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탕에서 생긴 일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1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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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탕에서 생긴 일 (2019년 초판)_비채X마스다미리 컬렉션 01
저자 - 마스다 미리
역자 - 홍은주
출판사 - 비채
정가 - 11500원
페이지 - 136p



금남의 구역...여탕에선 무슨 일이?!!!


여러 출판사에서 이 작가의 작품들을 출간하면서 이름은 낯익지만 정작 작가의 작품은 한번도 본적 없었던 '마스다 미리'의 신작 에세이를 드디어 나도 영접했다. 그동안 출판사를 달리하며 많은 작품들이 출간되었는데, 표지에 박힌 '비채 X 마스다 미리 컬렉션 01'이라니...'비채에서도 꾸준히 작가의 작품들이 나오겠구나...', '정말 다작하는 작가구나' 라고 느끼고 책을 펴보니 작가의 수많은 결과물들의 비밀을 조금은 알 수 있을것 같았다...누구나 지나칠 수도 있는 일상속 작은 에피소드들을 따스한 시각과 남다른 안목으로 캐치하여 작품화 하고 모든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니 그녀가 지내온 일상들이, 그녀의 인생 그 자체가 작품의 소스이자 원천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한번쯤 경험했을 만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한잔의 커피같은 삶의 여유와 휴식이 되어주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생활의 활력소 같은 그녀가 이번에 주목한 곳은 어디냐?!! 바로 여탕이다.....*_* 평범한 남자라면 꼬꼬마 시절 엄마손 붙들고 가지 않는이상 절대로 들어가볼 수 없는 금남의 구역...과연 그곳 여탕에선 무슨 일이 벌이지는가?...한껏 기대하고 들쳐봤지만...머...사람 씻는곳이 다 똑같지 머...-_-;;;; 그렇게 별다를건 없었지만서도...작가가 이야기하는 여탕은 남탕과 여탕의 차이인지, 아니면 일본이란 나라가 갖는 국가적 차이인지는 몰라도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갖고 있었다. 


첫번째로 쇼킹했던건 목욕탕 주인(물론 남자)이 아무 거리낌 없이 여탕안을 들어가는 일인데 지금 한국으로 치자면 주인이 쇠고랑 찰지도 모를 일이 일본에서는 거리낌 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흐억! 쓰고보니 일본은 남녀혼탕도 있다는 소리를 주서 들었는데...그렇게 치면 카운터 남자가 들어오는 정도는 그냥 익스큐즈 할 정도인지?...


[음...주인 아저씨가 무신경 한건가, 아주머니들이 무신경 한건가....]
 


두번째로는 전기욕조 시설이다. 한국에선 어딜가던 공기방울 지압 욕조가 있는데, 일본은 무려 욕조내에서 전기 충격을 가한다는 사실...한국선 종종 목욕탕에서 감전사 당하는 사고가 일어나 공포에 떨곤 하는데, 일본은 욕탕 안에 전기 쇼크를 가해 몸의 피로를 풀어내는...그야말로 일렉트릭 쇼크같은 사실이었다.


[어...어이..위...위험해!...]
 


세번째는 반대되는 성의 욕탕을 출입하는 나이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작가 본인은 초딩 3학년까지 아빠를 따라 남탕을 다녔다고 하는데...초딩 3년이면........그냥 다 큰거 아냐?...-_-;;;



[어...어이..위...위험하다구!...]


이런 저런 작가가 들려주는 일본의 여탕 이야기들을 시간가는줄 모르고 보고 있자니 본인이 어릴적 갔던 동네 목욕탕도 떠오르고 엄마와 함께 목욕을 마치고 마셨던 바나나 우유도 생각나고...뭔가 정겹고 아련한...동네 목욕탕을 통해 그 시절의 노스텔지어를 느낄 수 있었던것 같다. 작가 역시 그런 의도로 써낸 에세이와 만화이리라...동네 목욕탕이 대부분 없어진 요즘 아이들은 목욕탕이라고 하면 삐까번쩍 화려한 시설의 찜질방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동네 목욕탕 하면 역시 아담한 사이즈의 냉탕, 온탕, 열탕 3탕에 이발소 의자 
3개, 탈의실 가운데 나무 평상이 자리하고, 사이드에 조그마한 음료 냉장고가 자리잡은 손때묻고 작지만 정감가던....그런곳이 진짜 동네 목욕탕이지...(아...이건 남탕이구나..-_-;; 남탕엔 홀라당 벗은채로 머리깎고 바로 탕에 들어가 샤워 할 수 있다는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명절 앞두고선 고삐리 친구들끼리 동네 목욕탕에 가서 때도 밀고, 등도 밀어주고 그랬었는데...ㅠ_ㅠ 이젠 먹고 살자고 타지 나와서 살고 있으니..그때 시절이 그립구나...


