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나의 집 모중석 스릴러 클럽 46
정 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안전한나의집 (2019년 초판)

저자 - 정윤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87p



비명과 고통이 흐르는 안전한 나의 집



재미한인이 영어로 써낸 스릴러 작품이 미국 본토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이렇게 한국어로 번역되 나왔다는 것에 호기심이 일었다. 재미한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김씨네 편의점]이란 미드가 인기를 끌고 시즌을 이어가는걸 보면서 타국인들의 눈으로본 한국적 정서와 양식이 생소하고 신기하게 보인다는것을 깨닫게된다. 이 작품 역시 장르는 다르지만 작품속 재미한인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와 미국적 정서가 맞물리면서 그들에겐 색다르게 보여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집안의 분란을 담장 너머로 들리지 않게 쉬쉬하고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전통적 가부장적 가족관계를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진 모르겠다. 다만 타국에서 그들의 냉대와 차별을 극복하고 그 땅에 자리잡기 위해 모든걸 내려놓고 묵묵히 참아야 했던 1세대 한인들의 고통을 조금은 이해하지 않았을까....



폭력은 폭력을 낳고,

행복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재미한인 2세대 서른 다섯 대학교수 경은 아내 질리언과 아들 이선과 함께 어려운 형편이지만 행복한 삶을 이어나가려 노력한다. 집을 내놓기 위해 부동산 관계자가 경의 집을 찾아온 그날 창문 밖에 저멀리 숲속에서 알몸의 여성이 맨발로 걸어나온는 것을 발견한 경은 이내 그 알몸여성이 자신의 어머니 매라는것을 깨닫는다. 서둘러 뛰쳐나간 경은 어머니의 몸에 심하게 구타를 당한 흔적들을 발견하고 다혈질 아버지가 저지른 폭력이라 생각한 경은 어머니를 집에 모셔놓고 경찰로 재직중인 아내의 장인과 함께 근처 부모님 집을 찾아간다. 엉망이 되버린 집안....그리고 의자에 묶인채 피를 흘리고 있는 아버지....침대에 널부러져 의식을 잃어가는 가정부....그리고 발견된 시체 한구.....그날 부모님 집엔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인가?.......



누구보다 안전하고 아늑한 나의 집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비극....굳게 닫혀버린 대문 안에서 어떤 고통과 비명이 들릴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안전한 나의 집]이 갖는 폐쇄성이 한 집안의 구성원들을,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타인들까지 산산조각 부숴버린다. 사실 처음 전개되는 도입부만 봤을땐 안전할 것이라 믿었던 집안에 괴한들의 침입으로 평화가 깨져버리고 부모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괴한을 아들이 끈질기게 추적하는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노크], [퍼니게임] 같이 미국 영화도로 많이 제작된 낯선이의 방문 그리고 꽁꽁 묶인 가족이 차례차례 끔찍하게 죽어나가는 류의 스릴러 말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초반부 끔찍했던 그날의 진실이 드러난 뒤에는 이후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처입은 부모님들을 어쩔 수 없이 경의 집에 모셔놓고 부모님과 아들내외의 어색한 동거생활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_- 그런데....이 가족들.....분위기가 상당히 묘하다. 아니 묘하다기 보단 뭔가 불쾌하고 불편한 껄끄러운 분위기랄까...그 불편함의 중심에 애써 잊으려 했던 어릴적 사건을 떠올린 경이 있다.



남들이 존경하는 성공한 교수지만 집안에서는 엄하고 완벽주의적인 전형적 가부장적 아버지 '진'

이웃들에겐 따뜻하고 친절한 여성으로, 남편 진의 말엔 무조건적으로 순종하는 전형적 한국적 아내 '매'

밖에서는 세상 행복한척 연기하고, 집안에서는 숨막히는 긴장을 연출하는 부모를 보고 성장한 아들 '경'  



이들의 불편한 동거 뒤에 곪을대로 곪아있던 상처가 터져버리고 안전한 나의 집에서 벌어졌던 참혹한 진실이, 그리고 괴한들이 찾아온 그날의 끔찍한 진실이 반전으로 돌아온다. 사실 친구들에겐 그리도 친절하면서 자식에겐 무뚝뚝하기만한 부모님의 이중적인 모습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온 미국인 경에겐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었으리라. 더군다나 단란한 아내의 처가를 보면서 느꼈을 괴리감은 더욱 컸을 것이다. 하여 그가 느끼는 불안한 감정들과 일탈적 행동, 패륜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것 같다.  



