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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과 유토피아 - 니체의 철학으로 비춰본 한국인, 한국 사회
장석주 지음 / 푸르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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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철학에서 한국 사회를 발견하다

 

 

며칠 전 동물원에 다녀왔다.

호랑이, 사자부터 코끼리, 기린, 하마, 원숭이, 뱀, 곰, 늑대, 사슴, 타조 등 동화책에서나 봐왔던 동물들을 눈으로 직접 보니 재미도 있었거니와 그들과 눈으로 교감하는 행동들이 나에게 왠지 모를 기쁨을 줬던 거 같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모두들 축 늘어진 모습으로 잠만 자는 모습에서 약간의 실망감(배신감마저)도 들었고 ,우리 안에 갇힌 모습으로 관람객을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짠한 마음도 들더라.

 

과연 동물원의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동물원에 구경하러 온 인간들을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온 침입자로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소위 요즘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는 갑을의 관계처럼 갑의 입장에서 인간을 을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것도 아니면 인간을 자신들과 함께 공생하면서 살아가는 친구로 생각하는 건지?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거기에 저 동물원의 우리가 망가져서 만약 동물원의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동물의 세계처럼 혼란과 무질서로 동물원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어 버릴 게 안 봐도 뻔한데......

 

정글 사회가 바로 동물원 사회이고, 동물원 사회는 타락한 사회이며, 문명에서 야만으로 퇴행하는 사회라고 말하면서 이 야만의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말하는 장석주 시인, 그의 한국 사회 엿보기는 바로 동물원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 동물원에서 니체의 철학을 곱씹으며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과 한국 사회를 교차해가면서 그만의 생각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니체의 책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등장시켜 지금 한국사회가 앓고 있는 병病들을 현미경을 통해 자세히 해부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를 명의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거 같다.

 

하지만, 다 좋은데 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지 못했다.

니체의 다른 책들도 많은데 유독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에게만 빗대서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은 약간 의아했다.

이 책의 제목이 『동물원과 유토피아』가 아닌 <짜라투스트라를 통해 바라본 한국 사회>라고 책제목을 붙였으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란 생각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정독한 후, 이 책을 읽는다면 금상첨화란 말이다.

 

이 책에서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동물은 타조를 설명한 부분이었다.

타조 부분을 읽는데 나랑 많이 닮았다는 생각과 함께...마음이 많이 무거워지면서 동물원에 갔을 때 우리 안에서 큰 키를 앞세우고 그 좁은 공간에서 쉴 틈 없이 돌아다니는 타조를 생각하니 자신이 날 수 없음을 저렇게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상쇄시킬까?란 생각에 마음이 좋지만은 않더라.

 

니체는 타조를 가리켜 “머리를 무거운 대지 속에 무겁게 쳐박고” 있는 새라고 말한다(...중략)

 

타조는 가장 빠른 말보다도 더 빨리 달린다. 그런 그도 아직은 머리를 무거운 대지 속에 무겁게 쳐박고 있으니, 아직 날지 못하는 사람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날지 못하는 사람은 대지와 삶이 무겁다고 말한다.

중력의 악령이 바라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가벼워지기를 바라고 새가 되기를 바라는 자는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다. (본문 180쪽, 181쪽 中)

 

이 세상에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유토피아 같은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일 게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동물원의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면 그건 너무도 잔인하고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살기 위해 자신의 종족까지 먹어치우는 동물의 야만적인 세계, 그리고 우리네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학벌주의, 가족(개인)이기주의, 냄비근성, 빈부격차, 지역갈등, 이념의 양극화 등은 동물원 우리 속 하이에나에게 줘버리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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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군인 - 가장 슬픈 이야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5
포드 매덕스 포드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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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부의 가면을 벗기면서 시작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우리들은 얼굴에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게 된다.

