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년 봄의 제사 - 무녀주의 살인사건
루추차 지음, 한수희 옮김 / 스핑크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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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년봄의제사 :무녀주의 살인사건 (2019년 초판)

저자 - 루추자

역자 - 한수희

출판사 - 스핑크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50p



본격 샤머니즘 학술 미스터리!!



기원전 100년 고대 중국 한나라를 배경으로 무녀들의 질곡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비극적 미스터리...[원년 봄의 제사]이다. 주류에서 살짝 벗어난 컬트적이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미스터리 작품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를 출간한 스핑크스 출판사에서 뒤이어 선보인 작품이 이 작품이라는 데에서 전혀 다른 장르, 다른 나라, 다른 배경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이 독창적 신박함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을 것이란건 굳이 작품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두 작품 모두 (내용이던, 설정이건, 트릭이건 간에) 기존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의 미스터리이다. 띠지에 쓰인 '미쓰다 신조'의 <미스터리 사상 전대미문의 동기!>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고대 중국의 배경이 조금은 낯설고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독특함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기원전 100년, 한나라 변방 운몽택에 무녀가 되기전 세상을 돌며 견문을 넗히는 소녀 오릉규와 규의 하인 소휴가 손님으로 방문한다. 대대로 초나라의 무녀를 배출했으나 세상이 바뀌고 깊은 숲속에 은거중인 관가의 딸 관노신과 오릉규가 우연히 사냥을하다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되어 노신의 초대로 운몽택에 잠시 머물게 된 것이다. 운몽택으로 향하던중 노신은 4년전 친척집에서 벌어진 일가족 몰살사건을 오릉규에게 이야기한다. 매섭던 4년전 겨울...아버지에게 훈육으로 매질을 당하고 창고에 갖혀있던 장녀 약영은 속옷차림으로 간신히 이웃한 노신의 집으로 도망친다. 노신의 언니 기의는 고모부에게 약영의 선처를 말하고자 사촌집을 찾아갔는데, 문앞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사촌오빠를 시작으로 마루에는 고모부가, 안채에는 고모와 6살난 조카가 칼에 맞아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방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친척집으로 가는길은 오솔길 뿐...그리고 발자국은 약영이 집밖으로 나간 발자국외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는 상태...장녀를 제외한 일가족이 몰살당했지만 범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홀로남은 약영은 친척인 노신의 집에 양녀로 들어온다. 이야기를 듣던 오릉규는 나름의 날카로운 추리로 범인을 지목하지만, 노신의 이야기만으로는 정확한 범인을 지목하지 못하고...노신의 집에 도착한 오릉규를 맞이하는 연회가 마련된다. 제사와 각종 학문에 폭넓은 지식을 자랑하는 오릉규는 노신의 가족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그의 가족들과 단숨에 친분을 쌓는다. 그리고 며칠뒤...개울가에서 멱을 감고 돌아가던 노신과 오릉규는 창고 앞에 쓰러져 죽어있는 고모를 발견하는데....고모의 죽음을 시작으로 관씨 가문에 또다시 피바람이 불어닥친다.....



나라의 부흥을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국운을 점치는 무녀...언뜻 떠오르는건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문소리'님이 열연했던 야망가득한 무녀의 모습 정도인데, 작품속 기원전 무녀들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욱 가혹하고 가여운 운명에 놓인 여성들이었다...춤과 기예, 학문과 시에 능통하기 위해 어릴적부터 혹독한 훈련을 겪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학대에 가까운 가차없는 매질이 따라오고(관약영) 무녀가 결혼하면 가문에 불운이 온다는 설때문에 평생 홀로 늙어야 하거나(오릉규) 설령 결혼한다 쳐도 노비를 데릴사위로 들여 무녀의 데를 잇는 생식의 용도로만 쓰이는 비천한 신세라니(관기의)...-_-;;; 양반에게 몸파는 기녀보다도 더 박복한 신세라는 그녀들의 한탄이 가슴에 사뭇친달까...십대의 노신과 오릉규와 더불어 스물을 넘긴 약영, 기의 같은 여성들에게 짙게 드리운 그늘과 정신이상, 죽음 등은 피할 수 없는 무녀라는 가혹한 운명에 꺾여버린 불행을 보여주는듯 하여 안타깝게 다가온다.     

