아침부터 눈비가 내려 영화에서의 흐드러진 벚꽃을 보고 있자니 좀더 따듯한 봄날 보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었다.

‘왜 사세요?‘라는 질문을 듣는다면 무슨 대답을 할 것인가. ‘그냥‘ 살아가는 것이라던지 ‘먹고 살기위해‘ 사는 것이라고...심지어 ‘죽지못해‘, ‘마지못해‘ 산다는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아무 생각없이, 그런 물음조차 하지않고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처럼.

자신을 대형 쓰레기라 생각하는 주인공. 도라야키를 만들며 매일 번듯한 일도 하고있지만 어쩔수 없이 주어진 시간을 때우는듯 그의 하루하루는 정말 무기력하기만 하다.게다가 많은 빚을 졌는데 그걸 대신 내준 가게주인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수밖에 없는 마치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있는듯이 보였다. 그런 그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명이 있건 없건 그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말을 거는 할머니가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벚꽃에게 두손을 흔들며 반갑다 인사를 하고, 푹 삶아서 퍼져버린 생명이 꺼진 팥에게도 힘을 내라고 말을 건넨다. 젊은 시절 한센병으로 세상과 격리된채 거의 평생을 갇혀 살아온 그녀지만 모든 존재는 동등한 가치가 있다 믿으며 모두가 나름의 이야기, 언어를 갖고 있다 믿는다. 그녀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그런 그 할머니가 아르바이트 구한다는 광고에 일하러 주인공 남자의 가게로 오게된다. 실은 나중에 고백이지만 예전의 자신의 슬픈눈을 그 주인공에게서 발견하곤 일부러 찾아온 것이었다. 아팠던 사람은 그 아픔을 겪는 사람을 알아본다. 자포자기한 삶을 사는, 자신의 삶이 아닌 남의 삶을 사는 주인공에게 그 절망과 슬픔속에서 빠져나오는 지혜를 자기의 경험에 비추어 전해주고 싶었던 건 아닌가 싶었다.

오늘 수요예배 설교말씀 중 어떤 사람은 주어진 판에서 주어진대로 살아가지만, 또 어떤 사람은 그판을 자기가 원하는 모양으로 새롭게 만들면서 살아간다는 말씀을 듣는데 오늘 본 이 영화가 떠올랐다.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가기보다 스스로 개척한 길, 나만의 고유한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것 아닐까? 물론 그 길은 두렵기도 하고 안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노점상으로 독립해 사람 많은 길거리로 나온 주인공이 입을 열어 외친다..‘도라야키 사세요~‘ 그제서 그가 주인공처럼 보였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말이다. 그자리에 서있는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이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내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유? 왜 살아가나? 삶의 의미는?
강사쌤 왈 평생봐도 잘 모르겠는 것, 그래서 더 자세히 잘 봐야하는 것이라 했다.
확실한 건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을 좀더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고. 순간에 충실해야 하는 것까지...무엇보다 공중에 떠도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며 내 삶의 토대를 공고히 해야한다는 것 잊지 말아야겠다.

한가지 더 고민한다. 내가 벗어나지 못하고 갇혀있는것이 무엇일까...???
마음이 울렁인다. 그것이 무언지 잘 알고 있기에... 언제쯤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강사쌤이 뽑아주신 원작 책속 한줄인데 좋은 글들 다시 추려보았다.

@언어가 없는 존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 행위도 ‘듣는다‘는 단어로 나는 표현합니다......팥의 안색을 살피는 것, 팥의 말을 들어주는 것, 그건 팥이 겪어온 비 오는 날과 맑은 날을 상상하는 것입니다. 어떤 바람을 맞으며 컸는지 그 여행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모든 존재는 언어를 갖고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내 방식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마음 가는 대로 해보는 겁니다. 자신만의 것이 발견된다면 거기서 또 새로운 날이 시작될겁니다. 이제 자신의 길을 걸어주세요. 반드시 할 수 있습니다.

@몇 번이나 죽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그게 언제 어떤 계기로 변했을까요?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숲을 홀로 걸으며 빛나는 보름달을 봤던 순간입니다....나는 그 숲길에 서서 홀로 달과 마주했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그때 나는 들은 것 같았습니다. 달이 나에게 조용히 속삭이는 것 같았어요. ‘네가 보길 바랬어. 그래서 빛났어.‘라고..

