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초판이 나오고 개정되지 않았다. 기자의 세계를 일별할 수 있고 입문서의 성격을 띄고 있으나 낡은 책이다. 아재 같은 기자들의 라떼는 말이야를 읽고 있노라면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느낄 수 있다.

26명의 기자가 한두 꼭지씩 글을 쓴 공저다. 그 가운데 여성 기자는 단 2명이다. 책이 나온 당시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종사하고 있는 기자의 성별 분포를 보았을 때 분명 과소대표다.

민경욱, 정운현 같이 골 때리는 캐릭터도 필진에 들어 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기자 시절 이 책에 글을 남겼다. 정치권에서 가끔 돌아이짓 하는 인물들 중 기자가 많은 걸 보면 기자라는 직업에 무슨 마 같은 게 껴있는 듯 하다.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으로 일한 최상훈 기자가 쓴 글이 가장 흥미로웠다. 2000년 퓰리처상을 탄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 탐사 보도 기사 취재기였다. 예나 지금이나 민족 정론지는 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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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이 서성이는 뒷골목을 빠져 나오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나이트메어가 악몽을 뜻하는 단어인 건 알겠다. 앨리, 이건 사람 이름인가? 여자 이름 같은데... 사전을 뒤적이고 나서야 앨리가 골목인 걸 알았다. 악몽의 골목.

주인공 스탠은 미신과 심령술을 이용해 사기를 치다 모든 걸 잃는다.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장면처럼 그 자신이 소설 첫머리 나오는 혐오스러운 기인이 되고 만다. 폐인처럼 지내며 유랑단에서 주는 먹이만 받고 엽기적 쇼를 벌이는 인생이 그에게 남는다. 

스탠은 어린 시절부터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곤했다. 어두운 골목을 달리는데 길 양쪽 건물들은 텅 비어 있고 컴컴하다. 저 멀리 길 끝에 빛이 있어 그걸 보고 달리지만 무언가가 그의 등 뒤에서 불길하게 다가온다. 그는 빛에 도달하지 못하고 잠에서 깬다.

스탠의 삶은 그가 꾼 악몽을 펼쳐 놓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돈, 성공, 여자는 골목 끝의 빛이었다. 그는 그것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린다. 술수와 배신을 이용해 달린다. 그도, 소설을 읽는이도 개운하지 않다. 결국 그는 무언가에 뒷덜미를 잡혀 빛에 도달하지 못한다. 스탠을 그렇게 만든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하고 성폭력의 상처를 입은 어린시절 경험이 큰 비중을 차지한 걸까.

미신이나 점을 신봉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종교도 믿지 않는다. 극도로 합리와 이성을 추구하는 내 성미 탓이다. 소설에서 속고 속이는 사람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거의 80년 전, 미국에서 벌어진 일들인데 지금 봐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등장한다. 합리와 이성은 내 확신보다 취약한가 보다. 소설을 읽는 동안 스탠이 달렸던 악몽 속의 골목을 서성인듯 했다. 그 골목을 빠져 나오며 숨을 골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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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그림도 이수지 작가가 그렸군!

#한스크리스티안안데르센상 #여름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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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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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에게 권합니다>

대선이 끝났다. 하지만 선거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다시 타오를 것이다. 6월 1일에 있을 지방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출마 희망자들은 2월부터 도지사, 교육감, 시장, 시의원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었지만 대선 때문에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동안 웅크리고 있던 지역 정치인들이 출사표를 던질 때가 되었다.

이 책에 붙은 부제는 ‘우리가 몰랐던 국회 보좌관의 모든 것’이다. JTBC 방영 드라마 ‘보좌관’을 떠올리고는 흥미진진한 의원실 풍경, 여의도 암투를 기대하며 이 책을 펼친다면 실망할 것이다. 대중교양서, 인문서가 아니다. 실무서, 매뉴얼에 가까운 책이다. 보좌관을 위한 자기계발서라 이름 붙여도 어울린다. 글쓴이는 보좌관의 눈으로 의원 비서, 정무, 홍보, 정책 업무를 톺는다. 그리고 참모의 입장에서 선거운동과 지역구 조직화 노하우를 전수한다.

글쓴이는 제정구 의원실과 김부겸 의원실 등을 거치며 20여 년 넘게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이 책의 바탕은 신입 보좌진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교안이었다고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이 『보좌의 정치학』을 읽길 바란다. 의원이 되려고 나선 사람에게 보좌관을 다룬 책을 읽으라고 하면 생뚱맞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유익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선거운동의 실제를 다룬 장에서는 합법적인 네거티브 전략, 유권자 데이터베이스 축적과 활용, 홍보물 카피와 디자인, 선거관리위원회 대응, 캠프 관리 요령 등을 세밀하게 배울 수 있다. 국회의원을 중심에 두고 쓴 책이므로 지방의원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이 건네는 의정활동 노하우와 선거운동 조언은 지방의원 후보자 또한 배우고 익혀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이다. 선출직 정치인을 위한 입문서의 성격도 지닌 책이라 평하고 싶다.

내가 뽑으려는 후보가 『보좌의 정치학』을 한 번은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이 담은 수준의 지식을 갖춘 사람, 노력하는 태도와 열정을 지닌 인물을 지역 정치인으로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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