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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교계 가이드 - 19세기 영국 레이디의 생활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무라카미 리코 지음,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월
평점 :
영국사교계가이드 : 19세기 영국 레이디의 생활 (2019년 초판)
저자 - 무라카미 리코
역자 - 문성호
출판사 - 에이케이트리비아북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16p
19세기 영국...그들만의 세계를 엿보다.
세상의 잡스러운 상식, 지식들을 풀어놓는 AK출판사의 트리비아 시리즈의 51번째 주자는 바로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귀족들의 일상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사교계 그중에서도 사교계의 꽃 귀부인들, 소위 레이디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사교계 가이드가 선택되었다. 신사의 나라 영국 그중에서도 에티켓과 매너가 유난히 강조되고 중시되던 사교계에서 지켜지던 각종 규칙과 규범, 예의범절들이 낱낱이 소개된다. 작가는 그동안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무대로 하는 작품 제작에 참여하면서 각종 문헌과 참고자료들을 조사하며 정리한 자료들을 단행본으로 내게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수많은 종류의 에티켓 북들을 통해 화려한 19세기 전반에 깔려있던 쓰잘데기 없는 허례허식과 세속적 가치들...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기 위해, 계급사회의 정점에 서기위해 이런 수십가지의 규범들을 익혀야 했던 신흥 부호들의 야망을 엿볼 수 있었다.
머...[비커밍 제인], [미스 포터], [테스], [엠마], [맨스필드 파크], [센스 센서빌러티] 등등등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왔고, 작품마다 당시 사회상을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담겨 있다. 물론 사교계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 책에는 사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방문카드 사용법, 드레스 코드, 가정 초대회와 정찬회, 무도회, 상복 에티켓등 크게 5개장으로 나뉘어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1. 방문과 방문카드 사용법
자..당신의 남편이 하던 사업이 갑자기 번창하여 급작스럽게 신흥 부호가 되었다고 치자. 넘치는 돈은 주체할 길이 없지만 신분은 여전히 귀족들이 업신여기던 상민층이다. 돈을 써서라도 귀족들과 친해지고 그들의 로열클럽에 들어가고 싶다. 그렇다면 첫번째로 해야할일이 무엇일까...바로 자신을 소개하는 소개카드를 높으신 양반들의 집에 돌리는 것이다. -_- 고급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카드에 당신과 만나고 싶다고 적은 카드를 돌린다.
"사교의 규칙을 배운 사람에게는 미묘하지만 틀림없는 정보를 전해줍니다. 종이의 감촉, 글씨체, 그 카드가 놓인 시간대를 조합하면 거기 적힌 모르는 이름의 사람이 기분 좋은 태도인지 불쾌한지를 판별할 수 있습니다. 매너나 말투, 얼굴보다 먼저 방문 카드를 보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는 손바닥 보듯 알 수 있습니다."
방문카드를 들고 집을 찾아가서도 집주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철저히 계급순위에 따라 뻔히 집주인이 있음에도 방문자를 거절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방문자를 오랜시간 기다리게 할 수록 자신의 지위는 높은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아쉬운 사람이 계속 문을 두드려라...삼고초려를 하던 유비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_-;;;
2. 드레스코드가 사람을 만든다.
자...그렇게 문을 두드리던 지위 높으신 양반에게서 드디어 반응이 온다. 그렇다면 격식에 맞는 옷은 필수! 오전과 오후, 각 모임의 목적에 따른 드레스 코드에 맞춰 입어야 그들 사이에 끼어들 수 있다.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에티켓 북에도 당시의 연회용 드레스 코드는 너무나 빨리 유행이 변하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패스트 패션 같이 불과 한달이 멀다하고 급변하는 복식 유행을 따라잡는데에는 엄청난 금전과 시간이 소요되었으리라. 역시...사교계 = 돈지랄의 공식이 성립한다. -_- 간단히 언급하자면 오전 복식코드는 다소 간편하면서 백색계통의 옷을, 오후 복식코드는 화려한 색감과 고급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를 입었다고 한다. 심지어 자전거 탈때, 스케이트를 탈때, 테니스를 칠때의 복식 코드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중 드레스코드 하면 뭐니뭐니해도 무도회장을 수놓던 이브닝 드레스가 가장 화려하고 많은 공을 들였는데...켄타우로스 같이 엉덩이 뒤로 과하게 풍성한 치마는 지금 보기엔 다소 코믹해 보인다. -_- 하지만 무도회의 꽃이 되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최신 유행의 드레스를 찾아 헤매던 레이디들의 고뇌가 눈에 선하게 보인다...

