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중 옆에서 운전하고 있는 김모씨에게 보고 있는 김영하의 책을 나도 모르게 읽어준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거 같아요....(중략)..친구들의 성격을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걸.잠을 자거나 음악을 들을걸.그냥 거리를 걷던가.젊을 때에는 그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일이 많이 있을 거 같아서 내가 손해보는 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러쟎아요.근데 아니더라고요.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기울이고 영혼을 좀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예요.-

 

"어, 난 이미 어릴 때부터 이걸 알고 혼자서 책만 읽어왔는데 ㅎㅎㅎ"

(친구 권하는 이 사회에서 줄곧 혼자서 책만 읽는 것도 독립투쟁 버금가게 힘든 일임.)

 

듣고 있던 김모씨의 한 마디.

 

-근데 저 사람은 작가가 됐는데 자기는 왜 안 된거야?

"안된 게 아니고 '못'된거지. 난 재능이 없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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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7-1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부분 기억이 나네요. 친구 사귀는 방법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이야기겠다, 생각하면서도 저 역시 밑줄을 그어놓았어요 ^^

한수철 2015-07-08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가 노련하다는 게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라는 문장에서 여실히 확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반박을 할 수 없잖아요, 결국 다 떨어져나가는 게 결국 친구라는 존재이니까요.^^

chaire 2015-07-08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반전이 있었네요! 어쨌든 저는 김영하의 때늦은 고백을 읽으며 고개 주억거린
1인. ㅋㅋ
그 많던 친구들이 결국은 다 남이죠. 울 엄마가 자주 그렇게 말해요. 나 말고는 다 남.
엄마는 자기한테 제일 잘해주는 나도 남이라고 단호하게 말하시는데... 나참 어이가 없어서... ㅋㅋ
그런데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는 게, 어쩌면 참 다행이기도 하죠. 김영하와 달리, 전 별로 후회는 안 돼요. 그것도 제겐 일종의 책이었으니까.

Joule 2015-07-0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친구 없는뎅. 하니케어 님도 친구 없구나 ㅎㅎ 근데 가끔은 격렬하게 사람들 속에 섞여 마음껏 깔깔거리고 웃고 싶을 때가 있어요. 가슴 저릿할 정도로 절실하게 그런 충동, 욕망, 갈망 그런 게 아주 가끔 일어요. 그리고 실제로 가끔 그렇게 웃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 틈에서 엄마 품처럼 포근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가 처음 보는 낯선 사람도 저는 친구처럼 대할 수 있어요. 친구가 뭔지 모르니까 낯선 사람도 친구처럼 대할 수 있다고나 할까 ㅎㅎ 그러나 뭐 어렸을 때부터 친구가 없었어도 술 마실 때빼고는 불편한 점 없어요. 근데 사람을 사귀지 않고 주위가 사막처럼 고요해도 책을 열심히 읽지는 않더라구요. 저는요.

Joule 2015-07-08 15: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저는 좋은 나라의 조건으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다양성을 꼽습니다. 다양성이 있는 나라. 그게 제가 꿈꾸는 나라예요.
 

예전에 하루살이를 불쌍하게 여긴 적이 있다.

1년을 살아도 365일이 있는데

평생이 단 하루뿐이라니.

 

그러나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지리멸렬한  내 인생을 영화로 만든다면

러닝타임 2시간도 넘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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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7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15-07-08 09:17   좋아요 0 | URL
동감 감사!
르나르 라는 사람이 뱀에 대해 쓴 시 全文이
`너무 길다` 였던 걸로 기억나요.

늙은 지체...점점 더 노화와 죽음에 대해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럭저럭 이 늙어가는 지체를 지니다가 사뿐히 저쪽에 가고 싶은게 저의 제일 큰 욕심이랄까요.



chaire 2015-07-08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사는 게 좀 지겹다 싶어요. 스무 살들이 간혹 가여워요.

hanicare 2015-07-08 14:37   좋아요 0 | URL
지금도 뭐 별로지만 이십대로는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대충 포기하고 살지만 그때는 아무 것도 아니면서 아무 것도 되지도 못하고 그저 부글부글 끓기만 했지요.
어떤 가치도 내게 입국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시절,

Joule 2015-07-0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세계관이라는 시가 하니케어님의 저 발상과 살짝 맞물려 있는 부분이 있어요.
말 나온 김에 한 번 더 읽어주세요 ㅋ

http://blog.aladin.co.kr/joule/7431692

hanicare 2015-07-09 09:16   좋아요 0 | URL
세계관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
다른 글들도 그랬지만 쥴님과 저는 공통부분이 상당히 많아요.
eccentric...
덜 사회적이고 더 자기중심적이고 근본적으로 radical한...
 