집에 욕실이 없어 스무살 전후까지 목욕탕을 갈 수 밖에 없었던 작가에겐 수많은 추억이 깃든 곳이 바로 동네 목욕탕일 것이리라...욕탕 안에서 벌어지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수다배틀도, 늦은 저녁 홀로 돌아갈 작가를 위해 작가를 기다리는 이웃집 아주머니의 친절함에, 욕탕안에 들어가신 할머니가 무사히 밖에 나오실때까지 함께 욕탕안에서 땀흘리며 기다리는 작가의 배려심에...씻고 나와 엄마와 동생과 함께 나눠 마시던 시원한 과일음료수의 상쾌함에...그런 정겨움, 배려심, 추억, 친절함, 향수, 노스텔지어, 즐거움, 상쾌함의 감정들이 모두 모여있는 그곳...그리고 이 작품....누구나 갖고 있을 동네 목욕탕의 아련한 기억을(여탕 뿐만 아니라 남탕을 다닌 사람들도) 떠올리고 다 함께 공감하게 만드는 잔잔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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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셔
백민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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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셔 (2019년 초판)
저자 - 백민석
출판사 - 한겨레출판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17p



한국 사이버펑크 SF의 선구작



이라 불리는 '백민석'작가의 [러셔]가 16년만에 새로운 옷을입고 재출간되었다. 사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SF인줄 알았는데, 2003년에 나온 작품이더라...-_- 국내 SF시장이 워낙 협소한데다 그나마도 사이버펑크라 부를수있는 장르는 얼마전 읽었던 [오류가 발생했습니다]외엔 처음 보는지라 국내 사이버펑크의 선구작이라 칭하는 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RUSHER : 돌진하는 사람


환경오염의 악화로 더이상 대기의 공기를 마시고는 숨을 쉴 수 없는 미래...정부는 각 지역에 거대한 팬을 돌려 공기를 정화시키는 호흡구체를 설치하고 관리하여 시민들의 생존을 보장한다. 하지만 정부의 호흡구체는 단순한 임시방편일뿐. 대기오염의 주원인인 대량의 쓰레기는 차원기술을 이용한 가상차원의 사막에 쏟아부으며 멸망으로 가는 시간을 조금 벌었을 뿐이다. 이미 차원 너머 쓰레기가 쌓인 사막에는 대량의 돌연변이 괴생물체들이 번식하고 있고, 시민들은 이 괴물체들이 언제 차원을 넘어 사람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윽고 정부의 지지부진한 환경정책에 반감을 품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무기를 들고 정부를 향해 테러를 벌이고 이 레지스탕스들을 가리켜 '러셔'라 부르게 된다. 러셔중 한명인 탱커 조종사 메꽃은 일급용병 모비와 함께 한국의 대기를 책임지는 호흡구체의 중추시설을 타겟으로 삼고, 이 호흡중추를 파괴하기 위해 계획을 짜는데....과연 이들의 러쉬는 성공할 수 있을것인가?...



