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 - 이재운 역사소설
이재운 지음 / 시그널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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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장영실은 유교 국가 조선에서 흔치 않은 위대한 과학자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과학 분야를 잘 모르고,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해 어릴 적 위인전에서 접하는 정도로만 장영실에 대해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장영실의 일대기를 다룬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장영실의 업적과 삶에 대해 찬찬히 알아보고 싶었다. 책을 읽는 동안 장영실을 다룬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를 감상했는데, 영화에서는 장영실의 이야기 중 세종과 장영실 두 사람의 믿음과 우정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책 ‘장영실’은 역사적 사료에 기반해 태어날 때부터 안여 사건 이후 사료에서 사라지기까지를 일대기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되어 사실 스토리 상으로 두 작품은 큰 관계는 없는 듯 하다. 다만, 생몰년도에 관한 기록이 거의 없고, 어린 시절의 이야기, 결혼, 장을 맞고 파직당한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워낙 짧은 글로만 등장하는 장영실이기에, 스토리 상 인물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기 위함인 듯하다. 다만, 이야기의 심도가 깊지는 않아서 소설처럼 인물의 세심한 정서나 심리 묘사를 기대하긴 어렵고 전반적인 인물에 대한 묘사가 많지 않아 스토리 자체만으로 매력을 가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중국유학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몇 줄로 생략되어 있는 등 기록된 사료의 한계로 인해 다소 두루뭉술하게 설명되는 단락들이 있지만, 설명이 자세하게 되어 있어 인물이 살고 있던 배경에 대한 이해는 쉽게 되있다.

 


  분명한 건, 장영실은 관청에 속해있는 노비, 즉 관노의 신분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정3품의 관직에 진출해 왕을 도와 자신의 뜻을 펼친 입지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 세종 또한 물론 대단하지만 사농공상의 시대였던 조선에서, 과학자이자 지금 생각해보면 위대한 공학자이기도 한 장영실의 발명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제후국을 자처한 조선에서 자신만의 기술로 천문 관측기구를 만든다는 게 요즘에도 쉬이 가능하지 않은 일이 아닌가.


 