몇 달 전에 '세 평의 행복,연꽃빌라'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었다. 

 

일드'수박'으로 시작하여,'카모메식당' '안경' '수영장'으로 이어지다가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을 거쳐'연꽃 빌라'까지 어슬렁거리며 당도하게 되었다.

 

무심코 작가 무레 요코를 검색해보니 연꽃빌라의 후속작이 나왔다. '일하지 않습니다.'

지긋지긋한 직장을 자발적으로 그만두고  백수가 된 주인공이 다 쓰러져가는 야생(?)적인 거처-책을 읽어보면 왜 야생적인지 알게 된다.- 연꽃빌라에 사뿐히 내려앉아 적응하는 것까지 보았는데 그 후 이 여인네는 어떻게 되었나 한번씩 궁금하곤 했다.

응답처럼 후속작이 나왔으니 얼른 펼쳐볼 밖에.

 

이 두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가사키'가 겹쳐지기도 했다.

인생에 크게 실망한 한 남자가 있었고 사회적응에 실패하고 아무 곳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떠돌다가 옛날 자신이 자라난 집, 타인의 집이 되어버린 자신의 옛집으로 스며들어 벽장에서 숨어살다가 결국 들켜 교도소로 가게 되는 여인의 이야기 말이다.

(사실 '나가사키'의 그 여자를 보면서 나와 공통되는 부분이 적지 않아 소름끼쳤었다. 사회성 제로,주변머리 제로, 생활력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말년이 그렇게 될까봐 어린 마음에도 무서워서 밥벌이라도 하려고 이과를 선택했었나보다.-_-;;)

 

어렸을 때는 영웅과 천재와 위인의 이야기에 매혹되었다.손오공,삐삐,톰 소여같이 엉뚱하고 유쾌한 괴짜,말썽꾸러기(착한 애들은 가라!)의 모험에 홀딱 빠져들었었고. 그러나 처음에 반짝반짝 빛나던 것도 세월과 세파에 마찰되다 보면 도금인지 순금인지 알게 될 날이 온다.자신이 순금의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되는 날이 어른이 되는 날일지도 모르겠다.

 

내게 특별한 재능이나 사명이 없다 판단될 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을 때

사회생활이란 것과 인간관계란 것에 신물이 날 때

남아있는 세월을 어떻게 견뎌야할까? (물론 부양가족이 있다면 이런 이야기는 씨알도 안 먹히겠다만)

 

21세기에는 뭘  가지든 뭘 시도하든 독창적이라거나 멋져보이기 어렵다.아예 아무 것도 안 하고 소유하지 않는게 제일 radical할지도 모를 일.그런데 유명한 누군가가 미리 말했던 대로 인간의 불행은 자기 방에 가만 있지 못하는 데서 나온다고 한다. 연꽃빌라의 자발적 백수는 3년 후 뭔가 하려고 한다.수를 놓는 것인데 이것도 일종의 예술인걸까,소일거리인걸까. 보통의 일상으로는 무의미를 견디기 힘드는 걸까? 놀이와 예술의 차이는 무엇인지.

 

예술이 일상보다 우월하다거나  절대적인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뛰어난 예술가와 능력과 인품을 갖춘 보통 사람중에 골라서 태어날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굳이 예술이니 창작의 고뇌니 헛소리하지 않고 내 스스로의 힘으로 의식주를 때깔나고 맛깔스럽게 꾸려나갈 수 있으면 족할 것같다만.그리고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간사한 인간세상에서 흔적없이 탈출할 수 있다면 최상일텐데.

 

 

이 책들과  함께 '세상물정의 사회학'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곁들여 읽어도 괜찮겠다.

