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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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가씨와밤 (2018년 초판)
저자 - 기욤 뮈소
역자 - 양영란
출판사 - 밝은세상
정가 - 14500원
페이지 - 403p



엇갈린 사랑의 비극적 말로



이름은 익히 들어본 작가인데 이 작가가 스릴러 작가였다는건 이 작품을 통해서야 처음 알게되었다. -_- 묘하게 매혹적인 표지와 시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끌고 25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살인의 비밀이란 플롯에 궁금증이 일어 집어들었다. 1992년과 2017년,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구성으로 92년 살인사건에 대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25년 만에 새롭게 시작되는 살인에 대한 범인의 정체가 누구일지 끊임없이 의심케 만든다.



생택쥐페리 고등학교 개관 50주년 기념 졸업생 모임 초대장을 받은 토마와 막심은 다급해진 마음으로 고향 코트다쥐르로 향한다. 졸업생 모임이 열리는 체육관을 모임 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지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1992년 12월 19일...토마는 열렬히 짝사랑 하던 빙카가 문학 선생님의 아이를 임신하여 충격에 빠진 모습을 지켜본다. 짝사랑하는 친구의 끔찍한 말에 분노로 이성을 상실한 토마는 그길로 문학 선생 알렉시를 찾아가 쇠파이프로 폭행한다. 거친 몸싸움 도중 알렉시가 토마의 위에 올라가 유리조각으로 찌르려는 찰나, 우연히 이를 본 막심이 평소 가지고 다니던 나이프로 알렉시의 목을 그어버리고 알렉시 선생은 그자리에서 사망한다. 공황에 빠진 토마와 막심은 막심의 아버지 프란시스에게 연락을 하고, 프란시스는 재빨리 알렉시의 사체를 공사중이던 체육관 벽에 시멘트와 함께 발라버린다. 그날 이후 빙카 역시 모습을 감춰버리고, 실종수사를 하던 경찰은 12월 20일에서 21일사이 파리의 호텔에서 빙카와 알렉시가 하루를 숙박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학교에는 빙카와 알렉시가 사랑의 도피를 했다는 소문이 퍼지고....25년이 흘러 체육관 속에 숨겨둔 시체가 발견되 토마와 막심의 살인이 밝혀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유명 소설가로 성공한 토마는 다시 한번 25년전 빙카의 실종에 대해 조사하게 되는데.....



짝사랑이란 콩깍지가 씌이면 상대의 모든 결점이 장점으로 비춰지는 마법이 일어나나보다...열아홉 사랑의 열병을 앓던 토마에게는 보이지 않던 빙카의 진실들이 콩깍지가 벗겨진 25년이 지나서야 하나 둘 보이게 되니 말이다. 상냥하고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기억속의 빨간머리 아가씨 빙카와는 달리...주변인들이 전하는 빙카의 모습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 문란했던 성생활과 토마의 아버지를 유혹하여 성관계를 가진뒤 임신공격으로 협박해 거금을 뜯어내는 등 아름다운 외모로는 미처 상상치 못할 영악하고 지저분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빙카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고 25년이 지나서도 그 살인으로 감방에 가게 생겼는데, 사라진 빙카의 행적은 경악스러움 뿐이니...-_-;; 그야말로 나쁜Bitch에게 빠져 패가망신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나 역시 여기까지 읽고나서 치명적매력을 무기로 사람들을 조종하고 치고 빠지는 악녀가 나오는 영화 [와일드 씽]류의 작품이라 예상했더랬다....



그런데...25년만에 다시 찾아 듣게되는 동창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고 뻔하게 흘러가지 않더라는것....느닷없는 1992년 추가로 벌어진 살인고백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으면서 새로운 스릴러적 반전을 향해 달려간다. 실로...굉장히 복잡하다. 출생의 비밀, 이복형제, 두번의 살인시도, 게이, 레즈비언, 동성애, 모성애, 부성애, 불륜 등등등 막장드라마의 전형적 공식들이 빠짐없이 다 들어간 막장의 짬뽕탕을 스릴러에 녹여낸다. 막장 드라마의 김치 싸대기처럼 연이어 밝혀지는 숨겨진 진실은 통속적인고 뻔하다는걸 알면서도 충격으로 다가온다. 토마의 짝사랑을 비롯해 결국은 각자의 사랑을 그리는 사랑이야기이다. 그 사랑이 몹시 굴절되고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가기에 이런 참사가 벌어지는 거지만 말이다...-_-;;; 비극적이고 참혹한 러브스토리랄까..

