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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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2019년 초판)
저자 - 제바스티안 피체크
역자 - 한효정
출판사 - 단숨
정가 - 15800원
페이지 - 619p



인간은 기생충과 같은 존재야. 자신의 숙주와 함께 죽을 때까지 모든 것을 빨아 먹어버리지.

멸망을 자초하는 일이야....



배부른 사람들의 한끼의 육식을 위해 12억 8천마리의 소들이 전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곡물의 70%를 소를 비롯한 가축이 먹어치우고 있다. 매일 가축들이 마실 물을 위해 수천톤의 물이 소모되고 있다. 12억 8천마리의 가축들이 사료를 먹고 뀌는 방귀 때문에 대기의 메탄가스량이 늘어나는 웃지못할 상황...반면 지구 반대편에서는 1분에 120명의 아이들이 먹지못해 기아로 사망하고 있고, 마실물을 구하기 위해 수 키로미터를 걸어서야 겨우 구정물을 퍼마실 수 있다. 이런 극단적 대비 속에서도 인구는 나날이 늘어나 현재 70억명의 인구가 지구위에서 바글거리고 있고 매 1분마다 156명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석유자원은 이미 고갈상태이고 이상태로 지구의 자원을 모두 소모하고 난뒤엔 남은것은 멸망뿐....



치명적인 전염성과 높은 치사율을 자랑하는 마닐라 독감이 유행단계에 접어들면서 전세계는 방역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코피가 터지며 시작되는 증세는 이후 고열과 기침을 동반하며 수시간 내에 피를 뿜으며 사망에 이르게 만든다. 환자의 기침속 타액을 통해 쉽게 전염되는 강한 전파성에 인류는 공포에 떨고... 급기야 필리핀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공항폐쇄와 의료시설이 열악한 슬럼가의 빈민들을 격리조치 하기에 이른다.

한편 독일 베를린,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남자는 정신을 차린 후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의 팔목에 거칠게 새겨진 '노아'라는 문신을 이름삼아 혼수상태에서 자신을 돌봐준 노숙자 오스카와 함께 추운 겨울을 버티기 위해 보호소를 찾아 헤멘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속 천문학적인 가치가 매겨진 그림 한장의 화가를 찾는다는 광고를 보게되고, 그 그림을 통해 잊혀져 있던 기억의 한 단편을 떠올린 노아는 자신이 그 그림을 그린 장본인이라 생각하고 광고속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은 뉴욕의 잡지사 기자 셀린은 그림의 창작자가 노아임을 확신하고 급히 베를린의 고급 호텔을 예약하여 그곳에서 자신이 도착할때까지 노아가 머물수있도록 조치해준다. 그렇게 노아와 오스카는 호텔에 도착하고, 냄새나는 몸을 씻고 있던 노아에게 기다리던 셀린은 오지 않고 소음기를 부착한 암살용 총을 든 남자가 조용히 문을 여는데...노아와 의문의 킬러와의 대치로 잊혀진 기억과는 달리 몸에 각인되 있던 생존의 본능이 깨어나며 서서히 각성하는 노아...과연 그의 정체는 누구인가?...



치명적 전염병의 창궐...의문의 총상... 기억상실증... 노아의 목숨을 노리는 일급 킬러들...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천부적 살인센스...-_- 그리고 서서히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이 모이고...70억 인류의 운명이 걸린 거대한 음모의 한복판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도입부의 설정과 전개되는 과정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메던 기억상실 일급요원 [본 아이덴티티]의 '제이슨 본'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던것 같다. 분명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데, 안개속을 헤메이듯 짤막한 기억의 파편들로 감질나게 만드는...그러면서도 시원한 액션과 기억상실을 통해 아군과 적군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복합적 스토리는 강렬한 쾌감과 스릴을 선사한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현재 인류는 이미 포화상태이고 파멸을 향해 내달리는 중이다.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손조차 델 수 없는 곪아 터지기 직전의 문제를 국가던...미치광이 과학자건...어둠의 비밀결사던...누군가는 개입해야 하는것 아닐까?...작품을 통해 그런 의문이 들때쯤 작가는 이 피할 수 없는 전지구적 크라이시스에 전염병과 음모론을 살포시 얹어 놓는다. 우리는 이미 에볼라와 사스를 통해 세계의 허술한 방역정책과 마지막 방어선이 뚫렸을때 축적된 시민들의 공포가 어떻게 대공황으로 이어지는지를 직접 목격했다. 은연중에 대중들의 뇌리엔 전염병의 공포가 각인되 있는 것이다. 이 공포에 실존하는 서방의 극소수 권력 엘리트들로 구성된 국제적 비밀단체 빌더버그 클럽이 모든 사건의 배후로 등장하면서 모든 일들이 치밀하게 짜여진 판이었음을 가늠케 하고 세계를 움직이는 비밀단체의 궁극적 목표를 통해 극단적이지만 인류 생존의 대안을 제시한다. 사실 [놀라운 TV 서프라이즈]에나 언급되던 '일루미나티', '로스차일드', '바티칸 클럽'....그리고 '빌더버그 클럽'까지...세계경제와 정치를 좌우하는 거대한 규모의 음모론이 막 현실적으로 와닿진 않지만 인구과잉, 기아, 환경오염, 빈부격차 같은 현실적 사회문제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내놓는 음모론은 더이상 음모가 아닌 인류 공존공영의 최후의 수단으로 다가오면서 그들의 주장에 대한 당위성에 힘을 싣는다.  



