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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메르 - 아마추어리즘의 가능성 ㅣ 마음산책 영화감독 인터뷰집
에릭 로메르 지음, 피오나 핸디사이드 엮음, 이수원 옮김 / 마음산책 / 2025년 5월
평점 :
반가워서.
이 말이 너무 반갑잖아..
난 대중과 함께 내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모두 같은 지점에서 웃으면 고통스러워요. 그런 의도를 갖고 만든 게 아니거든요. 내가 단지 모두를 동시에 웃기려고 뭔가를 쓴 건 아니라는 거죠. 누군가 미소 짓는 건 괜찮지만 영화의 정확하게 똑같은 데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아마 내 영화들이 공연을 관람하는 것보다 독서와 더 유사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무대 위의 뭔가를 보는 것보다 책처럼 읽히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거죠. 그래서 집단적인 반응을 보면 속이 상합니다.
(50p)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한 건 아닌데...반갑다.
왜냐하면, 난 누구하고 영화나 연극을 같이 보면 자주 이런 '빈축'을 산다.
왜 아무도 안 우는 데서 혼자 울어?
왜 아무도 안 웃는 데서 혼자 웃어?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예를 들면, 최근에 포레스트 검프를 다시 봤다.
아마도 일곱번 째로 다시.

거기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그래서 눈물 나는 장면은 이거다.
버스 정류장에서 포레스트가 하는 이야기를 다들 귓등으로만 듣는데
한 여자 노인만 제대로 들어준다.
그러다 여자 노인이 타야 할 버스를 안 타고 보낼 때...
난 여기를 자꾸 돌려 본다.
그리고 이 장면이 나오려고 하는 찰나, 벌써 운다.
내게는 그 노인 여자가 주인공이나 진배없다.
결국, 그 노인 여자는 포레스트에게 제니의 집을 가르쳐 준다...
에릭 로메르.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의 거장.
누벨바그는 기존에 짜여진 틀을 싫어한다.
즉석에서 떠오른 이미지로...'즉흥적인' 그 순간의 역동성에 집중한다.
그럴 것 같다.
대중이 여기서 다 울거야.
대중이 여기서 다 웃을 거야.
이 자체가 '틀'이겠지.
그를 읽어봐야겠다.
그를 만나야겠다.
자처해서, 떠밀려서 틀 안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을 방법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