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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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서로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었을까-110p.


 

둥글둥글하고 일상툰 같은 그림체의 만화, 처음 보았을 땐 ‘그래도 해피엔딩’의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이야기들은 날이 서있었다. 이혼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던 나의 입장에선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실 아직 결혼도 먼 얘기고, 당장 연애도 못하는 나였으니까.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정말로 그렇다. 사랑은 내려가고 또 내려가는 것 같다.'

'변호사님 이혼 안 하게 됐어요. 죄송해요.'


이혼조정이 성공한다고 좋아할 수도, 실패한다고 싫어만 할 수도 없는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많았다. 어찌 되었든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기에 서로 무언가를 포기한 것이니까.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 부부 관계가 아닌 가족 관계로 인해 이혼을 하는 이야기는 인간 관계가 정말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주었고, 유책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꽤나 답답한 순간들이 많았다. 여기서 나온 말 그대로 ‘탄산이 약간 빠진 사이다, 덜 퍽퍽한 고구마’ 같은 상황들이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가진  애달픔이랄까, 변호사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드라마 속에서는 속물로 표현되기도, 사이다로 표현되지만 오히려 그렇게 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일을 한단 생각도 들었다. 드라마 속에서 에피소드 하나엔 그저 그 하나에 미친 듯이 집중할 수 있는 변호사들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


드라마 속에서의 변호사는 살인, 납치, 성폭력 같은 강력범죄나 형사소송을 다루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이혼, 민사적인 측면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보였다. 이분법적으로 보자는 것이 아니다. 매체 속에서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자극을 준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다.


아쉬워도, 후련해도, 미워해도, 행복해도 현실이니까.

우리는 언제부터 서로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었을까.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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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하룻밤 시리즈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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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를 하다가 어느 정도 밤을 샜고 남은 시간은 자게 된다면 분명 못 일어날 것 같아 뽑은 김에 읽었다.(서포터즈를 위함이기도 하지만솔직히 읽기 전까지는 지루할 줄 알았다하지만 정말 책이름 답게 하룻밤만에 다 읽어버렸다.

 

간혹 과제를 하거나문학 관련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있다철학이다아무래도 철학이 학문적으론 모든 것의 밑에 깔려 있다는 사상 덕분일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보던 이름을 보는데도 나는 기억을 잘 하지 못한다이론은 기억나면 학자가 기억 안나고학자가 기억나면 이론이 기억 안나는 그런 상황 한 번 쯤 겪어 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해야 할까?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은 정말 쉽게 정리를 해두었다핵심만 뽑은 듯한 느낌이랄까. 2시간~3시간여만에 다 읽어버렸다근대 사상까지는 워낙 철학자들이 유명하지만 현대 사상까지 다룬다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최근 수업 때문에 들뢰즈를 많이 듣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고.

 


가 끝날 때 이를 정리해주는 파트도 있어 좋았다지대넓얕의 철학이 더 세분화된 느낌이었다.

 

작가소개에 적혀있듯 작가 토마스 아키나리는 정말 쉽게 철학 사상을 전파하려고 한다이는 단순히 쉬운 예시 뿐 만아니라철학에 관심이 없을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할 친절한 그의 문체 덕이라고 생각한다초반이 익숙함이라면 중후반의 내용은 새로움이다.

 

학교 수업 중 철학과 인간이 떠오르기도 했다아마 시험기간에 읽어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었다하룻 밤만에 소크라테스부터 들뢰즈라니 빠르고 쉽게 둘러 볼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다.

물론 철학적 사고를 하는데 있어서 깊은 사고는 중요하다. 어찌보면 철학은 정신적 사치일 수도 있다. 여유가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그 전에 기본을 먼저 잘 알아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 더 있다. 그 사고를 통해 내 삶의 '옳은' 정의를 찾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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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한길그레이트북스 161
한나 아렌트 지음, 홍원표 옮김 / 한길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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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단연 악의 평범성이라고 생각한다이 이론이 너무나 파격적이고서브컬쳐에서도 많이 쓰이곤 하니까그렇기에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여기에 악의 평범성 관련 논문이 있는건가하면서 무식함을 내세웠다하지만 이 안 속의 이야기가 관련이 없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대에 관한 이야기니까.

 

로자 룩셈부르크카를 야스퍼스발터 베냐민베르톨트 브레히트하이데거 등솔직히 학생 입장에서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띵해지는 대지식인들이기도 하다평소 같으면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들에 대한 쉬운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하겠지만이 책은 아니다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무겁다이 무거움은 불편할 수도 있다어렵고그에 대한 해석이 요하다.

