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록
프리키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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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록 (2024년 초판)

저자 - 프리키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7000원

페이지 - 304p

이름 그대로 여섯 가지 기이한 이야기

'프리키' 다소 낯선 이름의 저자이나 황금가지에서 운영중인 온라인 장르 커뮤니티 브릿G에서 100편 이상의 단편을 공개한 저력있는 작가라고 한다. 궁금해서 브릿G에서 검색해보니 지금 리뷰를 쓰고있는 현재 133편의 작품이 업로드 되있고 판타지, 호러, 스릴러, 추리, SF 등 장르 역시 경계짓지 않는 올라운더 플레이어인듯. 그런 작가의 어디에도 공개된적 없는 6편의 작품을 모아 [기생록]이란 이름으로 출간됐다.

1. 국가생명연구소

2. 이웃을 놀라게 하는 법

3. 이 안에 원귀가 있다

4. 소녀 사형 집행관

5. 괴물 사냥꾼

6. 기생록

각 단편의 줄거리는 책의 뒷표지에 친절하게 설명되있으니 차치하고 책에 실린 단편들 역시 장르소설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크로스오버되어 시너지를 발산한다. 전체적으로 본인의 [호러미스터리컬렉션]을 보는듯 인간의 극한 감정을 가감없이 그리는 암울+다크함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취향저격의 이야기라 꽤나 즐기며 읽을 수 있었다.

[국가생명연구소]는 인간을 원격 조정하여 암살할 수 있는 기술이 복수에 쓰일 때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다가 막판의 피터지는 지옥도에서 정신이 번쩍 드는 작품. [이웃을 놀라게 하는 법]은 싸가지 없는 이웃의 여성을 골탕 먹이려던 날백수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이다. 우연에 우연이 거듭되지만 백수에게는 동정심이 이는...

[이 안에 원귀가 있다]는 청각장애 오컬트 미스터리로서 제한된 환경에서 범인 찾기를 경험할 수 있다. 범인에 대한 힌트를 복선으로 좀 더 깔아줬다면 좋았을 듯. [소녀 사형 집행관]은 날로 수위를 높여가는 촉법소년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인 작품이다. 죄진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에선 동의하는 작품. [괴물 사냥꾼]은 미드 [제 3의 눈]을 보는 듯한 크리쳐와 인간의 대결물을 그린다. 결말의 반전 역시 미드의 상상력을 이어가는 느낌. [기생록] 역시 제목그대로 크리쳐물로서 끔찍하고 기이한 느낌을 살려낸다. 바로 직전에 읽었던 '오다 마사쿠니'의 [화 : 재앙의 책]의 [미미모구리]단편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었기에 반가우면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표지의 오색 빛깔로 터져버리는 머리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작품집이다. 물론 총천연색 무지개 같은 희망을 기대한다면 그런 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정의따윈 없다. [기생록]은 어쩌면 끝없이 암울하고 참혹한 현실을 가장 잘 설명하는 판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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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방송국 : 초콜릿 살인 사건 고래동화마을 16
김희철 지음, 산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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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방송국 : 초콜릿 살인사건 (2023년 초판)

저자 - 김희철

그림 - 산호

출판사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정가 - 13000원

페이지 - 120p

청소년을 위한 밀실 미스터리

말그대로다. 청소년 용 밀실 미스터리라는 인친의 말에 호기심이 돋아 읽어봤다. 플롯은 간단하고 사건역시 간단하다. 피아노 연주실이라는 밀실에서 한달만에 발견된 두 소녀. 한 소녀는 피아노 안에서 아사한채로, 한 소녀는 피아노 의자에 쓰러져 영양실조 상태에서 간신히 숨만 붙은 채로 발견된다. 자. 범인은 누구(WHO)이며 밀실에서 어떻게(HOW) 살아남았으며, 왜(WHY) 갇히게 됐는가?

대한예술학교의 신축 다목적홀 지하 음악실에 갇힌 채 한달만에 발견된 신나나와 기도도. 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호러방송국의 앵커들과 주기자가 파헤치면서 서서히 베일에 가려져있던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밀실이라고는 하나 ㅎㅎㅎ 범인은 예상했던 그대로이며 트릭....이랄 것도 없지만 어른이 읽기에는 조금은 미흡한 미스터리. 다만 미스터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라면 흥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 그런 의미에서 사건을 파헤쳐가는 캐릭터를 탐정 대신 방송국의 앵커로 바꿔 시종일관 가벼운 분위기로...아니, 정신 사나운 분위기로 끌어가는 점은 신선한 듯.

