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 방대하지만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
조애나 버크 지음, 송은주 옮김, 정희진 해제 / 디플롯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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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나르완다어에서 성폭력을 뜻하는 말인 ‘쿠부호자(kubohoza)’를 풀어 쓰면 ‘해방되도록 도와주다’라는 뜻이 된다] 책소개 한 문장으로 구매결심. 확, 치미는 분노. 단 한 문장에 주제의 감정까지 담아낸 저자와 편집자라면 책을 얼마나 잘 만들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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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포레잇모닝 Music For Late Morning - 플레이리스트 가이드북
박정용 지음 / 노웨이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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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좋다. 책 편집, 이쁘다. 글, 군더더기 감정은 빼고 팩트로만 단정하다. 테마별로 묶은 플레이리스트를 큐알코드로 심었다. 여기서 더 바란다면, 그게 욕심이지 싶다. 저자의 프로필도 신뢰가 간다. 전작까지 장바구니에 담은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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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 안희연 산문
안희연 지음 / 난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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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맥빠지는 이유는 순전히 작가의 전작 탓이다. <단어의집>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 때문에 시집도 사고, 이책도 출간 즉시 구입해 읽었다. 읽다 말고 동명이인이지 싶어 저자 프로필을 재차 확인. <단어의 집>에 스민 그만의 특유함이 이토록이나 평이함으로 중화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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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4-14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인이 쓴 건 시만 읽습니다. 웃긴 건 시인이 에세이를 써야 돈을 좀 만진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젤소민아 2023-04-18 00:57   좋아요 0 | URL
시인도 산문집이나 에세이를 얼마든지 쓸 수는 있겠지요. 그런데 ‘산문‘으로 하기엔 벅차거나, 답답하거나, 부족하거나, 맘에 안 들거나,,,뭐가 됐든 이유가 있으니 ‘시‘를 쓰기로 선택한 걸 테지요. 그렇다면 시인은 아마 ‘시‘를 통해서 가장 이야기를 잘 전한다...가 될 테니까요. 시인이 산문으로 더 그게 가능해진다면 수필가나 에세이작가나 소설가가 되었겠지요? ㅎㅎ 독자로서는 본업이 시인인 이는 ‘시‘로 더 기대게 되는 것 도한 사실이고요.

산문은 제 보기에 ‘열거형‘과 ‘직조형‘이라 할까..
글을 푸는 스타일을 나누어 본다면 말이죠.

제가 붙인 허접한 이름입니다만..

열거형=여럿의 모티브나 소재나 아이템을 개별화해서 그에 관한 생각이나 팩트를 나열하며 푸는 방식(저마다의 소제목이 곧 모티브인)

직조형=대개 한두개의 큰 모티브 아래 맥을 같이 하는 하위 모티브를 순차적으로 풀어가며 의미를 부여하고 만들어가며 푸는 방식

이 두 방식은 마치 시와 산문처럼 달라서 말이죠...
열거형을 잘하는데 직조형은 아쉬운 경우가 있고,,,vice versa.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가 아는 명저 산문집(에세이, 수상록, memoire 등)은 직조형인 경우가 많지만
좋은 열거형 방식으로 푼 에세이 중에 탁월한 작품도 있곤 하지요.

안희연 시인의 전작 산문집인 ‘단어의 집‘이 그랬습니다. 제게는요.
열거형으로 풀었는데도 각각의 모티브들이 관통하는 무언가가 ‘직조되는‘ 식이었거든요.

시인이 쓴 건 시만 읽는다는 말씀...

저는 시인의 산문집도 읽는 편이지만, 몹시 의미있는 말씀이고 공감합니다.

 
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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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기다린 게 있었다.


벤의 마음. 

벤은 단 한 번도 자기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아니, 못한다. 그저 행동(언어 포함)으로만 마음을 표출한다. 그런데 어디, 행동이란 게, 마음을 그대로 갖고 나오던가. 행동은 마음의 표출이 아니다. 마음은 몸밖으로 원래 모습 그대로 나오지 못한다. 마음은 심장 혹은 가슴의 레이어를 지나면서 바.뀐.다. 어떻게든 바뀐다. 무언가가 더해지거나 무언가가 빠지기 때문이다. 자기 마음, 그 원형 그대로 밖으로 내보일 수 있는 사람, 손!


