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한정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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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리커버 판에도 번역이 누락되었다면 아직, 여전히 출판사에서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리커버 판에 저자와 역자의 영어 인터뷰도 실었다고 하는데, 

무언가를 추가하기 전에

본문에서 아쉬운 점도 단단히 보강되길 바란다.




이 소설의 주요 세팅인 'marsh'에 관한 설명 부분이다. 당연히 중요하다. 독자는 이 '습지'에 관해 명확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번역이 누락된 부분은 이 '악명높은' 습지에 관해 한 뱃사람이 항해일지에 남긴 설명이다.


그리고 빠진 부분의 바로 앞 부분 문장의 번역도 아쉬움이 있다.


"The marsh was guarded by a torn shoreline......"


이 부분의 번역은 "갈라진 해안선 사이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습지..."라고 되어 있다.


이 습지는 별명이 '대서양의 공동묘지'다. 

주변은 맹풍 같은 것들이 선박을 박살낸다.


그런데 이런 습지가 '아늑하다'???


'be guarded by'를 '보호받는다'라고 생각한 것 같다.

물론, 그런 의미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형용사'로 'guarded'는 좀 다른 뜻이 된다.

캠브리지 영영사전의 설명이다.


guarded/careful not to give too much information or show how you really feel


이 습지는 별명이 '공동묘지'다.

주변은 맹풍의 공격이 심하다. 


그런데 이 습지가 무슨 '보호'를 받는다는 것인지?

주변의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이 습지만 안전하다는 것인지?


무엇보다, 뭐가 '아늑하다'는 것인지???

이 분위기가 아늑한 것 맞나?


그 바로 뒤에 보면 '종적을 감출 수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이 습지를 찾아 들어오는 걸 알 수 있다. 


영영사전의 설명과 일맥 상통한다.


careful not to give too much information or show how you really feel


뭔가...'비밀'스럽지 않은가?


그러니 'guarded'는 '아늑하다'기보다는 '은밀히 품어진'이라든지...

뭔가 '비밀스러움'이 드러나야지 '아늑하다'는 '편안함'과는 무관하다.


이 소설은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길고 유려한 문장보다는 눈에 보이는 몸으로 체험한 '서사'가 골격을 이룬다. 그도 그럴 것이 말하는 '화자'가 어린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동화'로 읽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어'의 힘이다. 작가가 구사하는 '단어'의 힘.


평이한 듯 하지만 한 결 더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단어들.


독자는 그것을 포착하는 재미도 누려야 한다. 

원서가 그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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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쓰는 법 - 나의 일상을 짧지만 감각적으로
재클린 서스킨 지음, 지소강 옮김 / 인디고(글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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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에서 그녀의 강연을 보았다. 젊고, 유쾌해 보였고, 좋은 아버지를 둔 것 같았다. 시간을 따로 내야만 쓰는 사람은 쓰기가 일상인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 쓰기를 일상으로 만드는 법, 일상이 쓰기가 되는 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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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어감 사전 - 말의 속뜻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 관점 있는 사전
안상순 지음 / 유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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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우리말 단어를 입 안에서 꼭꼭, 발음해 보게 됐다. 씹으면 기분좋은 ‘진물‘이 나오다가 맞을까, ‘진액‘이 나오다가 맞을까? 얼마전 출간된 다른 이의 [어 다르고 언 다르다]에 이어, 이런 책은 자주 나와야 한다. 글을 잘 쓰려면, ‘문장‘력보다 ‘단어‘력이 앞에 서 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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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치우기의 재발견 -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야 할까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송현정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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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일은 그만해야 한다. 일도, 괴로워하는 일의 주체를 보며 괴롭다. 일도 때려치우고 싶다. 단, 일은 때려치우고 싶지 않은데 ‘나‘만 때려치우고 싶다면, 생각해봐야 한다. 그 일이 ‘나‘에게 줄 게 있을 지 모른다. 우리는 그걸 ‘버티기‘라고 한다. 나는 버텨서 잘 안 된 사람,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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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만 남기고 줄이는 게 체질 - 필요한 만큼만 읽기, 쓰기, 말하기, 생각하기, 행동하기
김범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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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보다 소독이라...중요한 것에 집중하자는 취지인데, 중요한 것을 알아보려면 다독이 기본되어야 한다. 이미 다독하고 철저히 읽은 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지 싶다. 이미 적게 읽었다면 다시 적게 읽어 어쩌자는 이야긴가. 이거야말로 모순이 아닐지. 다독의 유용함은 결코 폄하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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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flip 2021-04-2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다독이 전제가 돼야 합니다. 애초부터 머릿속에 들은 게 없는데 핵심을 찾을리 만무하지요.

젤소민아 2021-04-29 22:05   좋아요 0 | URL
실패한 독서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관적 견해이긴 합니다. 알짜배기만 골라서 읽는 독서는 먼저, 무엇이 알짜배기인지 알아봐야 하겠죠. 모든 게 광대해지는 요즘, 갑자기 모든 게 축소지향적이 되어 버리니 그 간극에서 정말 혼란스럽습니다..그래서 ‘축소‘란 말만 들어도 간이 콩알만해집니다. 해야 하는데 정말 하기 힘든 숙제를 앞에 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