다소 우연성에 치우친 작위적 설정(토마와 알렉시가 개싸움을 벌이는데 하필 그 장면을 막심이 보고,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나이프를 빼들어 선생의 목을 갈라버리는 일이 흔하지는 않은것 같고..심지어 범인 마저도 우연으로 만들어진다는...-_-;;;)이 약간 거슬리긴 하지만 과거와 현실의 간극이 좁혀지면서 비로소 드러나는 반전의 진실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어려운 부분 없이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가독성 덕분에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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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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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소리나무가물었다 (2018년 초판)

저자 - 조선희

출판사 - 네오픽션

정자 - 13500원

페이지 - 368p



내가 누구야?...



나의 얼굴을 한 무언가가...내게 묻는다. "내가 누구야?"....그래...나는 누구인가?...

독특한 소재의 한국 공포 미스터리 작품이 출간되었다. 호기심에 시작한 소리나무 놀이를 통해 '그것'을 불러내고...원하던 친구의 복수에 성공하지만...이제 '그것'을 불러내는 일에 함께 한 친구들이 하나 둘 '그것'에 의해 실종된다. 시든때도 없이 나타나 압박하며 목을 조여오는 '그것'의 정체는....'그것'과 싸워 이겨낼 방법은 없는것인가?....'그것'에게서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을 건 반격이 시작된다...



고등학교 절친한 친구가 일진 깡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자살하고, 친구를 대신해 복수를 맹세한 박태이는 우연히 할아버지의 손때묻은 노트속 소리나무 놀이에 관해 알게된다. 아홉개의 소리나무를 8명의 사람들이 매일 밤 두드리며 놀다 보면 원하던 소원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치명적 대가가 있으니 소리나무의 정령이 자신의 모습으로 찾아와 '내가 누구야?'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자신의 이름을 답하면 나무의 정령이 자신 대신 인간 행세를 하게 된다는것이다. 친구의 복수에 눈이 먼 박태이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들을 모으고, 매일 밤 소리나무 놀이를 진행한다. 그리고...비어있던 아홉번째 소리나무에 '그것'이 답을 하고....바로 그날밤 일진 깡패들은 무언가에 처참하게 밟혀 온몸이 터져버린체 죽는다. 죽은 친구의 복수에 성공하지만....이제 각자가 두드렸던 소리나무가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나 박태이와 친구들을 위협하고....그들은 자신의 소리나무를 피해 각자 뿔뿔이 도망쳐 숨어든다. 누군가는 미국으로...누군가는 서울로...누군가는 고향에 남아 각자의 소리나무의 질문을 애써 외면하고...그렇게 시간은 흘러 15년이 지난 어느날...소리나무의 비밀을 풀었다던 국수는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오는 길에 실종되버리고...더이상 친구들의 실종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박태이는 절친 종목과 함께 소리나무에 대항하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는데....