  


밀실상태에서 일가족 몰살이라는 흥미로운 미스터리도 미스터리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중국의 고대 인문학인데, 점술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 시학 등등 문화, 예술, 학문 전방위에 걸친 다양한 학문들이 꽤 비중있게 다뤄진다. 무녀에 관련된 주역, 점성술, 별자리, 고대신앙인 동황태일, 동군(그래...이거야 무당에 대한 내용이니 차치하더라도) 외에도 고전을 엮은 [예기], 초나라의 사를 엮은 [초사]를 비롯한 각종 고문들과 시문들이 주루루 나열되는것을 보면 지금 내가 미스터리를 읽고 있는건지 중국고대 문헌논문을 보고 있는건지 헷갈릴 정도로 작가는 방대하고 해박한 지식을 작품속에 마음껏 자랑한다. 고대 중국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난해함에 GG를 칠수밖에 없었는데...설렁설렁 읽으면서 넘기다 보니 얼래...이 안에 결말의 핵심 복선이 숨겨져 있는것 아닌가!! ㅠ_ㅠ '미쓰다 신조'가 언급한 전대미문의 동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오릉규가 경전과 문구들을 언급하는이유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본격 학술 미스터리라 일컬었던 '로랑비네'의 [언어의 7번째 기능]의 동양판이랄까...-_- 무구한 역사와 축적된 문화를 자랑하는 지적 미스터리로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케 하는 작품임엔 틀림없었다. 물론 그만큼의 난해함도 감수해야 겠지만 말이다...



어쨌던, 작가는 두번에 걸쳐 범인과 범인의 동기를 맞춰보라며 독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도전장을 내민다..-_-) 그만큼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와 이야기에 자신이 있다는 반증이리라. (하긴 이 살인동기를 맞출 수 있는 독자는 아마도 없을듯...) 무녀로 길러진 소녀들의 비극적 운명과 그녀들을 속박하는 관습과 금기를 깨트리고 자유를 향한 애타는 갈구, 엄격한 신분제도와 수천년에 걸친 학문들이 뒤섞여 기존의 범인찾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해법이 제시된다. 일단 결말의 납득과는 별개로 이런 식의 발상의 전환은 처음인지라 어안이 벙벙한 느낌이랄까...밀실살인의 트릭은 어찌보면 지극히 간단할지 모르지만 그 동기만은 그리 간단하게 풀지 못할 것이다. 서서히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은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지만 한국, 일본과는 전혀 다른 정서를 통해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그 충격은 이내 신선함으로 변화한다. 학술 미스터리 답게 알면 알수록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당시의 중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작품은 더욱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유독 십대 소녀들이 주축이 되어 전개되는데, 대망의 사건의 동기도 그렇고 살짝 백합물의 향기가 어려있는것 같은데...나만 그렇게 느낀건지는 모르겠다..-_-  난해한 학술배틀을 이겨내고 대망의 결말을 납득한다면 신박할 것이요, 납득하지 못한다면 지루한 고서와 다름없을 것이다. (도 아니면 모다.) 작가가 던지는 도전장에 기꺼이 응할 지적이며 도전정신 가득한 용자들이여...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중국식 고전트릭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드아!~ 



혹독한 겨울이 가고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 피어나는 새싹처럼 오릉규와 관노신은 저주받은 운몽택에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한발을 내딛는다. 그렇다...오릉규 시리즈로서 2편을 예고한다는 말이다. 유랑무녀 규와 노신은 또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될지...어떤 의식의 흐름에 따른 풀이를 보여줄지...얼마나 깊이있고 방대한 지적유희를 준비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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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지음, 강승희 옮김 / 천문장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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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내가남자를죽였어 (2019년 초판)
저자 -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역자 - 강승희
출판사 - 천문장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59p