아늑한 집이라는 공간을 끔찍한 공간으로 반전시키는 역설이 참혹함을 부각시키고,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중반부를 절제된 문장과 경의 섬세한 심리묘사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집안에서 발생하는 전혀다른 타인의 폭력, 그리고 가족간의 폭력이 이야기의 끝에서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작용하면서 앞선 복선들을 되짚게 만들고 마지막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면초가의 상황이 깊고 어두운 암울속으로 끌어내린다. 앞서도 말했지만 굉장히 한국적인 가족의 정서를 낯선 타국에 끌어다 놓고 여기에 한인사회의 독특한 요소와 유색인종으로 경험했던 차별들을 믹스하여 불안감과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그녀의 차기작이 기대되는건 그런 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설음 때문인것도 같다. 비명과 고통이 흐르는 안전한 나의 집으로 초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귀찮은 선물
한수옥 지음 / 문학수첩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귀찮은선물 (2017년 초판)

저자 - 한수옥

출판사 - 문학수첩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47p



아주 귀찮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선물



얼마전 참석한 추리 미스터리 동호회 정모에서 추리 퀴즈 맞추기 이벤트 선물로 받은 작품이다. 물론 책의 저자이신 '한수옥(미세스 한)' 작가님도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셨는데 한국추리작가협회원이신 작가님이 가져오신 책이 혈흔이 낭자한 미스터리가 아니라 열 네살 소녀의 눈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휴머니즘 성장 드라마였다니...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라고 생각하며 페이지를 들췄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두시간이 순삭되면서 마지막 장을 덮고 있는 나를 발견했으니....-_-;;; 이 무슨 조화속인가?!....



승부욕 강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열 네살 중1 소녀 하연이는 집에만 오면 숨이 턱 막힌다. 겨우 나이 40에 명퇴를 당하고 염치도 없이 백수로 술만 마시는 아빠 창수와 그저 사람만 좋아서 20년간 뼈빠지게 일한 퇴직금을 이웃에게 빌려주었다 전부 날려먹고 있던 집을 팔아치우고 그 돈으로 학교앞에 떡볶이집을 차린 엄마 영이까지....좋게 보려야 좋게 볼 수 없는, 어둡고 암울한 미래가 뻔히 보이는 집안에서 인생 목표인 외교관을 꿈꿀 수 있겠는가....그러던 어느날 초등학교와는 다른 난이도에 학원이라도 다니고 싶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속으로 삭이던 하연에게 청전벽력같은 소식이 날아온다. 마흔 둘의 적지 않은 나이의 엄마가 둘째를 임신한 것이다!!! 게다가 아이를 낳겠다고 가족에게 선언하는 엄마 영이...하연과 창수는 아연실색하고, 이내 아이를 지울것을 종용하는데.......



아무리 죽겠다 죽겠다~ 피곤하다 힘들다 해도 금슬 좋은 천생연분이구랴...는 차치하고...사실 철없는 가족에게 예고없이 찾아온 아이로 인하여 갈등이 고조되었다가 함께 고난과 역경을 헤치면서 똘똘뭉쳐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는 명절 연휴 특집극으로 수없이 봐오던 단골 소재임은 분명하다. 익숙하다면 익숙하고 식상하다면 식상한 이야기인데 대체 난 무엇에 빠져들어 시간가는줄 모르고 몰입했더란 말인가....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이 가족이 처한 상황에 완벽히 공감했음을...내일 모레 마흔에 접어드는 나이에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로 다가오는 고용불안에 대한 위기위식.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걱정. 아내와 자식을 등에 짊어지고 가족을 이끌어야 하는 가장에게 명퇴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으리라. 그 불안감이 작품속 아빠 창수와 공명하면서 감정이입을 하다보니 어느새 딸래미와 아내의 고민들이 나의 고민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본인은 두 딸을 키우고 있는 가장이기에 아빠 창수와 공명했겠지만, 엄마가 읽는다면 영이와, 청소년이 읽는다면 하연이와 공명했으리라. 평범한 가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보편적 감성은 강한 공감의 힘을 불러 일으키고 이 가족에게 불어오는 풍파를 함께 겪어내며 조금더 단단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만든다. 



