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앰 필그림 2
테리 헤이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수첩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아이앰필그림 2 (2018년 초판)
저자 - 테리 헤이스
역자 - 강동혁
출판사 - 문학수첩
정가 - 13000원
페이지 - 629p


인생 최고의 스파이물


18년에 1권을 읽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해를 넘기고 나서야 읽게되었다. 설연휴에 읽으려 마음먹고 있었는데, 연일 음주와 숙취 때문에 밀리고 밀리다 이제서야 드디어 2권을 독파했다. 4개월 만에 다시 만난 사라센 사람과 스콧 머독은 다시금 강렬하게 나를 반기며 1권을 읽던 당시의 흥분된 감정을 바로 되살려낸다. 역시....1권에서 느꼈던 대박의 기운은 2권에서 폭발하듯 터지고...용두사미가 아닌 진정 첩보 스릴러의 서스펜스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가히 내 인생의 역대급 명작으로 기억되리라...


* 당연히 스포일수도 있는 1권의 내용이 언급된다. 

사라센 사람의 미국을 멸망시킬 생화학 무기는 완성되고, 미 최고 정보부 수장과 대통령등 단 9명의 사람만이 이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정보부 수장이 떠올린 미 최고의 요원 스콧 머독...신분을 위장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려던 그는 다시금 위험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명령을 맡게된다.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 대통령의 물음에 스콧 머독이 내뱉은 한마디...그 순간 떠오른 단어..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으로 간 영국인..."필그림"..."필그림 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단서라고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잇는 힌두쿠시 산맥에서 걸려온 위성전화 단 두 통....두 통의 전화 발신지는 터키의 보드람....남은 시간은 단 몇 주...공중전화, 발신자는 여성, 자동차 소리와 기묘한 음악이 들리는 곳이라는 것 만으로 역대 최악의 테러리스트를 찾아내야 한다. 드디어 스파이계의 전설로 불리는 필그림의 활약이 시작된다....


9.11 테러 이후 사건의 배후인 '빈 라덴'을 잡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연일 공격하고 그로인한 반격으로 알카에다는 탄저균이라는 생화학 테러를 자행한다. 백악관, 국방성등 무작위로 백색가루가 동봉된 소포와 편지를 보내며 미국을 공포로 몰아넣는 뉴스가 얼핏 기억 난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치명적 생화학 테러무기는 탄저균 보다 더욱 치명적이고 더욱 파괴적이고 강력한 전염성을 갖고있는...실제로 아랍의 테러분자들이 탄저균 이후의 생화학 무기로 관측하고 있는 천연두이다. 이미 지구상에서는 멸종된 병원균이기에 이 바이러스를 조금만 변형시켜 기존 백신에 내성을 갖게 만든다면 호흡기를 통한 빠른 전파로 새로운 백신이 개발되기 전에 인류의 절반이상은 날아가 버리리라...우리는 이미 사스의 공포를 직접 겪어보지 않았던가....


