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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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강남 (2019년 초판)

저자 - 주원규

출판사 - 네오픽션

정가 - 13000원

페이지 - 188p



쾌락과 환락의 도시 강남



강남...환한 낮엔 하늘 높은줄 모르고 마천루를 이루는 빌딩숲 사이로 비즈니스맨들이 바삐 일하는 곳....하지만 해가지고 어둠이 내린 강남은 대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대낮처럼 어둠을 환히 밝힌 유흥가의 간판들 아래로 콜걸들을 태운 승합차는 밤이 새는줄 모르고 환락가를 누비고, 길거리엔 온갖 쾌락을 보장하며 성인들을 유혹하는 낯뜨거운 전단들이 거리를 뒤덮는다. 하지만 접대부들도 외모와 나이에 따라 등급이 갈리듯...평범한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못할...고위층 고객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끔찍한 변태성과 쾌락을 장착한 프라이빗 업소도 엄연히 존재할 것이란건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하룻밤에 수천..수억의 돈을 흩뿌리며 마약과 접대부들과 한데 뒤엉킨 쾌락의 섹스파티...이 작품은 한 건의 살인사건을 통해 세상의 정점에 서있는 초고위층들의 숨겨진 비정상적 쾌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들에게 짙게 베인 물질만능주의와 특권적 우월의식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정확히 열 명.

열 명의 남녀가 전라로 누워있다.

서로 뒤엉킨 남녀의 몸은 결코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열 명의 몸 전체가 피투성이다.

속옷 하나 입지 않은 열 개의 몸 위에 선혈이 낭자하다.

수많은 핏방울이 실력 없는 화가가 그린 점묘화처럼 무성의 하고 

산발적으로 흩뿌려져 있다.


강남의 초고층빌딩의 준공을 앞두고 최상위층 펜트하우스에서 발견된 끔찍한 상태의 시체 열 구...사건이 발생함과 동시에 한통의 전화를 받는 변호사 민규는 로펌측으로 부터 살육파티로 변한 열 구의 시체를 말끔히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고위층의 시끄러운 사건 사고를 조용히 그리고 조속히 처리하는 전문 해결사...이른바 설계자로 통하는 특수직업을 가진 민규는 그쪽 계통으로는 완벽한 일처리의 전문 설계자로 통한다. 서둘러 도착한 현장에서 고위급 공무원, 유명 연예인으로 밝혀진 5구의 남성 시체와 접대부와 콜걸로 밝혀진 5구의 여성 시체를 보며 이미 설계의 가닥을 잡은 민규는 경찰이 들이닥치기 전에 시체를 처리하고, 재빨리 증거와 목격자를 조작하여 개별 사망사건으로 처리하려 한다. 하지만 2억의 도박빚에 허덕이는 경찰 재명이 사건의 냄새를 맡게되고, 사망자중 한명인 유명 랩퍼 몽키의 사망 소식을 은밀히 연애부 기자에게 흘린다. 다음날...재명의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 한통....그리고 약속된 미팅장소에서 양복을 차려입은 설계자 민규와 마주하는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열 명의 남녀....테이블위에 널부러진 주사기와 마약 앰플들...그리고 오륙십대 공무원들과 이십대 랩퍼가 뒤섞여 펼쳐지는 쾌락의 난교파티...-_-;;; 솔직히 지금 한창 연일 뉴스꼭지를 장식하는 유명 연예인이 거론되는 강남의 고급술집 뉴스가 아니었다면 현실성 없는 작품이라고 치부했을지도 모르겠다. 알음알음 그들만을 위한 환락파티가 분명 존재할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실제 뉴스로 접하고나니 작품속 이야기가 피부에 와닿는 온도차는 정말로 달랐다. 머랄까...분노의 감정마저 들지 않을 정도로 다른 세상...다른 세계의 일로 느껴지지만...그들의 추악함은 경악의 감정으로 마음속 깊이 파고든달까... 



