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게 쉬는 거 같지 않은 날을 보낸지 4개월차. 이쯤되니 일을 사서 하는 거로도 모자라 쉴 생각이 없는지도 모른다. 나 자신이 피로하면서도 명확하지 않은 목표가 흐릿해질까봐 불안해서 멈추는 게 쉽지 않다. 결과적으론 이겨 내고, 즐겨야한다. 마침 나완 지향점이 다른 책을 만났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라니?작가 주변에 재밌는 상황이 자주 생기는 듯한 게 신기했다. 가족, 친구부터 이웃 주민까지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데 하나 같이 단편 시트콤을 보는 듯했다.작가의 솔직하고, 유쾌하다 못해 도발적이기까지 한 문체가 돋보이는 수필이다.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건 <100만 번 사는 고양이> 그림책만 봐도 알 수 있다. 비교해서 읽으니 어떤 웃음은 씁쓸하다 느껴졌다. 읽는 내내 실제로 만나서 들었다면 더 재밌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가 들었다. 몇몇 에피소드는 마치 독자인 내가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고. "있지. 그 날 말이야" 하곤.목차을 펼쳐서 오늘 듣고 싶은 이야기를 골라 읽어도 좋을 책이다. 사람이 어찌 기쁨만 경험하며 살았겠나.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말은 대충 흐르는대로 보단 연륜에 의한 여유에 좀 더 가깝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너무 애쓰지 않는 삶.
어린이 동화가 아닌데 개를 화자로 둔 책.동화 속 밝고 행복한 이야기처럼 드넓은 숲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여러 동물 친구가 나오지도 않는다. 모란시장 내 대도축산에서 도살될 뻔했으나 구출된 개가 주인공이다. 활기차고, 정이 넘치는 시장 이면에 개 시장이 있던 모란시장을 개의 시선을 따라갔다. 무겁고 아프게생존을 위한, 권력을 위한, 합의에 의한 타자화. 살아 있지만 죽어 있고, 죽었지만 살아 있는 전체를 구원하지 못해도 일부라도 살리고 싶다. 현실감 있는 묘사로 가슴이 먹먹하고, 불편했지만 그마저도 진실이니 외면하지 않아야 했다. 그래야만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모란시장은 밝은 쪽이 아니라 갈 적마다 애써 피하고 싶었던 곳에 진열되어 있던 그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중략) 다만 우리가 먹고 마시고 누리는 모든 것이 다른 생명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리라면 한 번쯤은 공존과 책임에 대해 마음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선, 이나영 작가님의 감성적인 표현력에 감탄하면서 봤다.아동 도서로 한정하기에는 아까울 정도.내지에는 붉은실이 그려져 있고, 세 아이들의 인연과 풀리는 실마리를 시각적으러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라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상황 묘사들을 잘 나타내고 있는 책이다. 과거의 내 모습을 돌아보며, 현재의 내 경험으로 인물들에게 편지를 써 봤다.
박막례 할머니의 힘들었던 인생이 손녀인 유라PD로 인해 뒤바뀌었음을 알 수 있는 책이다. 하나의 상황을 두 사람의 시점으로 표현한 점이 신선했다. 문장 하나 마다 상대를 얼마나 존중하고 사랑하는지 묻어 있어 뭉클했다.박막례할머니를 시작으로 더 많은 이들이 성별과 나이 등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는 계기가 생겼으면 하고 바라게 됐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여성이기에 느낄 수 있는 것들, 설명하기 어려운 묘사들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여성으로서 성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고 이는 자존감을 올려주는데 도움이 되었다. 약간의 정보를 제공해줌과 동시에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청소년과 성인들이 두고 두고 읽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