 

이젠 특출난 사람의 이야기가 싫증난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음악가 알리스의 이야기를 쓴 '백년의 지혜'가 살짝  떠올랐다.거기서 그 '유대인' 여성은 탈렌트를 가진 자였고 본인도 그걸 잘 알고 잘 써먹었다.  이 '유대인' 여성은 구사일생으로 죽음의 수용소에서 아들과 함께 살아남는다. 강인한 성격과 긍정성이 물론 중요했겠지만 이 모자를 살린 나머지 한 기둥은 그녀의 음악적 재능이 아닌가.이 '유대인'(유대인이 저지른,저지르고 있는 죄악을 생각해보면 이 자들이 자기들만 당한 것처럼 홀로코스트 운운하는 것도 역겹다.심기가 불편해서 유대인에 ''를 찍는다.) 여자처럼 특별한 재능을 타고 나지 못한 사람에게 세상은 어떤 곳일까.

 

평범하지만 유별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싶다. 자기 식으로 살면 유별나다 소리를 듣는 이 곳에서 어떻게 버티며 존재하고 있는지.안부가 궁금한 사람들은 그들이다.

 

* 수전 손택의 말, 백 년의 지혜,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집 등등 이 페이퍼에 풀어야 할 내용이 많은데 시간이 없다. 아, 정말 왜 이렇게 쫓기듯 허덕이며 살아야하는지.

 

(이 별 재능없는 존재들의 반대점에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진가가 있는데 그녀는 왜 극구 자신의 존재를 감춘 것일까?)

 

*'수전 손택의 말'(p60)에서 인용

 

...전 세상이 주변적인 인간들에게 안전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좋은 사회의 최우선 요건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주변성을 허락하는 거예요.자칭 공산주의라는 국가들이 그토록 끔찍한 건 그들의 관점이 학교 중퇴자나 주변적인 사람들을 포용할 여유가 없다는 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길바닥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을 두어야만 해요. 예전에 일어났던 멋진 일 중 하나는 수많은 사람이 주변인이 되길 선택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는 겁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가 주변인들과 주변 의식 상태를 허락해야 할 뿐 아니라 비정상적이고 일탈적인 것 역시 포용해야 한다고 봐요. 전 일탈에 대찬성입니다. 물론 모두 함께 일탈을 저지르는 건 불가능하죠. 대다수의 사람은 어떤 중심적인 존재 양식을 선택해야만 하니까요.그래도 점점 더 관료주위적이고 획일적이고 억압적고 권위주의적으로 되어가는 것보다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게 낫지 않나요?

 

*'수전 손택의 말' -뒷표지에 마침 노명우의 글이 실려있다. 늘 느끼는 바이지만 책세상은 의외로 좁고 거미줄처럼,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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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8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28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15-05-2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안 읽었습니다. 안 읽었어요. 분명히 안 읽었어요! 하니케어 님 페이퍼를 스맛폰으로 읽고 싶진 않아요. 넓은 모니터로 천천히 꼭꼭 씹어 읽어야지. 그래야 어디 허튼 소리 하신 건 없나 눈에 불을 켜고 찾죠 ㅎㅎ

라로 2015-05-29 14:42   좋아요 0 | URL
아마도 하니케어님은 아날로그니까??ㅎㅎ
 

도서관에서 빌리기에 좋은 책들이 있다.

궁금하기는 한데 돈 주고 사기는 아까운 책 혹은

사고는 싶은데 과연 살만한 책인지 미리 검증해보고 싶을 때.

(책이 번식하는 걸 싫어한다. 장서의 괴로움이니 어쩌니 하는 헛소리들을 들으면 마구잡이로 먹어서  늘어진 뱃살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랑하는 족속을 보는 듯 하다.만고 자랑할 게 없어 책으로 자랑을?)

 

어린시절과 대학시절을 빼고는 도서관에서 책 빌리는 걸 싫어했다.(어린시절은 소득이 없으니 맘껏 책을 사들일 수 없었고 대학때는 도서관측에서 관심가는 책들을  빨리 업데잇시켰기 때문에 좀만 부지런을 떨면 깨끗한 책으로 빌려볼 수 있었다.)

감각으로 받아들일  형태가 있는 것이라면 정신과 육체 공히  만족시켜줘야 접촉할 기분이 난다.

내게 있어 책은 일용할 양식, 달콤한 후식,심심할 때 간식이라는 필요불가결한 소비재이므로 

불결한 책들을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 남이 남긴 잔반으로 차린 밥상을 받고 싶지 않은 것처럼.

