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제주 사계절 아이와 여행
전정임 지음, 김혜원 그림, 안녕로빈 기획 / 안녕로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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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제주 (2020년 초판)_사계절 아이와 여행

저자 - 전정임

그림 - 김혜원

출판사 - 안녕로빈

정가 - 13000원

페이지 - 149p



때로는 아이도 훌쩍 떠나고 싶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별 아래~ 여름만 되면 가고 싶어 지는 그곳. 비행기 한시간이면 이국적 풍경의 섬으로 갈 수 있는 그곳.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있는 제주도에 11살난 내 아이가 홀로 떠난다면 어떨까? 물론 현실에서는 아이 걱정 때문에 불가능하겠지만 그걸 가능케 하는 책이 출간됐다. 상상속에서 나 홀로 떠나는 동화같은 제주여행. 좋지 아니 한가.



11살 난 나은이가 이벤트에 당첨된다. 바로 6일간의 제주여행 이벤트에 말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짐을 꾸리고 비행기에 몸을 실어 내린 곳은 바로 제주도이다. 서귀포 언덕에 위치한 양이 호텔에서 나은이를 맞아주는 건 고양이 양이 씨이고. 나은이는 첫날 부터 제주도 구석구석 자연과 먹거리, 역사와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성숙한 아이로 한 뼘 더 자라난다. 



나은이의 여행기를 보면서 아내가 여름에 둘째를 낳고 몸조리에 들어가 네 살난 첫째 딸과 단 둘이 제주여행을 갔던 때가 떠올랐다. 키티 박물관에서 귀여운 전시물들을 보던 때, 아름다운 바다 석양을 보며 눈을 반짝이던 때, 문어 숙회를 먹으로 엄지를 추켜 올리던 때 등등등. 그런 첫째가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는데, 좌우간. 그때는 내가 짠 스케줄대로 아이가 따라만 다녔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아이가 먼저 제주도 여행의 스케줄을 짜지 않을까 생각됐다. 




조랑말체험공원, 신풍목장, 본태박물관, 거문오름곶자왈, 만장굴, 금오름, 성이시돌목장, 테디박물관, 제주 4.3공원, 작은 책방까지.....사실 나도 몰랐던 제주의 숨은 명소들과 그 지역에 담긴 뜻과 설화까지 알려주고 있으니 이보다 더 친절한 제주 여행 설명서가 어디있겠는가. 천주교 박해, 제주도의 비극적 사건 4.3 사건 같은 아픈 역사를 소개하고 아이가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하는 배려가 너무나 좋았다. 단순히 휴양지 여행으로 그치지 않고 다 함께 이해하고 보존 보호해야 함을 가르쳐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학년 별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담고 있으니 초딩 아이를 위한 여행 안내서로 더없이 제격 아닌가. 



동화같은 이야기에 어울리는 예쁜 삽화는 아이의 집중을 높이고 이해를 돕는다. 삽화로 기억하는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실제로 봤을때 아이가 느낄 감동을 함께 하고 싶다. 정말로 첫째에게 이 책을 잃히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여름에 아이가 짜놓은 스케줄로 제주 여행을 떠나리라 마음 먹었다. 



소소하지만 행복하고 여유롭지만 알찬 여행을 위한 어린이 여행 안내서 <사계절 여행 시리즈>는 이번 [여름방학 제주]를 시작으로 [가을캠핑 강원], [겨울손님 서울], [봄길 남도]가 예정되어 있다. 앞으로 만나게 될 다음 여행지도 무척 기대되고, 그땐 어떤 동화같은 일들이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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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옆집 - 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조윤민.김경민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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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세탁소 옆집 (2020년 초판)

저자 - 조윤민, 김경민

출판사 - arte

정가 - 16000원

페이지 - 275p



그곳게 가면 전세계 맥주와 엽기발랄 그녀들이 있다



세상에 무엇이든 망하려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니 문제이겠지만.... 장사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문전성시를 꿈꾸며 가게를 오픈한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높디 높은 현실의 벽을 통감한다. 개개인에게 내려진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갑부가 아닌 이상 말이다. 그러니 그 한 번 혹은 두 번의 기회를 낚아채 성공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분석하고 연구하고 시야를 넓혀야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창업기를 읽는가 보다. 



각자가 맡은 직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전혀 다른 분야로 창업을 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이 투잡을 사이드 허슬이라 부른다. 다소 무모한듯 보이지만 그런 도전정신과 실행력으로 두 가지 분야를 성공적으로 일구어낸 두 사장님들의 노하우를 마주한다. 