고대부터 지속되어 왔다는 소리나무 놀이...이 소리나무 놀이가 살인게임의 핵심이다. 어기면 죽음이 따라오는 다양한 규칙과 각자 나눠진 놀이말로서의 역할 등등 소리나무의 질문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소리나무에게서 영원히 벗어날 딱 맞는 정답을 말해야 죽음에서 피할 수 있다. 이 정답을 찾기 위해 박태이가 벌이는 조사과정이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박태이의 몇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의 사건부터 현재까지 수백년을 이어져 오는 소리나무 놀이의 충격적 진실과 연이어 벌어지는 실종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의 수사가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좀처럼 예상 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일단 작품을 이루는 공포와 미스터리적 요소중 공포부분...소리나무 놀이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작품에서는 구전되는 전통 놀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본인이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봤지만 아기들이 두드리고 노는 소리가 나는 나무 교구만 줄줄이 나오니..일단 가공의 놀이라고 생각된다. -_- 나무를 두드리는 행위라는 모티브를 제외하고 나면 결과적으론 철없는 젊은이들이 모여 귀신을 부르는 소위 분신사바, 콧쿠리상, 위자 등의 귀신 소환 의식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멋대로 부른 이세계의 망령(여기선 나무의 정령)은 소환한 자들에게 칼을 뽑아들고 각자는 생존을 위해 싸우는 중심 플롯은 여타 귀신소환 작품과 비슷하게 흘러가는듯 하다. 다만 이 작품만이 갖고 있는 공포적 요소는 망령의 출현 방식이다. 바로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단 한명이 남을때까지 생존경쟁을 펼치는 도플갱어적 요소인데, 이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그건 바로 자신 내면에 숨어있는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자신과 직면하는 순간이리라. 추악한 내가 나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아무리 은폐하려하고, 묻어두려 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또다른 자아가 내게 죄를 인정하고 어둠에 순응하라는 뜻이 아닐까?...하나 하나 뜯어보면 익숙한 공포장르의 요소들을 적절히 조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각 공포의 포인트를 살려 인간의 원초적 공포를 적절히 자극하고 있다.



다음은 미스터리적 부분인데, 할아버지의 노트, 영겁의 생을 살며 소리나무의 노예로 소리나무를 지키는 역할을 맡은 머리, 머리가 가장 사랑하는 이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머리를 조종하는 나무의 정령 등등 처음엔 대체 무슨소리를 하는지 모를 정도로 갖가지 규칙과 단서들이 난무 하는데, 어지럽게 널려있던 단서들은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체계를 잡아가고 결말을 위한 복선으로 작용하게 된다. 오래된 소리나무 그림을 통해 생존의 비밀이 숨어있는 수수께끼적 요소를 던지기도 하고, 친구라 믿고 있던 자들이 사실은 소리나무에 빙의된 자들이라는 반전적 요소도 숨어있다. 박태이 일행과 경찰이 개별적으로 소리나무의 정체에 근접하면서 대망의 결말을 향해 치달아 가는 과정은 미스터리 작품으로서 흥미롭게 흘러간다.



전에는 보지못한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띈다. 우선 공포와 미스터리적 요소의 비율이다. 제목만 봤을땐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오컬트 공포작품으로 생각되지만, 작품은 공포 보다는 미스터리쪽에 치중한다. 거의 2:8의 비율이랄까...초반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참혹하고 잔인하게 죽어나가던 장면들은 박태이 등장 이후 거의 자취를 감춘다. 개인적으론 끔찍한 공포와 미스터리의 비율을 비슷하게 가져갔더라면 더 좋았을것 같다. 이거야 각자의 장르적 취향에 따른 호불호이니 차치하고....다음으로 결말의 박태이의 선택이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던 태이의 선택은 나로선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었다...ㅠ_ㅠ 그전까지 친구를 휘말려 죄책감에 고통받던 그 박태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앞부분의 태이와는 전혀 다른 안하무인 겪의 후반부 박태이의 성격변화는 설득력이 떨어지는듯 하다. 다만 박태이가 소리나무에 홀려서 그런것이라면 나의 불만은 갈곳을 잃겠지만 말이다..;;; 이 역시 읽는이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 하다는 점을 언급한다. 



매력적인 소재와 인간 내면의 공포를 적절히 자극하는 오컬트 심리 공포 미스터리 작품이었다. [보기왕이 온다]가 공포쪽에 방점을 둔 오컬트 공포였다면 이 작품은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을 가미한 미스터리 공포였다. 직설적이고 끔찍,잔혹한 공포보다 좀 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에 내면심리를 자극하는 감성공포를 선호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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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오키타 밧카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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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싶지만죽고싶지않아 (2018년 초판)