희대의 싸이코패스 악녀...그리고 그녀의 천사같은 언니


북미나 유럽의 스릴러는 많이 접해봤지만 뜨거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스릴러는 처음 접하는것 같다. 독특한 제목과 설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스릴러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이다. 사실 세상 살아가는 것이야 국가, 지역을 떠나 어디든 다를바 없을테고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이런 스릴러의 긴장과 묘미는 매한가지리라. 반면 스릴러라는 보편적 장르에도 북미와 유럽의 작품들이 각 국가의 고유의 색을 띄듯 이 작품도 아프리카 특유의 지역색을 엿볼 수 있어 한층 새롭게 읽을 수 있었다. 동생이 죽인 시체를 처리하는 언니...과연 이 자매에겐 어떤 말못할 사연이 숨어있을까....



아율라가 전화했다. 언니, 내가 그를 죽였어.
그건, 내가 다시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9page]


벌써 세 번째 시체처리...이제는 익숙해질때도 됐는데 아직도 가슴이 떨리고 불편하다.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려 해서 찔렀다는 동생의 말을 믿고 싶지만 남자의 등에 깊숙이 박힌 칼. 게다가 그 칼은 아버지의 유품으로 동생이 평소 아끼는 칼이니...일단 잡생각은 떨쳐버리고 강력한 표백제를 사용하여 핏자국을 지우고 집안 구석구석을 닦아내고 침대보에 시체를싸서 동생과 함께 차 트렁크에 실고 세번째로 찾아간 대교 아래 강물속으로 시체를 던진다...며칠뒤 남자의 실종이 화제가 되고 언니 코레드는 동생 아율라에게 당분간 조용히 지낼것을 신신당부 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코레드는 짝사랑하는 의사 타데에게 온 신경을 쏟아붓고, 몇 년째 혼수상태로 가족도 외면한 513호실 남자에게 자신과 동생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하소연한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병원에 찾아온 동생 아율라....그리고 미모의 동생을 보고 한눈에 반한 의사 타데....짝사랑하는 의사를 동생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남자와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이 513호 병실의 환자는 기적처럼 정신을 차리는데....그녀의 평화롭고 안정된 일상에 금이 가려고 한다....



작품은 피를나눈 자매로서 가족의 죄를 어디까지 덮어줄 것인가에 대해, 날때부터 빼어난 미모로 뭇 남성들의 구애를 받아온 동생과 그에 반해 출중하지 못한 외모로 가족에게 조차도 비교와 무시를 당하며 살아온 언니의 뿌리깊은 열등감, 동생이 눈하나 깜빡 안하고 아무렇지 않게 애인과 교제의 끝을 살인으로 맺는 숨겨진 가족사 등등등 복합적인 심리적 갈등을 통해 긴장이 고조되고 어느새 언니의 입장에서 그녀의 판단과 결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하게 만든다. 살인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뇌가 빈듯한 여우같은 동생이 짝사랑 하는 남자까지 가로채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없는 언니의 답답하고 미칠듯한 심정이 처음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는데...그녀의 비극적 가족사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동생의 보호자로서 동생을 끝까지 지켜야만 했던 언니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된다고 해야할까...머...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 아율라가 백치 싸이코패스라는건 변함없지만서도...줄기차게 살인을 저지르는 핵폭탄같은 동생을 내쳐버리지 못하는 코레드의 기구한 운명에 조금은 동정심이 생겼다.