작품은 자본과 쾌락의 도시 강남의 정점에 선 쾌락자들과 그들을위해 존재하는 돈의 노예들인 포주, 접대부, 설계자, 타락한 경찰등의 거대한 검은 커넥션, 하나의 사업이되어버린 강남의 어두운 현주소를 적라나하게 그려낸다. 최상위 포식자로서 살인마저 서슴치 않고 가족마저 단칼에 잘라버리는 돈의 법칙으로만 움직이는 비정한 권력자, 그들을 위한 소모품으로 실컷 유린당하고 난도질 당하여 죽어도 제대로 수사조차 이루어 지지 않는 최하위 계층이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꿈의 땅 강남을 떠나지 못하는 비루한 존재들...이들의 극명한 대비 속에서 '강남'이 갖는 진짜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망할 돈의 노예들로 견고하게 쌓은 그들의 제국에 실금조차 내지 못하고 벌레처럼 바스러져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무기력함 때문인지 불쾌하고 무거운 감정이 오래도록 남는 작품이었다. ㅠ_ㅠ 



고위층들의 사건을 뒤치닥거리하는 설계자 민규를 보면서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 살인사건을 조작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작품속 설계를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미심쩍은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사건이 정말 자살이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_-;; 정말 이 세상이 보이지 않는 설계자에 의해 움직이는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피어나게 만든다. 강렬한 사건과 빠른 호흡에 200페이지 남짓의 이야기는 몰입감을 선사하지만 다소 맥락이 결여된 살인범의 정체나 재명이 본 CCTV에서는 멀쩡히 걸어나가는데, 다음장에서는 찔러죽였다고 언급하는등 후반부 매끄럽지 못한 전개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쨌던...높으신 그들을 위해 평생을 개미처럼 죽어라 일해봐야 수십억대의 강남땅은 언감생신 꿈조차 못꾸고, 오늘도 나는 로또를 긁어대며 이루지 못할 일확천금의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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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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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내곁에있어줘 (2019년 초판)

저자 - 전승환

출판사 - arte 

정가 - 15300원

페이지 - 257p



오로지 나만을 위한 힐링 메시지



카카오 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과 책 읽어주는 남자, 마음 큐레이터 '전승환'작가가 콜라보하여 힘들고 지친 세상을 살아가는 상처입은 사람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를 내놓았다. 아프리카 둥둥섬의 왕위 계승자지만 수컷임에도 갈기없이 태어나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는 '라이언'의 귀여운 스토리텔링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는데, '오늘 하루도 힘들었지? 이거 보면서 잠시 쉬어~' 라고 토닥여주는것 같은 라이언의 삽화들이 정말로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또 페이지마다 지금의 내 상태를 너무나 잘알고 있는듯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전승환 작가의 짧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귀들은 쉼없이 달리기만 했던 나에대해...그런 나를 바라보고 걱정했을 나의 주변사람들에 대해...생각해보게 만드는 값지고 소중한 시간을 선물한다. 




 

"나는 달이 되고 싶어.

내가 빛을 받아서 다른 누군가를 비추고 싶어.

어두운 곳에서 더 편하게 빛나볼래."



 

"삭막한 세상에서 

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

네 말 한마디에

내 마음에는 이미

촉촉한 단비가 내리고 있어."



 

"그럴듯한 한마디를 건네려고

애쓰고 고심하지 않아도 돼.

따뜻한 커피 한잔을 건네받는 것만으로

충분히 힘이 나니까."



사랑하는 어린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고 소회하는 작가의 끝맺음 글에서 이세상 아버지들의 사랑과 관심을 글 한글자 한글자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언제나 든든히 버티고 서서 자식의 앞길을 걱정하고 믿어주는 가장 힘이되어주는 지원군...그런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글들에서 나도 비슷한 감정의 공감을 경험할 수 있었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걱정해주는 따뜻한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무겁게 내리누르던 책임이라는 짐을 약간이나마 덜어주는듯 했다. 



