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오후 3시에 커피를 마신다 - 운문과 산문이 만나는 느리게 읽는 책
김겸섭 지음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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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좋은데...성글...다. 좋다가 그만두게 되는 건 좋다 마는 거. 그럼, 허탈하다. 이런 좋은 그림, 시, 소설의 조각들은 좀 천천히 가야는데, 종이가 너무 빨리 넘어가잖아...아쉽다 쩝. 옴마, 부제가 느리게 읽는 책‘이다. 너무 빨리 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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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모노클 읻다 시인선 14
사가와 치카 지음, 정수윤 옮김 / 읻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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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지? 미리 보기로 딱 세 편의 시를 읽었는데, 시를 읽은 느낌이 아니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은 뭐지. 적당히 뜨거운 온도의 차를 마시듯, 배 아래가 뜨끈한 이 느낌은 뭐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 무슨 뜻이 있을 것 같고, 그 뜻을 꼭 알고 싶다는 이 느낌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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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Schatten 2023-01-07 0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진 감상이에요!
정수윤 번역가님이 번역하신 다른 시집들도 느낌이 매우 좋던데 궁금해지네요.^^

젤소민아 2023-01-07 07:27   좋아요 0 | URL
아, 이참에 찾아볼게요. 정보 감사합니다~~~자주 들러주세요~~
 
서툴지만 푸른 빛
안수향 지음 / Lik-it(라이킷)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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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없는 사진으로 움직이는 여행을 말하는 사람들. 여행에세이에 빠질 수 없는 게 사진이라면 이왕이면 사진을 잘 찍은 사람의 여행에세이가 좋다. 이 사람, 사진 참 잘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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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정원 - 김용석의 고전으로 철학하기
김용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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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사물과 존재를 '다르게' 보려는 시도가 문학이라면 그것들을 '깊이 있게' 보려는 시도가 철학이지 않을까. 그런 시도들이 꼭 결연하게 구분되어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문학하는 사람이 철학을 할 수도 있고 철학하는 사람이 문학을 할 수도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놓고 그걸 문학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며 그게 사실은 별 차이 없을 수도 있고 동시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좀 특이한 경험을 했다. 어떤 이야기를 헤집고 다르게 보고 깊이 있게 보려는 시도는 분석, 다시 말해 '비평'에 근접한다. 이 책을 딱히 비평서라 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비평서 아닌 에세이라 할 수도 없다. 


비평서와 에세이 중간 쯤이라고 해 두자. 

비평서와 에세이 중간 쯤의 어떤 책은 이런 느낌을 주는구나, 싶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쐐기벌레를 저자가 응시하는 지점에서 꽤 한참을 머물렀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것은 바로 '변화의 문제'이다. 쐐기벌레도 '변신'을 겪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변태(metamorphosis)의 과정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자신을 쐐기벌레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궁극적으로 나비로서 살아야 할 존재이므로 나비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변힌 없이는 생명체로 온전히 살아갈 수도 없는 존재가 단지 몸 크기가 변화해서 고민하는 앨리스를 다르쳐 묻고 있다니! 역설적이지 않은가? (21p)


쐐기벌레는 궁극적으로 나비가 될 존재이나 당장은 결코 예쁘다고 할 수도, 내키는 대로 자유로이 활보할 수 있는 적당한 길이, 갯수의 다리도 갖지 못한 존재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는 '나비'라는 저의 운명을 아직은 확실히 알지 못하는 채, 쐐기벌레가 몸의 크기가 자꾸 변하는 앨리스에게 "너는 누구냐?"고 묻는 대목.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철학자의 시선이다.


자기가 누군지도 잘 모르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미처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타인에게 "너는 누구냐?"고 자꾸 묻는다. 고로, 우린 이상한 나라에 사는 쐐기벌레다. 앨리스이기 이전에 쐐기벌레다. 앨리스에게로 맞췄던 스포트라이트를 쐐기벌레로 가져와 보니 그 벌레는 앨리스보다 이전에 정체성에 관해 무진장 고민하고 있던 존재였다. 고민하지 않았다면 앨리스라는 타자를 구태여 '질타'하는 수고를 할 필요 없다. 