좋아하는 이성을 만났을 때 나의 좋은 점만 보여주려 하고, 규범과 질서를 잘 지키려 함과 동시에, 善을 베풀고 惡을 배격하는, 일종의 ‘천사’라는 가면을 쓰게 되는 거 같다. 그 가면을 벗기게 되면 우리의 몸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열등감이 꿈틀대면서 어두컴컴한 자의식이 곧 폭발 직전의 용암처럼 잠재되어 있게 되고, 그 용암이 폭발해서 활화산이 되느냐, 아님 폭발성을 숨긴 채 휴화산으로 남느냐는 나와 함께 얽히면서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옛날 광고의 카피 문구처럼 여자가 남자를 위해 헌신적으로 온 몸을 다 바쳐 사랑해도 배신하는 남자가 있는 반면에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놔두고 바람을 피고, 옛 남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줘도 그 여자만을 묵묵히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 걸로 봐서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 책을 덮고 난 후, 덜컥 겁부터 났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부터 시작해서 그 사람은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라는 인신공격에 저주성 발언을 마구 퍼부어대도 개운치가 않았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두 부부를 이해하려 해도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로 열렬히 사랑해서 한 결혼이라고 해도 이혼을 밥 먹듯 하는 요즘 세상에 불륜을 아무리 애교로 봐주려 해도 블륜은 불륜인 것이고, 외도는 외도일진데, 배우자를 속이면서까지 그렇게까지 행동한 그 두 부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많은 훈장을 수상한 대령이라는 지위, 주위에 딱한 사람들이나 불쌍한 소작농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온정을 베푸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대표적인 인물임과 동시에, 겉보기엔 정말 훌륭한 군인이지만 레오노라라는 배우자를 외면하고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딸처럼 생각하는 낸시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는 몹쓸 인물로 묘사되고 있는 에드워드 애쉬버넘, 그리고 남편이 다른 여자들과 놀아나는 것을 알면서도 구교의 윤리관과 세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맹목적인 이기심을 보여준 레오노라를 보면서 자신의 남편 에드워드를 정말 많이 사랑했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남편이 죽은 후 얼마 되지 않아 한 지주와 재혼해 그의 아이를 갖는 모습을 보면서 이 소설의 작가인 포드 매덕스 포드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인 ‘가장 슬픈 이야기(The Saddest Story)’ 처럼 포드 매덕스 포드는 『훌륭한 군인』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 대신에 의도하지 않는 다른 걸 갖을 수 있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이 두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주려 한 것은 아닐까? 거기에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고통을 메이시 메이단과 낸시라는 인물을 통해 더해주기도 하고, 빼주기도 하면서 인생의 아픔을 묘사하려고 한 것은 아닐는지...

 

내가 볼 때 우리 넷이 안목이 같고 원하는 것이 같으며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동시에 같은 탁자에 앉았다면, 그 우정은 진실하지 않았을까? 내가 9년 6개월에서 나흘 빠지는 기간 동안 고갱이는 썩었지만 겉으로 볼 때 아주 좋은 사과를 갖고 있었다면, 9년 동안 좋은 사과를 갖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본문 16쪽 中)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고, 더 나아가 그 판단의 책임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몫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생(사랑)이라는 것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더라도 속이 썩어 문드러졌다면 그것이 온전한 인생(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는지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곰곰히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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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 - 이슬람세계에 대한 오해와 이해
바삼 티비 지음, 유지훈 옮김 / 지와사랑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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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를 중심으로 이슬람주의의 실상을 파헤친 책
 