정신없이 앞만보고 달리다가도 문득 지금의 내가 맞는 길로 가고 있는건지...이런 하루 하루가 언제까지 반복될지...불투명한 내일이 두렵고 걱정되는 순간이 불현듯 찾아온다. 바로 그럴때...힘든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직전...혹은 바쁜 일과동안 잠깐의 휴식시간에...버스 혹은 지하철을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에 굳이 처음부터 보지 않아도...손에 잡힌 페이지부터 읽는다 해도 움츠러 들었던 내게 '힘내!'라고 넌지시 건내는 한마디 같은, 힘이 되어주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힐링 메시지 북이다. 사실 익숙한 라이언을 보는 것만으로도 꿉꿉한 기분이 리프레쉬 된달까...ㅎ 요즘 비슷한 기획의 힐링 에세이들이 왜 인기를 끄는지 조금을 알 것도 같다. 정말로 모두가 힘들고 지치고 휴식이 필요하니까 말이다....ㅠ_ㅠ 이제 라이언에게 잠시 곁을 빌려주고 휴식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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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3미터의 카오스
가마타미와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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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3미터의카오스 (2019년 초판)

그림 - 가마타미와

역자 - 장선정

출판사 - 비채

정가 - 11800원

페이지 - 162p



우리주변 블랙홀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본인은 유독 살면서 다양한 종류의 코믹한 상황과 직면하게 된다. 종종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기억에 남는 몇몇 에피소드를 풀면 좌중의 폭소를 유발하면서 독특한 사람이란 평을 받곤 하는데, 이제는 세월도 많이 흐르고 레전드급 에피소드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했던 고등학교의 추억은 흐릿해져 아쉽기만하다...그런데 그런 잊혀져 가던 사연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코믹 만화가 있었으니...바로 [반경 3미터의 카오스]이다. 십팔년동안 일기를 써오면서 작가는 코믹한 상황과 웃기는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일기에 꼭 기록했다고 한다. 그렇게 성인이되어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고, 일기속 고이 모셔놓은 레전드 사연들을 만화로 그려 블로그에 올리니 초대박이 터져 어느덧 바다건너 한국에도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때때로 마주하게 되는 인상적인 사건들을 꼼꼼이 기록한것 만으로 일기는 보물단지가 되었고, 나아가 초대박 인기만화가로 자리잡게 된것이다. 아...ㅠ_ㅠ 나도 내가 겪은 일들을 기록했더라면......그런데 그림을 못그리는구나.....-_-;;;;; 



세상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고, 별처럼 많은 사람들중엔 유독 독특하고 자유로운 개성으로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를 구축한 사람들도 다분히 많다. 이 작품엔 바로 그런 사람들과 만나게 된 저자의 주옥같은 사연이 만화로 기록되어있다. 누가봐도 평범한 여성인 저자에게 어떤 마법이 걸려있기에 반경 3미터에만 접근하면 정신을 앗아가는 혼돈의 카오스가 발생하는건지...ㅎㅎ 그녀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단 한번도 경험하기 힘들 개성으로 똘똘뭉친 레전드 사람들의 코믹퍼레이드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만화속 몇몇 에피소드를 보면서 내가 겪었던 기억이 크로스 오버된다...-_-


[1]



 

'미안해...딸.....그땐 나도 당황해서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고 원숭이들이 레슬링 하는거라고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단다...ㅠ_ㅠ'


 

[2]


 


그런데 아이스티를 따뜻하게 먹으면 더 맛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_- 

나역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뜨겁게 달라고 주문한적이 있었는데 사실 이런 실수는 꽤 흔한 실수라는...



[3]


 
아드님의 바지 허리사이즈를 재겠다며 제 목에 바지를 둘러메던 남대문에서 만난 아주머니...아드님 바지는 잘 맞으시던가요?...다짜고짜 바지로 제 목을 조르시기에 절 죽이시려는줄 알았습니다....


비록 독특한 사람들이지만 악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기에 저자의 기막힌 상황을 웃으며 편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개중엔 조금 선을 넘어간 사람들도 보이긴 하지만....-_-;;; 어쨌던 우리 주변에 흔하게....는 볼 수 없지만 또 한번쯤은 만나봤음직한 이웃들의 기행과 멘붕에 빠지는 작가의 당황스러운 모습이 콜라보되어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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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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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상대는추첨으로 (2019년 초판)

저자 - 가키야 미우

역자 - 이소담

출판사 - 지금이책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02p



추첨맞선결혼법 : 대상은 25세에서 35세까지 이혼 전적과 자녀와 전과가 없는 미혼 남녀로 본인의 나이에서 플러스마이너스 5세 범위에서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맞선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2회까지는 거절할 수 있고, 3회까지 모두 거절할 경우 테러박멸대에서 2년간 복무해야 한다.




