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머그를 고르는 것은 무던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보다 쉽지 않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걸 원하는 게 아니다.

몇 피스건 부담없이 사들일 수 있어야 몇 개쯤 깨먹어도  속쓰리지 않을테지.

하루끼는 옛날 어느 수필집에서 인생은 볼펜이 늘어나는 과정이라고 했다.

십년 이상 살림하는 시늉을 하고보니  짝없는 그릇들이 증식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늬나 색이 없는 그저 단순한 머그를 찾고 있다.

촌스럽지 않고 질리지 않는 색과 패턴을 구사하는 것은

고도로 세련된 감각과 기술이 손잡고 나가야 가능할거다.

그만큼 가격대는 쑥쑥 올라가겠지.

금테 은테 사절이다.

그걸 두르면 전자레인지 사용불가이며 식기세척기에 막막 돌리기가 부담스러우며

닳은 금테나 은테는 줄나간 스타킹을 신은 여자처럼 처량맞다.

처음엔 눈부시게 빛나다가 세파에 시달려 빛을 잃는 것보다

세월이 지날수록 은은하고 더 정겨워지면 좋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려운 일은

마음에 쏙 드는 흰색을 찾아내는 것이다.

 

싸보이지 않고

차가와보이지 않고

답답해보이지 않는 흰색.

 

흰색이라고  다같은 흰색이 아니구나.

푸른기 회색기를 띤 흰색은 값싸거나 차가와 보인다.

아이보리기를 많이 품은 흰색은 더워보이고.

 

얄팍한 머그는 얄팍한 인간만큼이나 싫다.(이 얘기는 댓글로 쥴님과도 나눈 적이 있음.)

두툼하고 입술에 닿는 부분이 편안하고 따스한 색감의 하얀색 머그를 찾아 몇 년간 헤매어왔다.

 

궁극의 머그는 아직까지 입수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 단순한 일의 난이도가 어찌 무던한 남편감을 찾는 일보다 낮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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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9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0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aire 2015-07-30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껏 어떤 글을 봐도 저 위의 좋아요만 눌렀지 공유하기를 누를 생각은 해보지 못했는데, 이 글은 철학적이면서도 편안하고 또 무난한 머그처럼 무난하기도 하면서도, 절대 둔감할 수 없는 이의 예리한 생각의 둘레가 살아 있어, 저도 모르게 공유하기 버튼을 눌렀는데.... 정작 공유할 채널이 제게는 없군요. 아쉬워라. 어쨌든 저는 목마른 날의 샘물처럼 때때로 읽어야겠다... 생각합니다. 잘 늙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그나저나 이딸라 하얀색 머그컵 정도로도 안 되는 건가 봐요. 그 궁극의 흰색은...! ^^


hanicare 2015-07-30 18:12   좋아요 1 | URL
이딸라는 지나치게 총명해보여요,ㅎㅎㅎ. 가장자리가 날카로운 느낌이거든요.
저는 타원형의 알같은 느낌. 둥글고 따뜻한 동굴같은 느낌을 찾고 있어요,
아이참 별걸 가지고 다 주절주절거리죠?

까탈스러운 것 같겠지만 변명삼아 덧붙입니다.
각 개인의 까탈스러움을 종량제 봉투에 다 담아본다면 거의 같은 용량이 나오지 않을까? 즉 각 개인별로 까탈의 총량은 일정하다라고 ㅎㅎㅎ.


2015-07-30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1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15-08-07 12:01   좋아요 0 | URL
카이레 님이 말씀하시는 건 이딸라 띠마 머그인데 그거 말고 샤르야톤 머그가 하니케어 님이 찾으시는 머그와 유사하지 않을 까 싶어요. 하니케어 님 글 읽자마자 바로 그 머그가 떠올랐거든요. 얼핏 보면 투박해 보이고 좀 촌스러운 거 아냐 하는데 저는 아마 죽을 때까지 이 머그 쓸 것 같아요. 언제 백화점 가서 보세요. 신세계 백화점에서는 세일 때 가면 1+1으로 5만원에 두 개 살 수도 있고 그랬어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https://www.iittala.com/Tableware/Sarjaton-Mug-036-l-white/p/A018615

저는 사르야톤 머그 티키 쓰고 있어요 지금은.

hanicare 2015-08-07 14:52   좋아요 0 | URL
이런 스타일 괜찮네요. 호가나스의 나무 받침있는 머그도 괜찮아보여요.
단 스티커 부분이 스티커가 아니었음 싶어요.

Joule 2015-08-07 15:31   좋아요 0 | URL
사진보다 실물이 낫고, 처음 봤을 때보다 사용하면서 더 사랑하게 되는 머그예요. 두께와 질감과 색과 무게의 거의 손색없는 조합이라고 할 수 있죠.

hanicare 2015-08-08 10:11   좋아요 0 | URL
그런 사람이 일생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쥐면 찌그러질 호일만한 인품으로 저는 이렇게 간신히 존재합니다....

Joule 2015-08-08 13:46   좋아요 0 | URL
그러게 정말... 저도 사진보다 실물이 낫고 사용하면 할수록 요긴하긴 해요. 그런데 사랑할 만한지는 잘 모르겠네요 ㅎㅎ

근데 호일과 하니케어 님은 왠지 잘 어울려요! 옛날에 어떤 낯선 여자가 살았는데 그 여자는 손에 항상 호일을 들고 있었대요... 뭐 그런 장면이 문득.

2015-09-26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15-09-30 10:38   좋아요 0 | URL
하하...지금 집공사 1/3정도 진행되었어요.
헌집이란 게 까면 깔수록 숨겨진 뭔가가 나오네요. ^^;;
남자나 여자나, 집이나 건물이나 과거가 있는 건 좀 별로네요.
김모씨와 저는 혹시라도 절대 헌집은 사지말자고 맹세를 !
비용추가 일정추가 게다가 추석연휴에 10월의 공휴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일몰 후 공사 금지 등등.
결국 보관이사하고 10일 정도 호텔 신세 지기로 했습니다.

화장 안하고 옷 안 사입고 휴가 안가고 쇼핑 안하고 책은 주로 빌려보고
(개인 빵집,커피집에서 빵과 원두는 좀 사먹어요, 히히힛. 뭐 제가 간디도 아니고 먹는 것조차 구미에 맞게 못 먹으면 무슨 재미?아,...그래서 요즘 어려운 시절이라 먹방이 인기일까요?) 뭐 그렇게 지내는데
잠자리 만큼은 지저분하거나 불편한 걸 못 견뎌서 경비가 지출되겠군요.
(친인척 집에 가서 묵는 것 그들이 내 집에 와서 묵는 것 딱 질색임.
돈은 그럴 때 쓰라고 버는 거임.
남보다 못한 친인척들에게 뭉개면서 세이브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

명절 인사를 드릴까 말까 좀 망설였댔죠.
어쩌면 그것도 상대방에겐 부담일 수 있겠다 싶어서요.
맛난 거 많이 드셨어요?
두 분 모두 기름 바른 송편처럼 포동해지신 건 아니구요? ^^*

뒤늦게 답신하면서-전 뭘 내다버릴 때,빚을 갚아버릴 때가 좋은 거 보니 부자되긴 글렀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