1권이 테러리스트 사라센 사람이 만드는 생화학 테러무기의 준비에 편중되었다면 2권은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 필그림의 활약이 펼쳐지는 권이다. 2권 도입에서야 다시 스파이 요원으로 몸담게 되면서 필그림의 코드네임이 주어지니...1권은 사백페이지라는 본게임의 서막에 불과한 것인 것이다. -_- 그야말로 드넓게 펼쳐진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 같은 불가능해 보이는 작업을 차근차근 냉정하게 헤쳐나가는 필그림의 모습은 그야말로 스파이물의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충족시켜둔다. 1권에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였던 무수한 장면들이 2권에서 사라센 사람을 찾기위한 복선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자연스레 전율에 온몸이 떨림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실 1권의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스파이물은 그다지 접해보지 못한 장르이다. 정말 재미있다고 느낀 스파이물이라야 [제이슨 본] 3부작 정도랄까...[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같은 최첨단 하이테크 기술이 적용된 첩보장비로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는 작품들은 볼때는 재미있지만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을 내내 받아왔었지만 그나마 [제이슨 본]은 뭔가 사실적이라고 생각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과 영화는 많은 차이가 난다는건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제이슨 본]도 이 작품에 비하니 아무것도 아니었다는걸 느끼게 된다. (최소한 '본'은 특수훈련을 받은 무자비한 살인기계로 나오지 않는가...필그림은...그런거 없다.-_-;;) 픽션임에도 이 작품을 보고 극단 이슬람 테러단체들이 따라하면 어쩔까 싶을 정도로 극사실적인 이야기의 배경위에 미치광이 악당 마저도 멋져 보이게 만드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치밀한 복선과 숨막히는 반전의 묘미들. 필그림과 사라센 사람 두 사람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그들이 걸어온 인생을 시간을 들여 보여주는 동시에 전세계의 목숨을 위협하는 멸망의 카운트 다운은 가차없이 시계바늘을 돌리면서 완전범죄로 끝날뻔한 두건의 살인사건을 독자를 위해 내어놓는 여흥까지...개연성, 당위성, 타당성을 모두 만족하는...머...전혀 흠잡을데 없는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통해 시분초까지 나누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흥행 법칙(가령 영화시작 5분내에 대폭발 씬을 집어넣는 식의)에 의해 제작된다고 한다. [매드맥스]등 수많은 흥행영화들의 시나리오를 써온 작가의 첫데뷔작 역시 그런 흥행의 공식을 적용해 써낸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탄탄하면서도 강렬한 플롯을 선보인다. 완전범죄사건의 여운을 통해 이번 1,2권이 앞으로 나올 필그림 시리즈의 서막이 되기를...조금더 필그림을 볼 수 있기를 강하게 열망한다. 첩보장르 팬이라면...무조건 봐야되는...두번봐야 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지음 / 광화문글방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콜센터 (2018년 초판)_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저자 - 김의경
출판사 - 광화문글방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32p


이 시대 청춘들의 현실적 자화상


전국에 지점을 둔 대형 피자 프렌차이즈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다섯 남녀들의 일과 사랑, 좌절과 애환을 통해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이십대 청춘들의 지극히 현실적 모습을 그리는 청춘소설이 출간되었다. 해마다 TV에서는 취업하기 힘들다며 청년들의 고충을 토로하지만 당췌 상황이 나아졌다는 말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것도 본인이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던 십년 전부터 쭈~욱 말이다...-_-;;; 높으신 양반은 당췌 뭘 어쩌길래 이렇게 매년 청년들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건지 모르겠지만...시대는 바야흐로 무한 경쟁시대...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두드리는 선택받은 자는 극소수일뿐...그렇담 나머지 청춘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 것인가?...이 작품은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며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다섯 청춘 남녀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단편적 자화상을 보여준다. 


전국에 체인점을 둔 대형 프렌차이즈 베스트 피자의 콜센터
누군가에겐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 
베스트 피자 콜센터엔 시간당 50통 이상의 폭주하는 콜이 밀려드는 지옥같은 이브...
아나운서 지망생인 미모의 전문상담사 시현은 몇 일전부터 매일마다 끈질기게 전화를 걸어 5~6시간씩 집요하게 자신을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일명 '부장님'때문에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한 나머지 크리스마스 이브 콜센터를 무단으로 이탈하여 '부장님'이 피자를 시켰던 주소지를 찾아 복수를 위해 뛰쳐나온다. 시현의 무단이탈에 함께 일하던 콜센터 동료 주리와 용희, 형조와 시현을 짝사랑 하던 피자 배달부 동민 역시 근무지를 이탈하고 함께 '부장님'을 찾아 부산 해운대로 향한다. 일 년중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이브...뒷일 생각 없이 해운대로 향하는 다섯 남녀들...전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청춘처럼...그들의 대책없는 하룻밤 일탈은 어찌될 것인가...