그림 - 오키타 밧카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비채

정가 - 10000원

페이지 - 159p



살아 남아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고마워



처음 페이지를 열고 몇 장을 넘겼을때만 해도 낙서같은 그림에 맹랑한 초딩 소녀의 학교이야기...그저 귀여운 소녀의 코믹한 학교생활을 그리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런데...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뭔가 이상하다....무거워....도저히 다음장을....다음 장에 그려질 소녀의 이야기를 보는것이 두려워 페이지의 무게가 점점 무겁게 느껴진다...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은 소녀의 가슴 아프고 처절하게 현실적인 이야기....너무 참혹해 외면하고 싶지만...외면해서는 안되는 이야기...나의, 너의, 우리 모두의 이야기니까. 힘들더라도 끝까지 봐야만 하는 이야기.... ㅠ_ㅠ



학습장애와 ADHD(주위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아스퍼거 증후군 등등 발달장애로 남들보다 조금 느린 작가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그린 자전적 작품이다. 언제나 자신만의 루틴을 따라야 마음이 편하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소녀는 의무교육이라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초등학교를 진학하고 평범한

타인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당연히 규칙과 약속이 존재하는 학교생활을 적응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르고...잇따른 돌출행동으로 학급전체에 피해를 주기에 이르고...누구보다 더 많은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했던 소녀에게 선생님의 자애로운 사랑대신 듬뿍 받은 것은 폭력과 학대라는 이름의 회초리였다...



79년생인 작가가 초등학교에 다닌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나 역시 국민학교를 다녀서인지 만화속 학교생활이 쉽게 그려 지는것 같았다. 내 학창시절을 다시금 회상해도 한반에 2~3명의 발달장애아는 꼭 함께 했었다. 중증의 장애아는 따로 전담 학급을 만들어 관리하였고, 다소 가벼운 정도의 아이들은 함께 수업을 받았는데, 만화처럼 가끔씩 친구를 놀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의 이지메처럼 심하진 않았고, 선생님 또한 숙제나 학업성취도 쪽으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 다행히 작품에서와 같은 심각한 갈등은 없었던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당시 선생님은 교권이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무장하여 학부모도 선생님의 눈치를 볼정도로 권위적 존재였고, 채벌이란 이름아래 학대에 가까운 폭력도 서슴치 않는 공포의 존재였다. 그런데 작품을 보니 옆나라 일본도 우리와 별반 다를게 없더라. 당시 발달장애에 대한 몰이해는 소녀에 대한 반항으로 비춰졌고...처음엔 가벼운 터치로 시작된 채벌이 어느새 고막이 찢어져 나갈 정도의 폭력으로 확대되가는 과정은 안타까움을 넘어서는 분노의 감정을 폭발시킨다. (나의 중학교 시절엔 공부잘하는 아이를 제외하곤 누구나 가릴것 없이 쳐맞고 고막도 터지고 뼈도 부러지고 그랬었다...ㅠ_ㅠ) 그리고...고난의 클라이막스...버티고 버티던 소녀가 자살을 생각하게 만드는 최악의 학대에 소녀와 함께 나의 정신까지 무너져 내린다....  



힘들고 지난한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고...죽고 싶지만 결국 죽고 싶지 않아 삶을 택한 소녀의 선택이 지금의 발달장애아들에 대한 이해와 교내 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값진 결과물을 탄생시켜준 것에 대해 함께 싸워주지 못해 미안하고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중학교를 졸업한 소녀에게 힘들고 지옥같은 시간을 참아내고 이제는 자신의 길을 찾아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하는 미래의 자신이 건내는 한마디는 인고의 시간을 극복하고 희망을 향해 나아간 작가가 우리들에게 보내는 메세지이자 충고로 가슴깊이 새겨진다. 


  

이 작품을 보면서 [도그맨]이 떠올랐다. 작가 '대브 필키'는 어릴적부터 앓아오던 ADHD와 난독증이란 장애 때문에 학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위 문제아로 분류되었다. 어릴적부터 수업은 듣지 않고, 히어로 낙서를 그려댔고, 성인이 된 후 그 낙서들을 통해 [도그맨]을 탄생시키고....그 결과 정식 만화가로서 칼데콧 상을 수상하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잡게 된다. 결국 학창시절 남들보다 조금 느릴지는 모르지만 언젠간 자신만의 길을 찾게되고,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길 바란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시행착오를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기만 해도 충분하다. 