[정말로 이정도 치마 볼륨이면 치마속에 성인 남성이 숨어있는것도 가능하리라....]
3. 가정 초대회와 정찬회
한낮 조용한 거실에 여러 귀부인들이 다소곳이 앉아 에프터눈 티와 함께 시를 낭송하는 영화 장면이 기억난다. 이렇게 식사를 제외한 소모임들을 가정 초대회라고 부른다. 시낭송회, 음악감상회, 애프터눈 티, 애프터눈 댄스, 연주회 등등 하릴없는 레이디들이 한낮의 시간동안 고풍스러운 취미생활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던 것이 가정 초대회이다.
정찬회는 말그대로 저녁만찬이다. 사교 초대의 가장 영예라고 할 수 있는 모임이었고, 디너에 초대된다는건 그들의 모임에 정식 회원이 되는것을 허락한다는 의미이다. 방문순서, 나이프와 포크의 사용법, 식사 에티켓, 카빙, 퇴장순서 등등등등...한끼의 저녁 식사에 뭐이리 신경쓸 것들이 많은건지....-_-;;;허허...허례허식의 극치를 보여주는것이 바로 정찬회인 것이다. 이 정찬회의 에티켓은 많이 간소화되어 현대의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니...식사예절이 이렇게 중요한거다...
4. 무도회와 남녀의 흥정
사교계의 꽃...무도회를 소개한다. 별볼일 없는 여성들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무도회이다. 부잣집 귀족 눈에 띄어 왈츠를 추고 그들의 눈에 든다면 꿈에 그리던 귀부인이 될 탑승권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19세기 당시 남녀의 비율은 1:2...여성이 남성의 두배 이상으로 많았기에 신데렐라로 발탁되는것은 하늘의 별따기 였다고 한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댄스 신청을 받지 못하고 무도회 내내 벽귀퉁이에 앉아 있는 여성들을 가리켜 '벽의 꽃'이라 부르기도 했다고....ㅠ_ㅠ 무도회장 역시 아리따운 레이디들의 피튀기는 전쟁터였던 것이다...

[아...가엾은 벽의 꽃들이여....ㅠ_ㅠ]
5. 상복 에티켓
1861년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 죽고 그뒤 무려 40년간 여왕은 추도를 위해 검은색 옷만 입는다. 그런 여왕의 기조에 맞춰 사교계에도 검은색 상복 패션이 유행하고...블랙 드레스에 패션이 믹스 되면서 다양한 상복 에티켓이 탄생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수면위의 백조지만 사실 물속에서는 천박하게 다리를 휘젓는달까...책을 읽으며 에티켓과 매너라는 이름하에 세상 쓰잘데기 없는 짓들을 고상한것이라 여기며 지키는 귀족들의 허울뿐인 가식을 본듯 하다. 수많은 돈을 쳐들여야 따라갈 수 있는 로열클럽의 본보기들을 보면서 명품으로 치장한체 그들만의 리그에서 살고 있는 일부 부유층들이 19세기 귀족들과 겹쳐 보였다. 복잡한 절차만 간소화 되었을뿐, 사교계의 기본적인 정신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것이 아닌가...수많은 노동자들의 피땀위에 세상이 자신들의 것인양 군림하고 신선놀음을 하는 사교계의 귀족들을 보며 허탈하고 씁쓸한 마음이 든다. 뭐가됐던 19세기 영국의 사교계를 그리는 설정집으로서의 자료적 가치가 충분하다. 이책을 읽고 나니 1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것 같다. -_- 아는만큼 보인다고...다음에 영화속 사교계 장면을 볼때는 얼마나 고증이 잘되었는지 따지면서 보게될것 같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