  워낙 유명한 역사적 인물이기에,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도 많아 읽으면서 위인전으로 접한 장영실의 삶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하면서도 의외로 자세히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새로이 알게 된 사실도 많았다. 자격루, 앙부일구 등의 과학 기구를 만든 일은 익히 들어왔지만, 채방별감이라 하여 광물을 채굴하고 알아보는 일에 파견되었던 사실, 갑인자를 만드는 데 참여한 사실 등은 알지 못해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다양한 일에 뛰어났던 인물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많이 접해 그저 대단하다고만 생각하고 넘겨 지금도 잘 몰랐던 장영실이 발명한 과학 기구들의 원리에 대해 탐구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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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백철 그림, 김진명 원작 / 새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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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책의 제목이 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표현은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로, 일제 강점기 시인이었던 김기림 시인의 작품 새나라 송()’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에/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이고 철판을 피리자/ 세멘과 철과 희망 위에 /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 가자라는 표현처럼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은 작가의 바람대로 일제 강점기 시절의 어둠을 걷어내고 눈부신 성장을 통해 시인이 바라던 새 나라의 모습을 갖추었다. 책 제목부터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우리 나라의 역사적 순간에 대해 상상력을 극대화해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하는 김진명 작가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원작으로 했기에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나온 책이기에, 책 서문에서도 밝히다시피,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립과 긴장 관계가 심화된 시대를 반영해 이야기하면서, 설령 그들이 내세운 강제징용에 대한 판결이라는 명분 이외에도 일본은 끊임없이 독도에 대한 도발을 해왔으며, 러시아 군용기 영공 침범 사건 때 자신들의 영공을 침범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는 여전히 일본은 자신들이 다시 한반도에 개입할 명분을 쌓는 중이며 아직도 제국주의 시절의 일본 세대와 단절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작가의 바람대로 우리나라는 IMF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경제적으로 큰 성장을 해냈으나 100년 전과 비슷하게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국제정세로 인해 아직 우리는 대한민국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국제 관계를 냉정하게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나오게 된 이야기를 통해 한 번은 경각심을 갖고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들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원작과 달리 만화 형식을 채택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그만큼 독자들이 보다 읽기 쉽고 경각심을 준다는 측면에서는 좋았지만 얇아진 책과 만화 형태로 인해 원작을 떠올린 독자에게는 아쉬움을 줄 수 있겠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을 2019년으로 해두었기 때문에 다소 스토리를 진행함에 있어 개연성이 떨어지는 대목들이 많고 내용 이 깊지 않다. 핵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역할을 해주는 이휘소 박사에 관한 비약이 많고, 일본의 한국에 대한 공격 동기와 핵개발 과정에 대해선 짜임새 있는 내용이 부족하다. 더불어 남북합작을 통해 만든 핵을 한반도를 위한 방어용으로 만들었다는 표현은 실제 북한의 핵개발 명분이기도 하며 따라서 이 표현은 북한의 핵개발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오판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여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목표는 이야기 그 자체로서의 매력보다 이 책을 읽고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국제 정세와 일본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보게끔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의한 점령지 권리, 나아가서는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독도는 단순히 조그만 섬에 대한 영유권 문제가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에서 잘못된 역사의 청산과 완전한 주권확립을 상징하는 문제입니다.‘ 독도 문제에 대한 대응방침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강경하게 연설하는 대통령에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일본을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사의 올바른 청산과 주권의 상호 존중을 통해 함께 협력해나가고 번영해나가야할 관계임을 명확히 한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일본과의 전쟁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국제 관계가 예전과 달리,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예전처럼 우리나라를 위해 대신 참전해줄 나라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라는 것. 우리는 막연하게 도움을 기다릴 수 있겠지만 예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모두가 군사력이 발달한 요즘 쉽게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우리의 가장 큰 우방인 미국의 경우에도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질 경우, 어떤 액션을 취할 지는 예상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야기와 달리, 우리에게는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우호적으로 묘사되는 북한과도 실제로는 전혀 도움을 기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강한 힘을 가져야 진정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쉽게 읽을 수 있고, 가상의 시나리오이지만 실제로 책에서 묘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며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외교적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 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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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정혜진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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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국선변호사’는 법조계에서, 어쩌면 소수의 위치에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맡게 되는 피고인들의 사회적 위상과 조금은 닮은 것은 아닐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재판에서 벗어나 조금은 덜 관심 받는 사건, 그것에 휘말린 사람들을 변호하는 법조계에서도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진 위치에 있다는 것. 그래서 사무적으로 일하고 피고인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었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얼마나 무지에 기반한 개인적인 나의 편견임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채 얼마가 걸리지 않았다. 국선변호사이기에, 그들이 맡게 되는 피고인들이 그만큼 더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 그럼에도 그들의 죄가 꼭 그들만의 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그들이 처한 환경이 일반적인 우리의 삶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변호사들도 자신이 맡게 되는 피고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는 점도 새삼스레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미디어에서 접하게 되는 국선변호사의 모습은 열정으로 가득 차 가난하고 어려운 피고인들의 변론을 맡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거나 또는 형식적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그저 행사하는 데 그치는 역할 정도로만 다가왔다. 그러나 국선변호사인 저자의 책을 통해 국선변호사의 단편적인 편견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국선변호사가 어떤 일을 주로 맡게 되고, 어떤 환경에서 피고의 변호를 맡게 되는 지, 보통의 변호사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조금은 더 상세하게 알게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국선 변호인에는 ‘국선전담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변호사가 있는데, 국선전담변호사는 말그대로 각급 법원에서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주면서 국선 사건만 담당하도록 위촉하게 되어 예전의 무성의한 변론을 하게 되는 경우가 환경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과 피고인이 기소돼 1심 선고를 받기까지나 항소심 재판을 하는 동안 정도로만 짧은 시간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등 일반변호사와의 차이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법조계와 재판 과정,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피고인들의 스토리라는 구성은 그동안 읽었던 ‘법에도 심장이 있다면’, ‘검사내전’ 등의 책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하지만, 각각 판사, 검사, 변호사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의 시선이나 관점이 다르며 무엇보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다 보면 건조한 판결문의 문장들만으로는 결코 그들의 모든 삶의 이야기를 알 수 없다는 것과 그들 모두가 우리와 같이 고민하고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가 별로 전해지지 않아서’ 이 글을 썼다는 저자덕분에 새로이 국선변호사의 시점에서 바라본 사건들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조각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테다, 빙산의 일각에서 본 이 사소한 이야기도 분명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사회에 큰 영향을 주거나 사람들의 큰 이목을 끄는 재판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이 맡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분명 우리 사회 구성원의 모습이기에 그 나름의 가치가 있으며 생각보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많을 지도 모른다.