독자는 벤의 마음을 알 수 없다.

독자 이전에, 벤의 엄마(해리엇)도 알지 못한다.


그 누구도 벤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원형 그대로.


벤은 눈을 들어 그녀(엄마)를 쳐다보았다. 그 애가 계산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계산? 저 차갑고 비인간적인 눈...저 앤 뭘 볼까?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는 것을 저 애도 본다고, 저 애도 인간 세상을 본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아마 그의 감각은 아주 다른 사실들과 데이타를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저 애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저 애는 스스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불쌍한 벤" 그 애는 여전히 때때로 그렇게 말했다.

(148p)


이 대목에서 가슴이 울었다.

책의 종반이 가까워진 이제야 벤의 마음이 한 줄 나온다.


불쌍한 벤


벤이 자신의 마음을 밖으로 가져나온 말이다.


벤은 벤을 불쌍히 여긴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

자기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 사람, 손.

(오해는 마시길. 나, 은근 자존감 높은 축에 드는 인간임...내 입으로 그렇다고 말함으로써, 방금, 자존감 낮음을 자력으로 인증)


나는 과연, 사람들이 보는 세상을 같이 보고 있긴 한가?


소설 속 해리엇의 '생각'은 나를 향한 생각 같다. 


저 앤 뭘 볼까?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는 것을 저 애도 본다고, 저 애도 인간 세상을 본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아마 그의 감각은 아주 다른 사실들과 데이타를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148)


나의 감각도 벤처럼, 아주 다른 사실들과 데이타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글로 쓸 이야기가 한 시도 쉬지 않고 고개를 들이미는 거겠지, 싶다.


소설 속 인물에게서 나를 볼때, 특히 그 인물이 '불쌍할' 때, 그 소설은 내 삶 속으로 선뜻 들어선다. 이 소설이 그렇다. 더는 소설 안 같고 현실이 되는.


소설 속에서 그 누구도 벤의 마음을 알려하지 않는다.

모두가 벤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다고 단정한다. 아니,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마음 같은 게 벤에게 있을 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 자기 마음 대로, 말이다.


빅토리아 풍의 정원 넓은 저택에서 크리스마스면 온 집안이 음식 냄새와 사람 냄새로 가득한, 그런 집을 꿈꾸었던 '보통사람' 해리엇과 데이비드의 다섯째 아이, 벤.


사람들은 벤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 모두가 귀찮아하고 번거로워하고 두려워하고 기피할 뿐이다. 자신들과 좀 다르기 때문이다. 바로 위 형제인 폴에게 손을 뻗친 벤을 보고 해리엇은 긴장하고 폴은 이층으로 도망간다. 층계에서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폴이 부엌 한쪽 구석에서 자기 목으로 뻗고 있는 벤의 손을 피하려고 발끝으로 서서 온몸을 늘이고 있는 것을 해리엇이 발견한다. (중략) 해리엇 생각에는 벤이 폴을 겁주려고 한 것 같았지만 폴은 광란의 상태였다. (147p)


사람들은 벤의 마음을 단정 짓기 바쁘다. 외관으로만. 행동으로만. 

폴을 향해 뻗어진 벤의 손을 오로지 '폭력'으로만 읽는다. 


"벤, 앉아.

마치 개에게 하듯이,

(148p)


사람들에게는 '경험'이란 게 있기 때문이다. 이전 경험은 이후 경험의 근거가 되고 이유가 된다. 그 경험의 처음에는 벤의 마음이 원형 그대로 개입되었을까. 벤을 향한 첫경험의 근거는 어디서 왔는가. 


그 시작이 어디였길래, 벤은 '개'가 되었는가.

벤은 스스로 불쌍한 존재가 되었는가.

벤을 스스로 불쌍한 벤을 만든 건 벤인가, 가족인가, 사람들인가.


부디, 스스로 불쌍한 이들은 

어떤 경우든

그 불쌍함의 시작도 스스로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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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세계사를 바꾼 50권의 책 - 역사를 움직인 책 이야기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대니얼 스미스 지음, 임지연 옮김 / CRETA(크레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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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놀래라.