하나에서 둘로 나눠지면 싸움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 싸움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 한 쪽이 들고 일어나게 되고, 어느 순간 동물의 세계에서나 봄 직한 양육강식의 세상이 되어버리고 만다. 지금의 이슬람도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임을 내세우며 파벌싸움이 한창이다. 이슬람 공동체의 통치자 자리인 칼리프(왕조)를 놓고 갈라져 버린 수니파와 시아파, 거기에 현재 이슬람교의 90%를 차지하는 수니파는 스스로를 이슬람의 정통으로 간주하면서 이슬람의 주류임을 내세우고 있고, 이에 질세라 시아파는 칼리프가 아닌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만이 마호메트의 합법적 후계자임을 내세우며 수니파와 대립의 칼날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슬람교라는 회사의 CEO 자리를 능력있는 사람들로 외부에서 영입하자는 수니파와 직계나 자손만이 이슬람교 회사의 CEO가 될 수 있다는 시아파가 서로을 주시하며 왕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아무튼 이슬람의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은 단순히 후계자 문제뿐 아니라 아랍인과 페르시아인의 인종싸움 및 감정싸움으로도 번지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아랍의 대부분이 수니파 이슬람교도임에 반해서 페르시아인이 주를 이루는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의 시아파와의 싸움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시라아 내전만 보더라도 바샤르 아사드를 권좌에서 몰아내기 위해 시작된 싸움이 수니파와 시아파의 파벌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을 보면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슬람의 문화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슬람주의자들이 이슬람교를 정치적으로 해석한 데서 비롯되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즉 이슬람주의는 이슬람교라는 종교적 신앙이 아니라 정치적 영역 내에서 종교를 이데올로기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슬람주의자들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알라의 뜻에 따라 국가를 유지하고 거기에 정치질서를 포함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 문제점들을 바삼 티비는 이 책에서 여섯 가지 정도로 지적하고 있는데 이슬람주의를 신이슬람 질서(니잠 이슬라미)로 해석한다거나 “유대식 세계질서”를 표방함으로써 이슬람주의의 목표에 정면으로 대립하는 유대인이 바로 이슬람교를 위협하는 숙적이고, 민주화와 민주국가에 자리 잡은 제도적 이슬람주의의 위상과 함께 전통 지하드가 테러리스트 지하드로 변질됐으며, 샤리아(이슬람법)의 부활, 거기에 이슬람주의자들의 세속화와 반세속화의 견해를 결정하는 순결과 정통성을 보는 시각을 통해 이슬람주의는 이슬람교가 아니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이라면 모든 이슬람주의자가 세계를 다시 만들겠다는 야망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슬람주의는 폭력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질서 위에 있으며, 이데올로기의 중심은 단연 질서nizam(니잠)에 있다. 이슬람주의의 정치질서가 바로 새로운 세계질서인 것이다.(본문 48쪽 中)

이 구절을 읽으면서 이슬람주의자들에게서 일본 극우자들이 지향하는 제국주의나 전체주의의 냄새가 나는 건 왜일까?

유대인을 극도로 싫어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성전(聖戰)이라는 명목 아래 전통 지하드를 테러리스트로 변질시킨 것도 모자라 이슬람주의를 이슬람교의 유구한 유산인거처럼 속여 이슬람교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 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의 모습에서 무서움을 넘어선 공포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 공포감이 현실이 되어 세계 곳곳에서 내전이라는 형태로 일어나면서 중동지역은 다시 전운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시리아 내전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6만 명 이상 죽어가고 있는 이 마당에 이스라엘은 내전으로 피멍이 들고 있는 시리아에게 신형무기들이 헤즈볼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시리아의 공습을 감행했다고 하니 이슬람과 유대인의 관계가 어떻게 될른지...

 

‘이슬람주의는 위기를 겪고 있는 오늘날의 이슬람문명에 필요하지 않는다’는 바삼 티비의 말에서처럼 이슬람문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슬람주의는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신에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며, 인본주의라는 모태를 가진 이슬람교는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이나 전쟁들이 누구를 위한 내전이고,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를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내전과 전쟁들은 멈춰져야 할 것이며, 성전과 샤리아라는 명목 아래 자행되고 있는 이슬람 국민들의 희생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보면서, 바삼 티비의 이 책이 중동의 평화와 발전에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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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한빙 경제대이동 - 우리는 경제 대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스한빙 지음, 차혜정 옮김, 권성용 감수 / 청림출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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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학자 눈으로 바라본 세계경제의 분석과 전망에 대한 보고서
 

