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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 윤자영 연작소설 ㅣ 한국추리문학선 5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나당탐정사무소사건일지 (2019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5
저자 - 윤자영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40p
나승만 X 당승표 크로스!!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고등학교에서 생물과학을 가르치는 추리소설 쓰는 과학선생님 '윤자영'님의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의 속편이 출간되었다. 얼마전 추리동호회 정모에 참석하여 작가님을 실제 뵙고 잠깐이지만 술잔도 나누면서 '윤자영업자'님께 영업당한 책인데, 전작을 읽지 않았음에도 크게 무리 없이 각각의 단편속에 (현직 교사이기에 알 수 있는) 번뜩이는 트릭과 재치가 담겨있는 작품이었다. 추리소설 작가에서 전작의 정선 폐교 사건을 계기로 탐정으로 전업한 청년 당승표와 경찰 생활을 퇴직하고 당승표와 함께 탐정 사무소를 차린 나승만, 그리고 고등학교 과학 선생을 때려치고 탐정사무소에 들어온 김민영까지....이 개성 넘치는 세 명이 꾸려나가는 나당탐정 사무소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으니...그들의 질풍노도 사건일지속으로 빠져든다.
1. 시체고치 - 도르래 살인사건
머리와 양 팔을 제외하고 빨랫줄로 고치처럼 말린 상태로 이중 도르래에 목이 메달려 죽은채 발견된 두 구의 시체....그들의 이마엔 각각 No.1 , No.2 라는 넘버링이 쓰여있다. 경찰은 추가 살인을 우려하여 수사를 하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경찰서 이세민 팀장은 나당탐정사무소에 해당 연쇄살인 사건의 해결을 부탁하는데....
- 1교시 물리시간. 이중 도르래와 도르래가 지탱하는 무게가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 하지만 학창시절 난 물리가 젬병이었지...-_-;;;; 처음 만난 나승만과 당승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던 단편이다. 과학선생님의 물리 트릭 역시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2. 황 영감 살인사건
흉기로 16번 찔린채 발견된 졸부 노인이 발견되고, 경찰은 노인의 유산을 노린 아들을 유력 용의자로 체포한다. TV로 검거소식을 접한 당승표는 사건 자체에 흥미가 생겨 나승만과 함께 사건이 발생한 지방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노인 살인사건과 함께, 한 일진 고등학생의 추락 자살사건의 진상에 대해 밝혀달라는 학생 엄마의 의뢰를 받는다. 각기 다른 사건, 두 구의 시체 그리고 하나로 이어지는 사건의 진실......
- 2교시 도덕시간. 남을 괴롭히는 사람은 벌을 받는 법이란 인생의 진리가 담긴 작품이다. 서로 다른 사건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각 사건의 트릭을 풀어내는 열쇠로 작용할때 추리문학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단편에서 추후 탐정사무소 크루로 들이게될 김민영 선생과 재회 한다.(전작에서 먼저 출연했던것 같다.) 다 좋았는데, 한가지 아쉬운건 노인 살해방법이 조금은 번잡스러웠달까...-_-
3 의문의 도박판 사건
무더운 여름 탐정사무소를 찾아온 김노인은 노름빚으로 잃은 판돈 10억을 되찾아 달라는 의뢰를 한다. 이에 의뢰를 수락하는 당승표는 곧바로 도박판에 찾아가 사기 수법을 배우며 타짜 공부를 시작하고, 마침내 오함마를 든 나승만과 함께 20억 판돈이 걸린 역대급 도박판을 시작하는데.....
- 3교시 IT(정보통신기술)시간 -_-;;;;. 잠시 쉬어가라는 작가님의 배려인가. 나당판 타짜가 펼쳐지는데, 타짜와 유사한 전개로 흘러감에도, 등장인물이 도박을 벌이는걸 그저 눈으로 쫓기만 하는데도 또다시 심장을 쪼아대며 손에 땀을 쥐는 스릴과 긴장감을 선사하니...이래서 도박은 중독이다....