육체적 노동은 없지만 사람의 정신을 천천히 갉아먹어 끝내는 파괴시켜버리는 극한의 감정노동...콜센터의 상담사들이다. 아무리 멘탈이 강한 이십대 청춘이라도 불과 1년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총성없는 치열한 전쟁터 콜센터의 모습을 지극히 사실적이고 실감나게 그려내 작품을 읽는 본인마저 목을 조르는 질식감을 느끼게 만든다. 작가 본인의 콜센터 근무 경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이렇게 리얼한 콜센터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으리라...일반 주문접수를 담당하는 일반상담사와 블랙컨슈머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전문상담사들의 보직별 애환과 실수 시 자신의 시급을 깎아 먹는 패널티 등등 그동안은 몰랐던 콜센터 업무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고, 그래서 더욱 캐릭터들의 상황과 갈등에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었던것 같다. 쏟아지는 총탄처럼 빗발치는 콜과 인신공격, 성회롱도 서슴치 않는 쓰레기 고객과 상담사들의 극한의 심리적 대치는 스릴러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안겨주었다...-_-  


실업계 고등학교 실습생의 콜센터 실습 후 자살사건을 통해 사회에 뿌리박힌 실적주의와 콜센터의 비인간적 만행을 고발하던 사회파 미스터리 [콜24]와 궤를 같이 하는듯 하지만 콜센터를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두 작품 모두 청춘들이 겪는 열악한 현실과 내일이 보이지 않는 암흑같은 미래의 불안감을 이야기 하지만...[콜24]는 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불합리한 시스템을 고발하는 반면 이 작품은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섯 청춘을 중심으로 조금은 웃프게, 다소나마 희망적으로 이야기 한다. 딱 사회파 미스터리와 청춘소설의 차이점이라면 맞을듯...


청춘소설 답게 서로 엇갈리는 사랑의 작대기... 꿈과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현실적 고민들...코믹한 극적 상황들까지...심각하고 민감한 문제들을 가벼운 터치와 감성으로 풀어내 좀 더 대중적으로 접근성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서른 중반에 콜센터에서 일하며 등단하고, 콜센터 이야기로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수식어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더럽고 치시하고 미칠듯한 압박을 받으면서도 계속 콜센터에 나갈 수 밖에 없는...그런 꿈을 위해 인생의 목표를 위해 잠시 숨고르기 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국 사교계 가이드 - 19세기 영국 레이디의 생활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무라카미 리코 지음,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국사교계가이드 : 19세기 영국 레이디의 생활 (2019년 초판)

저자 - 무라카미 리코

역자 - 문성호

출판사 - 에이케이트리비아북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16p



19세기 영국...그들만의 세계를 엿보다.



세상의 잡스러운 상식, 지식들을 풀어놓는 AK출판사의 트리비아 시리즈의 51번째 주자는 바로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귀족들의 일상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사교계 그중에서도 사교계의 꽃 귀부인들, 소위 레이디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사교계 가이드가 선택되었다. 신사의 나라 영국 그중에서도 에티켓과 매너가 유난히 강조되고 중시되던 사교계에서 지켜지던 각종 규칙과 규범, 예의범절들이 낱낱이 소개된다. 작가는 그동안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무대로 하는 작품 제작에 참여하면서 각종 문헌과 참고자료들을 조사하며 정리한 자료들을 단행본으로 내게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수많은 종류의 에티켓 북들을 통해 화려한 19세기 전반에 깔려있던 쓰잘데기 없는 허례허식과 세속적 가치들...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기 위해, 계급사회의 정점에 서기위해 이런 수십가지의 규범들을 익혀야 했던 신흥 부호들의 야망을 엿볼 수 있었다. 



