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일상 도감 - 500여 컷으로 그린 고양이의 모든 것
다나카 도요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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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일상 도감

 

 

 

  개인적으로 올해로 다섯 살이 된 고등어 1마리와 턱시도 1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갈 곳 없는 새끼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면서 처음에는 고양이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던 정보가 거의 없어서 이 아이들이 하는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고 답답해했던 적도 많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울음소리를 제법 구분해 무엇을 원하는 건지, 눈빛을 보면 좋은 지 싫은 건지 잠이 오는 건지 눈치를 채고 행동들을 보며 서로 나름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하릴없는 휴일의 일상의 순간에서 마주하는 고양이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귀여워하지 않을 수 없고 어떤 행동을 하는 지 유심히 바라보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곤 한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 고양이들도 예전과 다르게 눈이 가고, 어떤 행동을 하는 지 괜히 한 번 더 눈길이 가고는 하는데, 이 책의 저자 역시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는 게 틀림없다. 무려 20년에 걸쳐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고양이들을 관찰해 500여컷에 달하는 스케치로 그 모습들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뜯어서 앉은 자리에서 함께 살고 있는 아내와 함께 고양이 모습들이 담긴 스케치 그림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 모습에 공감하고 자연스레 웃으며 키우고 있는 우리집 고양이들의 모습과 비교하며 도란도란 얘기하다보면 금세 90여 페이지 남짓한 그림책은 금방 다 읽으면서 소장해두고 한번씩 꺼내보고 싶은 책이었다.

 

   책을 열었을 때, 크게 펼쳐지는 두 면 빼곡이 담겨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각 주제별로 다양하게 담겨 있으며 작가가 분명 유심히 오랫동안 지켜보았을 고양이의 순간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관찰 모습마다 간단하게 관찰 소감이나 설명을 달아놓은 작가의 말들을 읽어가는 즐거움도 소소하다. 키우고 있기에 알지만, 고양이를 관찰해서 스케치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움직임이 빠르고 젤리처럼 유연한 움직임을 지니기에 그림으로 그 모습을 옮긴다는 건 보통의 집중력과 꾸준함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게다가 꼭 사람이 무언가 하려고 하면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도망가거나 자세를 바꾸는 고양이들이기 때문에.. 그래도 그나마 집고양이는 괜찮지만 작가가 관찰한 동네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은 워낙 빠르게 움직이고 경계를 많이 해 자신들이 판단하는 안전거리를 유지하려 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해 오랫동안 관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도 많아 그 모습을 아주 실감나게 그려낸 스케치를 보며 감탄하기도 하면서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고양이의 모습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즐거움도 많았다. 길고양이의 다양한 행동들과 중성화 수술로 인해 우리 집 고양이들에게는 볼 수 없는 새끼를 낳았을 때 고양이들의 모습도 그림을 통해 엿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고양이어 기초편이라 해 울음소리와 몸짓, 그리고 얼굴 표정, 꼬리, 자세로 하는 말이라 하여 얼핏 보면 표정변화가 없어보이는 고양이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참 다양한 표정들이 있다는 걸 고양이를 잘 모르는 독자들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다. 점프하는 동작을 연속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그림을 보면 감탄할 수 밖에 없다. 털고르기, 기지개 켜기 등 고양이를 관찰하면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모습들이 관찰되어 있고, 끝부분에는 새끼 고양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부터 사계절 건강관리와 건강 검진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비쥬얼씽킹과 같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안내되어 있기에 고양이를 키우고 있거나 앞으로 키울 예정인 독자 등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든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고양이의 일상에 대한 모든 것이 스케치되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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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화학 사전 - 개념, 용어, 이론을 쉽게 정리한 그린북 과학 사전 시리즈
다케다 준이치로 지음, 조민정 옮김, 김경숙 감수 / 그린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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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화학 사전

 

 

 화학은 그 자체로 우리 곁에 존재하며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화합물로 우리 또한 화학을 빼놓고선 살아갈 수 없고 우리가 영위하는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 곳곳에 밀접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중학교 이후로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학습 내용에 포기하고 공식이나 개념을 암기하는 데 그쳐 흥미를 잃었다. 현상을 설명하며 화학적 원리를 제시할 때 발생하는 사실은 받아들이지만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이를 증명하는 순간은 이해할 수 없어 넘어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험과목으로서 화학이 아닌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과학적 현상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화학을 이해하고 싶어 읽게 되었다.