구글의 스타트업 캠퍼스 프로그램 리드, 벤처캐피털 500 스타트업 코리아에서 디렉터....뭔소린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해 보이는...-_-;;; 어쨌던 이게 두 사장의 본업이란다.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그 나라의 독특한 맥주들을 마시고, 사람들과 맥주 한잔을 나누는 시간을 소중히 하던 이들은 어느날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이렇게 좋아하는 맥주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함께 즐기자고. 그렇게 금호동 8평짜리 공간에 맥주 구멍가게, 맥주 수퍼, 맥주 보틀 판매점인 '세탁소 옆집'이 탄생한다. 독특한 점포명은 말그대로 크린토피아 세탁소 옆집이기에 지어진 네이밍이란다. 



그리고 온갖 삽질(두 사장 본인들이 그렇게 부른다)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점차 어엿한 CEO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담긴다. 본업과 병행하면서 가게를 운영해야 한다. 일주일에 오일. 일일당 다섯시간의 운영시간으로 금호동 인싸장소가 되기까지.... 끊임없는 삽질 바꿔말해 도전과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지금의 '세탁소 옆집'은 한남동에 오픈한 2호점은 없었으리라.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일로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인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절감한다. 정말로 좋아하고 열정이 있어야 취미에서 일로 바뀌어도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식초 같은 맛이 나는 사워 맥주를 직접 담궈 오리지널 맥주 브랜드를 런칭하고 단 6시간 만에 크라우드 펀딩 완판을 기록하는가 하면 디제잉을 초빙하여 런드리 나잇이라는 디제잉 파티를 매달 개최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수익을 창출한다. 젊은 세대들의 감각과 트렌드를 장사에 성공적으로 접목하고 그것을 수익으로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던가. 



미친 아이디어를 미친 실행력으로



자칫 눈살이 찌푸려 질 수 있는 술 판매업 그리고 야밤에 고성방가로 주변의 눈살을 찌푸릴 수 있을 디제잉 파티 등 여러 난관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핵심은 주변 상권과 어우러져 상권 자체를 살리고자 하는 이들의 전략(플리마켓 등등)이 주효하게 먹혀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골목식당]에서 백대표가 그렇게 부르짓던 말인것 같은데 -_-;;; 좌우간, 퇴근 후의 자유시간을 이렇게 즐기면서 이익을 내다니....술로라이프! 이들의 즐거운 투잡생활이 다른 창업가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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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외 서커스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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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외 서커스 (2020년 초판)

저자 - 고바야시 야스미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하빌리스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35p



유혈낭자 대난투 살육극!




[앨리스 죽이기] 시리즈, [기억 파단자][분리된 기억의 세계]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기발한 소재와 상상 그리고 뛰어난 재미로 많은 팬을 거느린 '고바야시 야스미'의 기막힌 뱀파이어 액션 활극이 출간됐다. 뱀파이어와 서커스?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가지 소재를 어떻게 버무려 놓았을지 궁금했는데, 때놓고 보면 새로울 것 없는 이 익숙한 소재들을 이렇게 기똥차게 합쳐놓은건 역시 작가의 경계없는 상상력과 어마무시한 필력이 아닌가 싶다.



서커스 단원 VS 괴력의 뱀파이어 군단



란도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서커스단에서 탈출 마술을 하는 마술사이다. 나이든 삐에로 광대 대장과 마술조수 아야미와 더불어 열 명 남짓의 열악한 서커스 단은 마을의 숲속 한가운데 천막을 치고 서커스 공연 준비를 시작한다. 대장과 란도는 높은 나무들이 심어진 숲에서 서커스 천막으로 가던중 나무 꼭대기에 서있는 소녀를 발견하고 놀란다. 정체불명의 소녀는 나무 꼭대기에서 그대로 점프하여 대장과 란도가 있는 바로 앞 공중에 떠서 자신이 뱀파이어 키리피시라고 설명한다. 난데없이 나타나 자신을 뱀파이어라 소개하는 소녀를 보며 대장과 란도는 좀처럼 믿지 못하지만 한순간 예쁘장한 소녀에서 추악한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 소녀를 보고 소녀의 말이 진실임을 깨닫는다. 혼비백산한 대장과 란도는 가까스로 소녀에게서 도망치고, 대장과 란도는 서커스 단원들에게 당장 도망치자고 설득하지만 단원들은 좀처럼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윽고 시간은 흘러 밤이되었고, 단원들 앞에 낯선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뱀파이어는 불로불사이다. 그들을 죽이기 위한 방법은 십자가와 심장을 관통하는 말뚝이지만, 열혈 사투라는 극의 박진감을 위해 아마도 십자가는 배재한듯 하다. 결국 그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심장에 뭘 꽂던가. 뇌를 부숴버리던가, 모가지를 뎅겅 잘라버리던가...-_-;;;; 근데, 이 뱀파이어들 역시 기존 흡혈귀들을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한 손으로도 몇 톤은 될정도의 파괴력을 자랑하며 배가 찢어져 내장이 주렁주렁 나와도 단 몇 초만에 회복해버리는 생체병기이니 말이다. 뭐 거의 영화 [블레이드]의 뱀파이어 왕 정도의 공격력을 자랑한달까. 