머...[비커밍 제인], [미스 포터], [테스], [엠마], [맨스필드 파크], [센스 센서빌러티] 등등등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왔고, 작품마다 당시 사회상을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담겨 있다. 물론 사교계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 책에는 사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방문카드 사용법, 드레스 코드, 가정 초대회와 정찬회, 무도회, 상복 에티켓등 크게 5개장으로 나뉘어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1. 방문과 방문카드 사용법

자..당신의 남편이 하던 사업이 갑자기 번창하여 급작스럽게 신흥 부호가 되었다고 치자. 넘치는 돈은 주체할 길이 없지만 신분은 여전히 귀족들이 업신여기던 상민층이다. 돈을 써서라도 귀족들과 친해지고 그들의 로열클럽에 들어가고 싶다. 그렇다면 첫번째로 해야할일이 무엇일까...바로 자신을 소개하는 소개카드를 높으신 양반들의 집에 돌리는 것이다. -_- 고급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카드에 당신과 만나고 싶다고 적은 카드를 돌린다. 


"사교의 규칙을 배운 사람에게는 미묘하지만 틀림없는 정보를 전해줍니다. 종이의 감촉, 글씨체, 그 카드가 놓인 시간대를 조합하면 거기 적힌 모르는 이름의 사람이 기분 좋은 태도인지 불쾌한지를 판별할 수 있습니다. 매너나 말투, 얼굴보다 먼저 방문 카드를 보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는 손바닥 보듯 알 수 있습니다."


방문카드를 들고 집을 찾아가서도 집주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철저히 계급순위에 따라 뻔히 집주인이 있음에도 방문자를 거절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방문자를 오랜시간 기다리게 할 수록 자신의 지위는 높은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아쉬운 사람이 계속 문을 두드려라...삼고초려를 하던 유비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_-;;;



2. 드레스코드가 사람을 만든다.

자...그렇게 문을 두드리던 지위 높으신 양반에게서 드디어 반응이 온다. 그렇다면 격식에 맞는 옷은 필수! 오전과 오후, 각 모임의 목적에 따른 드레스 코드에 맞춰 입어야 그들 사이에 끼어들 수 있다.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에티켓 북에도 당시의 연회용 드레스 코드는 너무나 빨리 유행이 변하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패스트 패션 같이 불과 한달이 멀다하고 급변하는 복식 유행을 따라잡는데에는 엄청난 금전과 시간이 소요되었으리라. 역시...사교계 = 돈지랄의 공식이 성립한다. -_- 간단히 언급하자면 오전 복식코드는 다소 간편하면서 백색계통의 옷을, 오후 복식코드는 화려한 색감과 고급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를 입었다고 한다. 심지어 자전거 탈때, 스케이트를 탈때, 테니스를 칠때의 복식 코드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중 드레스코드 하면 뭐니뭐니해도 무도회장을 수놓던 이브닝 드레스가 가장 화려하고 많은 공을 들였는데...켄타우로스 같이 엉덩이 뒤로 과하게 풍성한 치마는 지금 보기엔 다소 코믹해 보인다. -_- 하지만 무도회의 꽃이 되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최신 유행의 드레스를 찾아 헤매던 레이디들의 고뇌가 눈에 선하게 보인다... 


 

[정말로 이정도 치마 볼륨이면 치마속에 성인 남성이 숨어있는것도 가능하리라....]



3. 가정 초대회와 정찬회

한낮 조용한 거실에 여러 귀부인들이 다소곳이 앉아 에프터눈 티와 함께 시를 낭송하는 영화 장면이 기억난다. 이렇게 식사를 제외한 소모임들을 가정 초대회라고 부른다. 시낭송회, 음악감상회, 애프터눈 티, 애프터눈 댄스, 연주회 등등 하릴없는 레이디들이 한낮의 시간동안 고풍스러운 취미생활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던 것이 가정 초대회이다.