 

지금 내가 사는 곳에는 도서관이 개관한지 얼마되지 않아 책들이 모두 펼치면 쩍쩍 갈라질 듯한 새것이다. 이사를 다니면서 짐을 더욱더 줄여야겠다고 결심한 바가 있어 뭐든 사들이는 걸 자제하는 중인데 이렇게 멋진 일이 생겼으니 아주 애용해주고 있는 중이다.그리하여 이번에 빌린 책이 장윤현 감독의 '외로워서 완벽한'이다.

 

예전에도 페이퍼 어딘가에 쓴 것 같은데 나는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필름이 돌아가는 동안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거액이 차르르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다.  감독이 과연 감독 자신만의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배우와 스탭과 그 무엇보다도 자본! 글을 쓰는 건 별로 돈이 들지 않는 일이고 그러므로 자기 마음 가는 대로 써도 돈을 끌어다 쓸 필요가 없으므로 영화 감독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자유로울 듯 하다. 최악의 경우 자기만 읽어도 되니까. 누구에겐가 돈을 지불해야할 필요가 없으니까.누군가에게 자기에게 투자하라고 설득할 필요가 없으니까.도서관에서 빌린 장윤현의 책,'외로워서 완벽한'에도 내가 생각했던  이 부분이 나온다.영화감독이란 참 쓰라린 일이겠다.

 

책을 주욱 읽어내려가다 흠칫 저자의 약력을 찾아보게 되었다. 아,이 사람은 나와 동년배이다. 그런 감이 찌르르 손끝을 타고 흘렀다. 저자가 곳곳에 배치한 모티브들이 내게도 피붙이처럼 친숙했다.

 

첫번째 단서가 이 성복의 시 한 편이었다.(예전에 페이퍼의 카테고리명을 여기서 따왔었다.)

 

기억에는 평화가 오지 않고 - 詩 이 성복(시집;남해금산)

 

기억에는 평화가 오지 않고 기억의 카타콤에는 공기가 더럽고 아픈 기억의 아픈, 국수 빼는 기계처럼 튼튼한 기억의 막국수, 기억의 원형 경기장에는 혀 떨어진 입과 꼭지 떨어진 젖과......찢긴 기억의 天幕에는 흰 피가 눈내림,내리다 그침,기억의 따스한 카타콤으로 갈까요,갑시다,가자니까,기억의 눅눅한 카타콤으로!

 

이성복,바그다드까페,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

 

역시 그는 나와 동갑이었다. 차분하게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을 읽으면서 다시 80년대 90년대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얼마전 좋아하던 작가 김지원을 검색하다가 그녀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그것도 2013년에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게 되어 쿵 하고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었다.김지원과 오경아는 내게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가이다.  주저주저 하면서 말할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말하려는 작가.감성적이고 소심하고 생각이 많은 여자들.

 

이성복과 최승자의 시집을 지니고 다니면서 많이도 읽어댔구나.이 성복은 대학교수로 안정되게 사는 걸까? 최 승자 시인은 아이오와에 다녀온 후 내놓은 시나 근황이 너무 아니어서 가슴 아팠었다.교수니 가정이니 그런 것에 기대지 않고 어떤 권위나 단체에도 끼이지 않고 자신만으로 사는 건 너무 힘든 것이었을까?

 

 

장윤현은 상처받은 자의 연대를 믿는가 보다. 정치적 연대는 가능할지 몰라도 상처받은 인간들이 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내가 살아본 바로는 그렇다.때는 때로서 녹일 수 없다.기름때는 맑은 기름으로 녹일 수 있다. 그 기름이 때보다 더 더러워지면 때를 빼줄 수 없다.인간이 인간에게  상처없이 줄 수 있는 건 작은 친절밖에 없지 않을까? 아니면 장윤현은 나와는 달리 선량하고 현명한 인간이어서 유유상종, 선한 사람들을 만났던 것일까?

 

-장윤현의 영화를 한 편도 안봤네.

접속이 대유행할 때도 텔미썸씽도 황진이는 물론이고 가배역시.

(다만 어디선가 고종이 커피를 무척 좋아했다는 말을 듣고 그 가엾은 울보인상의 왕이 조금 좋아졌었다.)

 

 장윤현의 얼굴을 보니 늦된,섬세하고 따스한 곰돌이같이 생겼다.아마 그가 동급생이었다면 난 걔랑 별로 친하지 않았을거다. 답답하다고. 범생이라고. 장윤현 측에서도 나를 경원했을 것이다. 성실하지 않고 엄살이 심하고 게으르다고. 그처럼 차근차근,허세없이 실력을 쌓고 고통을 묵묵히 견디고 진중하고 뭐,..그런 훌륭한 사람이 못되어서 유감이긴 하다만, 나는 습자지 한 겹보다 더 가볍게 흔적없이 살다가고 싶을 따름이다.세상에는 덧없는 것에 매혹되는 철없는 영혼도 있는 법이니까.