70세 노인은 죽어야만 하는 충격적 법안이 통과된 극단적 설정으로 3대가 함께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던 전작 [70세 사망법안, 가결]의 작가 '가키야 미우'의 신작장편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독자를 충격으로 몰아넣는 법안은 추첨맞선결혼법...점차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저출산, 고령화 같은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던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체 미혼남녀에게 강제 맞선을 보게하고...혼기 꽉찬 청춘남녀들은 집단멘붕에 빠져든다...-_-;; 일단 작가의 작품을 두 편째 읽다보니 뭔가 작가의 스타일이 보이는것 같다. 노령화, 저출산, 만혼화 같은 일본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사회적문제에 말도안되는 극단적이고 강제적인 해결법을 실제상황으로 상정하고 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영향받는 일반인들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자연스럽게 예민한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궁리하게 만든다. 



어쨌던, 이번엔 강제맞선이다. 인권, 프라이버시...이따위거 다 제쳐두고...직업, 성향, 재산정도 이따위거 다 상관없이 오로지 추첨기를 돌려 맞선상대를 정해주고 데이트를 강제하는 사회...-_- 더군다나 3번 퇴짜를 놓을 시 2년간의 강제입대라는 초강수 패널티!!!....이 추첨맞선결혼법의 대상이 된 4명의 남녀가 겪게되는 기구한 사연이 펼쳐진다....



[요시미]

알콜의존증에 툭하면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던 아빠가 죽은지 몇 년이 되지 않았다. 아빠의 억압에서 벗어난 엄마는 생각과 달리 딸인 요시미에게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간호사로 근무하는 딸의 일거수 일투족을 참견하려고 한다. 지루한 시골생활에 엄마의 간섭에 지친 요시미는 자연스레 결혼법을 떠올리고 시골과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엄마의 반대를 무릎쓰고 무리하여 도쿄에 단칸방을 얻고 이직한다. 숨막히던 그녀에게 결혼법은 숨통을 틔어줄 산소호흡기 같은 법인 것이다.....


[나나]

빼어난 미모로 남자위를 군림하던 나나는 얼마전 오래사귄 남친 란보에게 이별통보를 받는다. 잘생기고 부유한집의 아들인 란보와 결혼을 꿈꾸던 나나에겐 충격이었고, 이유를 묻는 나나에게 란보는 월급을 버는 족족 해외여행과 쇼핑으로 전부 탕진하고, 허영심에 가득차 있으며, 엄마없인 아무일도 할 수 없는 마마걸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이제 결혼법 시행은 얼마 남지 않았고, 자존심때문에 맞선을 통해 남자를 만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나나는 혼란스럽기만 한데....


[란보]

유명교수 아빠와 기모노 장인 엄마를 둔 부유하고 잘생긴 란보는 출신성분과는 다르게 검소한 생활을 추구한다. 하지만 허영심만 가득했던 여자친구 나나에게 실망하여 이별을 통보하고, 결혼법으로 맞선을 보게 된다. 그리고 몇 번의 맞선 후....이번에 자리에 나온 맞선 상대는 예쁘지는 않지만 소박한 차림에 홀로 도쿄에서 간호사를 하고 있는 생활력 강한 여성이라 호감이 간다. 그녀는 자신을 요시미라고 소개하는데....


[다쓰히코]

27살의 다쓰히코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여자와 사귀어보지 못한 모태솔로이다. 언제나 자신감이 부족한 그는 이번 말도안되는 결혼법이 자신의 솔로생활을 청산시켜줄 일종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맞선일은 다가오고....모처럼 백화점에서 구매한 쌔끈한 정장을 빼입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청난 미모의 아가씨가 다쓰히코의 맞은편에 자리잡고...처음 겪는 상황에 가슴이 방망이질치고 정신을 혼미해진다. 인사를하고 그가 예약한 식당으로 에스코트 하려는 찰나......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복통을 호소하며 자리를 피하는 여성...-_-;;;; 그렇게 다쓰히코의 첫맞선날은 끝이 나는데....