정찬회는 말그대로 저녁만찬이다. 사교 초대의 가장 영예라고 할 수 있는 모임이었고, 디너에 초대된다는건 그들의 모임에 정식 회원이 되는것을 허락한다는 의미이다. 방문순서, 나이프와 포크의 사용법, 식사 에티켓, 카빙, 퇴장순서 등등등등...한끼의 저녁 식사에 뭐이리 신경쓸 것들이 많은건지....-_-;;;허허...허례허식의 극치를 보여주는것이 바로 정찬회인 것이다. 이 정찬회의 에티켓은 많이 간소화되어 현대의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니...식사예절이 이렇게 중요한거다...



4. 무도회와 남녀의 흥정

사교계의 꽃...무도회를 소개한다. 별볼일 없는 여성들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무도회이다. 부잣집 귀족 눈에 띄어 왈츠를 추고 그들의 눈에 든다면 꿈에 그리던 귀부인이 될 탑승권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19세기 당시 남녀의 비율은 1:2...여성이 남성의 두배 이상으로 많았기에 신데렐라로 발탁되는것은 하늘의 별따기 였다고 한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댄스 신청을 받지 못하고 무도회 내내 벽귀퉁이에 앉아 있는 여성들을 가리켜 '벽의 꽃'이라 부르기도 했다고....ㅠ_ㅠ 무도회장 역시 아리따운 레이디들의 피튀기는 전쟁터였던 것이다...



[아...가엾은 벽의 꽃들이여....ㅠ_ㅠ]



5. 상복 에티켓

1861년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 죽고 그뒤 무려 40년간 여왕은 추도를 위해 검은색 옷만 입는다. 그런 여왕의 기조에 맞춰 사교계에도 검은색 상복 패션이 유행하고...블랙 드레스에 패션이 믹스 되면서 다양한 상복 에티켓이 탄생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수면위의 백조지만 사실 물속에서는 천박하게 다리를 휘젓는달까...책을 읽으며 에티켓과 매너라는 이름하에 세상 쓰잘데기 없는 짓들을 고상한것이라 여기며 지키는 귀족들의 허울뿐인 가식을 본듯 하다. 수많은 돈을 쳐들여야 따라갈 수 있는 로열클럽의 본보기들을 보면서 명품으로 치장한체 그들만의 리그에서 살고 있는 일부 부유층들이 19세기 귀족들과 겹쳐 보였다. 복잡한 절차만 간소화 되었을뿐, 사교계의 기본적인 정신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것이 아닌가...수많은 노동자들의 피땀위에 세상이 자신들의 것인양 군림하고 신선놀음을 하는 사교계의 귀족들을 보며 허탈하고 씁쓸한 마음이 든다. 뭐가됐던 19세기 영국의 사교계를 그리는 설정집으로서의 자료적 가치가 충분하다. 이책을 읽고 나니 1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것 같다. -_- 아는만큼 보인다고...다음에 영화속 사교계 장면을 볼때는 얼마나 고증이 잘되었는지 따지면서 보게될것 같다. ㅎ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하늘은 올려다보는 그대에게 상냥하게 - JM북스
마쿠라기 미루타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밤하늘은올려다보는그대에게상냥하게 (2019년 초판)

저자 - 마쿠라기 미루타

그림 - 오카즈

역자 - 손지상

출판사 - 제우미디어

정가 - 12800원

페이지 - 285p



우연이 이어준 선물같은 사랑



상큼한 러브스토리 [나와 그녀의 왼손]을 출간했던 제우미디어에서 신작 라이트 노벨이 출간되었다. 제목도 긴 [밤하늘은 올려다보는 그대에게 상냥하게]...밤하늘을 밝혀주는 별들처럼 빛나는 야광 애드벌룬이 맺어준 선물같은 사랑...그리고 이별...상처입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가 되어준 밤의 애드벌룬과 그 애드벌룬을 지키는 한 남자의 따뜻하고 잔잔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복잡한 시부야의 거리...수많은 사람들 위로 밤하늘에 거대한 애드벌룬이 바쁜 사람들을 굽어본다. 애드벌룬 아래로 연결된 두루마리에서는 쉴새없이 단문의 문자들이 점멸한다. 오퍼스라 불리는 새로운 SNS는 핸드폰 앱으로 20글자 내외의 문자를 보내면 시부야 하늘 위 풍선의 두루마리에 그 문자가 잠시동안 표시되는 것이다. 중학교 국어를 가르치는 기간제 교사 다스쿠는 매일밤 건물 옥상에 올라가 풍선에 가스를 넣고 풍선과 문자표시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날도 하늘위로 풍선을 올리고 자신의 관리 계정으로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던 다스쿠에게 눈길을 사로잡는 문자 하나를 발견한다.