 

  저자는 일본에서 중고등학생에게 화학을 가르치고 있는 현역 교사이다. 16장에 걸쳐 물질의 기본 입자와 같은 기초 화학에서 상태 변화 등의 이론 화학, 무기, 유기, 최종적으로 고분자 화학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보통의 이론책처럼 딱딱한 구성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마치 유튜브 썸네일처럼 흥미를 끄는 제목들로 개념을 도입하고 비유를 통해 최대한 쉽게 알려주려 노력한다. 가령 물에 녹지 않는 염이라도 사실은 조금 녹는다’, ‘얼음과 소금으로 냉동실 못지않게 온도를 내리려면?’ 등이다. 맨 첫 장부터 수헬리베붕탄질산~’으로까지만 기억하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원소주기율표가 등장하고 물질의 기본 입자로 원자와 원소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 것으로 책이 시작한다. 하지만 저자가 밝혔듯 목차를 훑어보고 흥미가 느껴지는 페이지부터 펼쳐 읽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중고교 교육과정을 밟으며 익숙한 개념부터 살폈는데 융해열과 기화열, 기압에 대해서 다시 익히게 되고 산과 염기 등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화학의 개념을 최대한 쉽게 표현하고 고교수준에 맞춰 설명하지만 이과에서 화학수업을 듣지 않고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에게는 그럼에도 내용이 다소 어려울 수 있고 특히 뒤로 갈수록 우리 삶에서 적용되는 내용은 많지만 이해할 수 있는 난이도는 점점 어려워지는 듯하여 쉽게 읽혀지진 않았다. 각 개념마다 1~2페이지 정도로 일목요연하게 압축적으로 정리되어 필수적인 내용은 모두 설명하고 있으면서도 내용이 가볍지 않아 화학을 고교과정까지 학습한 학생들에게 충분히 기억을 환기시킬 수 있을 정도이고,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독자에게는 차근차근 인내심을 갖고 시간을 두며 읽어나가는 것이 좋겠다. 시리즈로 수학, 천문학, 물리, 단위 기호사전까지 비슷한 구성으로 되어있는 다른 책들을 통해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기초 소양을 다지는 개념서로 접근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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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 보는 북한
헨리 마르 지음, 조경연 옮김, 닐 테일러 / 넥서스BOOKS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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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리 가 보는 북한

 

 

 북한과의 통일은 찬반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역사적, 민족적 차원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저출산, 저성장의 늪에 빠진 현재 우리나라에게 반드시 지향해야할 필수불가결한 목표임에는 분명한 일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 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의 북한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북한을 이해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북한의 현재 모습을 직접 살펴보는 것일텐데, 우리는 그 어떤 나라보다 북한과 물리적으로 가깝지만 허가된 경우를 제외하고선 특히 일반인이 북한을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소위 햇볕정책을 통해 금강산 여행이 가능했던 적도 있었으나 북한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사건으로 우리 국민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았기에 금강산 관광은 정부로서 중단할 수 밖에 없었고,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금까지 이 사업이 재개될 수 있을 지는 요원한 상태이다. 더군다나 북한으로 유입되는 관광수익이 군사력에 이용되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우리가 북한을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헌법상 우리가 회복하지 못한 영토의 일부로서 우리 역사가 담겨 있는 친숙한 곳이 많고 훗날 우리가 가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과 더불어 북한의 곳곳을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미리 가 보는 북한이라는 이 책은 제목처럼 우리가 지금은 갈 수 없지만 북한의 전 지역을 구석구석 꾸준히 여행해온 외국인 저자가 기록한 북한의 모습을 미리 살펴보면서 우리가 잘 몰랐던 북한의 모습들에 대해 눈으로나마 확인하고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북한에 대해 선입견과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어 즐거웠다. 생각보다 우리와 비슷한 건물들이 있음에 놀라기도 하면서 그 장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우리와의 절대적인 차이점을 절실히 느낄 수 있어 어쩌면 가깝고도 먼 나라는 북한이 아닐까.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여행안내서이기 때문에 흔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관광지를 소개해주는 포맷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이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서문에서 이 책을 북한에 가져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북한은 외부에 보이고 평가되는 것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세관 직원이 알게 되면 북한 도착 5분만에 여행이 무산될 수 있다.’ 말하듯 정작 북한에서는 이 여행서를 참고할 수는 없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책의 구성은 간단하게 북한의 대표적인 볼거리와 음식, 그리고 국경일이나 기후 등을 소개하는 북한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여행준비물 등과 더불어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주의사항 또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가령 사진촬영에서 북한 기준으로 아름답지 않은 것은 촬영할 수 없다. 따라서 노동 현장이나 빈곤이 드러나는 모습은 촬영금지다.’ ‘지도자들의 이미지는 접거나 구기거나 표시해서는 안 된다.’ , ‘관광객은 질문을 받지 않은 이상 북한 사람과 종교에 대해서 논해서 안 되고, 종교적인 글, 전단 또는 비슷한 것을 보여주거나 배포하거나 북한에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체포된 많은 서양인은 기독교 개종과 관련 있었다.’ 라는 말에서 사실상 북한 여행은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과 달리 개인이 자유롭게 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불가하기에 북한이 자신들의 사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면은 숨기고 아름다운 모습만을 외부에 선전하려는 방식에 이용되는 형태로만 가능하다는 게 새삼 놀랍지도 않지만 아직까지 이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가 않는다. 단 하나의 종교, 단 하나의 사상, 단 하나의 존엄만이 존재할 수 있는 나라.