앞서 말했지만 아프리카 작품답게 작품 곳곳에 특유의 지역색을 배치해 놓는데, 아무리 뒷처리를 했다지만 세 명이나 죽여놓고도 자매들이 태연자약 할 수 있는 이유를 뒷돈만 밝히는 능력없는 부패경찰들 때문이라 설명하고 그와관련 에피소드를 넣어놓는가 하면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부족국가의 풍습과 엄격하고 막강한 가부장제가 그려진다. 물론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은 작품을 이해하고 그 정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배경이 현대임에도 불구하고 매매혼에 가까운 조혼 풍습이 남아있는걸 보면 그녀들이 여성으로 겪었을 고난이 얼마나 무거웠을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물론 그녀들이 겪은 비극이 살인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던...동생은 끊임없이 폭탄을 터트리고 언니는 줄기차게 수습하고...그러면서 동생은 얄밉게 약올리고 언니는 허벅지를 쑤시며 인내한다. 기이하게 뒤틀린 가족관계...언니는 동생의 저주같은 속박을 벗어날 수 있을까....기묘한 가족에 얽힌 잔혹 가족사가 위트와 코믹함으로 전개된다. 너무나 무겁고 극한의 상황인데도 깃털 처럼 가벼운 인물들의 행동이 씁쓸하게 다가오는...웃으면서도 등골 서늘한 심리스릴러랄까...아직 낯선 나이지리아에 대해, 그안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에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으로 서평의 기회를 준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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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04-0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파묻힌 거짓말 마틴 베너 시리즈
크리스티나 올손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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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거짓말 (2019년 초판)

저자 - 크리스티나 올손

역자 - 장여정

출판사 - 북레시피

정가 - 16000원

페이지 - 526p




거대한 음모의 서막



노르딕 누아르를 대표하는 스웨덴의 걸작 하드보일드가 새롭게 국내 초역되었다. 스웨덴 범죄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며 북유럽 스릴러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작가 '크리스티나 올손'의 대표시리즈 '마틴 배너'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 출간된것이다. 바람둥이 변호사 배너가 단순한 호기심으로 수임한 사건을 통해 거대한 음모의 한가운데 빠지게 되고, 자신의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고군분투가 숨쉴틈 없이 휘몰아친다. 그야말로 뼈속까지 얼려버릴 듯한 북유럽의 차디찬 칼바람처럼 말이다...'파묻힌 진실'도 아니고 '파묻힌 거짓'이라니?...가려진 거짓을 걷어내야 비로소 숨어있던 진실이 나온단 말인가?...거짓마져 은폐 할 정도로 역겹고 추악한 진실이 수면위로 떠오른다.....  



젊은 남자 하나가 사무실로 찾아와 부탁을 했다. 죽은 여동생의 누명을 벗기고 사라진 조카를 찾아달라고 했다. 처음엔 마지못해서였지만 나중에는 내가 이 사건에 점점 빠져들었다.

이제 나는 눈만 남기고 온몸이 늪에 빠진 꼴이 돼버렸다.....



뛰어난 두뇌회전, 그럭저럭 괜찮은 실적, 세상 모든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질 수 있는 자신감...자유연애주의 바람둥이 변호사 마틴 배너는 사고로 죽은 동생의 조카를 양녀로 맞아 기르는 미혼부 변호사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노숙자의 차림을 한 남자가 사무실로 찾아온다. 자신을 바비라 소개한 남자는 억울하게 죽은 동생의 누명을 벗기고 동생의 실종된 조카의 행방을 찾아달라 의뢰한다. 사라 텔...바비의 동생 사라 텔은 미국과 스웨덴을 오가며 다섯 명의 사람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으로 체포되어 공판직전 탈출하여 어린이 집에 있던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도주 후 그날 밤 다리에서 투신하여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경찰은 아들역시 그녀가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수색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다. 온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물여섯 살의 연쇄살인범이 누명이었다는 오빠의 주장을 받아 들일 수 없었던 배너는 바비의 의뢰를 거절하려고 하지만, 바비는 배너에게 그녀가 무죄라는 증거라며 살인이 벌어진 시간대 살인사건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로 이동한 버스표를 내민다. 승차한 사람의 이름조차 표시되지 않는 단순한 버스표 한장이 누명의 증거라니....도저히 납득하기 힘들지만 강한 확신을 갖는 바비의 태도에 독자적으로 사건을 조사하는 배너는 생각지 못한 진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갖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된 망자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사건을 파헤치다니...일단 독특한 사건의 도입부가 호기심을 일으키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다섯 살 양녀를 시터에게 맡기고 매일 저녁 눈맞는 여성과 섹스를 하고 귀가하는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보이 마틴 배너의 안정적이고 부족할것 없는 개인적 생활을 배치시키면서 사라 텔 사건에 엮이면서 배너가 얼마나 지옥의 구렁텅이의 나락으로 빠질지, 그 지옥의 밑바닥에서 어떻게 기어나올지 무척 기대하게(남의 불행을 기대한다는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_-;;) 만든다. 