또 이 책의 장점을 말하자면, 저자는 기자로서 오랜 기간 동안 지내시다 변호사로 활동하시기 때문인지 글을 굉장히 잘 쓴다. 스무살 때 뺑소니를 당해 지능 저하 및 충동 조절 장애를 갖게 되어 정신질환을 앓으며 같은 병동의 환자를 숨지게 한 저자와 동갑내기 피고인의 이야기 속 문장을 예로 들면

‘폐쇄병동에서 과자를 놓고 싸우는 일상과 읽지도 못하는 시계를 자꾸 들여다보는 구치소에서의 일상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를까. 무엇보다 그에게 1년6월은 형사 재판이 의도한 정당한 처벌과 반성의 시간이 될 수 있을까.

같은 사건에서 무연고자 시신 처리 절차를 밟아 화장된 피해자에 대해선

환자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시간을 알지 못했고, 우리는 그의 시간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쩌다가 중증 조현병 환자가 돼 거리를 떠돌게 됐는지, 어쩌다가 하나뿐인 아들마저도 거주 불명이 됐는지 아무도 말해줄 수 없다. 병원에서 보낸 말년의 시간만 기록에, 그것도 자신을 죽음의 문턱으로 데려간 다른 환자의 형사 기록에 남았다.’


저자가 맡은 사건 속 피고인들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빠져들어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안타깝기도 하면서도 씁쓸해지기도 하며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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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 『이코노미스트』가 본 근대 조선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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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우리는 근대 조선을 바라볼 때, 우리의 역사로서 바라본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글, 자료들도 우리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마찬가지로 근대 조선을 바라본 주위 나라, 일본과 중국에서 발행된 자료들 역시 우리와 이해 관계가 강하게 얽혀 있는 국가의 시각이 투영되어 자신들의 이익을 담은 결과이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국 언론지인 이코노미스트또한 제국주의 국가의 시점에서 근대 조선을 바라본다. 하지만, 앞선 국가들보다는 근대 조선과 이해관계가 밀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보다 객관적이고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책 속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도 세계에 영향력을 갖는 언론지이며, 우리 역사나 일본 등의 시점이 아닌 제3자에 가까운 나라의 시점에서 바라본 근대 조선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몹시 궁금했다. 당연하게도 이코노미스트라고 해서 완벽히 객관적이지도, 정답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말처럼1800년대 후반~1900년대 초반을 살았던 서구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이 어떤 모습이었는 지에 대한 정보는 확실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옛 우리 나라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이코노미스트에 실렸던 조선에 대한 영어 기사문을 보면서 교과서 속 실린 사진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영문기사와 함께 실린 우리 역사를 바라보게 되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동시에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근대 조선과 달리 더 이상 세계와 고립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 다행스러웠다. 제국주의 국가인 그들의 시점에서 조선은 우선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지겠지만, 그 과정을 보면서 무역으로 세계화가 진행되던 시대적 배경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뤘던 것인지 확인하면서 절로 분노가 치밀었다. ‘조선의 수입은 주로 청나라와 일본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수입품 중 상당수는 영구에서 만들어진 뒤 조선으로 다시 수출된 것이다조선의 전근대적 조치들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중계무역으로부터 개항 초기에서부터 식민지배까지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조선은 차라리 외국으로부터 현대적 행정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것이 조선 국민들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씁쓸한 사실이지만 당시 서양인에게 조선 또는 대한제국이 그런 모습으로 바라보였다는 것이 현실이었을 것이다.

 