 

  북한의 전 지역을 모두 소개하지만 아무래도 평양에 대한 설명이 가장 분량이 많고 자세하다. 흔히 런던이나 파리를 구역별로 소개하듯 평양 또한 중, 모란봉, 평천, 보통강, 서성, 대동강, 만경대 구역 등으로 세세하게 나뉘어 구역별로 볼 만한 장소를 소개하고 코스를 안내한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장소가 김일성광장인데 이곳을 기점으로 국가에 있는 모든 도로의 거리가 측정된다.’며 양쪽으로 노동당 본부 청사와 국무위원회, 외무성 등이 위치해 있는데 우리의 광화문광장과 어쩌면 형태는 비슷한 모습이지만 그 성격은 정반대라는 사실이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점이 역설이 아닐까. 국민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곳과 국민의 모습을 억누르는 곳. 익히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해본 건물도 있었지만 의외로 시설은 낙후되었을 지언정 제법 문화시설들이 있어 놀랐다. 동물원, 식물원은 물론이고 만경대유희장과 같은 놀이공원, 각종 수영장, 탁구장, 클라이밍 등 체육시설을 갖춘 문수유희장, 롤러스케이트장, 실내사격장에 교회와 성당까지 있을 정도. 물론 놀라웠던 건 잠시, 북한 내부에서도 평양에서만 이 또한 소수의 상류층 북한 간부들의 가족들에게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냉소가 나올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책을 넘기다보면 분명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들이 너무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의 주체사상이나 사회주의 사상이 가득한 동상, 벽화, 기념품들을 보면 아직도 냉전 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모습이 안타깝지만 우리가 가까이 볼 수 없어 어쩌면 잊혀진 우리 역사. 교과서에서 볼 수 있었던 고구려의 안악 3호분, 동명왕릉, 고려의 선죽교 등 고구려와 고려의 문화재를 가까이서 직접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들고 구월산, 묘향산 트래킹과 절경의 금강산과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양강도의 고원과 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는 백두산의 천지까지. 우리와 같은 말을 쓰고 역사를 공유하는 우리 땅인데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인 자연경관을 가진 모습에 복합적인 감정이 들기도 했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가볼 수 있을까. 평안북도에서 라진선봉경제특구까지 교통편과 머물 수 있는 숙소, 음식, 가볼만한 곳까지 북한 여행에 대해 이보다 자세한 정보를 담은 여행안내서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읽는 동안 재밌었다. 통일이 빠른 시일 내에 어렵다면 북한이 폐쇄적인 국가에서 벗어나 핵을 포기하고 세계와 교류에 나설 때, 우리에게도 이 여행안내서를 실제적인 북한을 여행하는 데 있어 꼭 써먹게 될 날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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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조선과 유럽의 운명적 만남, 난선제주도난파기 그리고 책 읽어드립니다
헨드릭 하멜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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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하멜표류기는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시간에 잠깐 한두줄 정도로 언급되고 서구권의 사람이 최초로 기록한 우리 나라의 모습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책의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아볼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얼마 전, ’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라는 책을 통해 우리가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시점과 외부에서 특히 우리와 문화적으로 정반대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서구권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우리 역사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던 것처럼 그보다도 훨씬 전인 17세기 조선의 모습을 흔히 조선왕조실록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시선이 아닌 당시 세계사적 흐름이 앞서나가던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 소속 하멜이 쓴 하멜표류기는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굉장히 유의미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자세한 내용은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기에 읽기 전 기대가 컸고, 실제로 다 읽은 후에도 기존에 알고 있던 17세기 조선의 모습과 비교하며 당시 세계사 흐름에 뒤처지기 시작한 우리 모습을 보며 안타깝고 하멜 일행이 우리에게 찾아온 기회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하멜일행은 폭풍우를 만나 모든 걸 잃어버리고 간신히 육지에 도착했는데 처음 도착하는 미지의 장소였고, 곧 많은 수의 무장한 군사들에게 둘러싸여 체포되었다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을 장면을 생각하면 웃음이 잠깐 나오다가도 막상 입장을 바꿔 한 개인으로 하멜 입장에서 그 상황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붉은 수염과 파란눈을 한 조선 관리를 만나게 되는데, 하멜 이전에 조선에 도착해 최초로 귀화한 얀 얀스 벨테브레 한국이름으로는 박연이라는 인물을 만나는데, 곧 떠날 수 있을거라는 희망에 차다가 탈출할 생각은 하지말고 여생을 마칠때까지 이 나라에서 살아라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낙담했을지 끔찍하다. 만약에 내가 해외에 갔는데,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갇혀 살게 된다면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심지어 젊은 시절을 다 잃고 13년이나 갇혀 있었다고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우리 나라가 물론 화포제작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전략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목적은 이해가 되지만 관습적으로 외국인을 밖으로 보내지 않는다라고 말한 점 등은 페쇄적인 조선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만 같아 아쉽다. 보수적이고 타 문화에 배타적인 유교중심의 조선이었지만, 외부와 적극적으로 교역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은 너무나 현재 중심의 세계관일까.

