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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화이트 - Novel Engine POP
기바야시 신 지음, 엔타 시호 그림, 김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닥터화이트 (2019년 초판)
저자 - 기바야시 신
역자 - 김봄
출판사 - 노블엔진팝
정가 - 10500원
페이지 - 391p
미스터리한 소녀신의
[소년탐정 김전일]의 스토리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던 '기바야시 신'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만화 시리즈 뿐만 아니라 김전일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 [소설 명탐정 김전일]시리즈로 추리 소설가로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는 매력적인 와인의 세계를 소개하는 [신의 물방울]의 스토리작가를 맡으며 전혀 다른 장르의 작품으로 대박을 이어나간다. 장르의 경계없이 다양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작가의 이번 장르는 바로 의학 미스터리이다. 전문적 의학지식이 바탕이되어야 가능한 의학 미스터리란 장르를 얼마나 프로페셔널하게 그려냈을지...
기대감이 전혀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리라...사실 '의학'이란 장르만으로도 기본 재미는 먹고 들어가는 장르이니만큼 기본 이상의 재미는 주겠거니 생각했는데, 1800년대 독일의 미스터리한 삶을 살았던 소년 '카스파 하우저'를 주인공의 모티브로 삼으면서 의학과 미스터리 각각의 재미를 충분히 충족시킨다.
이른 아침 공원을 조깅하던 논픽션 기자 마사키 앞에 백색 의사가운 한장만 걸친 알몸의 소녀가 그 앞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다급한 마사키는 근처 종합병원에서 근무중인 친구 마리아를 긴급호출하고, 마리아의 조치로 입원한 소녀는 정신을 차리지만 알몸으로 공원에 있게된 경위와 자신에 대한 모든것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그녀의 이름이 뱌쿠야라는 것을 제외하고는...어딘가에서 감금되 있다가 풀려난듯 병원의 건물과 기물들을 낯설어 하는 뱌쿠야가 닫혀있던 입을 여는 경우는 그녀가 환자를 봤을때 뿐이다. 청진이나 촉진 없이 한번 바라만 본것 만으로 환자의 병명과 치료법을 읊어대는 소녀의 경이로운 의학적 지식과 관찰력에 병원 관계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그런 소녀의 능력을 알아본 병원의 원장은 새롭게 전문의사들로 구성된 진단 협의팀에 소녀를 객원 멤버로 합류시킨다. 정규적 의학교육도 없고 의사면호도 없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의 합류를 인정하지 못하는 의사들 앞에서 보란듯이 신의에 가까운 발군의 진단능력을 발휘하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증상을 안고 입원하는 다양한 환자들...각 부서의 전문의들이 머리를 맞대고 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제시하지만 의사들의 예상과는 달리 악화일로로 치닫는 환자의 용태...그때 환자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소녀 뱌쿠야가 전문의들의 오진을 지적하고 해박한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경이로운 병의 원인을 추론한다! 사실 목숨이 오가는 일분 일초 치료가 시급한 환자에게 의사의 오진으로 인한 시간의 낭비와 잘못된 약물의 투입으로 역효과가 나는 상황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겐 최악의 상황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전문의들은 각각 자신의 분야가 따로 있고, 자신의 분야밖의 복합적 증상에 대해선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힘들다. 바로 그때 모든 분야의 의학적 지식을 습득한 뱌쿠야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다. 다양한 증상들을 관찰하고, 그에 맞는 병명을 추론한다...다양한 증거들을 토대로 사건의 정황을 추리하는 탐정의 모습과 닮아있으며, 범인을 잡아내듯 병명을 진단하는 모습에서 추리소설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사실 작품을 읽으니 바로 떠오른 작품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공중파에 방영되며 인기를 끌었던 미드 [닥터 하우스]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환자의 등장, 팀의 의사들은 제각각 자신의 전문지식에서 원인을 추론하고,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닥터 하우스의 모습에서 작품속 진단 협의팀의 토론과 뱌쿠야의 진단이 겹쳐 보였다. 머...작가가 미드를 모티브로 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만 [닥터 하우스]에 다뤄졌던 질병이 이 작품에도 한 에피소드로 등장한다는점...작가의 전작 [김전일]시리즈에서도 유명 추리작품의 트릭을 그대로 가져다 써서 욕을 먹었었는데, 이 경우도 그런건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_-;;;
어찌됐건, 읽기도 힘든 의학용어들을 심각하게 줄줄이 쏼라쏼라 읊어대면 일단 뭔가 있어보이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장르인데, 정체불명의 신의 뱌쿠야와 복잡한 병원내 권력관계,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들까지...의학 미스터리로서의 흥미요소는 모두 갖춘 탄탄한 구성이니 그냥 읽고 즐기면 될것 같다. 더불어 2편에서는 뱌쿠야의 정체가 조금은 밝혀질지도 궁금하고....어여 출간됐으면 좋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