그에 대적하는 서커스 단 사람들은 궁색하기 그지 없다. 물론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평범한 인간보다는 민첩성이나 근육량은 높다지만, 뱀파이어에 비한다면 바퀴벌레 수준....ㅠ_ㅠ 하지만 그런 계란에 바위치기 같은 극명한 수준의 전투이기에 더욱 감정이입이 되고, 벌레 같은 인간이 기지로 뱀파이어들을 무찌르는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희열을 느끼게 만든다. 더불어 이 작품의 또 하나의 매력은 고어적 잔인함이다. 아무리 찌르고 잘라도 금세 회복하니....-_-;;; 결국 싸움을 끝내려면 가루가 돼도록 썰어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ㅎㅎㅎ 피와 살점이 난무하고 뼈부러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극강의 액션 활극이 아~주 시원하게 펼쳐지면서 잔혹한 폭력의 카타르시스를 마구마구 자극한다.  



단순히 반복되는 액션만 있었다면 이렇게 재미있진 않았으리라. 역시 예상을 깨는 작가답게 이 액션 대난투극에 복선과 반전의 요소를 집어넣어 결말의 재미를 한층 보강하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영화 [블레이드]를 보는 것 같은 시원함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아무 생각없이 즐기고 싶다면 이만한 작품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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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 세계를 읽는 방법 - 김창규×박상준의 손바닥 SF와 교양
김창규.박상준 지음 / 에디토리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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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 세계를 읽는 방법 : 김창규 X 박상준의 손바닥 SF와 교양 (2020년 초판)

저자 - 김창규, 박상준

출판사 - 에디토리얼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26p



앞으로 다가올 실현 가능한 세계로의 초대



우리가 SF를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막연한 미래세계에 대한 호기심? 아니면 무수한 갈래의 미래중 가장 안전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현재의 준비를 위해? 뭐가 됐던 지금도 시간을 흘러가고 있고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의 이미지들은 하나, 둘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SF전문출판사 에디토리얼에서 앞으로 다가올 실현 가능한 세계를 미리 가정하고 그에 대한 사고실험과 사유를 풍부하게 전하는 흥미로운 SF칼럼이 출간되었다. 한국SF의 대표작가 '김창규'와 SF아카이브 대표를 역임중인 '박상준'님이 함께 한 이 작품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경향신문에 격주로 실린 칼럼으로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독자가 현실과 앞날을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할 기회를 제공 할 것.'이란 주제로 쓰인 마흔 편의 칼럼이 실려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겠지만 우리가 SF라고 하면 떠올리는 우주전쟁, 외계인, 디스토피아 등등의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다음 세대 혹은 지금 당장 진행되고 있는 예민하고 첨예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 자율주행이 완벽히 자리를 잡은 시대에서는 사람의 직접 운전이 오히려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더 많은 보혐료를 낼 수 도 있다?


2. 현재의 아내에 권태를 느낀 남편이 연애 초기의 아내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이식하여 인공지능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아니러니한 사건.


3.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맞춤 아기들이 만연한 시대에서 부모의 소신으로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차별 당하는 사회.


4. 모든 네트워크가 국가에 의해 은밀하게 감시 당하는 빅브라더와 같은 사회.



등등등등...... 언젠가 한번쯤 SF소설에서 봤을법한 설정(인공지능 등), 또는 지금 이순간에도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도청, 감청 등), 또는 이제 막 초기 기술이 개발되어 진입하려는 단계(유전자 조작 등) 등 이 책에서 다뤄지는 40가지 세계들을 보고, 말미에 '김창규' 작가와 '박장준' 대표님의 날카로운 현실적 상황과 비전을 보고 있자니 더이상 SF로 치부하기에는 시대가 너무나 촉박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시금 두 분의 안목과 세계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에 놀라게 됐다.