그리고 그 (못된)기대는 몰아치는 반전의 반전과 끝도 없이 확장되는 스케일에 기대를 넘어서는 일종의 확신으로 자리잡는다. 사라 텔의 주변을 조사하면서 우연히 얻게된 그녀의 일기장...그리고 그 일기장에 언급된 루시퍼의 정체...텍사스와 스웨덴을 오가며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루시퍼의 이름값에 걸맞게 그의 악행은 상상을 초월하고, 매춘, 마약으로 교묘하게 연결된 검은 커넥션은 이미 국경이라는 경계를 허물어 버릴정도로 거대한 조직성을 갖는다. 줄곧 사라 텔과 루시퍼의 정체를 조사하면서 배너의 한켠에서 가열차게 울리던 경고음은 마침내 무시하지 못할 현실의 위기로 실체화되고...발을 빼기엔 너무 깊이 진창에 빠져버린 배너....이제는 사라 텔이 아니라 자신이 살기 위해 사건을 해결해야만 한다....

 


제목이 [파묻힌 거짓말]이라서일까...이건 주변인들의 진술이 쌓일수록 앞선 사실은 거짓으로 뒤집히고...거짓과 진실이 끊임없이 혼재되면서 독자를 반전의 무아지경에 빠트린다. -_- 솔직히 대강의 커다란 줄기는 충분히 짐작 가능한데, 이런 스토리가 진행되야만 드러나는 사실을 통한 반전의 묘미는 전혀 예상 할 수 없는 터라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그와함께 미스터리한 수장의 국제범죄조직과 조직의 끔찍한 만행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젠장! 완전 잘못걸렸다' 같은 낭패감과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무기력감을 넘어서는 공포의 감정을 느끼는 배너에게 완전 감정이입 하게 만든다. 



정말로 사건은 나의 예상을 한~~~참 넘어서는 역대급 스케일로 확장되고...이 복잡한 이야기가 전혀 충돌없이 스무스하게 흘러간다. 오백여 페이지가 넘는 볼륨에도 거대한 이야기의 서막을 본것 같다. -_- 바꿔말해 이 사라 텔 사건은 [파묻힌 거짓말]에서 종료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네 그려...[파묻힌 거짓말]이 사라 텔을 위한 배너의 이야기였다면....다음 작품은 배너가 작품의 중심이 되는 진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강해진 배너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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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의 주문제작 만화
키크니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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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크니의무엇이든그려드립니닷! :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의 주문제작 만화 (2019년 초판)

저자 - 키크니

출판사 - 아르테(arte)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52p



정말로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다!



한때 SNS를 통해 사진을 보내고 사연을 적으면 그 사연과는 정반대의 정말로 상상도 못할 코믹한 사진으로 포샵질을 해주어 화제가 되던일이 떠오른다.(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 역시 의뢰했었는데 깔끔하게 무시당했지만...ㅠ_ㅠ) 지금 포스팅 하는 이 작품도 포토샵 대신 사람의 손으로 그린다는걸 제외하면 상당히 비슷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의뢰인들이 SNS에 사연을 올리면, 작가가 사연을 보고 한컷의 그림으로 그려 SNS에 올린다. 참으로 단순 명쾌한 시스템인데, 이 짧은 사연과 한장의 그림으로 웃음과 감동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니...이것이 한컷 카툰의 진정한 숨겨진 힘인 것인가?....그저 의뢰인의 사연을 특유의 개그감으로 비틀어 썩소짓게 만드는 책이겠거니 생각했는데....생각지도 못한 감동으로 마음의 울림을 전하고, 울컥하게 만드는....그러면서도 잔잔한 미소로 마무리 짓는 따뜻한 만화였다니!!! SNS 20만 팔로워의 인싸 드립력이 빛을 발한다....-_-