파멸을 향한 인류 종말의 시나리오...지금 인류의 현주소는....



사실 설정 자체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다뤄지던 익숙한 설정이다. 하다못해 [어벤져스]에서 손가락을 튕겨 전 우주의 절반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던 타노스의 의도와도 부합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자연...지구...더 나아가 전 우주의 암덩어리 같은 존재..이 인간의 증식에 브레이크를 걸어 세계의 평형을 유지하려는 배후의 조종자, 그리고 인류의 멸망을 막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노아...그리고 밝혀지는 노아의 진짜 의미...익숙한 설정을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건 거대한 음모론 속에 음모론 그리고 또 그속에 음모론이 이어지면서 정신없이 내려치는 반전의 묘미가 작품 전체를 감싸고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스케일의 음모론이 허황되기 보다 진정한 공포로 다가오는건 실제로 인류가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전세계를 공포에 빠트린 전염병으로 디스토피아 포스트 아포칼립스 SF의 재미를, 킬러와 킬러, 정보부간의 긴박하고 숨막히는 첩보전과 혈투를 통해 추리 스릴러의 진수를, 세계를 조종하는 그림자 정부 빌더버그 클럽을 통해 음모론의 묘미를 그리고 현존하는 사회문제를 가차없이 파고드는 날카로운 사회비판까지...이 모든 장르적 요소들을 총망라 하면서도 결코 어설프거나 산만하지 않고, 무거운 주제와 반대로 빠른 속도감과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장르종합선물세트이다. 그동안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던 환경문제에 경종을 가하려는 작가의 숨은의도가 있는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깊이있는 메시지와 거침없는 비판의 칼날을 휘두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작품이었다. 육백여 페이지에 걸친 작가의 촘촘한 구성과 필력에 진심 놀랐다. 작가 이름 기억해 뒀다가 꼭꼭 챙겨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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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빌라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2
김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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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빌라 (2019년 초판)_ROMAN COLLECTION 012
저자 - 김의
출판사 - 나무옆의자
정가 - 9000원
페이지 - 234p



슬프고 비극적인 사랑



시신의 핸드폰에서 짧게 신호음이 울린다.
적막이 몰려와 방 안에 가득 찬다.
밖에는 눈보라가 몰아친다.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줄거리만 보고 평범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심리스릴러 일거라 예상하고 책을 펴들었는데, 작품 자체는 추리스릴러라기엔 약간 어색하고...죽음을 부수적 소재로 사용한 비극적 사랑이야기라고 해야될까...솔직히 나무옆의자 출판사의 로맨스 소설 열 두번째 시리즈라는 뒷날개를 보고서야 이 작품이 로맨스 소설이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정도로 사랑의 추악하고 비틀린면을 그리는가 하면 서로 다른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나누는 플라토닉한 교감을 그려내기도 한다. 머...그것도 사랑은...사랑인가?...-_-;;;



동물을 사랑하고 정이 많은 서른두살 솔희는 키우던 애완동물을 학대하는것도 모자라 솔희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의 학대를 참다 못해 4년간의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한적한 시냇가 옆 빌라로 독립한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국수집알바로 만두를 빚고 국수를 팔아 힘들게 번돈으로 두 마리의 반려동물과 함께
힘겹게 살아가는 솔희...하지만 개짖는 소리로 이웃집의 눈총을 받는등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건 바로 윗층에 사는 해아저씨가 솔희가 난처한 일이 생기면 두발벗고 달려와 도움을 주는것인데, 척추장애로 곱추등이되어 등에 해를 품고 다닌다하여 해아저씨가된..그 남자는 오래된 낡은 용달을
끌고 다니며 고물을 주어 생계를 유지하는, 과묵하지만 사려깊은 마음으로 솔희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는 아저씨이다. 하지만 솔희와 해아저씨가 마주치는 일이 많아지면서 빌라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엎친데 덮친격으로 이혼한 남편이 술에취해 솔희를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일이 많아지는데.....