"밤이 무서운 사람도 있거든요."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차가운 이 한마디가 못내 마음에 걸리던 다스쿠...다음날에도 비슷한 문자가 두루마리를 점멸하고...호기심에 문자를 보낸 계정을 검색한 다스쿠는 문자를 보낸이가 키노시타라는 계정명을 사용한다는걸 확인하고 고민끝에 그에게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낸다. 무시당할것 같은 메시지에 답이 오고...그렇게 몇번의 메지시가 오간뒤...  


"내가 밤이 무섭지 않다는걸 보여드릴께요."


다스쿠는 키노시타에게 함께 만나 무서운 밤을 극복해 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그날밤...시부야 거리에 나타난 키노시타는...몹시도 가녀리게 보이는 한 소녀였다....소녀인것도 놀라운데, 얼마전 정신적 충격을 받고 그 뒤부터 밤만 되면 말을하지 못하는 실성증에 걸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 키노시타...다스쿠는 그녀를 데리고 자신이 일하는 옥상으로 데려가는데....



착하고 이해심 많은 다스쿠는 자신이 수업하는 학생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다. (물론 잘생김도 한몫한다.) 그런 배려로 상처입었던 키노시타 사쿠라의 마음을 감싸주고, 그녀의 아픔을 치유한다. 오지랖 넓게도 사쿠라 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 이지메를 당하던 제자와 절친의 불화, 학생들 앞에 서는것이 두려운 선생님, 꿈을 찾아 고향을 떠나 3류 개그극단을 전전하는 개그맨 지망생까지...자신도 기간제 교사로 정교사들에게 차별과 수치를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도 타인의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마음을 쓰고 함께 고심하는 다스쿠의 인간적이고 자상한 면모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얼어붙은 마음까지 녹여주는듯 하다. 



사실 이 작품속 오퍼스란 서비스...한 십여년전쯤 술집에서 LED전광판과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제공했던 서비스와 상당히 유사하다. 당시에 4~5번 정도 보낸 문자가 점멸하고 다른 이들의 메시지가 전광판에 점멸했었는데, 한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다양하고 뜬금없는 메시지들이 굉장히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도 여친의 이니셜을 넣고 사랑고백 문자를 보내기도 했었다. ㅎㅎ 어쨌던...바로 옆에 앉아 있는데도 얼굴을 보고 말하기 쑥쓰럽거나, 말로 전하기엔 모자란 말들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나와 상대방만 알 수 있는 메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한다는 것...꽤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가...작품에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열어재끼는 극적이고 결정적인 방법으로 밤하늘의 애드벌룬이 사용된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익명의 수많은 문자들 속에 나의 마음을 파고드는 단 하나의 문장...그 순간 강철처럼 단단한 방어막은 사라져 버리고...모든 오해와 고민은 한순간 무장해제된다.