말그대로 세상은 시시각각 격변하고 있다. 역병의 창궐로 바이러스 아포칼립스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지금도 이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여 바이오 산업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사회와 정치, 경제가 대응하는 속도는 과연 알맞은 보폭으로 따라가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이같은 속도를 우려하는 사례도 책에 여려건 소개되고 있는데, 몇몇 악한 인간들이 이 간극, 헛점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기에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시대가 변해가는 도중이라 그런 거야. 지금 당장은 법으로 타고난 능력을 향상시키는 시술은 못하게 돼 있지. 그런데 어기면 어떻게 될까. 원상 복구시킬수는 없어. 사람 능력을 저하시키는 시술도 불법이거든. 남는 건 적지 않은 벌금인데, 얼마가 됐든 내고 전과가 남아도 상관 없고 언론에 나가도 상관없다잖아. 비용까지 생가갛면 이토록 뻔뻔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건 저런 자들밖에 없겠지. 지금은 그래."

_106p



각 챕터 말미에 칼럼과 대응되는 SF소설을 추천하기도 한데, 실제로 읽으면서 수십편의 SF소설들과 영화들이 떠오르는 즐거운 칼럼이다. 한, 두 페이지 분량의 엽편SF를 보는 기분이랄까. 딱딱한 칼럼을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내겐 무려 마흔 가지의 흥미로운 SF단편이 실린 최고의 SF 단편집이었다.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언젠가는 다가올 세계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길잡이이자 교양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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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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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2020년 개정판 2쇄)_가가형사 시리즈 3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양유옥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14p



겹겹이 쌓아놓은 반전의 묘미



'게이고'작가의 대표 장수 캐릭터 가가형사 시리즈 세번째 작품이다. 집필 시기는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가 빠르지만 발표는 [악의]가 먼저라나 뭐라나...어쨌던 현대문학에서는 이 [악의]를 시리즈 no.3으로 출간했으니 순서대로 읽는다. 사실 두번째 작품 [잠자는 숲]이 개인적으론 너무 별로였던지라 내심 기대반, 우려반 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악의]야 말로 진정한 '게이고'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는 것. 이중 삼중 반전과 더불어 인간의 심연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깊이 있는 안목까지...ㄷㄷㄷ 어설픈 러브라인을 빼버리니 이토록 심플하고 간결한 작품이 탄생하지 않는가. ㅎㅎㅎ 가가는 그냥 평생 혼자 사는걸로...



교사였던 노노구치는 어릴적 친구이자 인기 작가인 히다카와 친분을 유지하면서 교사를 그만두고 동화작가로 전업한다. 그날도 자주 찾던 히다카의 집을 찾은 노노구치는 이제 얼마뒤 해외로 이주하는 히다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집을 나서며 가져간 샴페인을 히다카의 아내 리에에게 건낸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노노구치에게 히다카가 잠시 만나자는 전화를 건다. 노노구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히다카의 집을 찾지만 집안의 불은 전부 꺼져있는 상태. 이상함을 느낀 노노구치는 외출한 리에에게 전화를 걸고 돌아온 리에와 함께 히다카가 그의 서재에서 싸늘하게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머리에 가해진 충격 그리고 전화선으로 목이 졸려 죽은 히다카. 가가 형사는 살인사건에 투입되고, 한때 교사였던 가가 앞에 선배 교사였던 노노구치와 재회하는데......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할까?

그렇다면 사람이 사람 싫어하는데 굳이 이유를 가져다 붙일 필요도 없으리라.



그 타인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쌓이고 쌓이면 살인까지 불러오는 악의가 될 수 있을까? 때로는 미치도록 미운 마음이 돌이킬 수 없는 악의로 실체화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노노구치의 고백적인 수기로 시작하는 작품은 친하게만 보였던 노노구치와 히다카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게 만든다. 친구를 죽여야 했던 이유. 친구를 살해해야 했던 악의.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의 근원을 차근차근 파헤쳐 간다. 내가 그를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 구구절절한 이유들을 보고 있자니 책을 읽는 본인까지 그 분노가 전해져 온다. '그래 잘 죽었다 이 나쁜놈아!' 인간 쓰레기들은 차라리 없어지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들이 머리속에 자리잡고, 이제 작품은 다음 페이즈로 돌입하게 된다. ㅎㅎㅎ



일단 작품은 3개의 페이즈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페이즈는 히다카 살인사건의 트릭 찾기. 두번째 페이즈는 살인 동기 찾기. 그리고 대망의 세번째 페이즈에서 앞선 이야기를 전부 뒤집어 엎는 진실과 반전의 대환장 타임! 후던잇, 하우던잇, 와이던잇의 묘미를 모두 아우르는 미스터리의 알찬 선물세트 같은 작품인 것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라. 내 주변의 친한 사람들을 의심하라. 어느 순간 내가 믿었던 그 사람이 비수를 내 가슴팍에 꽂을지 모른다. 사람의 마음속은 그렇게 종잡을 수 없으며 어둠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 싫어하는데 굳이 이유를 물을 필요가 있으랴. 그저 내가 타인의 미움의 표적이 되지 않고 평탄하게 살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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