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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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보잘 것 없는 것들

(28p)

일기인가

기록인가

평전인가

에세이인가

논픽션인가

하물며, 소설인가


경계를 넘나드는 '듯'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하.

경계를 넘나든다는 말 자체를 거부하는 책이구나


경계,를 '포기'하는 책이구나


그 따위 것은 기쁘게 포기하는 책이구나

'어류'를 통해


그렇다면 제목이 맞는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되

어류가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닌가


지구, 아니, 우주 모든 존재를 귀히 여기자는 메시지가 아닌가

'민들레 법칙'이란 걸 들어서.


민들레 역시,

밟고 지나다녀도 아깝지 않을 시시한 풀꽃이 아니라 

귀한 존재성을 가진, 

그도 꽃이란 이야기가 아닌가


그러니까 민들레는,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책을 읽고 더 단단하게 든 생각은 역설적이게도

물고기는 존재한다, 이다


그리고 그 생각을 더 단단하게 해 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다시 한 번, 역설적으로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서사법, 수사법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허구는 아니지만 이 책이 소설로 읽히는 이유는

챕터마다 저자가 발군의 솜씨로 발휘한 '궁금증 유발' 끝맺기다.


이책을 '페이지터너'라고 명명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뒷이야기가 궁금한 이유가 

사실은 거창하게 커튼을 벗길 만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지만

(거창하게 커튼 벗길 만한 이야기가 맞기도 하다)

바로 뒤에 걸작이 걸려있다고 적시에 귀띔하는 

저자의 탁월한 글쓰기에 있음을.


이 책의 매력을 앞다투어 손꼽는 사람들은 많다.


그 중 절대다수가 품은 메시지와 말하는 형식,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란 가설 내지, 전제 내지, 결론 하에

시간의 흐름대로인 듯, 혹은 의식의 흐름대로인 듯

픽션인듯, 논픽션인 듯 풀어가는 형식.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그 모든 것을 품은 '글솜씨'이다.


룰루 밀러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든다기 보다는

그런 경계가 필요없다.


이쪽과 저쪽을 긋는 경계선이 이 사람에겐 의미가 없다.

원래는 논픽션 통이다. 저널리스트니까.

하지만 그에게 픽션을 쓰라고 자리를 깔아주면 

기가 막힌 작품이 나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대로만 쓰면 될테니까.


경계가 필요없는 사람이 경계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참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자신이 민들레인 것인데...

자칫, 자기합리화를 위해 이토록 매력적인 이야기를 했느냐는

빈축을 살 지도 모르겠다.


그런 빈축을 제기할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민들레가 민들레의 귀함을 논하지 않으면 누가 해 줄 거냐고.

이 세상이 그리 짝짝꿍이 잘 맞드냐고.


이 책에서 더없이 소설적이라 추앙하고 싶은 문장.

내가 쓰는 소설에서 결국은 못 쓰고 말겠지만,

어찌어찌 쓸 수 있었다면 영예가 되었을 문장.


인간은 "하늘을 바라보며" 직립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우월성을 드러내지만, 물고기는 "물속에서 엎드려"있다.


(44p)



아, 저자에게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 것들을 눈여겨봐 주어서 고맙다고.

어쩌면 뒤로 물러나져 있는 보잘것없는 것들,일테지만.


(번역은 또, 왜 이렇게 잘한 건지. 얼핏, 봉준호의 샤론최가 떠올랐다.)


*이책 읽다가 떠오른 무작위의 책들



우리는 더 이상 동질성의 세계에 살지 않는다. 동질 사회는 지난 20~30년 동안 천천히 사라졌다. 더딘 발전이었고, 또한 모든 영역에서였다.
동질 세계는 모든 물질적 영역에서 사라졌다. 물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거대한 변화가 있었다. 물론 열차 시간표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다른 시간표를 보자. 「차이트 임 빌트」(Zeit im Bild, 오스트리아공영 방송의 저녁 뉴스 프로그램으로 1955년부터 방영되었다.)나 「타게스샤우」(Tagesschau, 독일에서 가장 오래 방영된 공영 방송의 뉴스 프로그램)를 보기 위해 전 민족이 오후 7시 30분이나 8시에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 앉는다고 상상해 보라. 그랬던 적이 없는 젊은 사람들에게만 이상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험했고 그렇게 자란 사람들에게도 이런 일은 더 이상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다시 보기 서비스, 케이블 방송, 유튜브 사이에서 우리 사회는 더 이상 하나의 시간표로 규정되지 않는다.