1929년 주가 폭락 사태에서 비롯된 미국의 대공황과 대한민국에 구조조정과 대량실직이라는 칼바람을 몰고온 IMF 경제위기, 거기에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던 경제대국 일본의 디플레이션에 따른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토네이도가 미국을 강타한 후 전 세계를 흔들었던 세계경제 위기사태, 그리고 현재 이슈화되고 있는 유럽발 그리스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유럽경제의 심각한 위기 등으로 봤을 때 모든 게 넘치거나 부족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고 그 문제를 별 문제가 아닌 것처럼 덮어놨다가 나중엔 너무 곪아서 메스를 댈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경제위기이고 경제의 흐름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의 대공황이 제2차 세계대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소리가 괜한 소리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IMF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해고와 세계 제일로 손꼽혔던 회사들이 도미노 현상처럼 차례대로 무너진 걸 보면 정말 세계 경제를 분석하고 전망한다는 게 복잡하고, 어렵기만 하다.

 

ECONOMIC CHESS GAME : WHAT'S YOUR MOVE?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수없이 변화하는 경제적인 흐름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를 답하고 있는 책이 『스한빙 경제대이동』이란 책이다. 중국의 경제학자가 쓴 책이기에 앞에서 말한 ‘우리’는 중국이 되겠고, 중국이 중심이 되어 세계경제의 흐름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책이라 하겠다.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인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의 말을 빌려 “석유을 통제하는 자가 모든 나라를 통제할 것이고, 식량을 지배하는 자가 인류를 지배할 것이며, 화폐를 지배하는 자가 전 세계경제를 지배할 것이다”라는 명언처럼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살펴보면 화폐와 석유(에너지), 그리고 식량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중에 그 어떤 거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스한빙은 화폐의 역할을 특히 강조한다. 그 중에서도 화폐의 유동성 범람으로 인한 화폐 발행초과 문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화폐의 마구잡이식 발행이 세계 금융과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화폐의 발행초과 현상으로 화폐의 구매력이 하락하고, 그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통화 과잉 현상을 스한빙은 하이에크의 말을 빌려 정부가 화폐 발행을 독점하기 때문에 화폐의 남발이 생기고 이에 따른 도미노 현상처럼 경제적인 위기가 찾아온다고 꼬집는다. 그럼 국가가 아닌 민간기관이 화폐를 조절해가면서 발행하면 될 게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겠으나 ‘세계’라는 울타리 안에서 달러와 싸워 이겨야 하고, 엔화, 위안화, 유로화와 맞짱을 떠서 이겨야 하는 현실에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민간기관에게 이처럼 중요한 일을 맡긴다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밀림의 세계처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임을 화폐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에 살아남은 화폐가 최종 승자임을 가리기 위해 지금도 화폐전쟁은 피튀기는 혈투를 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에도 세계는 석유가 지배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미국은 유가 상승에 대비해 ‘이란 공격’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란의 공격으로 인해 미국이 챙길 반사이익이 바로 중동지역의 정세를 악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작품으로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감행할 경우 이란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공격만 당하는 호락호락한 나라이던가? 얼마 전 치룬 대한민국과 이란의 축구경기만 보더라도 해발 천 이백미터 고지대에 자리잡은 아자디 경기장에 가득 찬 이란 국민들의 함성소리만 생각해도 소름이 끼쳤는데 만약 이란의 핵시설을 꼬투리 잡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다고 상상해보면 이란은 그들에 대해 철저히 보복하거나 중동의 요충지이자 세계 석유공급의 핵심시설이 자리잡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을 당장 봉쇄해버릴 것이고, 이에 따라 석유로 밥줄을 이어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아랍연맹국 국가들은 당장 밥줄이 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주고 미국에서 무기를 구입할 것이라는 미국표 시나리오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럼 미국은 당장 무기판 돈으로 석유 사묵겠지....