지극히 현실적인 암담한 상황에 비해 갈등을 극복하는 방식은 상당히 판타지에 가까웠다. 세상은 이 작품보다 더욱 냉정하고 냉혹하니까...하지만 비록 비현실적 해피엔딩일지라도 희망을 꿈꾸고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작은 용기를 주는 작품임엔 분명하니, 그런 희망을 가슴에 품고 언젠간 밝아올 날을 기다리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는것 아니겠는가. 딸래미 키우는 입장에서 철없고 싸가지 없던 하연이가 서서히 철이 들고 태어날 동생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제몫을 해나가는 과정을 아빠 미소지으며 바라봤던것 같다. 마냥 유치할것만 같던 이 작품에 이렇게 감정이 요동치니...나도 늙긴 늙나보다....행복은 멀리 있는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만든 따뜻하고 특별한 선물같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비아파트 고스트볼X의 탄생 뚝딱뚝딱 종이 접기
오규석 지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비아파트고스트볼X의탄생뚝딱뚝딱종이접기 (2019년 초판)

저자 - 오규석

출판사 - 서울문화사

정가 - 11000원

페이지 - 64p



만화로만 보던 신비아파트 귀신들을 직접 접어보자!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제대로된 사례 바꿔말하자면 사골을 우리고 있는 [신비아파트] 시리즈의 또다른 놀이북이다. 어느덧 집에 있는 신비아파트 책들만 6권이고 이 책까지 합치면 7권이 되는데...괴담, 만화등의 공포를 주제로 하는 스핀오프에서 그치지 않고 소재의 한계를 넘어 숫자놀이, 미로찾기, 따라그리기 등등의 놀이 시리즈가 나오더니 이제는 국기사전....그리고 종이접기까지!!! 정녕 이 만화에 한계는 없더란 말이냐?...그만큼 만화가 초대박을 쳤다는 반증이겠지...종류가 많아질수록 우리 애들은 환호의 괴성을 질러대니 안줄 수가 없구나....



신비, 금비, 구하리를 비롯해 [신비아파트]에 나오는 인간 캐릭터들과 귀여운 2D버젼의 귀신들 그리고 강림이의 퇴마검, 신비의 요요까지 총 33종의 다양한 종이접기가 수록되어 있는 구성이다. 일반 색종이를 던져주고 아무리 설명서를 봐도 진도가 안나가는 어려운 종이접기가 아니라 캐릭터가 컬러로 프린팅된 색종이에 손쉽게 접을 수 있는 접는선까지 함께 있는 디자인 색종이는 이미 종이를 접기도 전부터 아이들이 예쁘다며 앞다퉈 가지려고 하는 선점욕까지 불러일으키는 완소 아이템이었다. 일단 몇개 접어봤는데, 7살 첫째가 혼자 설명서를 보고 무리없이 접을 수 있을 정도로 손쉬운 난이도를 자랑한다. 조금 어려운 접기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 혼자서 접을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종이접기책인듯 하다. 



신비아파트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있는듯한 느낌을 주어 소장욕을 자극하고, 스스로 종이를 접고 결과물을 만드는 주체성을 기르는 동시에 손가락을 자극하여 두뇌 회전을 활발히 해주는 아이들에게 IQ, EQ를 길러주는 안성맞춤 종이접기이다. 더불어 종이접기 외에도 신비아파트 캐릭터 색칠하기, 미로찾기 등의 쉬어가는 페이지도 구비되있어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정말로 뚝딱 뚝딱 접다보면 귀엽고 멋진 신비아파트 캐릭터가 두둥~ 나타나는 신나는 종이접기북이었다. 완전 최고!!! 다음엔 또 어떤 기상천외한 놀이북이 나올지 무척 기대된다...ㅎㅎ




 

숲의 망령 당목귀를 접어 봅시다~

은색 실선이 그려져 있어 종이접기를 한층 편하게 만들어 준다.




아이들도 따라할 수 있는 이해하기 쉬운 설명서를 보고




번호 순서대로 접고



또 접어주면~



짜잔!~ 귀여운 당목귀 완성!



둘째는 아빠와 함께 접기 성공!