 글에 들어가기 앞서, 왜 이코노미스틀 통해서 당시 조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을까하는 동기도 구체적으로 작가는 밝히면서, 100여년 전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행한 기사들을 보면 우리가 중요시 배우고 의미있었던 조선의 사건들이 국내에서만 요란하고 국제적으로는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것,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보다 열강들의 관계 속에서의 조선 등이 중요했다는 사실이었고 이는 한국 사람들이 기존에 조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각과는 분명히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든 기사가 객관적으로 진실인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보다 우리 역사에 관해 관점을 달리 할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을 발견하고 보다 객관적인 우리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서양 제국이 아시아 국가들에게 조금씩 침투해가는 과정을, 동아시아의 전근대적 시스템으로 인해 군대를 동원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의 발생 군대 동원에 따른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이권 요구 또 다른 사건 발생 군대 파견 군대 동원에 따른 더 많은 이권 요구의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봤다는 점은 사실 제도적 시스템이 완비되어가던 제국주의 국가 시점에서 바라본 지극히 서양인 관점이라는 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시각이었다. 영국은 외국과 무역 거래를 할 때, 상인을 보호하는 조치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아시아 국가와 무역 거래를 하다보면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 나라 정부가 상거래에 간섭을 하고 정부가 나서서 영국 상인들을 규제하고 억누르는 사태가 일어나기에 부득이하게 군대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경제규모가 동등하지 않은 국가 간의 자유 무역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며, 이를 막기위해선 국가의 개입이 불가하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자유주의 무역이 득세하던 당시 시절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고, 그들과 같이 우위에 있던 역사의 시점에서 바라본 경험이 없기에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들의 논리는 그들과 힘과 경제가 비슷한 국가 간에서만 적용되었고, 식민지에선 그들의 사업이 손해를 볼 때, 국가가 암암리에 나서서 개입하고 도왔던 게 진실에 보다 가깝지 않을까.

 

 또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의거 이후,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에서 동양인을 지배하는 일은 그들과 완전히 다른 서양인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서로 비슷하다면 이런 어려움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이 한국인을 지배하는 건, 서양인이 동양인을 지배하는 것만큼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라는 기사의 관점을 보면 당시 영국에선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는 시선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것임을 보여주며 그만큼 제국-식민지의 관계에 무지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그들의 힘의 논리 뿐만 아니라 무관심까지 느껴지는 듯하여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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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루션 맨 - 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로이 루이스 지음, 호조 그림, 이승준 옮김 / 코쿤아우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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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볼루션 맨


 이 책은 에볼루션 맨이라는 제목처럼 진화를 해나가는 인류의 모습을 한 가족의 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고고학이나 인류학은 분명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지만, 쉽게 접근하기에는 전문적이라 다소 어려운 내용일 수 있는데, 인류 진화 과정의 단계를 엿볼 수 있는 화석 등의 유물과 유적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그려낸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기원 전 몇 백년 전의 인류 모습이기에, 인류가 생존을 위해서 동물들의 위협을 받고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던 모습에서 불을 통해 점점 더 큰 사냥감을 노리게 되고 다른 동물들로부터 보호하고 사냥해나가는 모습을 읽으며 인류의 진화 과정을 간단한 표현과 함께 여행할 수 있다


 동굴벽화 등을 통해 유추해낸 예술의 영역을 발명해내는 뛰어난 알렉산더’, 어린 동물들을 길러 가축화를 시도하는 윌리엄’, ‘요리를 발견해낸 화자의 어머니 밀리센트’, 과학을 추구하며 발명과 진보를 이끌어가는 아버지 에드워드윌버’, 사유와 철학을 발명해낸 화자 어니스트까지, 가족의 다양한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분야에서 인류 진화 과정의 한 축을 담당하며 이야기와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나간다. 불의 발견족외혼과 같은 사회규범과학 기술의 발견으로 이루어지는 인간 간의 위계 등 커다란 흐름을 갖고 인간의 진화 속도를 압축적으로 표현해 나타낸다. 또한, 나무위에서의 삶을 지향하는 이안삼촌과 진보를 추구하는 에드워드간의 대화에서 인류 진화과정에서 있었을 끊임없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을 재밌게 표현한다. 인간의 진화가 진정한 진보라 부를 수 있는 지, 자연적인 진화가 아니기에 속도가 너무 빠르고, 여전히 인간 중심적으로 자연을 바라본 지금의 시선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표현이 많기에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1960년에 출간되었으나, 지금도 여전히 유쾌하고 코믹하며 위트가 넘친다. 요즘의 언어로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 표현들에도 웃음이 나면서도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한다. 또한 시대를 초월해 분명 그 당시 사람들의 진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나타내 표현해준다는 점에서 인류의 진화 과정을 조망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부가적으로 고인류의 모습과 칼리코데리움과 같이 잘 알지 못했던 처음 알게 되는 구석기 시대 고생물들에 대해 살펴보면서 그 자체만으로 재미를 누릴 수 있고 쉽게 읽히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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