 

*PS 1;신기한 일이다.지금 CBS FM에서 calling you가 나온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동경기담집'에서 재즈의 신과 잠시 접신했다고 우겼었는데 난 그럼 도서관의 신과 윙크라도 한건가?

 

*PS2;홍차를 연구하다가 찻잔에 빠질 뻔한 꼭지를 보고는 쿡쿡 웃었다. 아,이런 심성의 소유자라면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안되지만) 비싼 찻잔 한 벌 보내줄까? 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이 사람에게 입양된 찻잔은 아마 소중히 오래오래 고이고이 다뤄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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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5-02-03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달에 한 번씩 우엉을 사다 채썰어 말려서 덖는데 오늘이 덖는 날이었어요. 생각보다 우엉이 빨리 떨어져서 이번에는 욕심을 부렸는지 양이 많아 평소에는 한 시간이면 덖을 것을 두 시간이나 했더니 녹초가 돼버렸어요. 그래도 내일은 우엉차를 끓여 마실 수 있겠다 생각하니 아이고 뿌듯해라 ㅋㅋ

남이 보다 만 헌 책, 저도 꽤 싫어라하거든요. 근데 그게 저의 허영, 사치 폴더에 들어가는 것 같아 혼자 괜히 눈치보며 입 꾹 다물고 있었어요. 근데 이제 어깨 펼래요. 제 어깨 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잔반으로 차린 밥상이라는 비유... 너무너무 좋아요. ㅎㅎ 거기에 덧붙여 저는 도서관이나 서점 시끄러워서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책들이 떠드는 소리에 조금만 있어도 금방 머리가 아프더라구요. 나중에는 어지럽고 속도 메스껍고 ㅋㅋ 그래서 제가 대장 노릇할 수 있고, 제 마음에 드는 책들만 들어앉아 입 다물고 가만들 있는 제 책장이 좋아요. 서점보다는 백화점이 좋구요. ㅎㅎ

hanicare 2015-02-04 12:20   좋아요 0 | URL
가정경제 파탄나는 정도 아니면 약간의 사치와 허영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일말의 허영도 없는 사람은 살벌해서 싫어요. 인간이 동물에서 좀 발전한 원동력 중 하나가 허영심도 있지않을까 싶거든요.인간이 인간다우려면 약간의 허영은 양념으로 ㅎㅎㅎ

저는 어릴 때는 예쁘고 상냥한 언니들(예전엔 특히 인형처럼 예쁜 여인네들로 엄선된 엘리베이터걸이 있었거든요.)과 반짝반짝 디자인 좋고 질좋은 제품때문에 백화점을 좋아라했어요.(단,바겐세일 중의 백화점은 딱 질색.)

도서관도 좋아해요. 초딩때 햇빛 눈부신 하얀색 어린이전용 시립도서관 별관에 들어갔을 때 마치 3단 케이크에 떨어진 개미처럼 황홀했던 기억,잊을 수가 없네요.그때 점심으로 호빵 하나 우유 하나 사면 딱 백원이었던 것도 좋았구요.

호텔도 나름 좋아합니다.특히 여름 휴가 때 패키지의 조식부페가 좋아요.취사 청소 세탁 이딴 것들이 얼마나 내 신경을 좀먹는가 절실히 느끼죠.내 사생활에 빨대와 확대경,이빨을 들이대지 않는 건조한 친절이 좋더라구요. 그리하여 언젠가 쥴님께 그런 댓글도 달았죠. 장기투숙되는 괜찮은 호텔에 가방 하나 들고 들어가 살고 싶다구요.^^

흠 이러고 보면 부자이긴 해야 하는데 이승에서는 힘들 거 같네요.상상이라도 넉넉히~




치니 2015-02-0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짧다면 짧은 페이퍼 안에 대체 얼마나 많은 통찰의 내력이 들어갔는지, 적어도 세 번은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요.
이성복, 바그다드 카페, 최승자, 키에슬로프스키......으음, 저도 역시 그 세대가 전혀 낯설지 않네요.
`접속`을 끝으로 저 역시 그의 영화는 안 봤지만(영화가 재미없었으니까), 책은 괜찮은 모양이네요.
걸어 갈 만한 도서관이 늘상 꿈인데 생각보다 대한민국에선 쉽지 않아요. 여기서조차도 차를 타고 가야하니, 마음은 늘 가고 싶어하는데 몸이 안 따라주네요. 이 포스팅 본 김에 조만간 가야겠어요.