 

  아무래도 동인도회사에 그동안 밀린 임금을 지불해달라는 보고서 격의 성향이 짙은 작품이라 문학적으로 뛰어난 수사나 표현은 없지만 서울로 올라가는 동안 머물렀던 전라도의 세세한 지명까지 기록해놓을 정도로 촘촘하게 기록한 내용이 인상적이었고, 외부에서 바라본 우리의 당시 모습을 느낄 수 있어 신선했다. 조선형벌에서 기록되지 않은 정도의 심각한 형벌이나 서구권의 시선에서 바라보았기에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모습을 보고 과장하듯 쓴 것으로 추측되는 내용도 물론 있겠지만, 17세기 우리 조선의 생활상을 기록한 최초의 유럽 서적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조선과 일본의 외부 세력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명확히 느낄 수가 있어 또 아쉬움이 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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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디자인 프리미어 프로 & 애프터 이펙트 CC 2020 맛있는 디자인 시리즈
김덕영 외 지음 / 한빛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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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디자인 프리미어 프로 & 애프터 이펙트 CC 2020

 

 업무를 하다보면 영상제작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원하는 스타일로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 간단한 영상편집프로그램을 여럿 살펴보았지만 기능이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책 소개대로 가장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프리미어 프로를 이용해 영상을 제작하는데, 편집자의 재량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수많은 기능과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지 못해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 느낌을 갖고 있었다. 유튜브에 수없이 많은 소개영상과 다른 영상 편집과 관련된 수많은 책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테마별로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거나 세부적인 기능 하나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이 책은 프리미어 프로에 대한 바이블과 같은 느낌이랄까. 깔끔한 디자인에 실제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책이 서술되어 있다. 책 표지에 적힌 누구나 쉽게 배워 제대로 써먹는 그래픽 입문서라는 말처럼 아에 전혀 해보지 못한 사람도 차근차근 책에서 안내하는 스텝을 따라 가다보면 쉽게 따라갈 수 있고, 다양한 패널, 도구, 기본 기능 등에 대해 필요한 기능을 익혀야 할 때마다 찾아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예제를 통해 기능을 익힐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어 영상을 만들 때, 큰 도움이 되었다.

 

 편집을 하다보면 주로 쓰는 기능만 반복적으로 사용해 익숙해지고 그 외의 기능은 잘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궁금했던 아이콘이나 기능 등을 알 수 있게 되고, 다양한 기능을 소개하며 실제 영상에 필요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나의 영상제작 역량을 강화하는데 큰 자산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동명의 책 중 2018버전을 갖고 있는데, 프로그램이 변화한 양상을 잘 담아내고 새로 추가된 기능을 별도로 소개하는 페이지도 있다. 더불어 영상 제작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프로그램인 애프터이펙트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제시된 점이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영상프로그램의 기능을 익히기에, 책보다는 영상이 더 효과적이라고 반론할 수 있으나 하나씩 책에 소개된 차례를 따라 만들다보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스타일로 일정하게 탈 수 있지 않을까.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 이펙트 등 유명한 편집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지만 어려울까 싶어 도전해보지 못했던 수많은 분들에게 필수템으로 추천해드리고 싶고 중급자 수준까지 추천하는 만큼 모르는 기능이 있을 때마다 쉽게 찾아보고 확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꼭 추천하겠다. 이 브랜드의 다른 책인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도 사서 더 공부해보고 싶다. 다만, 영어버전으로 베이스가 된 설명이기에, 영어버전으로 설치해 진행하는 편이 더 편하지만 한글버전으로 보아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로 세세하게 단계를 설명해줘 따라하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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