사랑에도 분명히 갑을관계가 존재한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연스레 을이 되는것인데, 그런 갑을관계야 아주 해피한 갑질일테고...문제는 이 갑을관계가 폭력에 의해 구분지어질때이다...나만을 사랑하고 나만을 위하는줄 알았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감추고 있던 폭력성향을 드러낼때...알고보니 배우자가 아주
상또라이란걸 깨달았을때...그땐 이혼밖에는 답이 없겠지...근데 문제는 이 미친놈이 술만 처먹으면 여자집에 나타나 눈물의 똥꼬쇼를 벌이는가 하면, 생때를 부리며 패악질을 벌이는 것이다. 외도...언어폭력...신체적 구타....이 모든일에 신물이 나버려 이혼으로 도피하지만...그놈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다는걸 깨달았을때의 모든것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의 심정...이혼뒤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병, 정만도 못한 관계에서 그녀에게 지탱하고 있던 무언가가 끊어져 버린다.



무의욕과 무행복 상태. 희망을 꿈꾸고 힘을 내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하루하루가 힘겹기만 하다. 그때 자신의 눈과 닮았다고 생각했던 해아저씨의 아내가 태안에서 깊은 중병에 걸려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게 꽤 오래되었고, 고물을 주워서는 약값조차 대기 힘든 어려운 상황이란걸 알게되고...자신의 절망적 상태와 닮아있는 해아저씨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전혀 다른 인생을 살면서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솔희와 해아저씨...마주치면 인사말 외엔 조용한 침묵이 내려앉지만, 여러 말보다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교감의 감정...이런 드라이한 만남과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 지치고 찌들려 내일을 생각할 수 없는 소외된 사람들의 강한 연대감과 동질감이 그들을 단단하게 묶어놓는다.



지속적인 가정폭력이 불러오는 비극적 파멸...



과연 솔희와 해아저씨가 은밀히 공유하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시신은 누구이며 그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두 남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억세게도 운없고 불행한 남녀의 세상 암울하고 암담한 이야기가 일상적 에피소드와 함께 담담하게 펼쳐진다...추리나 스릴보다는 한 인간의...한 여성의 비극적 생애에 포커스를 맞추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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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열대어 케이스릴러
김나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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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열대어 (2019년 초판)_케이스릴러 시즌3

저자 - 김나영

출판사 - 고즈넉이엔티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72p



내 남편이 연쇄 살인범?



타인과 타인이 만나서 사랑하고 영원토록 함께 하자고 약속하는 것이 결혼이다. 그런데 항상 살을 맞대고 살고 또 그렇게 살아가야할 배우자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는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던 나의 배우자를 두고 연쇄살인마로 지목한다면...믿음과 의심...어느쪽을 택할 것인가?...


한국의 스릴러 작품들을 소개하는 고즈넉이엔티 출판사의 브랜드 케이스릴러가 어느덧 세번째 시즌을 맞았다. 믿고 보는 한국 스릴러로 자리잡은 케이스릴러 시즌3 작품은 이 작품 [붉은 열대어]와 '김혜빈'작가의 [캐리어]이다. 그중 붉은 열대어 처럼 물속에 서서히 퍼지는 강렬한 빗빛 표지에 끌려 이 작품을 선택했는데, 작품을 보고나니 나름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자동차 사고로 코마상태에 빠져있던 한태현과 이서린 부부중 아내 이서린이 2년만에 극적으로 깨어난다. 그녀가 의식을 찾은 동시에 찾아온 경찰은 자동차 사고직전의 상황을 묻지만, 사고의 충격 탓일까? 사고직전은 커녕 지난 4년간의 기억을 전부 잃어버리는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단순히 사고청취를 위한 경찰 방문이 아님을 깨달은 이서린은 형사에게 이유를 묻고 형사에게서 충격적 이야기를 듣는다. 이서린 부부가 자동차사고가 나기 직전까지 그녀가 살던 지곡동엔 석달사이 3건의 여성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서린의 남편 한태현이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었다는것. 그리고 그직후 한태현이 몰던 자동차가 의도적으로 보이는 사고로 부부 모두 혼수상태에 빠지니 한태현이 범인이라는 의심은 더욱 깊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서린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한태현은 도저히 연쇄살인범으론 납득할 수 없었던 이서린은 직접 남편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남편의 작업소를 찾아가고, 자신에게 몰려드는 기자들과 접촉하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려 애쓴다. 