각 챕터가 이어지며 사람들의 고민해결도 늘어가지만 어찌됐건 이야기의 중심은 사쿠라와 다스쿠의 러브스토리이다. 솔직히 어느정도 읽다보면 결말이 뻔하게 예측되는 약간은 상투적인 사랑이야기지만 (27살 성인과 학생의 연애라는 위험하기까지한 이야기지만...-_-;;)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이 보이는 사랑은 언제나 애달프고 아련하다. 소모적으로 소비되어만 가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인간적 휴머니즘을 섞어낸 독특한 발상의 힐링계 라이트 노블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매퍼 - 풀빌드- 마로 시리즈 (Maro Series) 2
후지이 다이요 지음, 최윤정 옮김 / 에디토리얼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진매퍼 : 풀빌드 (2019년 초판)
저자 - 후지이 다이요
역자 - 최윤정
출판사 - 에디토리얼
정가 - 16000원
페이지 - 396p

 


증강현실이 보편화된 손에 닿을듯한 미래의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일자리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듣도 보도 못한 수많은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작품은 유전자공학이 급속하게 발전된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있을법한 직종에 종사하는 프리랜서에 대한 이야기이다. 진매퍼 풀빌드...처음 제목을 봤을땐 뭔가 로봇이 등장하는 메카닉 SF라고 생각했었는데....막상 까보니 본격 비즈니스 SF라고나 할까...ㅎㅎ 마치 미래세계를 들여다 보고 나온듯한 치밀하고 현실적인 하드SF적 세계의 묘사와 근미래 실현가능한 유전자 기술의 등장이 가져올 파장과 우려, 비전을 동시에 담고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할 배경은 3가지 정도이다. 첫번째로 제목인 진매퍼. 진매퍼는 영어뜻 그대로 유전자 지도작성자라는 뜻으로 작품의 배경인 2037년 벼과식물의 완벽한 유전자 판독에 따라 기존 유전자 변형등의 GMO농산물이 아닌 완벽한 유전자 설계를 통한 인간의 손에 의해 창조된 새로운 품종의 유전자 식물이 창조된다. 병해에 완벽한 내성과 어떠한 충해에도 버틸 수 있는 유전자 정보를 새겨 넣고 기존 작물에 비해 수십배의 생산량을 내놓을 수 있는 슈퍼라이스(작품에서는 증류작물로 소개된다)가 창조된 것이다. 결국 진매퍼는 유전자 식물에 명령어를 코딩하는...유전자 프로그래머로 묘사된다. 두번째는 인터넷의 멸망이다. 2010년대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에 의해 인터넷을 사용하던 PC와 서버의 데이터들은 전부 소멸되버리고, 인터넷 보다 훨씬 제약이 심한 트루넷을 사용하게 되고 웹기반의 기술 자체는 상당히 퇴화되버린다. 또한 그런 배경으로 인하여 해커의 개념이 바뀌는데, 작품속의 해커는 사라진 인터넷의 정보를 발굴하는 일을 전문으로 맡은자를 의미하게 된다. 하여 미래가 배경이지만 작품에 사용되는 인터넷 관련 개념은 현실기술에 근간을 둔다고 할 수 있다(알아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세번째는 비약적으로 발전한 증강현실이다. 지금은 초기단계인 증강현실 기술이 완벽히 발전하고 생활속에 정착되어 현실세계보다 증강현실속 아바타와 마주하는 경우가 더 많은 사회가 그려진다. 생체 피하에 센서를 이식하여 별도의 기기 없이 눈깜빡임만으로 증강현실로 빠져들어가는 세계는 상당히 편리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비춰진다. 뭔가 구글 글래스가 처음 개발됐을때 구글에서 만든 홍보영상을 넋을 잃고 바라도던 기분을 수십배 뻥튀기한 느낌이랄까...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임에도 현재의 기술기반으로 그리기 때문에 익숙하면서도 신박한 현실SF로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증류작물을 개발하는 회사 L&D에서 작물의 인위적 색깔과 생육형태를 프로그래밍하는 진매퍼 하야시다는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여섯번째 증류작물 농장에서 프로그래밍된 작물의 생육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한다. 논 전체가 야간에도 발광하는 형광색에 회사로고를 띄울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었지만 몇일전부터 논의 가장자리부터 형광빛을 잃은 벼가 자라고 있다는것이다. 그와함께 농장에서 체취한 문제의 벼 DNA를 추출한 데이터가 하야시다에게 전달되고, 분석결과 현재는 멸종된 구품종의 벼와 메뚜기, 자신이 프로그래밍한 벼의 유전자가 혼합되 있음을 알게된다. 이제는 멸종되버린 벼의 품종을 검색하기 위해서는 사용이 중지된 인터넷을 검색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인터넷 정보를 해킹해야 하기 때문에 수소문 끝에 베트남에 거주중인 실력있는 해커 기타무라에게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벼의 품종 조사를 의뢰한다. 이 오염벼 문제가 밖으로 알려지면 이제 발걸음을 띈 유전자 설계작물 사업이 중단될 수 있고, 기존 품종의 쌀재배로는 인류가 필요로 하는 수요를 채울 수가 없기에 L&D회사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빠른 해결을 위해 회사의 매니저 구로카와와 하야시다는 해커 기타무라를 직접 만나러 베트남으로 향하는데.....