 

하지만 이 무거움이어렵다고 안 봐도 될 것은 아니다. ‘악의 평범성이 한 개인에 의한 악을 이야기 한다면이 책은 그 악이 가득한 시대혼란스러운 어두운 시대의 이야기니까물론 이러한 한나 아렌트나 여기에 있는 인물들의 이론생각주장이 완벽하다 이런 것으로 추대하려는 것은 아니다그럼에도 어두울 때 가장 빛이 환하다고이들의 주장은 다들 강한 자기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즉 이 책은 시대를 밝히려고 노력을 했던 사람들을 바라본 한나 아렌트의 의견이 섞인 책이다무지는 죄라고평소에도 농담으로도 진담으로도 말하고 다니는데 이 책을 읽을 때내 무지가 안타까울 뿐이었다이름만으로 보던 사람들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명 한명씩만 하자고 해도 주변에 덕후급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학술서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시대에 관한 이야기니까지금 우리가 사는 세대도 혼란의 세대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기 일 수도 있다서로 항상 올바른 자세를 지녔단 것은 아니지만이 책에서 나온 이야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의 목소리를 우리는 들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 한 책이다단순히 넘어가기엔 우리의 세대가 그 시대와 동일 할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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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여정 - 사실주의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미술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만나는가
김현화 지음 / 한길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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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받았을 때 느낀 감정은 솔직히 말하면, ‘큰 일 났네.’였다. 교양학술서를 본격적으로 읽어 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문학 관련 비평서 몇 권 정도겠지 하면서 보는데, 심지어 문학도 아니고 미술이렷다.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난해한 주제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안개바다를 바라보는 방랑자''

 종강 이전부터 꽤 들고 다니며 읽기 시작했는데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었다. 친구들은 책을 보며 미술사학과냐고 농을 던졌지만 글쎄, 단언 이게 미술사학과일까? 시대마다 달라진 미술, 여기엔 사회상, 철학, 의식 등 여러 가지가 섞여있었으니까. 물론 그걸 연구하는 게 미술사학의 영역일 순 있지만, 내 입장에선 미술작품 그 자체보다, 그 사회에 먼저 눈이 갔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인 여정,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현대까지의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으니까. 엄밀히 따지면 정독했다고 말하기도 힘든 상태인 것 같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던 계기 중 하나가 내 관심도 있지만, 학교수업 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미술사학과는 아니다. 들어본 적이 전혀 없다. 다만 문예창작학과의 한 수업에서 –리즘, -주의와 같이 당시 예술의 의식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수업이 몇몇 있었는데, 거기서 나온 개념들이 유사하게 나왔다는 것이 컸다. 리얼리즘에 대해 여러 가지 방향으로 나눠본다던가, 살롱의 역사(아 이건 학교 세미나), 포스트모더니즘 자체의 특징. 아방가르드 정신.

 단어만 본다면 굉장히 무거울 수 있지만, 어렵지 않다. 내가 인문학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책 자체가 정말 쉽게 설명을 해주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알던 개념을 정리할 수도 있었고 배울 수 있었다. 교양학술서에 대한 이미지 타파를 정말 좋게 한 예시로 나중에 이야기 할 것 같다. 내가 취급을 애초에 어렵게 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근래 비문학 도서를 읽고 이렇게 행복했던 게, 재밌던 게 없어서 그 점이 더욱 부각된다. 내가 좋아하는 지식을 쌓을 수 있으니까.

 새로 알게 된 것들, 혹은 모호했던 걸 제대로 알게 된 순간이 너무나 많았다. 종교화와 풍경화의 당시 서열, 큐비즘, 다리파, 다다이즘의 발달, 낙서화. 한 번 읽을 때도 이렇게 많이 나오는데 이 쯤 되니 따로 정리를 하지 않고 읽는 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예전에는 독서노트를 가지고 다녔는데, 조금 반성이 되었다. 방학도 되었겠다. 다시 제대로 읽기 위해 쓰자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으로 지인들이 이 책을 보며, 미술사학과냐는 농과 다르게 하나 더 했던 말이 있다. 읽기 힘들다고 하니 한 번 가져가보더니, ‘그림책이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맞다. 미술책이니까 당연한 소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림이 장난 아니게 많다. 오죽했으면 참고문헌보다 도판목록에 관한 페이지가 더 많을까. 이 책 전자책으로 만드는 사람 꽤나 고생하겠단 생각도 들었다.