미세먼지가 극악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고등어 굽기 금지, 자동차 2부제 같은 효과도 없고 쓰잘데기 없는 캠페인에 힘쓰지 말고 차라리 건물 크기의 대형 공기 청정기라도 개발해야 되는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요즘과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_-;;; 이미 현실은 SF속 디스토피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인가..어쨌던...지금의 그린피스가 시간이 지나 과격무장화 된다면 딱 러셔가 되는걸까...정부의 환경오염 정책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도시의 호흡기를 파괴하여 무고한 희생자를 내려하다니...-_-;; 미세먼지에 손쓸 수 없이 발암공기를 들이마시고 있는 시민들이 정부를 향해 뒤집어 엎고 싶은 분노의 심정이야 백분 이해하지만서도, 아무리 뜻이 좋다한들 일반인들의 희생이 수반되는 혁명이라면 그건 그냥 미치광이 집단의 테러와 다름없는것 아닌가...그래서 작품 내내 메꽃과 모비의 고군분투에도 단 1%도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없던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작품은 정부군의 방어로 둘러쳐진 호흡중추를 깨부수기 위해 호흡중추의 핵심 데이터를 손에 넣고, 최적의 탈출 정보를 얻으려는 메꽃과 모비 각각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메꽃과 모비는 정보를 얻으면서 도시에 설치된 거대한 정화기인 호흡중추의 허구성에 대한 단서를 끊임없이 듣게되는데, 이때까지만해도 방사능 전쟁 후 지하세계에 갖혀 살던 주인공이 정부와 주변인의 눈을 피해 천신만고 끝에 지상으로 연결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해치를 열고 나니 햇살이 비치는 맑은 하늘과 더 없이 상쾌한 공기가 있던...모 SF영화와 같은 반전의 장치가 숨어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_-;;; 이 작품의 결말은 나의 인식 수준을 훨씬 초월하는....SF..그것도 사이버펑크 임에도 불구하고 몹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결말을 선보인다. 작가 후기에 작가가 인도여행을 하고 나서 깨달은 감상을 위해 이 작품을 써냈다고 하는데...난 인도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지만 어떤 의도로 한 말인지 짐작은 하겠으나, 그저 난해하다...오리엔탈리즘에 심취한 '닐 스티븐슨'의 사이버 펑크보다도 더 말이다...ㅠ_ㅠ


사이버 펑크의 선구작이라지만 1995년에 개봉한 [공각기동대]보다도 새로울게 없는 진부한 설정과 세계관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끝판왕 [공각기동대]랑 비교하는건 좀 그런가...;;) 추상적인 이야기에 오픈마인드라면 작품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수도 있겠으나, 본인같이 틀에 박힌 고루한 취향의 독자라면 마지막 결말은 조금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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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살아남기 2 Wow 그래픽노블
스베틀라나 치마코바 지음, 류이연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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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살아남기 2 (2019년 초판)
저자 - 스베틀라나 치마코바
역자 - 류이연
출판사 - 보물창고
정가 - 14500원
페이지 - 247p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 정글같은 학교에서 생존하기


질풍노도의 중학생들의 내적 고민과 갈등을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또 가볍지 않게 적절한 밸런스를 맞추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고민하게 만들었던 학원 그래픽노블 [학교에서 살아남기] 두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다. 1편에서는 미술부 부원인 소녀 페넬로피가 주인공으로 미술부와 과학부의 갈등 속에서 인간적으로 성숙해나가는 패넬로피의 이야기를 그렸었는데, 이번 2편에는 페피와 같은 미술부 부원인 젠슨이 주인공의 바턴을 이어받는다.(같은 학교에 같은 나이가 배경이라 1편과 2편에 중복되는 캐릭터들을 찾고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태양의 흑점폭발을 연구하는 우주 비행사를 꿈꾸며 현실보다는 공상의 세계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 보이는 조금은 엉뚱하고 뚱뚱한 체격탓에 느려보이는 젠슨에겐 어떤 사연으로 친구들이 있는 학교가 생존의 장이 되었을지...젠슨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미술부 부원이지만 부 친구들은 젠슨에게 농담이라는 말로 당사자가 듣기 거북한 악담들을 늘어놓고, 교실 안밖에서는 마주치기만 하면 젠슨을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점심시간엔 젠슨의 자리를 맡아주는이 하나 없고, 그룹수업엔 누구하나 끼워주는이 없고, 친구들의 단톡방에 젠슨의 자리는 없다. 여태껏 쭈욱 그렇게 생활해온 젠슨에겐 이런 상황들이 거슬릴것 없었고, 문제의식조차 없이 그저 자신의 감정이 조금 상하지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된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활해온다. 그러던중 신문부 친구들의 새로운 기사 프로젝트에 인터뷰 요청을 수락하게된 젠슨은 막상 인터뷰 자리에 서고 나서야 그 프로젝트가 따돌림에 대한 프로젝트란걸 깨닫게 되고...그제서야 자신이 겪고 있는 생활들이 다르게 보이는데....