세계사를 바꾼 책이라니.

그런 엄청난 힘을 지닌 책이라니.


놀란 마음 진정하고,

세계사를 바꾼 책인가,

세계사에 빛나는 책인가,

확실히 하고 싶다.


흰말궁둥이나

백마엉덩이나

같은 거 아니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이건 엄연히 다른 문제일 지도 모른다.


세계사를 바꾼 책은 '세계사'에 그래도 무게 중심이 나눠져 있고,

세계사에 빛나는 책은 '책'에 확연한 무게 중심이 있기 때문이다.


책 소개 문구를 보고 더 모호해졌다.


여기에 소개된 50권의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인류 문명에 큰 자취를 남긴 작품에는 어떤 것이 있었으며, 세계사를 관통해 온 다양한 사건과 사상은 무엇인지 시대적 흐름을 따라 일별할 수 있다. 이 50권의 책은 다양한 주제와 시대를 다루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 세계 문학의 걸작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상식을 넓히고 해당 작품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세계사에 '자취'를 남긴 것과

세계사를 들어서 방향을 틀어 버리는(바꾸는 것) 것하고는 좀 다르지 않는가?


부제는 '세계사를 바꾼 책'인데 

책 소개는 어째 조금 기세가 꺾인 듯 보이지 싶은데...


더 보자.


◆ 마오쩌둥, 맥아더, 콜린 파월은 모두 《손자병법》의 애독자였다.
◆ 스티븐 호킹의 과학서 《시간의 역사》는 마돈나의 화보집 《섹스》의 판매 부수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 구텐베르크는 파산해 자신이 제작한 인쇄 장비와 출판했던 성경책을 모두 빼앗겼다.
◆ 인류 최초로 생명체를 다룬 과학사 《동물 탐구》를 쓴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였다.
◆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미적분학을 누가 먼저 창시했느냐를 두고 진흙탕 논쟁을 벌였다.
◆ 유네스코에서 선정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은 문학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신호탄이었다.
◆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권력을 빼앗긴 메디치가를 쇄신하기 위해 쓰였다.
◆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2,000개가 넘는 셰익스피어의 글이 인용문으로 실려 있으며, 셰익스피어는 1,700개 이상의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냈다.
◆ 노예 출신이었던 《린다 브렌트 이야기》의 저자 해리엇 제이콥스는 필력이 너무 뛰어나, 이 책을 직접 쓰지 않았다고 의심받았다.
 


이게, 세계사를 '바꾼' 책으로까지 보이지....는 않지 않은가?


어떤 이유로 인해, 

혹은 어떤 동력에 힘입어 바뀌어가는 

세계사의 흐름에서(혹은 그 흐름을 타고) 

편집컷처럼

광채를 발하는 책들.


이런 맥락과 더 가깝게 보이는데...


즉, 이 책들이 세계사를 바꾼 게 아니라,

어떤 연유로 바뀌어가는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이 책의 원제는 번역본 제목과 좀 뉘앙스가 다르다.



A Short History of the World in 50 Books

한글본보다는 다소 수동적이다.

50권의 책 속에 담긴 짧은 세계사.


이 제목이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이렇게 바뀐 것이다.


세계사를 바꾼 50권의 책.


대단히 능동적이다 못해, 적극적으로.

혹은 공격적으로.


원제를 보면 50권의 책에 스민 역사적 맥락을 탐구한다...

는 의도로 보이지

세계사를 바꾸기까지 한 '파격'은 덜 느껴진다.


흰말궁둥이

백마엉덩이일 수도 있는 근소한 단어 차이갖고

이러는 건

구매 결정에 도움을 받고 싶어서다.


세계사를 바꾼 책들이 맞다면 정독하고 싶고,

세계사에 빛나는 책이라면 이미 비슷한 접근의 책이 많이 있고,해서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 뭐.


(마케팅 차원에서 제목/부제에

내용의 수준을 조금 넘어서는

어느 정도의 적극성이 개입되는 건

뭐 통상적인 일이라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이 '통상'을 '상식'으로 인식하게 되면

그게 '규범'이 되는 예가 적지 않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을 위한 적극성인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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