장서의 괴로움 운운하는 헛소리 대목에서 또 크게 웃었습니다. 하니케어 님 포스팅은 읽자마자 속이 시원해지는, 대빵 잘 듣는 소화제 같아요.
위에 답글 쓰신 것처럼 저도 호텔 좋아요. 로또 되면 집 안 사고 전 세계 호텔 돌아다니며 장기투숙하겠노라, 늘 그랬는데 뭐 로또는 무슨. 가끔이나마 제주도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쁘장한 단독 펜션이나 호텔 중 하나라도 가서 며칠 자고 오고 싶을 뿐입니다.

hanicare 2015-02-05 12:43   좋아요 0 | URL
언제나 없는 재주에 아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 주절주절 끄적거려
포스팅을 올리거나 댓글 달 때 송구스런 마음이 자주 들어요.
(늙으면 입은 꼬매고 지갑은 열어놓으라 했건만,에휴)
과찬하셨지만 서재동네분의 따뜻한 격려(?)로 생각하고 감사드립니다.

집 위치가 걸어서 마트 도서관 대중교통 이용이 손쉬운 곳이면 참 좋겠지요.
저는 집에서 도서관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소요되네요.(마트는 차를 이용해야함)
새 도서관이고 창가에 Bar처럼 주욱 붙여놓은 좁은 책상에 앉으면
맞은 편에는 오직 하늘과 나무와 얕은 산이 있을 따름이어서
타인과 마주 앉을 필요 없다는 것이 더욱 좋아요.감사할 일 중 하나입니다.

스님들이 도 닦을 때
제일 먼저 가족과 인연을 끊고 출가해서
머리 깎고 제복입고 탁발한 이유를 알겠어요.
일상을 기본 수준이라도 유지하면서 도 닦는 게 힘든 일이라 그랬겠지요.
침식 제공되는 곳에서 암 생각없이 한 달만이라도 빈둥거리고 싶은 게 소원 중 하나입니다.

일상이란 이토록 사소하면서 이토록 무겁군요.

chaire 2015-02-0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텔은 아니고 친구가 잡아놓은 레지던스에서 침대에 몸을 기대고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해의 등그림자를 느끼며 손전화의 작은 자판을 간신히 누르고 있노라니, 제 검지가 너무 느려 하고 싶은 말이 계속 사라져가네요. 뭐 덧붙일 말도 없습니다만 구구절절 마음을 달구네요. 아, 사람이 이렇게 섬세하게 생각을 정돈하고 다림질하며 살아야 하는데 전 꾸역꾸역 종이 구기듯 뭉개며 사는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내 발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구석으로 떠밀리게 되는 듯... 상처받은 자들의 연대는 불가능하다는 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 또 이상하게도 상처받은 자만이 상처받은 자를 알아보는 것도 같고. 어쨌거나 상처를 묵은때처럼 키워선 안되겠다고 다짐. 이성복의 시, 또 뒤지게 만드시네요.

hanicare 2015-02-06 10:43   좋아요 1 | URL
이성복의 시집 `남해금산` `그 여름의 끝` 질기게 읽었네요.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 즐거운 일기` `기억의 집`
신대철,황지우,오규원.(황인숙 허수경도 넣어줄까요.)
아, 참 기형도가 있었군요.봄날 저녁 그의 사망소식을 알게 되었는데 곧 그는 신화 비슷한 것이 되었죠.

그 당시 내 주위엔 이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음반같은 것도 구하기 힘들었고 소문으로 글로만 듣던 영화들도 접하기 힘들었죠. 나라가 촌스럽고 척박했고 그 중에 지방은 더 척박한 토양이었으니까요.

그 중 최승자 시인을 가장 좋아했는데schizophrenia라니. 충격을 받았었어요. 그 재능이 아깝고 ! 결국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나. 시인에게 깃들 곳이 이 나라엔 그 병동 밖에 없었나....

 

가끔 그런 상상을 했었다.