작품을 보고 나면 이 단순하고 어설픈 그림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이는 것이 그 사람에 전부는 아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묵묵히 피멍과 상처를 숨긴채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고요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수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작품이었다. 



아프다고 말조차 할 수 없던 소녀의 처절한 투쟁기이자 희망을 향한 기약없는 기다림...하지만 살아 남아 이렇게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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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항설백물어 - 상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8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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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항설백물어 상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2018년 초판)
저자 - 교고쿠 나쓰히코
역자 - 심정명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07p



돌아온 어행봉위!!!



2009년 [항설백물어]
2011년 [속항설백물어]

그리고....

2018년 드디어 [후항설백물어 상]이 출간됐다!!! 시리즈 1편 이후 무려 9년만에, 2편 이후 7년만에 다시 만나는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기담 수집가인 글쟁이 모모스케와 어행사 마타이치와 소악당들이 돌아온 것이다. 분명 팔백여 페이지의 무지막지한 분량의 [속항설백물어]에 데여서 포스팅 말미에 "더이상 속속편이 나오더라도 이시리즈는 이걸로 종료이다" 라고 써놨건만...이게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옛연인도 아닌데 안좋았던 기억보단 좋았던 기억만 남아 버렸달까?...;;;; 막상 후속편이 나오니 이게 또 반갑네 그려...허허~ 게다가 웬만하면 분권은 안좋아 하지만, 이번 [후항설백물어]는 분권을 한게 사백페이지에 달하니 딱 질리기 전에 끊어 주는것 같아 읽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1. 붉은 가오리
[작은섬에는  에비스신을 모시는 신당이 있다. 이 섬에는 옛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는데, 에비스 상의 얼굴이 붉어게 변하면 마을에 무시무시한 재앙이 덮친다는 것. 이를 비웃던 사나이는 어느날 사람들 몰래 에비스 상에 붉은 페인트를 칠하고 이를 보고 겁에 질려 허겁지겁 뭍으로 도망치는 마을 사람들에게 조소를 날린다. 그렇게 섬에 사나이가 혼자 남자 갑자기 천지가 울리고 대지가 흔들리더니 거대한 해일이 덮쳐와 사나이와 함께 섬을 초토화 시켜버린다.]


에비스 설화의 진실 여부를 두고 도쿄 경시청 겐노신과 친구들은 설전을 벌인다. 이에 마을의 여든 살 먹은 노인 잇파쿠 옹에게 찾아가 이 이야기의 진실 여부를 물어보고...노인은 젊었을적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언제나 안개가 자욱하지만 일 년에 단 며칠, 날씨가 맑은 날이면 바다 넘어 흐릿하게 보이는 섬이 있다. 어부들은 이섬을 에비스지마라고 부르는데, 뭍과 섬 사이의 해류가 빠르고 섬은 절벽으로 둘러 싸여 섬에 가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담 수집가 모모스케는 우여곡절 끝에 우연히 이 에비스지마에 가게되고, 사람의 발길이 끊긴 이 섬에서 아주 기묘하고 기괴한 일들을 목격하게 된다.]

- 앞선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후편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때는 막부가 막을 내리고 메이지 유신으로 나라 전체가 격랑에 휘말린 격변의 시대이다. 기괴하고 몽환적인 설화에 설화에 이어지는 설화는 굉장히 충격적이고 강렬한 재미를 선사한다. 새롭게 7년만에 새롭게 돌아온 컴백 작품의 첫 이야기로 더할나위 없는 만족감을 준다.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를 통해 노인이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2. 하늘불
[한 마을에 자비로운 대관이 있었다. 그런 대관에게 걱정거리가 있었으니, 아내가 색욕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는 것...어느날 대단히 귀한 스님이 마을을 지나가고, 대관은 아내의 색욕을 잠재워 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스님을 본 아내는 스님과 결혼하지 못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아닌 협박을 하고...이에 대관은 고민끝에 스님을 죽여버리고(잉?) 실성해 버린다. 그뒤 하늘에서 천벌의 불덩어리가 떨어져 대관과 아내를 전부 태워버린다.]