잔혹한 장면은 배재하였으나 역시나 점수 제일주의라는 한국의 교육 특성에 시기와 질투를 뒤섞은 전형적인 한국 학원물을 그려내고 있다. 다만 중고딩, 아니 초딩 고학년만 되도 그냥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고 초딩 저학년은 '명탐정 코난'을 보는 요즘에 어느 연령대의 학생을 타겟으로 잡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이정도면 초딩 저학년이 보기에 맞는 수준이려나. 어쨌든 가볍게 미스터리를 접하기에 본격 입문용으로 좋은 작품이다.

*출판사 제공으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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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앙의 책
오다 마사쿠니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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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 재앙의 책 (2023년 초판)

저자 - 오다 마사쿠니

역자 - 최고은

출판사 - 검은숲

정가 - 17000원

페이지 - 408p

이토준지가 극찬 할만 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호러는 언제나 환영이다. 특히나 [링], [주온]의 나라 일본이라면 더욱 그러한 마음이다. 암울한 학창시절 공포의 도피처였던 '이토준지'의 샤라웃을 받은 공포소설이 출간됐다는 소식에 잠시 잊고 있던 일본 호러의 피가 끓는 것을 느꼈다. 때마침 운 좋게도 카페 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할 수 있었다.

창조적 기괴함. 인간의 공포심은 단순히 피와 창자가 난무하는 표면적 난도질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님이 분명하다. 이 작품 [화]는 칼로 썰리는 피부를 넘어 무의식중에 내제되어있던 상상속의 역린을 자극한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극한의 상상력에 빼어난 문장력이 더해지니 더이상 호러는 싸구려 저질문학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없게 만든다.

총 7편의 작품은 인간의 신체를 주제로 기이한 상상력을 펼쳐나간다.

책을 뜯어 먹는 [식서]. 즉 '입'을 시작으로 '귀' = [미미모구리], '눈' = [상색기], '살' = [부드러운 곳으로 돌아가다], '코' = [농장]을 거쳐 제목 그대로 '머리카락' = [머리카락 재앙]을 마지막으로 '전라'를 의미하는 [나부와 나부]로 구성된다. 단순히 인간의 신체를 소재로 했다고 하지만 그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은 무척이나 기괴하고 정말로 '이토준지'가 딱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다. (물론 '이토준지' 빠인 나 역시 좋아할만한 스타일이다.)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SF 장르인 [상색기]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재미있게 읽었는데 현실과 밀접한 괴이로 시작하지만 허무한 마무리로 아쉬움을 자아내는 단편이 있는가 하면 생각지도 못한 에로틱 호러로 새로움을 주는 작품도 있었다. 각각의 신체에 어떻게 작가의 상상력을 덧입혔는지 발설하고 싶지만 그것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독서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일이라 생각되어 말을 아끼련다. -_-

개인적으로 재미 순위를 매기자면

[부드러운 곳으로 돌아가다] > [머리카락 재앙] > [미미모구리] > [식서] > [나부와 나부] > [농장] > [상색기] 였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에로틱 호러 [부드러운 곳으로 돌아가다]가 개인적 GOAT였다. '아디포필리아'를 이렇게 그렸다는 자체가 정말로 일본이 가질 수 있는 변태적 상상력과 판타지의 절묘한 앙상블이랄까. 제목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밀려오는 전율이 일품. [머리카락 재앙]은 정말로 '이토준지'님이 만화로 이미지화 해주면 너무나 좋을 것 같은 작품이다. 막판 광기에 휩싸인 집단 학살은 '이토준지'의 호러만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호러임엔 분명하다. 내가 생각하는 말초적 공포와는 다른 지점을 가리키지만 이것 역시 공포의 범주이므로 새로운 공포에 도전하고 싶다면 읽어 볼만 하다. 괴이한 상상력의 집약체. 과연 [재앙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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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과 살인귀
구와가키 아유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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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과 살인귀 (2023년 초판)

저자 - 구와가키 아유

역자 - 문지원

출판사 - 블루홀식스

정가 - 16800원

페이지 - 340p

모든 것이 반전이다

일단 나오면 관성적으로 읽게 되는 블루홀식스 출판사의 근간이다. 더불어 독특한 제목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표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는 리뷰들까지. 기대감을 품에 안고 시작했다. 저자는 문학과를 전공한 문학도이다. 그때문인지 작품 전반에 걸쳐 눈길을 사로잡는, 솔직히 갈무리 했다가 몰래 써먹고 싶은 표현들이 눈에 띄인다. 전체적으로 가독성 좋은 문장에 특색있는 포인트를 주었달까. 이는 스토리와는 별개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어릴적 아버지의 처참한 죽음 이후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친척의 손에 자란 미오는 대학교 임시 파견직으로 생계를 이어나간다. 닭장 속의 닭처럼 주어진 세계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싶지만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떨어져 살던 여동생 히나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것도 모자라 동생이 죽기직전 보험 살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 때문이다. 매스컴의 질타는 이윽고 언니인 미오에게까지 번지고. 미오는 히나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직접 나서는데.....