"저는....생존자에요..."

3건의 연쇄살인 사건을 접하면서 우연히 머리속에 떠오른 목소리...언제인지...누군지 모를 이 기억속의 목소리로 굳건했던 남편에 대한 믿음 사이로 의심과 의혹이 파고들고...이서린은 혼란에 빠지는데....



당연하지만 기억을 잃었던 이서린은 남편의 친동생, 동생의 애인, 형사, 기자, 남편의 친구 등등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퍼즐처럼 흩어져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서서히 맞춰지고, 그 기억의 퍼즐이 완성됐을때 감춰져있던 진실이 드러나고 충격적 반전으로 다가오게 된다. 믿었던 남편이 연쇄살인범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서서히 떠오르는 의문의 단편적 목소리들...이서린이 느끼는 미칠것 같은 불안감과 정신적 압박이 숨막히는 서스펜스로 독자를 강타하면서 남편의 정체에 대해 끊임없이 갈팡질팡 흔들어 놓는다. 



'의심이란게 액셀레이터 같아서 일단 밟으면 어디 박기 전까지는 멈출 수가 없으니까...' 25p



작가는 이서린의 사라진 기억찾기에 유년시절 성폭행을 당한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켜 도착적 연쇄살인과 성폭력의 상관관계를 연결하는 동시에 밀양집단성폭행사건과 같이 감싸고 보호해야 할 성폭행 피해자를 오히려 비난하는 기형적인 사회적 풍토가 피해자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인들을 어떻게 파탄내버리는지를 작품을 통해 처절하고 극명하게 보여준다.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소녀를 향해 평소 행실을 운운하며 손가락질 하는 빌어먹을 어른들...죄를 저지르고도 기껏해야 사회봉사 몇 시간을 언도 받고 낄낄대는 가해자들...이런 미쳐버린 세상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정상일 수 있을까?...후반부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결말은 우리가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할 불행한 미래일지도 모른다.           



강렬하게 끌렸던 표지의 의미가 강제로 잃어버린 처녀성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숙연해진다. 평범했던 소년을 또라이 변태 살인마로 만들어 버리는건 죄를 짓고도 그 죗값을 치르지 않는 미쳐버린 사회 때문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충격적인 오프닝,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결말...강렬한 스릴과 서스펜스...그리고 의미심장한 사회적 메시지까지...후반부 추격전이 좀 늘어지는걸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심리스릴러였다. 에필로그가 후속작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속편이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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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탄두리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지음, 지명숙 옮김 / 비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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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탄두리 (2019년 초판)

저자 - 에른스트 환 데르 크봐스트

역자 - 지명숙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70p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 엄마



언제 산지 모를 낡디 낡은 몸빼바지에 올리 풀려가는 파마머리를 하고 시장바닥에서 상인과 가격흥정을 하는 아줌마. 상인이 부른 가격에 절반을 후려치자 발끈하는 상인, 그리고 아랑곳 않고 거기에서 잔돈을 절삭하려는 아줌마. 두 사람의 실갱이는 점차 과열되고, 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숨죽인채 그들의 흥정을 지켜본다. 신경전이 치솟아 터지기 일보직전의 일촉즉발의 상황. 자신의 뜻대로 흥정이 되지 않던 아줌마는 상인이 들고 있던 물건 봉지를 낚아챈뒤 돈을 집어던지고 도망쳐버리고. 욕설을 날리며 길길이 날뛰는 상인을 뒤로하고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가는 아줌마의 입가에 걸리는 미소...-_-



억척스런 아줌마 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한장면이다. 그동안 드라마 같은 매체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며 일종의 정형화되어버린 아줌마의 표본같은 모습들...고집불통, 소통불가, 대민폐의 대명사...그런데...진정한 끝판왕이 등장했다. 인도 봄베이(뭄바이)에서 날아온 세 아이의 엄마...'비나 환 데르 크봐스트' 일명 마마 탄두리 이다. 셋째아들의 눈으로 바라본 MSG제로 리얼 백프로의 엄마 이야기...그녀의 가족사부터 작가 본인이 아빠가 되어 아이를 낳고 작가로서 엄마에 대한 소설을 쓰기까지 엄마의 수십년 인생이 10가지 에피소드에 꽉꽉 담겨 펼쳐진다.



