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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ㅣ 안전가옥 앤솔로지 2
시아란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3월
평점 :


대멸종 (2019년 초판)_안전가옥 앤솔러지 02
저자 - 시아란, 심너울, 범유진, 해도연, 강유리
출판사 - 안전가옥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20p
다 죽는다!!! 대멸종이 온다!!!
대재앙, 대재난...그리고 대멸종....인류의 끝!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린 다섯 편의 단편을 모은 종말문학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책읽는 공간에서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로 거듭나고 있는 '안전가옥'에서 냉면과 관련된 앤솔러지 [냉면]의 출간에 이어 두번째로 나온 앤솔러지 [대멸종]은 2018년 겨울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을 통해 엄선된 다섯 편의 수상작을 모아 출간하였다. 기존 세계의 끝이자 새로운 세계로의 시작을 의미하는 다섯 번의 대멸종....다섯 작가들이 그려내는 각기 다른 실험적 세계로 뛰어들어보자....
1.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 - 시아란
태양계 초신성 대폭발로 불어닥친 우주 방사능이 지구를 덮치고 한순간에 지구의 모든 생물은 끝을 맞이한다. 명계 한국지부. 이른바 저승에는 갑자기 밀어닥친 수만명의 혼령들도 일대 혼란이 벌어지고, 옥황상제와 저승사자들은 지구가 끝장났음을 깨닫는다. 더이상 이승의 산자가 없어 환생이 불가하고, 저승의 존재마저 사라져버릴 위기를 직감한 저승사람들은 아득히 먼 시간 이후 새롭게 나타날 문명인들을 위해 저승의 기록을 남기려는 저승 메모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하는데....
- 이름은 종종 들어봤으나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나는 작가이다. 얼마전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신과함께]의 동양적 세계관에 대멸종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독특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아이디어만 번뜩이는 작품이 아니라 초신성 폭발 이후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포스트 아포칼립스 SF로서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다만 작품 내내 [신과함께]의 아류작 같은 느낌에 아이디어에 비해 물리적 기록이라는 다소 진부한 결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 심너울
신생 게임 회사의 서버관리자로 취직한 송현희는 전임자가 싸지른 똥(버그)를 치우느라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한다. 피를 말리는 고생끝에 하나, 둘씩 버그를 잡으며 코딩을 살펴본 현희는 이 버그가 전임자의 의도적 버그라는 것을 알게된다. 퇴사 직전부터 정신이 이상해져 현재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회사동료들의 말에 현희는 직접 전임자를 찾아가 만나야 겠다고 마음 먹는데....
- 지극히 현실적인 신입 좀비 프로그래머의 입사기가 펼쳐지더니 느닷없이 [매트릭스]로 빠지는 스토리....하지만 그 '느닷없음'이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작품을 보며 작가가 프로그래머 생활을 직접 경험한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실제 코딩을 배우긴 했지만 작품속 극한의 일상은 판교에 괴담같이 전해오는 진짜 이야기들을 차용한 것이라고....ㄷㄷㄷ
3. 선택의 아이 - 범유진
캄보디아 빈민가...집나간 엄마 때문에 숙부 집에서 앵벌이를 하며 얹쳐사는 가나는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만은 깨끗한 아이였다. 하루는 우연히 항구 근방으로 다가온 돌고래를 보고 무심코 말을 거는데, 돌고래와 소통이 가능한것을 발견하고, 돌고래 뿌에게서 지구의 여섯번째 대멸종을 막기위해 인류의 멸절을 준비하고 있다는 커다란 비밀을 전해듣게 되는데.....
- 공룡과 함께 지구를 뒤덮고 있던 70%의 생물이 절멸했던 다섯번째 대멸종...그리고 인류가 지구를 장악한뒤 약 500년간 인류는 77종의 포유류와 140종의 조류, 34종의 양서류를 멸종시켜 버렸다. 물론 그 숫자는 계속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니...어찌보면 지구를 죽여가고 있는건 악성종양같은 인류인지도...작품은 SF라기보단 신화와 환상을 차용한 순문학에 가까운 느낌이다.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_-;;) 안타까운 가나의 운명에 마음아프고, 그렇게 인류의 대멸종을 발동시키는 인간의 지독한 잔인함이 따갑게 만든다.
4. 우주탐사선 베르티아 - 해도연
500년간 우주의 중심을 탐사하고 돌아온 베르티아의 승무원들은 변해버린 지구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외력에 의해 달이 산산조각 나고 그 파편이 지구와 충돌해 엉망진창이 되버린것이다. 초토화된 지구를 보면서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가되버린 베르티아 승무원은 지구 멸망의 정보를 얻기 위해 로버를 보내고, 아직 무너지지 않은 건물에서 지구 멸망 직전의 기록을 살펴보고....베르티아 우주선의 숨겨진 충격적 비밀을 깨닫게 되는데....
- 그래도 이 작품집에서 가장 기대했던 해박사의 가장 하드 SF다운 작품이다. 천문학 박사 학위자이자 국가기상위성센터 연구원으로 재직중인 경력답게 본업에서 우러나오는 경험과 지식이 묻어나오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하드한 세계관이 밑받침되고, 후반부 반전의 충격을 주는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는 FNN이라는 놀라운 발상이 돋보인다. 뭐랄까...[에이리언] 1편의 그 긴장감과 닮았달까...-_- 다섯 편의 앤솔러지중 가장 재미있던 작품이다.
5. 달을 불렀어, 귀를 기울여 줘 - 강유리
- 어떻게던 읽어보려 했지만 마법이 난무하는 판타지는...[우주탐사선 베르티아]를 읽은 직후이기도 했거니와 판타지는 본인에겐 쥐약인지라....읽다가 스킵했다는.....ㅠ_ㅠ
대멸종이라고 그냥 막 죽여재끼는 작품들은 아니었고, 각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면서 대멸종의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작품들이라 광범위하게 즐길 수 있었던것 같다. 하나의 단어, 주제를 갖고도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니...바로 이게 우리가 앤솔러지를 읽는 이유이자 대체할 수 없는 매력 아니겠는가....앞으로도 독특하고 상식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앤솔러지를 만나길 기대하면서....서평의 기회를 주신 출판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