4. 김민영 탐정 데뷔 사건
드디어 연금이 빵빵한 평생직업 선생을 때려치고 미래가 불투명한 나당탐정사무소로 입사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버린 김민영 신입 탐정의 첫 의뢰는 한 유치원 소년의 친자확인 의뢰이다. 손녀가 다니는 유치원에 같은 반 소년이 아무리 봐도 자신의 아들과 닮았다고 여기는 노모는 이 소년이 아들의 핏줄인지 아닌지 확인해 달라고 외뢰하는데.....
- 4교시 생물시간. 현직 생명과학 교사인 작가님의 생생한 생물학 지식과 자세하고 구체적인 난임 시술에 대한 지식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작품이다. 엇갈린 사랑...그리고 빗나가 버린 사랑의 화살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되돌아 오는 씁쓸한 작품. 실제로 유사한 사례가 종종 보도되곤 했으니,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인듯....
http://imnews.imbc.com/weeklyfull/weekly04/2985546_17957.html
5. 왕 게임 사건
전작의 보스 사이코킹 구요동이 감옥에 들어가고, 그의 아들 구민기는 복수의 칼날을 간다. 구민기가 보낸 사자는 당승표에게 트럼프 왕 게임을 제안하고, 당승표는 흔쾌히 수락하는데....
- 5교시 더 지니어스 복습. tvN에서 방영되었던 게임쇼 [더 지니어스]에서 소개되었던 왕 게임이 작품에서 재현된다. 역시 구라와 실화를 구분할 수 없는 타짜들의 두뇌싸움이 펼쳐지고 짜릿한 승부 뒤에 남은 것은.....
6. 최후의 대결
바로 구민기의 초대장이었다. 사이코킹의 복수를 위해 구밀복검한 사이코썬(SON)이 준비한 것은 그 유명한 공포핫스팟 곤지암 정신병원....나승만을 인질로 삼고 나승만을 구하려면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추리게임에 승리해야만 하는 당승표와 김민영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목숨건 위험한 게임에 참가한다....
- 6교시 사회시간. 얼마나 사이코이길래....아들까지 이런 미친짓을.....-_-;;; 어쨌던, 폐쇄된 공간, 각자에게 돌아간 게임의 룰이 적힌 쪽지 그리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대망의 클로즈드 서클이 대단원의 막을 장식한다!!!
각각의 단편이 유기적으로 이어질뿐더러 크게는 전작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과도 이어지는 연작소설이라 전작을 읽고 봤으면 좀 더 재미있게 즐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뭣보다 생물, 물리, IT기술 등등 현업에서 얻은 과학적 지식들과 교사로서 얻은 에피소드들을 트릭으로 녹여내 살을 붙이고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 전형적인 탐정추리작품의 진부함을 날려버리고 신선함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여 좋았다. 역시 경험이 가장 커다란 재산이랄까...1번 작품과 2번 작품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트릭의 해법은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이해됐던것 같다.
현직 사이언스 티처다운 미사여구를 배재한 직설적 문체와 간결한 플롯이 속도감을 높이고 더불어 전형적인 캐릭터의 정의관을 벗어나 돈과 연루되면 비상한 머리회전을 보이며 실리를 챙기는, 영화 [타짜]의 능구렁이 같은 '너구리'가 생각나는 나승만과 이상한 부분에서 츤데레를 발산하지만 잔혹한 사건을 만나면 감정이 결여되는 당승표 같은 캐릭터의 역발상적 설정도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 물론 트릭을 위해 덧붙인 이야기가 녹아들지 않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작품도 눈에 띄었지만 전반적으로 오랜만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즐긴 한국 탐정추리물을 본 것 같아 만족스러웠고, 이어서 싸이코썬(이 아닐지도...-_-;;;) 김민식과의 최후의 결전이 펼쳐질 속편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가 기대된다.
각 단편을 통해 인간 본연의 뒤틀리고 비뚤어진 욕망에 휘둘리는 타락한 인간군상들을 그려내지만 암울하다기 보다는 경쾌하게 읽히는 이유는 죄 그 자체에 중심을 두고 처벌하지 않고 각각의 사정에 따라 용서과 관용을 베푸는 당승표의 따뜻한 마음이 뒷받침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 당승표의 모습에서 서글서글하고 친근감 넘치는 작가님이 겹쳐보였다면 무리수일까...-_-;;; ㅎ 어쨌던 다음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한번 작가님과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온다면 그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