내츄럴 본 인도여성과 네덜란드의 의대생이 만나 결혼을 하고 네덜란드로 넘어와 정착한다. 둘 사이의 기쁨과 기대속이 첫째 아들이 태어나고 연이어 둘째 아들이 태어난다. 그러나 둘째 아들이 태어난 직후 첫째 아들이 정신지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딸을 염원하던 부부에게 태어난 셋째 역시 아들...살던 인도에서도 강인한 생활력과 억척스러움으로 유명했던 엄마는 네덜란드에서도 그 악명을 더욱 드높이며 고집스럽게 세 아이를 키워낸다. 무임승차, 물건값 후려치기, 쓰잘데기 없는 고물들을 모아놓는 저장강박증에 자신의 말을 거역할 시 자식새끼도 눈이 번쩍 뜨일 볼방망이(소위 귓방망이)와 사정없이 휘두르는 밀방망이 찜질을 피할 수 없는 무소불위 권력의 독제자...이지만...그런 압제가 숨막혀서 였을까...엄마의 반대를 거역하고 무슬림 여자를 만나 집을 나가버린 둘째와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고 학업 대신 작가로서 펜을 잡은 셋째까지...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좌충우돌 시끌벅적 가족기가 놀라움을 넘어선 경악의 감정으로 쉴틈없이 몰아친다. 



인도 하층민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채득할 수 밖에 없었던 극한 절약의 습관들...하지만 그녀 역시 자린고비 아줌마 이전에 엄마였다. 공짜 물건과 세일 물건들을 잔뜩 그러모아 인도에 사는 친척들에게 나눠주고(값비싼 최고급 물건이라 속일지언정...-_-;;) 교통비, 체류비를 아끼고 아껴 기적의 치료장소로 소문난 명승지에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첫째 아들을 데리고 가는 엄마의 절실한 마음...셋째 아들의 육상 경기에 한마음이 되어 맨발로 함께 뛰며 아들을 응원하는 엄마의 열정...비록 수단과 방법이 과격하고 극단적이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그 마음만은 쇼킹한 에피소드 속에서도 묘하게 빛나면서 애달픔을 준다. 



머...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상상못할 그녀의 기행들은 솔직히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더라...ㅠ_ㅠ 아무리 정당화하려 해도 남에게 민폐끼치고 사는건 아니라고 어머님께 가르침을 받아왔고,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는 나로선 마마 탄두리의 도를 넘어서는 이기적 민폐행위들이 거듭될수록 눈쌀이 찌푸려졌다...개인적으론 쉴드가 불가능할 정도로 과하니... -_- 머...제3자의 입장으로 보자면 그냥 유쾌하게 웃으며 넘어갈 수 있겠지만...ㅎㅎ 다만 내 주위에 이런 아줌마가 한명이라도 있다면...으~ 그냥 몸서리처질 정도로 끔찍한 공포소설이 따로 없을듯...정신없이 욕하는 와중에 훅 하고 치고 들어오는...웃기면서 슬픈 가족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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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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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2019년 2판1쇄)

제3의 시나리오 2 : 오퍼레이션 페닌술라 (2019년 2판1쇄)
저자 - 김진명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RHK)
정가 - 14800원 * 2
페이지 - 264p, 277p



소설은 사실보다 더 진실이어야 한다



작가의 데뷔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었던게 중딩이었나 고딩이었나...실존했던 '이휘소 박사'와 박정희간의 한반도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숨막히는 이야기가 그시절엔 그리도 짜릿하고 강렬한 긴장감을 선사했었다. 그렇게 만난 '김진명'작가를 이십년도 더 지난 지금 [제3의 시나리오]로 다시 만나니 뭔가 감회가 새롭다. -_- 그때나 지금이나 실제 정치, 외교적 정세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작가만의 분석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을 통한 추론을 더하여 만들어낸 소위 실제보다 더 실화 같은 '팩트소설'은 여전히 픽션과 팩션을 오가며 독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었다. 북미간의 긴장이 극대화 되며 숨막히는 전운이 감돌던 2004년...그 긴장감 넘치던 시절로 독자를 타임워프 시킨다...