전리품을 책장에 잘 모셔두는 딸래미 ㅎ

귀여운 귀신 3총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를 빌려드립니다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60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혜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빌려드립니다 (2019년 초판)_청소년 걸작선 60

저자 - 알렉스 쉬어러

역자 - 이혜선

출판사 - 미래인

정가 - 11000원

페이지 - 284p



초저출산 시대에 경고를 날리는 디스토피아 SF



엄선된 청소년 SF를 출간하는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이 어느덧 60번째를 맞이했다. 청소년, 영어덜트를 대상으로 하지만 깊이 있는 주제의식이나 충분히 실현될법한 민감한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는 비단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한번쯤 숙고하게 만드는 의미있는 SF시리즈라 생각된다. 이번 작품 역시 고령화, 저출산, 불임등 현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불안요소들이 시간이 흘러 극대화 되었을때 과연 어떤 세계가 그려질지 이야기하는 디스토피아 미래소설이다. 현대 의학기술은 끝없이 발전하여 인간의 기대수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조만간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제 한 몸뚱이 건사하기도 힘든 경쟁시대에서 아이를 낳는건 웬만한 결심이 아니면 힘든 사회가 되버렸고, 결국 출산율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처 1%대를 밑도는 초저출산 시대를 맞이한다. 자연스럽게 인구분포는 태어나는 아기들보다 노인인구가 많아진 역피라미드 초고령화 시대가 도래하고 이로인한 각종 문제들이 여기저기 터져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 이야기는 한발짝 더 깊숙이 들이밀며 시작된다. 



초고령화 시대 노화에 대한 끈질긴 연구 끝에 드디어 인간의 노화를 정복하고, 노화 억제제를 통해 인간은 젊은 몸뚱이로 200살 이상의 수명을 누리게 된다. 다만 노화 억제제도 노화를 늦추는것일뿐 죽음 자체를 정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약을 복용하고 더이상 외모로 나이를 가늠하는 시대는 끝이 난다. 그러나 인간의 수명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불임은 가속화되고, 어느새 임신 성공률은 0%에 수렴한다. 아기를 본 기억이 희미해지고, 자신이 낳은 자식을 키우는 행위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할즈음...아이 시간제 대여업이 선풍적 인기를 누린다. 어린아이를 반나절 혹은 하루동안 임대하여 가상 육아 체험을 하는 체험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전국의 아이들이 대여업을 노리는 유괴범에게 유괴당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유괴당한 뒤 도박판에서 판돈으로 걸렸다가 대여업자 디트에게 넘어간 소년 테린도 대여소년이 되는 운명을 맞게된다. 생판 처음 보는 집에 들어가 처음 보는 아주머니에게 엄마라 부르며 그들의 모성본능을 한껏 자극하고 돈을 받아오는 테린은 점차 거짓 연극놀음에 염증을 느끼고, 주인인 디트의 눈을 피해 도주의 기회를 엿보고, 테린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디트는 테린이 성장하여 상품가치가 없어지기 전에 외모의 노화 없이 평생 아이의 몸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피터팬 이식 수술 소위 피피 이식수술을 강제로 시키려 하는데.....






실로 무서운 상상의 미래세계이다. 가뜩이나 아이키우기 어려운 사회로 출산률은 바닥이고 방사능, 환경호르몬 같은 오염에 노출되 실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불임부부가 늘어나고 각종 불임 클리닉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실정인데, 이 극악의 상태가 지속된다면....정말로 아이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도 힘든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아이를 갖고 싶은 부모의 열망 그리고 단 한번이라도 모성을 느껴보고 싶은 절박한 부인들의 마음이 너무나 와닿기에 이 아이와 엄마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잔인한 아이 대여업이 필수불가결이 되는 상황이 이해된다. 다만 모성의 본능을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고 이를 위해 피피 이식수술(늙지 않는 수술)을 받지 않은 진짜베기 아이를 유괴하기 위해 혈안이 되는 미처버린 광기의 세상이 공포를 자아내기도 한다. 



진짜베기 소년 테린의 눈을 통해 바라본 피피 이식 수술을 받은 어른아이들의 모습을(아이의 몸으로 술담배를 즐기고, 욕설을 날리는 모습) 보면서 영생에 대한 욕망, 죽음과 노화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했을때 어떤 기형적 세상이 도래하는지 단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지금 이순간 현실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이기에 작품이 전하는 우려와 충격은 좀 더 컸던것도 같은데... 이상태로 몇세대가 지나게 되면....과연 이 작품을 단순히 픽션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유괴된 소년 테린의 가족 찾아 삼만리를 그리고 있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한 섬뜩한 세계가 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찌른다.... 