순사 겐노신은 의문의 도깨비불 때문에 기름집이 전부 전소해버린 사건을 맡게 되고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이에 마을의 노인 잇파쿠 옹을 찾아가 도깨비물에 대해 알려달라 청하고, 노인은 도깨비불과 관련된 자신이 경험한 일을 이야기 하는데.....


- 속고 속이며 엎치락 뒤치락 반전의 반전이 몰아친다. 죄를 짓고 뒤이어 우연히 불길한 일이 발생하면 바로 천벌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나약한 심리를 이용한 단편이었다.


3. 상처입은 뱀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사는 노부부와 딸이 있었다. 어느날 낫을 들고 섶나무를 열심히 베던 딸은 우연히 뱀을 두동강 내고, 놀란 마음에 후다닥 집으로 달려온다. 다음날 밤 집앞에 상처입은 남성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극진히 치료하고, 회복하기 위해 머물면서 딸과 남성은 눈이 맞아 노부부의 데릴사위로 함께 살게된다. 이후 집안은 번성하여 유복하고 부족한것 없는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부는 욕심을 불러일으키고, 욕심은 악한마음을 가져온다...결국 물질적으론 풍족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가난에 찌든다. 순간 딸은 남편이 당시 상처입은 뱀이었고 복수를 위해 금전운을 가져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순사 겐노신은 기묘한 살인사건을 맡게 된다. 독사에 물려죽은 망나니 이노스케 사건인데, 이 이노스케를 물어죽인 뱀이 30년간 부적으로 봉인된 사당 안 구덩이 속에 있는 상자에서 무려 70년간 갖혀 있었던 뱀에게 물린것이다...실로 미스터리한 사건에 난항을 겪던 겐노신과 친구들은 또다시 마을의 노인 잇파쿠 옹을 찾아가는데......


- [하늘불] 단편과 같이 인간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는 습성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객관적으로 봤을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개별적 일들이 누군가에겐 저주의 연쇄작용으로 보이게 될 수도 있는것...고정관념과 판에 박힌 사고는 생각지 못한 불행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역시 앞선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일본에 전승되고 있는 요괴들을 모티브로 '교고쿠 나쓰히고'만의 의미를 부여하여 전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시킨다. 방대한 민속학 지식을 녹여내 새롭게 창조된 기묘한 이야기들 속 요괴를 통해 자연스레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인간 내면의 근원적 민낯과 대면하게 하는...다양한 인간들의 심리를 통찰하는 동시에 전설과 설화에 가려진 진실을 글쟁이 모모스케와 어행사 마타이치가 명백하게! 속 시원하게 밝혀내면서 권선징악을 이루어 낸다. 다만 이번 [후항설백물어]가 앞선 시리즈와 다른 점은 앞선 시리즈가 모모스케와 마타이치 일당들과의 활약이 현재의 시간대에서 진행되었다면 이번 작품은 수십년이 지나 모모스케가 여든살 노인이 된 시점에서 그가 되고자 했던 명망있는 기담 수집가로서 도쿄 경시청 순사 겐노신의 수사를 과거 마타이치와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하는 것이 다른 점인듯 하다. 


세대를 뛰어넘어 오래도록 구전되고, 인간의 힘을 벗어난 초자연적 사건일지라도....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 이해관계에서 벌어지는 인간사 사건일뿐...마타이치의 한마디가 뇌리에 남는다.


"세상에 불가사의 는 없고 세상 모든 것이 불가사의 입니다."


주술과 저주에 현혹되지 않고 진실을 꿰뚤어 보는 마타이치의 혜안이 빛을 발한다....그나저나 [후항설백물어]는 상,중,하로 기획된 것일까?...과연 이후권은 언제 나올 것인가?...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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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부재중입니다 지구를 떠났거든요 - 우주 홀릭 전문작가의 가상 우주여행기
심창섭(엘랑) 지음 / 애플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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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부재중입니다지구를떠났거든요 : 우주 홀릭 전문작가의 가상 우주여행기 (2018년 초판)
저자 - 엘랑 심창섭
출판사 - 애플북스
정가 - 14500원
페이지 - 231p