그림 에세이를 두고 글자로 떠들어봐야 무엇하랴....백문이 불여일견! 작품을 보며 내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었던, 함께 공감했으면 좋을것 같은 몇몇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1. 짧막한 의뢰인들의 사연 한페이지

2. 두근대며 페이지를 넘기면 의뢰인의 사연을 토대로 그려낸 결과물이 두둥!~

3. 차분히 작가가 전달하는 이야기를 보고 그 감정을 느끼면 끝!...


[1]


























































































따....따뜻할듯.... 부...부럽다...





[2]























































































































































아....별거 아닌거 같은데 심쿵....OTL....이시대를 살아가는 엄마 아빠라면 정말로 공감할 만한 컷이 아닌가....ㅠ_ㅠ 엄마의 등을 쓰다듬는 아이의 손...





[3]




남자의 감정도 그렇습니다.....





[4]



아...ㅠ_ㅠ.....이런 감성을 담아내다니....흑....




단순한 웃음만 있었다면 이런 감동과 위로의 감정은 받을 수 없었을것 같다. 이런 작품들을 보다 보면 작가의 센스가 정말로 중요하다는걸 깨닫게 된다. 의뢰자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선에서 최대의 반전 코믹을 선사하고, 정말로 위로가 필요한 사연자에겐 세상 누구보다 커다란 힘이 되는 위로를 보내주는....그 선을 넘지 않는 센스...신은 작가에게 그림실력 보다 이 천부적 센스를 주신것 같다....(물론 작가의 그림실력을 까는건 아니다..ㅎㅎ 사실 이런 투박함조차도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한 컷의 만화가 주는 직관적인 이야기는 열마디 말보다, 열줄의 글보다 더욱 우리 마음에 때려박히면서 순식간에 마음의 벽을 허물고 무장해제 시켜버린다.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없다면 이런 공감의 장면은 나오지 못하리라...우락부락 터미네이터 같은 외모뒤엔 누구보다 여리디 여린 마음이 자리잡고 있는건가...ㅎㅎ 웃음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키크니 상담소....정말로 힘들고 지칠때...순식간에 단박에 기분전환 시켜주는 엄청난 에세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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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괴 도감
고성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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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요괴도감 (2019년 초판)
저자 - 고성배(물고기머리)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22000원
페이지 - 399p


'제대로'된 한국의 요괴도감의 탄생!


언제부턴가 개인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텀블벅 사이트에서 한국요괴에 관한 책들의 펀딩이 올라오고 다른 프로젝트는 몰라도 요괴관련 프로젝트는 상당히 성황리에 펀딩에 성공하는것을 볼 수 있었다. 나역시 요괴관련 프로젝트는 빠지지 않고 펀딩에 참여했었고, 그렇게 [한국요괴대백과 上]와 [동이귀괴물집] 두 권을 소장중이다. 그렇게 마이너? 출판계쪽에서 인기를 끌던 요괴 아이템이 18년 말 '곽재식'작가가 직접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출판한 [한국 괴물 백과]가 성공을 거두면서 그동안 소외당해오던 한국 오컬트 요괴물이 메이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던것 같다. 그리고 또 한권의 요괴도감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으니...그동안 우후죽순 중구난방 나왔던 한국의 요괴도감을 한방에 교통정리 할 뭔가 '제대로'된 요괴도감의 탄생이라 평하고 싶다. 