 

담쟁이 덩굴이 나랑 같이 늙어가는 고색창연한 벽돌 건물이 있고

거기에 보자기만한 내 방이 하나 있고

늘 곁에 두고 보는

생각보다 몇 권 안되는 책이 있고

늙고 어리석은 내가 코를 박고 책을 보다가

손바닥만한 창을 좀 열어놓고는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다가

안경알을 호호 불어 닦고는

싱긋 웃는다.

속으로는 아이고 어깨야 허리야 하면서도.

잠시 창 밖의 은행나무를 보다가

황금 카펫을 좀 밟아볼까 하다가

읽고 있던 오래된 '한시' 속으로 몸을 푹 다시 담근다.

 

'  ' 속의 대상이 한시가 된 까닭은

이언진을 다룬 책 몇 권을 보다가

저자를 검색해보고는

그 저자가 쓴 수필집이 읽고 싶어져서

결국 출판사까지 전화해봤지만 절판이라 못 구한다는 걸 알고 난 뒤라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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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15-01-2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언진... 어느 해였나, 작년? 재작년? 하니 언니의 소개로 사서 읽고는 참 좋았지요. 그가 사는 동네가 왁자지껄한 우리 시장통과 비슷해 보여 동감이기도 했고... ㅋㅋ
저는 절대로 저 상상 속의 삶을 꾸려갈 자신이 없지만, 언니라면 어울리시기도 하고 잘해내실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그 삶 속에서 주인공은 못 돼도, 간혹 이상한 나라에서 온 손님처럼 찾아들어, 언니가 내려주는 커피 한잔 얻어 마시면, 이야 그 맛 참 좋겠다!

늙고 어리석은 나., 이 말 왜 이리 정감가고 공감가는지. 그렇게 늙어가도 좋겠어요.

Joule 2015-01-28 18:30   좋아요 0 | URL
근데 어떤 언니가 제일 좋아요? ㅎㅎ 언니들이 카이레 님을 이뻐하는 이유가 있어. 이렇게 다정하잖아. 한때 나한테도 언니라고 왜 안 하느냐고 막 따졌었죠! ㅋㅋ 저는 친언니도 언니라고 부르면 징그러워요. 그래서 홍길동이라고 이름 불러요.

chaire 2015-01-28 19:27   좋아요 0 | URL
하니 언니요! ㅋㅋ
(글고 보니 이 댓글에 유독 `언니`가 많네요. 어쩌다 그랬지 :-)

hanicare 2015-01-29 09:50   좋아요 0 | URL
제가 돈 안되는 일에 좀 집요할 부분이 있어요.
마음에 남는 글 속의 사람들은 잘 잊지 못해요.

Joule 2015-01-2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생각보다 몇 권 안 되는 책`

hanicare 2015-01-29 09:16   좋아요 0 | URL
한번씩 쥴님은 저를 놀라게 하는군요.
저 글의 핵심은 `생각보다 몇 권 안 되는 책`이에요.
그렉 하우스 추천도 놀라왔지만요.

Joule 2015-01-2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서치가 책만 보는 바보들이었군요 ㅎㅎ 여쭤보려다가 구글에 검색해봤어요. 볼 간, 책 서, 어리석을 치였네요. 저는 간서치는 아닌 것 같아요. 책을 보고 있다 보면 이렇게 책만 보고 있어도 되나 마음이 동동거리곤 하거든요. 책만 보고 있고도 싶고, 나가서 하염없이 걷고도 싶고, 커피 한 잔 들고 멍하니 아무런 상념에 젖어들고도 싶고... 근데 지금은 배가 고프네요^^

hanicare 2015-01-29 12:26   좋아요 0 | URL
움직여야 하는 걸 싫어해요.
전생에 식물이었나?
(저같은 사람 투성이면 세상이 안 돌아가겠지요. 저같은 멍청이 하나도 없으면 세상이 삭막할까요? 종 다양성을 위해 가끔 하나씩은 구색으로 ㅎㅎㅎ)
글고 나가봤자 좋은 것 별로 없어요.맛있다는 곳에 가봐도 별로.
내가 내린 커피가 더 맛있고
내 머릿 속이 더 재밌거든요. ㅎㅎㅎ

이렇게 말하니 나란 사람은 비호감인게 당연합니다.
(근데 어떡해요. 호감받는 것도 피곤하고 부담스런 것임.)

2015-02-01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3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