덧 - 작품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고령화 시대를 그리는 '가키야 미우'의 [70세 사망법안 가결], '야마다 무네키'의 [백년법], '마이니치 취재반'의 [간병살인]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 윤자영 연작소설 한국추리문학선 5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나당탐정사무소사건일지 (2019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5

저자 - 윤자영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40p



나승만 X 당승표 크로스!!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고등학교에서 생물과학을 가르치는 추리소설 쓰는 과학선생님 '윤자영'님의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의 속편이 출간되었다. 얼마전 추리동호회 정모에 참석하여 작가님을 실제 뵙고 잠깐이지만 술잔도 나누면서 '윤자영업자'님께 영업당한 책인데, 전작을 읽지 않았음에도 크게 무리 없이 각각의 단편속에 (현직 교사이기에 알 수 있는) 번뜩이는 트릭과 재치가 담겨있는 작품이었다. 추리소설 작가에서 전작의 정선 폐교 사건을 계기로 탐정으로 전업한 청년 당승표와 경찰 생활을 퇴직하고 당승표와 함께 탐정 사무소를 차린 나승만, 그리고 고등학교 과학 선생을 때려치고 탐정사무소에 들어온 김민영까지....이 개성 넘치는 세 명이 꾸려나가는 나당탐정 사무소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으니...그들의 질풍노도 사건일지속으로 빠져든다.



1. 시체고치 - 도르래 살인사건 

머리와 양 팔을 제외하고 빨랫줄로 고치처럼 말린 상태로 이중 도르래에 목이 메달려 죽은채 발견된 두 구의 시체....그들의 이마엔 각각 No.1 , No.2 라는 넘버링이 쓰여있다. 경찰은 추가 살인을 우려하여 수사를 하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경찰서 이세민 팀장은 나당탐정사무소에 해당 연쇄살인 사건의 해결을 부탁하는데....

- 1교시 물리시간. 이중 도르래와 도르래가 지탱하는 무게가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 하지만 학창시절 난 물리가 젬병이었지...-_-;;;; 처음 만난 나승만과 당승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던 단편이다. 과학선생님의 물리 트릭 역시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2. 황 영감 살인사건

흉기로 16번 찔린채 발견된 졸부 노인이 발견되고, 경찰은 노인의 유산을 노린 아들을 유력 용의자로 체포한다. TV로 검거소식을 접한 당승표는 사건 자체에 흥미가 생겨 나승만과 함께 사건이 발생한 지방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노인 살인사건과 함께, 한 일진 고등학생의 추락 자살사건의 진상에 대해 밝혀달라는 학생 엄마의 의뢰를 받는다. 각기 다른 사건, 두 구의 시체 그리고 하나로 이어지는 사건의 진실......

- 2교시 도덕시간. 남을 괴롭히는 사람은 벌을 받는 법이란 인생의 진리가 담긴 작품이다. 서로 다른 사건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각 사건의 트릭을 풀어내는 열쇠로 작용할때 추리문학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단편에서 추후 탐정사무소 크루로 들이게될 김민영 선생과 재회 한다.(전작에서 먼저 출연했던것 같다.) 다 좋았는데, 한가지 아쉬운건 노인 살해방법이 조금은 번잡스러웠달까...-_- 

 


3 의문의 도박판 사건 

무더운 여름 탐정사무소를 찾아온 김노인은 노름빚으로 잃은 판돈 10억을 되찾아 달라는 의뢰를 한다. 이에 의뢰를 수락하는 당승표는 곧바로 도박판에 찾아가 사기 수법을 배우며 타짜 공부를 시작하고, 마침내 오함마를 든 나승만과 함께 20억 판돈이 걸린 역대급 도박판을 시작하는데.....

- 3교시 IT(정보통신기술)시간 -_-;;;;. 잠시 쉬어가라는 작가님의 배려인가. 나당판 타짜가 펼쳐지는데, 타짜와 유사한 전개로 흘러감에도, 등장인물이 도박을 벌이는걸 그저 눈으로 쫓기만 하는데도 또다시 심장을 쪼아대며 손에 땀을 쥐는 스릴과 긴장감을 선사하니...이래서 도박은 중독이다....