베이징에서 한 구의 한국인 시체가 발견된다. 법무부 안검사는 이 한국인 시체에 대해 조사를 하고 그가 유명 소설가 이정서라는 것과 베이징에서 사망하기전 15일 동안 한국과 뉴욕, 평양을 거쳐 베이징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뒤 이정서의 장례식장에서 그의 미망인을 통해 받아낸 마지막 유작을 보고 그가 거대한 사건에 휘말려 죽음을 당했단것을 깨닫게 된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조사를 거듭하고...세계가 경악할만한 제3의 시나리오가 드러나는데....



제1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쿠테타 유도
제2의 시나리오는 김정일 저격
그리고...
제3의 시나리오는?.....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당 의원들에게 탄핵당해 실질적으로 대통령으로서 손발이 묶여버리는 대한민국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미국은 한국에 주둔중인 미군들의 철수 의사를 내비친다. 미국은 911테러의 보복으로 이라크와 전쟁을 벌여 승리하고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앞둔 상태였고, 미군의 주력 군대는 훈련을 빌미로 북한과 4시간 거리에 있는 괌기지에 밀집하여 공격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던...어느때보다 북미전쟁의 긴장감이 감돌던 상황이었다. 여기까지가 당시의 팩트상황이고,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다. 막강한 첩보력으로 한국과 북한을 떡주무르듯 주무르는 미국의 힘의 논리에 맞서 오직 애국심으로 거대 미국에 맞서 첩보전을 펼치는 애국단원들...김정일 위원장의 파격적인 서울 방한...그리고 세계의 패왕 미국 대통령의 뒤에서 대통령을 조종하는 어둠의 조종자...그렇게 한반도에 발동되는 제3의 시나리오....김정일과 노무현...둘의 운명은....



사실 음모론도 이런 음모론이 없을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번 김정은 트럼프의 다낭 회담을 보니 현실로 돌아가는 상황도 그리 일반적이진 않다는거...-_-; 영변 북핵시설 폐기라는 카드를 들고 미국의 원조를 바라던 김정은은 사실 몰래 핵시설을 운영해왔고, 폐쇄각서에 싸인만 남겨놨던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이 숨겨놓은 핵시설의 폐쇄를 지적하며 카운터 펀치를 먹여 그로기 상태로 녹다운 시켜버린다. 한마디로 김정은이 밑장빼기를 시전하다 오함마에 손모가지 날아갈 뻔한것이다. -_- 온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국가 수장의 회담 자리에서 벌어진 이 웃지못할 사건은 우리에게 몇 가지 사실을 시사한다. 미국의 정보력은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 그리고 미국이나 북한이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 이면엔 자국의 이익 혹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어떤 더러운 짓도 불사한다는 것. 그렇게 따지자면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오로지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부시나 김정은의 속내와 그들의 이해관계에 내내 휘둘리기만 하는 한국의 처지가 다소 과장되었을지언정 전혀 설득력 없는 가능성 제로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직접 겪으며 느끼는건 언제나 현실은 픽션보다 더욱 스펙터클하고 시궁창이라는거...)    



실존인물, 실존사건으로 리얼리티를 극대화 하고, 북한 최고 실력의 킬러를 등장시켜 극의 재미를 살리며, 한국과 미국의 첩보전으로 추리적 재미를 선사한다. 나같이 동북아 국제외교에 관심없는 사람에게 복잡한 이해관계를 설명해주는 딱 좋은 교보재 같은 작품이었다. 전개상 흐름이 끊기고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시시각각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세와 한국과 북한을 두고 이권경쟁을 벌이는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각각의 정세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읽어내고 숨겨진 의미를 간파하는 안목 하나는 인정할만한 작품이었다. 작품의 출간 이후 실제로 작품속 상황대로 흘러간 부분도 있었으니 '소설은 사실보다 더 진실이어야 한다'는 작품속 한마디가 내내 머리속을 멤돈다. 김정일 다음 세대인 김정은과 역대급 선전주의 대통령 트럼프의 다낭회담을 소재로한 신작 한편 나왔으면 재미있을듯 싶다.  



덧 - [양들의 침묵]도 아니고 웬 나방인가 싶을텐데...작품에서 나방이 비장의 생물학 무기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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