음...이걸 민감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SF라고 봐야할지...아니면 가상연애소설이라고 봐야할지 모르겠다...-_-;; 하지만 독특한 작품임엔 분명하다. 단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지금의 세상에서는 실현가능성이 1도 없는 다소 무리하고 허황된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웃픈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건, 정말로 이 무리한 초강수를 둘만큼 현실의 벽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매해 취업문은 바늘구멍보다 좁아지고, 미친듯이 스펙을 쌓고 수백번의 이력서와 면접을 거쳐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에 들어서면 어느새 서른에 가까운 나이...그때부터 학자금 대출을 갚다보면 서른을 넘기고...모아둔 돈은 없고....집도절도 없이 어느누가 결혼을 할 수 있겠는가...-_-;;; 이러니 연애도 포기하고, 결혼도 포기하고, 출산도 포기해버리지...이래놓고 출산율 낮다고 매일 떠들어대는건 대체 어쩌라는 말인가..-_-;;; 오죽하면 이런 작품이 나왔겠는가 싶어 우울해진다. 



더럽게 암울한 현실보단 차라리 작품속 4명의 남녀가 결혼법을 통해 방황을 그치고 자신의 신념으로 인생의 발걸음을 내딛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 보는것이 좀더 생산적인건지도 모르겠다...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콧대 높은 여성이 수십번의 맞선으로 자신의 껍데기 같던 삶을 되돌아보고, 모태솔로였던 남성이 수차례 맞선을 통해 경직된 모습에서 자연스러운 매력을 찾게되는 과정들이 남의 맞선을 지켜보는 TV프로그램 [짝]을 보는듯한 재미를 주는 동시에 극단적이지만 참신한 설정과 현실의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비판적 사고의 기회를 제공한다. 무거운듯 하면서도 가볍고, 가벼운듯 하면서도 무겁다. 참고로 모태솔로 다쓰히코의 줄기찬 퇴짜 에피소드는 웃픔 그 자체라서 본인은 절대 모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정이입하게 만들더라... ㅠ_ㅠ



강제적 맞선을 통해 결혼해야 하는 세상...누군가에겐 디스토피아일 것이요, 모태솔로들에겐 유토피아일 것인가?....



유독 과장적인 설정을 선호하는 일본과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원작을 바탕으로 TV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다음 작품은 또 어떤 허무맹랑한 법을 들고나와 우리의 폐부를 찌를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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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선 옮김 / 에이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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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트리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퀼 (2019년 초판)
저자 - 마리사 마이어
역자 - 김지선
출판사 - h(에이치)
정가 - 15800원
페이지 - 607p


하트 여왕의 숨겨진 잔혹사



[신데렐라], [백설공주], [빨간망토]등 우리에게 익숙한 명작동화들을 SF판타지 로맨스로 변주하며 커다란 인기를 누렸던 [루나 크로니클]시리즈의 작가 '마리사 마이어'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도 그녀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유명동화를 픽하였으니...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판타지동화! 바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전작[루나 크로니클]시리즈가 SF적 기법으로 동화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그려냈기에 이 작품에서는 과연 어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이 궁금했는데, 작가는 동화속 판타지 세계관을 거의 그대로 가져가는 정공법을 택한다. 머...원작 자체가 말할 수 없이 이상하고 괴상하고 신비하기에 굳이 세계관을 바꿀 필요가 없었으리라...-_- 하지만 기존에 나왔던 대부분의 변주작들이 [앨리스]에게 초점을 맞추는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하트의 여왕에게 작품의 포커싱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차별성을 갖는다. 언제나 분노에 휩싸여 '저놈의 목을 쳐라!' 라고 외치는 하트의 여왕...그리고 [하트리스]....사랑의 상실?...심장의 상실?...마음의 상실?...-_-;; 하트의 여왕이 '하트리스' 하게된 숨겨져 있던 애절하고 슬프고 끔찍한 로맨스가 펼쳐진다....