4. 김민영 탐정 데뷔 사건 

드디어 연금이 빵빵한 평생직업 선생을 때려치고 미래가 불투명한 나당탐정사무소로 입사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버린 김민영 신입 탐정의 첫 의뢰는 한 유치원 소년의 친자확인 의뢰이다. 손녀가 다니는 유치원에 같은 반 소년이 아무리 봐도 자신의 아들과 닮았다고 여기는 노모는 이 소년이 아들의 핏줄인지 아닌지 확인해 달라고 외뢰하는데.....

- 4교시 생물시간. 현직 생명과학 교사인 작가님의 생생한 생물학 지식과 자세하고 구체적인 난임 시술에 대한 지식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작품이다. 엇갈린 사랑...그리고 빗나가 버린 사랑의 화살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되돌아 오는 씁쓸한 작품. 실제로 유사한 사례가 종종 보도되곤 했으니,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인듯....

http://imnews.imbc.com/weeklyfull/weekly04/2985546_17957.html



5. 왕 게임 사건 

전작의 보스 사이코킹 구요동이 감옥에 들어가고, 그의 아들 구민기는 복수의 칼날을 간다. 구민기가 보낸 사자는 당승표에게 트럼프 왕 게임을 제안하고, 당승표는 흔쾌히 수락하는데....

- 5교시 더 지니어스 복습. tvN에서 방영되었던 게임쇼 [더 지니어스]에서 소개되었던 왕 게임이 작품에서 재현된다. 역시 구라와 실화를 구분할 수 없는 타짜들의 두뇌싸움이 펼쳐지고 짜릿한 승부 뒤에 남은 것은.....



6. 최후의 대결 

바로 구민기의 초대장이었다. 사이코킹의 복수를 위해 구밀복검한 사이코썬(SON)이 준비한 것은 그 유명한 공포핫스팟 곤지암 정신병원....나승만을 인질로 삼고 나승만을 구하려면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추리게임에 승리해야만 하는 당승표와 김민영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목숨건 위험한 게임에 참가한다....

- 6교시 사회시간. 얼마나 사이코이길래....아들까지 이런 미친짓을.....-_-;;; 어쨌던, 폐쇄된 공간, 각자에게 돌아간 게임의 룰이 적힌 쪽지 그리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대망의 클로즈드 서클이 대단원의 막을 장식한다!!!



각각의 단편이 유기적으로 이어질뿐더러 크게는 전작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과도 이어지는 연작소설이라 전작을 읽고 봤으면 좀 더 재미있게 즐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뭣보다 생물, 물리, IT기술 등등 현업에서 얻은 과학적 지식들과 교사로서 얻은 에피소드들을 트릭으로 녹여내 살을 붙이고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 전형적인 탐정추리작품의 진부함을 날려버리고 신선함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여 좋았다. 역시 경험이 가장 커다란 재산이랄까...1번 작품과 2번 작품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트릭의 해법은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이해됐던것 같다.

현직 사이언스 티처다운 미사여구를 배재한 직설적 문체와 간결한 플롯이 속도감을 높이고 더불어 전형적인 캐릭터의 정의관을 벗어나 돈과 연루되면 비상한 머리회전을 보이며 실리를 챙기는, 영화 [타짜]의 능구렁이 같은 '너구리'가 생각나는 나승만과 이상한 부분에서 츤데레를 발산하지만 잔혹한 사건을 만나면 감정이 결여되는 당승표 같은 캐릭터의 역발상적 설정도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 물론 트릭을 위해 덧붙인 이야기가 녹아들지 않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작품도 눈에 띄었지만 전반적으로 오랜만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즐긴 한국 탐정추리물을 본 것 같아 만족스러웠고, 이어서 싸이코썬(이 아닐지도...-_-;;;) 김민식과의 최후의 결전이 펼쳐질 속편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가 기대된다.



각 단편을 통해 인간 본연의 뒤틀리고 비뚤어진 욕망에 휘둘리는 타락한 인간군상들을 그려내지만 암울하다기 보다는 경쾌하게 읽히는 이유는 죄 그 자체에 중심을 두고 처벌하지 않고 각각의 사정에 따라 용서과 관용을 베푸는 당승표의 따뜻한 마음이 뒷받침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 당승표의 모습에서 서글서글하고 친근감 넘치는 작가님이 겹쳐보였다면 무리수일까...-_-;;; ㅎ 어쨌던 다음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한번 작가님과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온다면 그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