1편이 중학생 소녀의 섬세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이번 2편은 정말로 학교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에 걸맞는 조금은 무거운 왕따라는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심각한 왕따는 아니란점...) 때때로 편하다는 이유로 당사자 앞에서 감정이 상할수도 있는 이야기를 한적은 없는지...서툴고 요령없는 친구를 느리다고 무시한적은 없는지...학창시절을 떠나 살다보면 무신경함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무시하고 이런 저런 상처들을 준적이 한번쯤은 있을것이다. 문제는 그런 무신경함에 가려진 날카로운 비수가 한번...두번...열번...수십번...찔리다보면...상처는 어느새 딱딱한 딱지가 앉고 더이상 회복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수도 있으리라...


거부당한 후에 억울한 기분에 휩싸이거나 움츠러들기 쉽다.
많은 이들에게 무시당하고 거절당하면서 계속 손을 뻗고, 대화를 시작하고,
누군가에게 도달하려 노력하는 건 사실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게 바로 용기이다.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면서도 행동에 옮기는 것.
세상이 등을 돌린 것 같고 거절 당할 것이 뻔해 보여도
손을 내밀어 친구를 만드는 것.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되어 줄 때 우리 모두 더 강해지니까.
단지 손을 먼저 내밀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친구들의 가시같은 말들과 무관심을 그만두게 만들 수 있는것은 바로 당사자의 용기어린 한마디 임을 작품을 통해 말한다. 아직 관계에 서투른 학생들에겐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무심코 던진 말들이 누군가에겐 아픈 상처가 될 수 있음을...그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을 수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건 모든 대인관계의 시작인 상대를 이해하고 헤아리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일깨우는 동시에 누구나 상처를 주는 입장에서 상처를 받는 입장이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사회로 나가기에 앞서 학교라는 소사회에서 오로지 학벌을 위한 공부에 지쳐 인성교육이 등한시되는 지금의 상황에선 정말로 아이들이 인지해야할 중요한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만화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대인관계의 지혜를 가르쳐주고 있지만 그것이 학교수업같은 강압적 방식이 아닌, 상처를 직접 받게되는 당사자의 시선으로 문제에 직면하게 만들고,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의 마음을 이해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방식의 만화라서 더욱 효과적일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한국의 학교생활과 만화속에서 그려지는 외국의 학교생활은 하늘과 땅차이로 다르게 그려지고, 현실은 이 만화보다 훨씬 냉혹하고, 잔인할지도 모른다. 다만 너무 늦어버려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전에 이렇게라도 미리 준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것이 어른들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착한 작품이다. 내 딸아이가 초딩에 입학하게 되면 꼭 보여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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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화이트 - Novel Engine POP
기바야시 신 지음, 엔타 시호 그림, 김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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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화이트 (2019년 초판)

저자 - 기바야시 신

역자 - 김봄

출판사 - 노블엔진팝

정가 - 10500원

페이지 - 391p



미스터리한 소녀신의



[소년탐정 김전일]의 스토리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던 '기바야시 신'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만화 시리즈 뿐만 아니라 김전일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 [소설 명탐정 김전일]시리즈로 추리 소설가로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는 매력적인 와인의 세계를 소개하는 [신의 물방울]의 스토리작가를 맡으며 전혀 다른 장르의 작품으로 대박을 이어나간다. 장르의 경계없이 다양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작가의 이번 장르는 바로 의학 미스터리이다. 전문적 의학지식이 바탕이되어야 가능한 의학 미스터리란 장르를 얼마나 프로페셔널하게 그려냈을지...

기대감이 전혀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리라...사실 '의학'이란 장르만으로도 기본 재미는 먹고 들어가는 장르이니만큼 기본 이상의 재미는 주겠거니 생각했는데, 1800년대 독일의 미스터리한 삶을 살았던 소년 '카스파 하우저'를 주인공의 모티브로 삼으면서 의학과 미스터리 각각의 재미를 충분히 충족시킨다.