[현상수배]
직업 : 하트왕의 어릿광대(조커)
이름 : 제스트
특기 : 마술, 땅의 속성을 이용한 공간이동, 둔갑술
죄목 : 왕의 연인 '캐서린 핑커튼'의 마음을 뺏은죄



바다거북 만의 핑커튼 후작의 딸 캐서린 핑커튼은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기 좋아하는 꿈많고 순수한 처녀이다. 언젠가는 자신만의 베이커리를 차리고 자신이 만든 빵을 팔면서 사는것이 행복이라 여기던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하트왕이 개최한 궁정 무도회에서 왕의 마음이 캐서린에게 꽂힌것이다. 왕의 말 한마디로 상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혼을 맺을 수 있는 절대적 권력을 가진 하트왕은 수많은 귀족들이 모인 무도회 자리에서 그녀에게 청혼의 말을 전하려 하고, 짱딸막한 키에 터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유약한 왕이 너무나 싫었던 캐서린은 왕에게 핑계를 대고 홀로 급하게 궁전 밖 정원으로 빠져나간다. 어두운 밤 정원을 거닐던 캐서린은 그곳에서 우연히 왕의 광대 조커와 만나고...광대의 분장뒤에 숨겨진 사려깊은 배려와 매너에 가슴이 뛰는것을 느낀다. 이후 계속되는 왕의 구애에 대한 불쾌함과 왕과 함께 따라온 조커에 두근거림이 교차하면서 캐서린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는데.....  



당연하지만...하트의 여왕이 처음부터 끔찍한 사형을 선고했던것은 아니다. 꿈많고 순수했던 소녀가 한평생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그 사랑에 가슴떨려하면서도 부모님의 기대를 져버릴 수 없어 왕의 구애를 수락해야만 하는 기구한 사랑의 운명...우리는 그녀의 한순간의 불꽃같은 사랑의 결말을 알고 있기에...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정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녀가 좌절하고 운명에 굴복하고 속절없이 꺾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와 함께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침잠한다. ㅠ_ㅠ 그야말로 하트 여왕의 잔혹사인 것이다...물론 가슴시린 로맨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무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퀼이 아닌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하트왕국의 시민들을 잡아먹는 공포의 괴물 재버워크가 캐서린을 위협하고, 신묘한 능력을 가진 모자장수의 모자가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놓고, 비밀임무를 띄고 거울 반대편의 체스왕국에서 넘어온 스파이들과 시든때도 없이 머리만 나타나 수다를 떠는 체셔캣, 시간에 쫓기는 흰토끼, 가짜 바다거북, 담배피는 송충이 등등등....반가운 캐릭터들이 총출동 하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뿐만 아니라 [거울 나라의 앨리스]까지 아우르는 거대하고 치밀한 세계관이 작품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근래 디즈니만화의 동화속 빌런들(백설공주의 여왕, 미녀와 야수의 야수, 인어공주의 바다마녀 등)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책 [디즈니의 악당들]시리즈가 국내 출간되며 인기를 끌고있는데, 작가 '마리사 마이어' 역시 이 작품 [하트리스]전에 이미 [루나 크로니클]시리즈 [레바나]에서 [백서공주] 동화속 여왕의 프리퀼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열 네살의 어린나이에 [세일러문]의 팬픽션을 쓰며 이야기를 만들었으니, 이제는 진짜배기 배테랑작가로 써낸 이 작품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태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통속적인 삼각관계에 결말이 이미 비극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 이야기를 맛깔나게 이끌어 가는 플롯과 필력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의 수준을 넘어선다. '뉴욕 타임스 분야 베스트셀러 1위' 라는 타이틀이 그냥 거저획득할 수 있는것은 아니겠지...-_- 초반 캐릭터의 성격을 부여하는 부분만 지나고 나면 그담부턴 육백페이지가 모터달린듯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극적 로맨스와 판타지 동화의 절묘한 만남....순수와 광기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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