@앞으로 당신은 당신다운 인생을 보낼 것입니다. 분명 언젠가는 이것이 나의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대단한 무언가 되지 못했다 해도 당신은 당신답게 일어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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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해, 여름 손님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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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불금이라고들 하는 금요일밤이지만 오히려 나른한 기분에 오롯이 혼자의 시간을 누리는데 주로 늦은밤 운전해 시내로 나가 심야영화를 보며 나만의 세상속으로 느긋하게 여행하는 일주일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한주간 밖으로 쏟아낸 에너지가 내안으로 수렴되어 충전을 하는 날이 바로 금요일밤이 되는 셈이다.

오늘밤은 어떤 영화가 있을까 찾아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아직 걸려있어 그것으로 정했는데 시간대가 정말 완전 한밤중이다..24시가 넘어 나가야하니 그시간에 가면 영화관에 과연 몇명이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텅빈 극장이라면 더 좋을듯~^^

지난주엔 본 영화는 아카데미 기획전으로 ˝Call me by your name˝을 개봉일보다 먼저 볼수 있었는데 책으로 만나고 영화로도 만나고 오늘 추가 주문해둔 원서가 배송되어 앞으로 며칠간 원어로 작가의 감성을 그대로 느껴보고 싶으다. 게이소설이라고 할지 모르나 개인적으로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나에게는 ‘사람‘만 보이더라. 진짜 인간대 인간으로서 말이다. 그 인간적인 모습에 참 많이 공감되고 가슴저리게 읽고 또 보았던 작품이었다.

영화포스터에 적힌 ‘첫사랑의 마스터피스‘란 문구를 보며 여기서 말하는 첫사랑이란 시간적 기준으로 ‘처음‘하는 사랑이 아니라 본질적인 진짜 사랑의 첫사랑을 말하고 있음에 더 깊이가 남다르게 느껴지고 강렬했다고나 할까.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뜨거운 여름, 단 6주동안 벌어졌던 엘리오와 올리버의 충격적인 사랑너머로 감정이 파도처럼 몰려와 숨막히고 눈물나도록 가슴에이고 그렇게 그들의 진실되고 정직한 언어속에 압도당해버렸다.

영화에서는 뒷부분이 생략되었지만 이어지는 엘리오의 행보는 참으로 숙연해지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사실 나는 나중의 그들의 모습이 더 궁금했었다. 보통 어릴때 본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로 끝나는 동화를 읽었을때도 늘 그 후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곤 했었는데 그곳에 진짜 이야기, 진실이 있을것만 같아서였다. 아마도 엘리오의 삶 전체를 볼수 있었기에 나의 종교와 무관하게 게이소설이라 폄하할수도 없었고 그들의 관계가 진실이었고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보통은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마음속 감정을 글로 정리하곤 하는 나이지만 이 작품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게 만드는 그런 힘으로 며칠동안 나를 잡아두었던것 같다. 원어로 읽으며 다시 정리해보기로 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참, 원작의 제목인 ‘Call Me By Your Name‘을 ‘그해, 여름 손님‘으로 번역한걸 두고 뭐라뭐라 말들이 많던데 개인적으로 참 좋은 제목이라 생각되어진다. 꿈같은 비현실적 이야기속에서 제목만큼은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특히 ‘손님‘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소설속에서는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되는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나 자신을 제외하곤 모두다 ‘손님‘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성이 마비되는 순간, 아니 이성이 끼어들수 없는 그런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건 아니다. ‘사랑은 미친 짓이다‘가 아니라 ‘사랑은 미쳐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끝을 알면서도 자신을 내던질 줄 아는 용기는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일일지도..그래서 문학이나 고전, 영화를 통해 그저 간접경험으로 대리만족하며 현실속에서는 ‘삶‘과 연결된 이성적인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혹여 그런 사랑에 빠질지라도 엘리오처럼 사랑의 댓가로 주어지는 행복도 고통도 완전히 다 내것으로 가져갈 힘을 가져야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으로 여운이 가시질 않으니....누구 말대로 한말 또하고 또하는 걸 보니 늙어가는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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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황정아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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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이 얼마나 발단을 일으키는데 비중있고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었던 책 ‘속죄’로 만난 이언 매큐언, 영화<어톤먼트>도 보았다. 다음으로 읽은 책은 ‘체실 비치에서’, 참 재밌게 읽었다.