 

석유는 미국의 생명줄이다. 미국 에너지부 차관 데이비드 샌들로우David Sandalow는 이렇게 말한다. “50년 동안 안전한 석유 수송 확보는 미국의 걸프지역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냉전 시절에 미국은 이란 국왕과 기타 환영받지 못하는 지도자들을 어느 정도는 지지하여 석유가 걸프만에서 순조롭게 수송되는 것을 보장했다. 1980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입했을 때 지미 카터Jimmy Carter 대통령은 걸프만을 약탈하는 외부 세력의 모든 기도는 ‘미국의 근본적 이익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고 말하며 ‘무력을 포함한 모든 필요한 수단을 사용하여 이를 격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문 261쪽 中)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식량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대한민국의 물가는 세계의 곡물값이 오르기라도 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물과 함께 식량 때문에 지구상의 많은 나라들이 생존을 위해 싸울 것은 안봐도 자명한 사실인데, 이렇게 식량 생산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인 종자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대한민국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반문해보고 싶다. 헨리 키신저 교수가 말한 화폐, 석유, 식량 전쟁에서 도대체 대한민국이 내세울만한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잠이 오질 않는데 말이다.

 

이 책 『스한빙 경제대이동』을 읽으면서 경제서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세계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이처럼 재밌게 읽은 책도 드물었던 거 같다. 그 재미 안에서 세계 G2로 성장한 중국의 기세가 정말 무섭다는 걸 느꼈고, 스한빙의 글을 읽으면서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대한민국이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는 희망과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소망을 그 욕구 속에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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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기술 - 권력보다 강력한 은밀하고 우아한 힘
로버트 그린 지음, 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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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당장 당신을 유혹하고 싶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형성일 것이다.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데, 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은데, 내가 한 말로 인해 그 사람이 상처를 받지는 않았는지, 그 사람이 나를 진정 사랑하는 것인지 등 도무지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 이건 월척을 잡기 위해 떡밥을 던져놓고 한없이 기다리는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게 상대방을 유혹하는 기술이라도 있으면 그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그리고 나의 경쟁자나 정적들에게 무력으로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유혹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무릎 꿇게 할 수 있다면 이건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문장처럼 싸움에서 쉽게 승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유혹의 기술』은 인생과 비즈니스 전략의 대부이자 현대의 마키아벨리로 불리는 로버트 그린의 책이다.

<전쟁의 기술>과 <권력의 법칙>에 이은 3부작의 완결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랑과 정치, 비즈니스와 전쟁에 있어서 이기는 방법을 ‘유혹’이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뛰어난 외모도 아니었고, 육체적으로도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었던 클레오파트라가 당대의 영웅들이었던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을 무릎 꿇게 만들었고, 얼굴 대신 성적(性的) 매력을 보여줌으로써 영화계의 화신으로 기억되고 있는 마를린 먼로, 그리고 그를 거부한 여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유혹자에 이름을 올린 카사노바 등 이들이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사용한 무기가 바로 ‘유혹’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유혹의 특성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유혹하기 위해선 두 가지 요소를 알아야 한다.

먼저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 다음 목표물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말처럼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면 승리는 거의 나의 것이라고 보면 되지만 나를 알고 상대방에 대해서만 알고 끝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상대방을 유혹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만 ‘유혹’이라는 병법서를 확실히 마스터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설명하는 유혹자의 9가지 유형과 유혹과 관련된 24가지 전략만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여러분은 이제부터 온 몸을 철갑옷으로 두르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서울 것이 없는 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즉흥적인 유혹은 시도하지 말기 바란다. 성급하게 끝장을 보려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유혹이라기보다는 이기적인 욕구의 발산에 지나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유혹의 과정을 밟아나간다면 상대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본문 241쪽 中)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를 유혹하기 위해 나온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무서움이 밀려온다.

난 나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머리를 굴려가면서 서로를 유혹하기 위해 로버트 그린이 이 책에서 알려준 유혹의 전략을 쓸 것이고, 서로를 유혹하기 위해 몸부림칠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건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더 나은 인간관계를 위해 ‘유혹’이라는 기술을 사용한다면 주위의 사람들에게 당신은 시나브로 매혹적인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유혹하고 싶은 당신!

당신은 당신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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