두 번, 세 번 , 네 번, 다섯 번

거듭되는 반전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다키이 아사요 (작가)

소심하고 수동적인 히나의 성격을 공들여 설명하는 다소 정적인 전반부를 지나 중반부까지 차근차근 반전의 초석을 다진다. 그리고 결말에서 그동안 쌓아놓은 반전을 연이어 터트리는데, 솔직히 오로지 반전을 위한 집착적 무리수도 존재한다. 그다지 납득되지 않는 일본식의 이상심리 캐릭터도 더러 있다. 다만. 다섯 번이나 거듭되는 반전에서 무리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니 작가의 설계대로 즐기기만 하면 될 것이다.

* 스포일러 주의 *

* 스포일러 주의 *

* 스포일러 주의 *

정말로 다섯 번의 반전이 휘몰아치는지 세보지 않았다. 다만 이 작품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사건과 캐릭터가 뒤바뀌는, 실로 모든 것이 반전인 작품이다. 나도 궁금해서 정리 해 봤는데.

1. 보험 사기로 몰린 히나 사건

2. 수동적인 미오의 성격

3. 프리랜서를 지망하는 정의로운 나기사 캐릭터

4. 미오를 비웃는 마린 캐릭터

5. 다정한 히나의 아버지

6. 친절한 기리미야의 정체

7. 모범생 히로의 정체

8. 히나에게 사기를 당할 뻔했다는 사업가 도모리의 진실

9. 도모리의 오른팔 가네다 캐릭터

10. 11. 두 개의 서술트릭까지....

우선 떠오르는 것만 11개. 개연성은 차치하더라도 엑스트라 몇명을 제외하면 등장인물 모두가 비밀을 간직한 돌아이들이며 진실이라 믿었던 사건 모두가 뒤집혀버린다. 뭐.... 이런 작품이 다 있냐. 큭큭큭큭. 다 섯번? 아니. 열한 번의 반전에 무릎을 꿇은 것도 모자라 이마를 땅바닥에 처박아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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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상조 회사 - 청년 탐정들의 장례지도사 생활 속으로 한국추리문학선 1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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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상조 회사 (2023년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4500원

페이지 - 206p

한 해의 끝자락에서 만난 죽음의 의미

23년 한해가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올해의 마지막 리뷰는 [다다상조 회사]이다. 특별히 계획하지는 않았으나 어쩌다 보니 한해의 마지막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작품을 집게 되었다. 전작 [무지개 무인 사진관]으로 힐링과 추리를 접목한 코지 미스터리 작품을 선보였던 '김재희' 작가의 연장선 겪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상조회사의 직원의 눈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장례식과 연관된 사람들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얼마전 자신이 직접 상주로 진행했던 장례를 통해 이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다. 본인도 나이가 나이니 만큼 작품에서 그려지는 자세한 장례절차나 망자에 대한 사연들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슬픔과 통한으로 경황이 없을 이들을 보듬고 떠나간 자를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장례 컨설턴트에 대한 이야기. 확실히 독자에게도 새롭게 다가올 것이리라.

1. 봄, 화려한 종부

병든 남편을 떠나 보낸 아내는 상주를 맡는다. 장례 컨설턴트 현명은 경황이 없는 부인을 도와 차근차근 장례 절차를 밟고 마침내 마지막 절차인 장지에서 아내는 느닷없는 제안을 하는데.....

2. 여름, 반려동물

정든 반려견 쪼꼬미를 떠나보낸 여성은 애완동물 장례식을 치르기로 결정한다. 역시 현명의 도움으로 염습부터 화장까지의 절차를 밟아가고. 장례절차가 진행될수록 쪼꼬미와의 추억이 새록새록 드는데....

3. 가을, 나이롱 상주

이혼으로 헤어진 어머님의 부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들. 친아버지의 손에 자라났지만 어머니의 상주를 부탁받는다. 마침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있던 아들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이용하려고 하는데....

4. 겨울, 출퇴

병든 아버지를 떠나보낸 아들이 상주를 맡는다. 직접 염습 과정부터 참여하며 서먹했던 아버지와의 추억들을 떠올리는데...

5. 이듬해 봄, 금기

장례 봉사를 하겠다면 상조회사를 찾아온 여성. 현명은 그녀가 찾아온 사정을 묻지만 다짜고짜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말하는 여성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데....

비록 픽션이지만 망자를 그리며 그들과의 추억을 되새기는 인물들은 마냥 픽션같지 않았다. 살아 숨쉬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나 그들의 일상 대화들 속에 작가의 성격과 경험이 그대로 묻어있는듯 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다섯가지 이야기가 차가운 이밤. 23년의 마지막 밤을 촉촉히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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