-<나와 타자들> 중에서


혼돈이 그 사람을 집어삼킬 것이다 - P15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은 매번 숨 쉴 떄마다 자신의 무의미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거기서 자기만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 P125

혼돈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하는 시기의 문제다. - P15

자기가 하는 일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을 때에도 자신을 던지며 계속 나아가는 것은, 바보의 표지가 아니라 승리자의 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 P19

이미 지도가 존재하는 땅들의 지도를 만든다고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그들에게는 경거망동이자 하루의 쓸모에 대한 모욕으로 보였을 것이다. - P25

미적 관심과 구별되는 과학적 관심을 보여주는 특별한 증거는 숨어 있는 보잘것 없는 것들에게 마음을 쓰는 일이다. 숨어 있는 보잘것 없는 것들. - P28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는 강박적인 수집이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 P31

아가시는 자연 속에 신의 계획이 숨겨져 있다고, 신의 피조물들을 모아 위계에 따라 잘 배열하면 거기서 도덕적 가르침이 나오리라고 믿었다 - P44

인간은 "하늘을 바라보며" 직립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우월성을 드러내지만, 물고기는 "물속에서 엎드려"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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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
칼럼 매캔 지음, 이은경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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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자들은 의도적으로 규칙을 꺤다. 규칙을 깸으로써 언어를 다시 만든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만든 언어를 이전에 아무도 사용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구사한다. 그리고 그 언어를 거듭 철회하면서 자신만의 규칙을 꺠고 또 깬다. (25p)



소설을 쓰면서 늘 드는 회의는 이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써먹었던 소재요, 다 했던 이야기들인데

새삼스럽게 내가 왜 또 쓰고 있는가?


소재를 하나 잡아서 쓰려고 자리를 잡는다.

첫문장 한 줄 쓴다.


혹시, 비슷한 소설이 먼저 나온 게 있나 인터넷 검색을 한다.


있다....


에라이...


문서를 삭제한다.


다시 다른 소재를 하나 잡아서 쓰려고 자리를 잡는다.

첫문장 한 줄 쓴다.


혹시, 비슷한 소설이 먼저 나온 게 있나 인터넷 검색을 한다.


있다...

아예 첫문장마저 비슷하다.

토씨 정도 다르고.


에라이...


의도치않은, 표절이 아닌가.


이 정도 되면 소설 쓰기 싫어지게 마련이다.

스승님께 이메일을 넣었다.


"선생님, 제가 쓰려는 걸 다른 사람들이 다 써먹었어요."


마음 좋은 스승님이 화나시는 거 꾹 누르고 보내주신 답신.


소재는 같으나 그대가 쓰는 방식도 같은가?

첫문장이 같다고 해서 방식조차 같은가?

아닐 것이네.


그대는 아무도 흉내내지 못하네.

아무도 그대를 흉내내지 못하네.

읽지도 않은 소설을 대체 어떻게 흉내낸단 말인가.

우연히 비슷해 보여도 그건 확연히 다른 작품이라네.

그러니 당당하게. 

웃어, 넘기게.


그 말에 용기백배.

새 문서를 열어 첫 문장을 또각또각, 찍어냈다.


한 방울.


내 소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마, 어디선가, 분명 또 비슷한 게 있을 거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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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아 - 월드원더북스 1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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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아. 곰을 부른다. 19세에 사진 한 장 보고 알래스카에 매료되었던 사람. 그 뒤 알래스카에 자신을 바친 사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사람. 곰에 천착했던 사람. 곰에게 그만, 생을 내어준 사람. 그렇게 떠난 사람. 43년 그의 생은 알래스카 얼음처럼 멈춘 시간으로. 그리 기억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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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임 문학동네 플레이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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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40년 내공의 그가 아니던가. (내 기억에) 미스터리는 한 편도 없었던 그가 아니던가. 미스터리만 써온 40년 작가보다 더 큰 기대를 품게 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걸 쓰기 위해 40년을 기다렸을 지도 모른다는 또다른 기대감 때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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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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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다들 명작이라고 하니까 일단 별 네개 주고 시작한다.