세번째로 읽은 그의 책 ‘이런 사랑’
죽어야 끝나는 사랑_
심리학적 용어로 ‘르 클레랑보 신드롬’

사랑은 어느정도 환상과 망상을 품고 있다고 믿고 있는 나이지만 이건 정말 소름이 쫙 끼쳤다. 자기애적이고 자기 지시적인 사랑으로 불변하는 사랑이다. 이게 정말 현실에서 가능할까. 참 얼마나 애정이 결핍되어 살았기에 그럴지 패리가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이언 매큐언의 심리묘사는 정말이지 인물들의 마음을 빗대어 풀어내는 일상의 언어들과 사랑의 언어들이 참 정교하고 고급지다는 생각이 들며 읽었다.

‘때론 피로가 최음제가 되어 다른 생각을 모두 지워버리고 무거운 팔다리에 오직 관능적인 움직인만을 남긴다. 매사에 관대해지고 모든걸 넉넉하게 받아들이며 자기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는다. 퍼덕거리며 그물을 떨쳐낸 물고기처럼 우리는 몸을 뒤틀어 각자의 하루에서 벗어났다.’

저녁시간이면 이렇게 하루의 짐을 내려놓고 하루라는 옷을 벗어버리고 오롯이 나의 시선만을 느끼며 나로 오붓이 즐길수 있는 이런 시간이 좋다. 이럴때 이언 매큐언의 책은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친밀한 친구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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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샘 멘데스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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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상과 현실의 간극속을 어떻게 메우며 살아갈것인가 생각하게 되는 영화
행복은 순간이고, 순간의 행복을 위해 지루하고 기나긴 일상을 견디어내는 일이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Hopeless, Emptiness
I can’t leave and can’t stay.
It’s no use to anyone.”
케이트 윈슬렛의 대사에 꼿혔다.
케이트 윈슬렛의 절망과 공허에 깊에 공감하며 정상적인 삶이란 괜찮은 척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며 그게 안되는 사람들은 사회라는 현실의 견고한 벽앞에서 비정상 취급받으며 헤메일 수밖에 없는듯하다.

˝아메리칸 뷰티˝를 통해 현대 미국사회 중산층의 가족문제를 다루었던 ‘샘 멘더스‘감독의 2009년작으로 영화배경은 1950년대이지만 현실과 이상속에서 갈등을 겪는 부부의 문제를 핵심으로 다루어 깊게 몰입하여 같이 고민하며 보게되는 영화였다.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들은 늘 만족하며 보게되는데 그녀의 시나리오 선택하는 안목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쁜 여배우라기보다 연기파 배우에 가깝다. 타이타닉 이후로 11년만에 조우한 그들의 연기캐미가 대단하고 디카프리오의 깊이있는 연기도 볼수 있어 좋았다. 케이트 윈슬렛의 당시 남편이었던 감독 샘 멘데스와는 아니러니하게 이 영화를 찍고나서 결별했다고 한다. 부부문제는 정말이지 둘만의 사적인 영역이라 짐작만 할뿐 알수 없다.

샘 멘데스 작품중 최고작이라는데 늘어지는 장면 없이 정말 군더더기 없는 밀도높은 영화~
원작인 책이 있는것 같은데 번역되어 나와있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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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1 0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아이 2018-02-20 21:33   좋아요 0 | URL
저도 반가워요~^^
정보 감사해요 ^^
 
심연으로부터 -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오스카 와일드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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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으로부터‘ 그의 절친 로스가 시130편 첫문장을 따서 지은 제목이라 한다.
오스카 와일드가 감옥생활중 출소를 5개월 남겨두고 쓴 1인칭 고백의 글.. 자신의 연인에게 보낸 편지라고 해야 정확하겠으나 읽는 이에 따라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하고 욕망과 사랑, 오만과 겸손, 부귀와 가난, 명예와 치욕, 미움과 용서, 쾌락과 고통, 행복과 슬픔, 세상과 신_ 삶의 양극을 오가며 모두 겪어낸 빛나는 천재 재담꾼 와일드로부터 삶의 정수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읽는내내 그의 고통이 전이되어 아프게 읽게 되는 책.
왜 피할 수도 있던 그 불길속으로 자신을 내던졌을까..
예술가로서의 오만이었던지 아니면 정말 사랑하나 때문이었던지 그의 마지막은 너무 씁쓸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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