본격 우주여행 에세이



우주과학 교양서 [프로젝트 로켓]의 저자 우주덕후 엘랑의 우주여행 에세이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제4회 카카오 브런치북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을 단행본으로 손보아 내놓은 이 작품은 가까운 미래 관광상품으로 개발된 우주여행에 주인공이 참가하며 한달간 지구의 오비탈 구역의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소회들을 이야기하는 우주 여행기 이다. 실제 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을 비롯한 사실적 우주생활의 사례들을 기반으로 전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머무는 우주호텔에서 겪게되는 가상의 이야기는 SF소설인 동시에 여행 에세이면서 우주과학 교양서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시도의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 경험했던 우주에서의 생활과 호기심을 이 작품으로 약간이나마 해소하면서 대리만족시켜 줄 수 있는 우주과학교양서이자 지구를 떠나 우주라는 광대한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과 감성이 담긴 우주여행 에세이...한달간의 신비하고 경이로운 우주 체험이 시작된다....



우연히 여행자 모임에 함께 하게 된 나는 세상의 오지와 남극까지 경험한 다양한 사람들의 체험을 들으며 약간의 질투와 함께 오기가 생긴다. '니들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곳에 가보리라!' 그렇게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의지를 불태우던중...우주호텔 여행상품이 새롭게 런칭되고, 별 기대없이 우주호텔 체험 이벤트를 신청한 나는 얼마 후 생각지도 못한 당첨 통보를 받는다. 다양하고 복잡한 신체검사를 받고, 얼마간의 교육을 수료하고...드디어 우주호텔로 향하는 우주선에 몸을 맡기고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지구를 떠난다....



지구에서 400km 지점...30m 길이의 원통이 십자로 교차되는 모양의 우주호텔...1평에 2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여된 공간...하루동안 지구를 15.6회 돌며 16번의 일몰과 일출을 경험하는 우주호텔에서의 경이로운 생활...설정은 가상일지 모르나 무중력 우주호텔에서의 생활은 리얼 그 자체이다.



언젠간 우리도 손쉽게 우주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올까?...실제로 2001년 미국의 사업가 데니스 티토는 200억원 이상을 지불하고 국제우주정거장을 다녀오는 최초의 상업적 우주여행 사례가 있다고 한다.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주로켓 연구 프로젝트인 '스페이스 X'와 '블루 오리진' 역시 상업적 우주여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본격적인 (아직은 천문학적 금액이겠지만...) 상업적 우주여행의 시대가 개막될지도 모르겠다. 안전한 지구를 벗어나 인체에 치명적인 우주방사선이 득시글 대고 지독한 무중력 멀미에 음식이라고는 동결건조한 맛없는 인스턴트음식뿐, 물조차 마음껏 쓸 수 없어 샤워도 재대로 할 수 없는...심지어 소변까지 정화해서 마셔야 하는 도저히 호텔이라 부를 수 없는 극악의 열악한 환경인데....대체 왜 그렇게 위험과 불편함을 무릎쓰고 우주로 나가려 하는걸까?...



이 작품을 읽으며 몸의 불편함마저 잊게 만드는 우주에서 바라보는 푸르른 지구의 아름다운 광경...누구보다 가까이서 맞이하는 떠오르는 태양의 빛나는 경이...평생 우리를 끌어 당기는 지구를 벗어난 진정한 중력에서의 자유는 치명적 위험과 극악의 불편을 무릎쓰고서라도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정말로 카메라의 렌즈가 아닌 이 두눈으로 직접 블루마블을 담는 그 순간의 벅찬감동을 한번쯤은 느껴보고 싶어진다...



귀여운 댕댕이와 함께, 전세계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우주호텔에서의 얘기치 못한 에피소드들로 가득찬 한달간의 생활은 국내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의 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을 약간이나마 가늠케 하면서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특별한 우주 여행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누구나 쉽게 접하고 재미있게 읽으며 어렵게만 보이던 우주에 대해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우주홀릭 작가의 따뜻한 배려가 가득 담긴 작품이랄까...언제가 될지 모를 우주여행을 이 작품을 통해 먼저 경험해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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