다들 명작이라고 하는데 나만 아니라고 할 만용을 부리기는 쉽지 않다.


고교 시절에 읽었던 버전은 청소년 축약본이라, 다른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대학교 시절 읽었던 버전은 주제넘게 원서본이라, 역시 다른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그러니, 나는 이제사 '위대한 개츠비'를 처음 읽는 것과 진배없다.


청소년 시절과 대학 시절은 줏대 있는 척 까불어도

사실, 굉장히 귀가 얇았던 때인지라

제목부터 '위대한'이 덜커덕, 붙어버렸으니 개츠비는 '당연히' 위대했다.


앞뒤 재고 할 새 없이, 개츠비는 그냥 '위대했다'.


어디서 개츠비가 뭐가 위대해? 했다가는 몰매까지는 아니어도

무식하거나 무지하거나 책을 대충 읽었거나 독해력이 바닥이거나 등등의 이유로

눈흘김을 받았을 테다. 


이제사 처음 읽는 '위대한 개츠비'는 장기판에서 '차' 떼고 '포' 떼듯,

'위대한'을 떼고 임하기로 했다. 


그래서 너무 여유자적해진 탓일까?


정말이지, 개츠비는 위대한 구석이라곤 눈곱만큼도.........없는데, 어쩌나 그려.


첫사랑 못 잊는 건 그렇다 치자.

돈이 좋아 이미 부자 남자의 아내가 된 여자를 오매불망...

그 여자 집이 마주보이는 곳에 저택을 사서 또 오매불망...


데이지에게서 개츠비가 간절히 원한 것 두 가지.


-남편에게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라고 말하기.

-그러고 나서 둘이서 손잡고 떠나기


데이지는 그 절반은 해 준다. 

남편인 톰 앞에서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사랑한 때는 있었어요. 사랑 안 한 건 아니에요."


뭔 말인지...


사랑 안 한다고 딱 잡아떼려니 톰은 돈이 너무 많고,

사랑한다고 확 붙으려니 톰은 또 정부가 너무 많고...


천만다행으로, 어느 지점부터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개츠비가 '위대한' 것까지는 모르겠으나

이 소설에 나오는 왼갖 인물들과는 뚜렷이 다른 점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 이제 오후에 뭐하지?" 데이지가 소리쳤다.

"그리고 내일은, 그리고 또 삼십 년 동안은?"


-147p


그러고 보니, 소설 속에 나오는 그 모든 인물들은 하나같이 

"나, 이제 오후에 뭐하지?"고 노래를 부르고 다닐 족속들이다.

(할 일이 있어도 그 일을 하거나 말거나 그만인 '별 일 아닌', 

혹은 '범죄에 준하는' 일을 한다/아, 물론 개츠비도 그런 일을 하긴 했다)


톰 뷰캐넌=오후에 여자를 만나거나 폴로 게임을 하거나 음주

닉 카라웨이=그간 개츠비를 관찰하느라 결근을 너무 많이 해서 회사에 좀 들러야.

조던 베이커=골프 치거나 파티 가거나 약혼자와 데이트

울프심=주가 조작 연구를 하거나 저렴한 에틸 알콜 성분 판매처 캐내기(장례식 갈 시간 따윈 전무) 

조지 윌슨=차를 고치면서 아내를 감시해야 하는데, 그나마 완전히 지쳐서 하고 싶지 않은 상태.


그런데 이 모든 인물들과 달리, 

개츠비는 어떤 날이든 "나, 이제 오후에 뭐하지?"란 말이나

하고 앉았을 시간이 없다.


오후 뿐 아니라 내일, 또 향후 30개년 인생 계획이 꽉 차 있다.

(그런 계획표가 소설에도 등장한다).