이른 아침 공원을 조깅하던 논픽션 기자 마사키 앞에 백색 의사가운 한장만 걸친 알몸의 소녀가 그 앞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다급한 마사키는 근처 종합병원에서 근무중인 친구 마리아를 긴급호출하고, 마리아의 조치로 입원한 소녀는 정신을 차리지만 알몸으로 공원에 있게된 경위와 자신에 대한 모든것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그녀의 이름이 뱌쿠야라는 것을 제외하고는...어딘가에서 감금되 있다가 풀려난듯 병원의 건물과 기물들을 낯설어 하는 뱌쿠야가 닫혀있던 입을 여는 경우는 그녀가 환자를 봤을때 뿐이다. 청진이나 촉진 없이 한번 바라만 본것 만으로 환자의 병명과 치료법을 읊어대는 소녀의 경이로운 의학적 지식과 관찰력에 병원 관계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그런 소녀의 능력을 알아본 병원의 원장은 새롭게 전문의사들로 구성된 진단 협의팀에 소녀를 객원 멤버로 합류시킨다. 정규적 의학교육도 없고 의사면호도 없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의 합류를 인정하지 못하는 의사들 앞에서 보란듯이 신의에 가까운 발군의 진단능력을 발휘하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증상을 안고 입원하는 다양한 환자들...각 부서의 전문의들이 머리를 맞대고 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제시하지만 의사들의 예상과는 달리 악화일로로 치닫는 환자의 용태...그때 환자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소녀 뱌쿠야가 전문의들의 오진을 지적하고 해박한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경이로운 병의 원인을 추론한다! 사실 목숨이 오가는 일분 일초 치료가 시급한 환자에게 의사의 오진으로 인한 시간의 낭비와 잘못된 약물의 투입으로 역효과가 나는 상황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겐 최악의 상황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전문의들은 각각 자신의 분야가 따로 있고, 자신의 분야밖의 복합적 증상에 대해선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힘들다. 바로 그때 모든 분야의 의학적 지식을 습득한 뱌쿠야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다. 다양한 증상들을 관찰하고, 그에 맞는 병명을 추론한다...다양한 증거들을 토대로 사건의 정황을 추리하는 탐정의 모습과 닮아있으며, 범인을 잡아내듯 병명을 진단하는 모습에서 추리소설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사실 작품을 읽으니 바로 떠오른 작품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공중파에 방영되며 인기를 끌었던 미드 [닥터 하우스]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환자의 등장, 팀의 의사들은 제각각 자신의 전문지식에서 원인을 추론하고,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닥터 하우스의 모습에서 작품속 진단 협의팀의 토론과 뱌쿠야의 진단이 겹쳐 보였다. 머...작가가 미드를 모티브로 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만 [닥터 하우스]에 다뤄졌던 질병이 이 작품에도 한 에피소드로 등장한다는점...작가의 전작 [김전일]시리즈에서도 유명 추리작품의 트릭을 그대로 가져다 써서 욕을 먹었었는데, 이 경우도 그런건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_-;;;



어찌됐건, 읽기도 힘든 의학용어들을 심각하게 줄줄이 쏼라쏼라 읊어대면 일단 뭔가 있어보이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장르인데, 정체불명의 신의 뱌쿠야와 복잡한 병원내 권력관계,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들까지...의학 미스터리로서의 흥미요소는 모두 갖춘 탄탄한 구성이니 그냥 읽고 즐기면 될것 같다. 더불어 2편에서는 뱌쿠야의 정체가 조금은 밝혀질지도 궁금하고....어여 출간됐으면 좋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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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눈이의 사랑
이순원 지음 / 해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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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눈이의사랑 (2019년 초판)
저자 - 이순원
출판사 - 해냄
정가 - 14800원
페이지 - 183p


이것은 다큐인가? 동화인가?


다큐인듯 새의 습성과 냉혹한 자연의 법칙을 그리면서도 이해와 포용이라는 주제로 동화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리는...우리에게 뱁새로 알려진 텃새 붉은머리오목눈이를 주인공으로한 소설 [오목눈이의 사랑]이다. 사실 살면서 참새는 많이 봐왔어도 뱁새를 실물로 본적은 거의 없는것 같다. 외곽보다는 도심지에 살았던 시간이 많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읽고 뱁새의 모습이 궁금해서 직접 녹색창에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_- 이...이리도 귀여운 새가 있었나?!!! >_<~~ '세계에서 가장 귀엽다고 소문난 한국의 새'라는 수식어가 절로 이해되는 탱그런 솜뭉치를 뭉친것 같은 외모에 마냥 귀엽고 착해보이는 모습...그래서일까...작품속 뱁새 육분이의 결심이 더욱 내 마음에 와닿는건 말이다...
 