앨리스가 누구에게든 자신만만하게 큰소리칠 때는 자신의 원래 크기로 돤전히 돌아와 타자를 압도할 때다.(22p)

이제 그곳을 나와 익숙한 현실 세계에서 자기 정체성을 되찾고 그것을 안정되게 유지함으로써 무척 '편안해'졌지만, 어쩌면 또 무료한 일상이 앨리스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22p)


앨리스는 몸의 크기를 바꿔가며 정체성을 찾으려는 모험을 떠났었다. 그리고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별 대단히 엄청나게 달라진 현실(미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래 전에, 또 오랫동안 앨리스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정체성을 찾으려 안달할 게 틀림없다. 나 역시 정체성 고민을 했고 지금도 한다. 예전과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는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데 집중한 데 비해, 지금은 정체성을 찾을 필요는 있으나 정체성을 찾았다고 해서 무언가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특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체성을 찾는 위업을 달성했다 해도 돌아온 현실이 앨리스처럼, 언니의 무르팍이라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덧붙여 또 한 가지 고민이 늘어났다.


나의 정체성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하는가, 타자와의 관계에서 찾아야 하는가.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을 다시 펼쳐 들어야 할 것 같다. 

내 정체성을 찾는 것은 나이지만 그 정체성을 완성하는 것은 타자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쐐기벌레가 앨리스에게 한 질문은 사실, 그 노력의 발로인 지도 모른다.


너는 누구냐.


내 정체성을 좀 완성해 다오, 라고.


내 정체성 찾기 혹은 확립은 나 혼자만 할 게 아니라 타자의 연루와 영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들게 해 준 소설을 잇달아 떠올리며.



정체성 | 민음사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07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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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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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모두가 신사의 직업을 우리들 앞에 미끼로 내세우지만 빵 굽는 사람이나 요리사가 되는 길은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독 짓는 이는, 목수는, 정원사는, 또는 아무 일도 택하지 않는 것은. 피아노 배우기에서 여러 단계의 기계적인 손동작을 강조하는 교본들 대신에 예를 들면 처음부터 직접 '등대지기'라든가 슈베르트의 '연가곡' 같은 노래를 연습하면 안 되는 것인지. 굳어져 버린 코 큰 외국이느이 석고상을 그리기보다는 학급 친구나 아우의 얼굴 또는 늙으신 고향의 할머니를 그리면 안 되는 것인지. 이것들은 제도 안의 최소한의 변화인데도 허용되지 않습니다.(84p)


어린 시절, 학교에서는 가정환경조사서라는 걸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즉석에서 기입하게 하거나 집으로 가져가 적어오게 했다. 그 종이는 무언가를 알아보기 위한 게 아니라 알아내기 위한 목적을 지녔다. 거짓말도 능숙하게 해내지 못할 나이인지라 어떤 아이들은 '부모 학력'난에 '무학' 또는 '국졸'이라고 적고 있다는 티를 있는대로 냈다. 아이답지 않게 비장해지거나 아이답지 않게 너무 슬퍼지거나. 


그것도 모자라 교사는 '손을 들라'고 시켰다.

집에 자가용 있는 사람, 컬러 TV 있는 사람, 비디오 있는 사람.

집이 자가소유인지 세들어사는 지도 밝혀야했던 학교는,

누군가에겐 지옥이 되고도 남았다.


그게 다 지난 일이라고.

과거일 뿐이라고.


그러기엔 너무 생생했던 그 장면들.

그러기엔 너무 생생한 아이들의 얼굴들.

그리고 그 속에 끼어있었을 나의 얼굴(들).


나도 이 소설의 인물, 유준처럼 학교에 이런 편지를 쓰고 싶다. 

이것이 저의 자퇴 이유입니다.  

(85p)


여전히 나는 가정환경조사서를 당당하게 들이미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도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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