인간에 의해 창조된 유전자 작물에 퍼진 알수없는 전염병...솔직히 초반만 해도 벼과 식물에 나타난 신종 병해로 인해 전인류가 식량난에 허덕이게 되는... [풀의 죽음]류의 재난SF로 흘러가나 생각했다...그러나 예상은 아주 가볍게 빗나가버리고...작품은 대기업에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받은 프리랜서의 버그 수정에 대한 고군분투를 그리며 지극히 비즈니스적 마인드로...지극히 시장경제 체제에 의거한...소위 SF식 현실직장물로 흘러간다. -_-  근데 이게 또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꼼꼼한 설정과 디테일이 받쳐주니 치열하고 긴박감 넘치는 서스펜스로 몰입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세상을 뒤바꿀 신기술의 발견에 따른 세상의 반응이 이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얼마전 방영했던 케이블 채널 NGC 드라마 [마스 시즌2]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화성 콜로니 정착 성공 후 정착민은 두 세력으로 나뉘게 된다. 화성을 보호 하면서 연구하자는 과학자팀과 무작위식 개발로 이윤을 먼저 내자는 사업가팀이다. 드라마는 이들의 분쟁을 그리면서 현실속 북극의 지하 유정을 파내는 정유회사와 환경보호조직 그린피스의 긴박한 대치를 교차하여 보여준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도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지키려는자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려는자 사이의 대립과 분쟁은 필연적인 것이리라.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GMO 유전자 변형 식품도 이렇게 많은 거부와 우려를 낳고 있는데, 인간에 의해 창조된 유전자 작물은 오죽하랴...결국 변화와 보존이라는 피할 수 없는 대립을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인 동시에 바람직하게 나아가야할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가 제시하는 새로운 세계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데, 유전자공학 개념들과 최신 네트워크 개념 및 코딩 언어등 전문지식들이 난무하고, 치밀하고 디테일한 설정이 뒷받침되어 놀랍도록 현실적인데다가 SF가 주는 사고실험의 지적유희까지 더해지니...내가 진짜 하드SF를 읽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완전 재미있다! 더 말해 뭣하랴....직업정신 투철한 매력적인 진매퍼의 세계로 빠져들어 보길 강추 한다.   

 

 

 

가제본으로 먼저 읽고 쓴 200자평이 감사하게도 책의 뒷날개에 실렸다. ㅎ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일자리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작품은 유전자 공학이 급속하게 발전한 가까운 미래에 유전자 작물을 제어하는 프로그래머인 진매퍼를 선보인다. 인간이 창조한 식용작물이 가져올 파장과 우려를 치밀하고 타이트한 설정 안에서 끝까지 밀어 붙이고, 지극히 현실적인 기술에 기반하여 실현 가능한 세계를 구현함으로써 하드SF로서의 지적 유희를 100% 충족시켜주는 작품이었다.'     - by 엽기부족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