사담이 길었다. 현대미술의. 아니 현대미술까지의 계보를 다 훑어볼 수 있는 책이고 그 이상을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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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책할까요 - 내 인생에 들어온 네 마리 강아지
임정아 지음, 낭소(이은혜) 그림 / 한길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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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게 95퍼센트고 행복하게 해주는 게 5퍼센트야. 95퍼센트가 힘들어도 그 5퍼센트의 힘이 훨씬 강하다니까!“


이 책을 쉽게 말하자면 작가가 강아지를 키우며 느꼈던 이야기 그 이상 이하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반려견들에 대한 애착만큼은 남달랐다. 이 책에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서 행복했지만, 슬펐다. 나도 강아지를 키워봤고, 그만큼 잃는다는 슬픔에 공감을 하고, 행복하단 감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려견과 함께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보였지만, 이 작가만큼 30년간이나 강아지를 애틋하게 키운 사람은 전문가를 제외하면 그다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까미, 바람이, 샘이, 별이 이름만 들어도 이 귀여운 강아지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다. 작가는 꽤 오랜 기억일 텐데도 작가는 세심하게 그 기억을 다시 꺼내본다. 아픈 기억도 마다하지 않은 채 말이다. 말 듣지 않는 강아지, 아픈 강아지, 늙어가는 강아지. 이 책은 그런 강아지들에게 ‘성가심’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사실 이 성가심이야말로 진짜 사랑이라고 말한다. 평소 반려동물에게 ‘?는 사랑입니다’ 라고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로 키우는 건 다른 문제니까.




 이 책에서 사랑과 또 다른 주제가 있다면 나는 확실히 ‘죽음’을 꼽을 것 같다. 일상의 이야기들이 사랑이라면, 그 일상을 끝내고 여행을 떠나보내는 것이니까. 단순히 반려견들의 죽음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이야기, 주변의 반려견 등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 이야기를 툭하며 던지지만, 파장은 꽤 크다. 주변 이들 또한 슬픔에 공감해주는 반면, 이해해주지 못하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것이 그 점을 더욱 부각시킨 것 같다. 학생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은 동심을 찾게 해주기도 했고.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집에서 키웠던 반려견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 집에서는 강아지를 세 마리 키워봤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는 훨씬 많이 키웠다곤 하지만, 내가 태어난 이후론 많이 못 키웠다고 한다. 이 반려견들은 내 유년시절을 함께한 시추 ‘또또’, 가게에서 키웠던 멋진 도베르만 ‘라쉬’ 그리고 가장 최근까지 가게에서 키웠던 라쉬의 형제 같은 세퍼트 ‘또리’ 나에겐 이 세 마리가 항상 같이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나에겐 큰 의미가 있던 아이들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세 마리 모두 떠나보낼 때 나는 곁에 없었다. 또또가 떠나던 날에는 어린 마음에 잠자리에서 훌쩍인 기억까진 있는데, 라쉬가 떠날 때는 학원에 갔었고, 또리는 내가 군복무 중 떠났다. 핑계지만, 이 순간들만큼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큰 바늘처럼 찢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싶었다. 


 이러한 와중에 동아리에서 하는 유기견 봉사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렇게 사랑하는, 내가 사랑을 받는 반려견들을 버리는 일들이 아직도 허다하단 건 참 안타까운 일 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양을 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어쩔 수 없단 것 또한 핑계지 않을까 하며 감정을 삭이기 쉽지 않았다. 이 책이 가진 긍정적인 모습이 유기견에 비추어질 때, 가슴이 조금 더 먹먹해지기도 했다. 오랜만에 감정적으로, 진심으로 공감하고, 슬퍼한 책이었다.


 
 


 여담이지만 라쉬가 떠난 날 아빠가 했던 말이 계속해서 남는다. 

‘또리가 옆에서 계속 울부짖었다, 사람보다 더 서럽게. 사람보다 낫다. 개만도 못한 놈들은 분명 있다.’

어린 나이 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었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길 빌게 만드는 말. 나는 내가 꾸준히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면 좋겠다.

바람이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게 95퍼센트고 행복하게 해주는 게 5퍼센트야. 95퍼센트가 힘들어도 그 5퍼센트의 힘이 훨씬 강하다니까!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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