 



북쪽 저녁 하늘에 웬일인지 크고 사나운 사자자리와 뱀자리의 별은 보이지 않고 육분의 자리만 홀로 빛나고 있던 순간 태어난 아기새에게 육분의라는 이름이 지어진다. 그런데 육분의 보다는 육분이로 부르는 새들이 많아지고...그렇게 육분의는 육분이로 불리게 된다. 어미새에게 세상살아가는 법을 배우던 육분이는 스스로 독립을 하고, 수컷 뱁새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자신의 알을 낳는 어미새가 된다. 알을 두고 남편과 함께 먹이를 찾고 돌아온 육분이는 둥지속 알을 보고 뭔가 부자연스러움을 느낀다. 자신의 몸집만한 커다란 알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_-;; 하지만 이상한 생각도 잠시...모두가 자신이 낳은 사랑스러운 알이라 믿고 정성껏 품고 돌보는 날들이 지나고...커다란 알의 새끼가 가장 먼저 부화하는데....



머...자연다큐를 보지 않아도 커다란 알의 정체에 대해 알만한 사람은 다 눈치 챘으리라...망할 뻐꾸기 새끼임을 말이다...ㅠ_ㅠ 집채만한 몸집으로 부화해 쉴새없이 먹이를 갈구하면서 둥지속 뱁새의 진짜 알과 새끼들을 밀어내 땅바닥으로 떨어뜨려 죽여버리는...냉혹한 자연의 적자생존의 법칙을 몸소 보여주는 끔찍한 장면...더군다나 본인은 일전에 MBC에서 방영한 다큐속 영상을 봤던지라 작품을 통해 당시 경악할만한 장면들이 떠올라 괴로웠다. 이리도 귀엽고 착한 뱁새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육분이와 남편이 그렇게 정성껏 돌본 뻐꾸기 새퀴..앵두는 장성하여 날아오를 준비가 되자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버린다. -_-....



앵두의 정체를 깨닫고, 커다란 충격과 공포에 망연자실한 육분이는 삶의 의욕을 잃고...엎친데 덮친격으로 남편까지 불의의 사고로 사별한다. 그런 육분이는 철학가 뱁새를 만나 절망의 세계에서 새롭게 깨어나 일생일대의 커다란 모험을 결심하는데.....



제 명대로 살아봐야 7년밖에 살지 못하는 뱁새들...그마저도 명대로 사는건 정말로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고 새매와 뱀들의 위협속에 그 절반조차도 살아내기 힘들다. 그런 뱁새들의 일년에 두번있는 번식기에 얌체처럼 알을 까놓고 사라지는 뻐꾸기의 사실적인 생태습성은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훌륭한 이야기가 되는것 같다. 뱁새와 뻐꾸기외에도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종류의 조류들과 습성들, 새들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소개되면서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만든다. 무엇보다 육분이가 험난한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맞서고 삶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통해 작품을 읽는 이들도 위로와 희망의 감정을 전달 받을 수 있어 좋았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야"


서두르지 않고 긴호흡으로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는 지혜를 말하는...동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가벼운듯 가볍지만은 않은 작품이었다. 어떠한 역경과 고난이 찾아와도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듯 헌신과 사랑의 마음으로 포용한다면...세상은 좀더 살아갈만하지 않을까...청소년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많은 여운을 주는 아름다운 동화같은 작품이었다. 



덧1 - 작품을 읽으며 계속 극장판 애니 [마당을 나온 암탉]이 떠올랐는데, 이 작품도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고 하니...가족 애니메이션으로 기대해도 좋을것 같다. 


덧2 - 서산 버드랜드에서 상영중인 철새 뜸부기를 소재로 만든 4D 애니메이션 [날아라 부르르]도 종을 초월한 모정을 그리는 점에서 이 작품과 상당히 통하는 부분이 많은것 같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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