사실 이 [한국 요괴 도감]은 원전이 따로 있다는 사실....바로 텀블벅 펀딩으로 출간된 [동이귀 괴물집]이 그것이다. 저자 '고성배'...닉넴 '물고기머리'님의 The Kooh 문고...일명 덕후문고 4번째 작품이었던 이 [동이귀 괴물집]은 프로젝트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치의 펀딩에 성공하고 펀딩이 끝낼때쯤엔 8,881명의 후원자에 1억 4천여 만원이 모이는 소위 대박터진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아무리 잘돼봐야 텀블벅이니...펀딩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은 구할래야 구할 수 조차 없는 책이었던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메이저 출판사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좀더 세련되게 다듬어져 대중에게 공개되어 많은 이들이 볼 수있게 됐다는 점은 참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원본과 편집본]




[정말로 신비스러운 고서의 느낌을 가득 담고 있는 디자인....고급스러우면서도 뭔가 악령이 깃들어 있을것 같은 포스를 풍긴다...ㄷㄷㄷ 그도 그럴게 이 책안에 218마리의 요괴가 봉인되어 있으니...요기로 가득차 있구나!!! 흐흐흐~]




[물론 외관상으로도 고서의 느낌이 나도록 제작됐겠지만 진짜 강점은 어느 페이지를 펼처도 불편함 없이 볼 수 있는 사철제본이라는 점이다.]





[띠지 또한 펼치면 책속에 담긴 요괴들이 그려진 도감이 된다..ㄷㄷㄷ]

 

확실히 디자인과 독자의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한 도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나온 한국 요괴 도감중 사철제본으로 제작된 도감은 이 책이 유일무이하기 때문이다. 사실 바로전에 텀블벅 출간돼었던 [한국요괴대백과 上]에서 사철제본으로 제작하려 했지만 인쇄소의 실수로 일반제본으로 제작되어 아쉬웠었는데...이렇게 쫙~쫙 펴지는 사철제본을 직접 보니 이리도 줗구나! -_-


외관은 그만 넘어가고 정말로 중요한건 내용 아니겠는가...작품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 육신이 존재하여 만져지며, 짐승 혹은 사람처럼 생긴 '괴물'에 대한 장이다. 여기엔 인간형, 짐승형, 어류형, 조류형, 벌레형, 자연형, 식물형, 사물형등으로 나뉜다.

2. 혼백이거나 자연의 정기에 의해 만들어진 '귀물'에 대한 장이다. 

3.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능력을 갖춘 물건들을 다룬 '사물'에 대한 장이다.

4.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해온 한국의 '신'에 대한 장이다.

요괴에 대한 자료는 한국의 고서인 [삼국유사], [삼국사기], [용재총화], [어우야담], 민담까지 각종 고전자료들을 토대로 수집되었는데, 이색적인것은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홍콩할매귀신', '자유로귀신', '콩콩귀신' 등등 현대의 도시괴담에 등장하는 귀물까지 다루고 있어 폭넓은 스펙트럼의 요괴들과 만날 수 있다. 왼편에는 요괴에 대한 설명을, 오른편엔 분류와 출몰지역, 출몰시기등과 수록된 문헌을 소개하고 있어 한눈에 요괴에 대한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는 높은 가독성을 보여준다. 




[한눈에 요괴에 대한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편리한 구성]



그냥 페이지를 넘기면서 요괴들의 이야기를 보는것 만으로도 유년시절의 향수가 떠오르면서 재미있는 상상에 푹~ 빠지게 만든다. 특히 우리 정서와는 거리가 먼 외국 요괴가 아닌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한국의 요괴들이기에 무섭다기 보단 정겨운 감정마저 들게 한다. 공들인 디자인으로 보나 수록된 자료로 보나 이건 무조건 소장각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건 수록된 요괴의 삽화인데...-_- 솔직히 이 삽화는 한국 요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는 모든 책들이 아쉽다. 우리도 일본처럼 유명 만화가가 일러를 그려준다면 정말 좋을것 같은데...그렇게 책값이 올라가는건 충분히 감안 할 수 있을것 같은데...언제쯤 멋들어진 초일류 삽화가 수록된 요괴도감을 만날 수 있을까...어쨌던...이렇게 나와준것만으로도 더할나위 없다...오컬트나 판타지 덕후라면 당근 있어야 할 작품이다. [한국 요괴 도감] 짱짱!!!




[요괴도감류는 나오는대로 닥치는대로 모으는중인데, 계속 추가될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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