Maximillian Nugroho's 100: A comparison between Jay Gatsby and Benjamin  Franklin's Daily Schedule

http://maximilliannugroho.blogspot.com/2012/03/comparison-between-jay-gatsby-and.html


개츠비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그게 이룰 수 없는 첫사랑의 미련이든,

그 여자를 넘어선 또 다른 'holy grail'이건 간에.

대개가 목표 없이, 영혼의 부서짐도 마다않고 

먹고 마시고 사고 떠들고 향유하기에 바쁘던 그 시절에.

Roaring Twenties가 아닌가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목표를 놓고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다.

결코 그럴 수 없다.

'범죄'에 준하지만 않는 목표라면 말이다. 


개츠비의 그 뚜렷한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히 서술되지는 않았다.


다만, 그것이 '데이지와 손잡고 떠나는 것' 정도는 아님을 눈치챌 것 같긴 하다.


두 번 정도는 더 읽어볼 생각이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지기만 하는 황홀한 미래를, 이제 그것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뭐가 문제겠는가.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그러면 마침내 어느 찬란한 아침...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223p)


끝까지 데이지에게서 전화가 올 것이라고 믿었던 개츠비의 믿음은 배신당했다.

그러나 그는 배신당함을 인지하기 전에 죽었으니 배신 당한 게 아니다.

개츠비는 뚜렷한 목표를 안고 그걸 믿는 채 죽었다. 

뚜렷한 목표도 없고 믿음 따윈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


아하, 혹시 이래서 개츠비가 위대한....?


어쨌든 단 한 사람, 믿음을 지킨 사람이며 

목표도 믿음도 없던 닉이란 친구에게 그걸 남겨주었기에.

유일하게 장례식에 왔고, 

개츠비가 떠난 뒤에도

이 긴 이야기를 우리에게 읊어준 게 그 증거, 아니겠나


리뷰는 이래서 쓸만하다. 리뷰쓰다가 득도한 느낌.


맞거나 어쨌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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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식동물 2023-06-1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소설 중 하나가 위대한 개츠비인데, 뚜렷한 목표 없이 오후에뭐하지? 하는 사람들 속에서 목표 갖고 노력하는 거 보면 위대하네요... 새로운 의견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젤소민아 2023-06-14 23:08   좋아요 0 | URL
방금 고라니님 서재에 댓글 달고 왔는데 왔다갔다~~ㅎㅎ 저도 개츠비의 안타까움, 혹은 한심함이 위대함보다 자꾸 도드라져 읽기 힘들었는데요..어느 지점부터는 잘 넘어갔습니다. 실은, 개츠비보다 닉 카라웨이의 변화에 더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상류층과 하류층 사이에 ‘낀‘ 계층으로 뭔가 꿈과 목표와 열정을 갖긴 해야겠다는 의무감은 있는데 ‘how‘를 알지 못하는. 그가 개츠비의 옆집인 동시에 데이지의 건너집으로 이사오면서 맞게 되는 변화가 매력적이었어요. 개츠비와 데이지에 가려진 닉과 조던의 로맨스도 서브스토리도 의미가 있었고요.

진짜 위대한 이는 그 변화를 이루어낸 닉 카라웨이가 아닐까...그렇다면 그 변화를 가능케한 개츠비의 위대함도 성립되겠죠. ˝오후에 뭐하지?˝하는 질문에 조던의 답도 웃겼어요. ˝가을이 되면 선선해지니 살 만 할거야.˝

자신들이 뭘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엇 때문에 삶이 의미 없는지도 모르고, 무엇 때문에 남의 고급 셔츠 보고 펑펑 울게 되는지도 모르기에 그 모든 탓을 날씨에나 넘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도 아침 되면 날씨부터 쳐다보지 않나요..ㅎㅎ
그거, 살짝 찔렸어요. 할 일이 있어서 날씨를 보는지, 할 일이 없어 날씨나 보는지..

방문과 댓글, 좋아요 모두 감사합니다, 고라니님~

책식동물 2023-06-16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흑흑. 저 젤소민아 님의 댓글에 답댓글을 남기기 위해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오겠습니다ㅜㅜ

젤소민아 2023-06-19 23:47   좋아요 0 | URL
고라니님 답댓글 기다립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