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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9월
평점 :
“세상을 향한 예측의 헛된 몸부림에서 벗어나다.”
브라이언 클라스의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는 우리 삶과 역사가 얼마나 복잡하고 무작위적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예측의 덫에 빠져 살아가는지 그려낸 책이다. 우리는 세상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이 책은 그 믿음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밝혀낸다. 클라스는 독자들에게 “세상은 결코 우리의 통제 안에 있지 않다”는 냉혹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마치 거대한 무대 위에서 예측이라는 연극을 벌이는 배우들처럼 느껴진다. 주인공인 우리는 나름의 논리와 통계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커튼 뒤에서 벌어지는 혼돈과 우연의 힘을 간과하고 있다. 마치 자신이 만든 피리소리에 맞춰 춤추는 줄 알았으나, 사실은 바람의 장난에 몸을 맡긴 연잎 같은 모습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해 우연과 불확실성의 본질을 설명한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애초 교토를 목표로 했다가, 어떤 장교 부부의 개인적 애착 덕분에 계획이 변경되었다는 이야기, 카오스 이론의 탄생 비화 등은 독자가 세상의 무작위성을 생생히 느끼게 한다. 그런 에피소드는 하나의 알람 시계가 깨어나야 할 인생의 시간을 틀어놓고, 놓친 버스가 삶의 방향을 영영 바꾸어놓는 그 작은 순간들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모든 것이 바뀌는 순간들, 그리하여 역사가 다른 궤도로 흘러가게 되는 그 장면들이 우연의 연속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클라스는 단순히 학문적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이야기는 더 개인적인 차원으로 확장된다. 그의 증조할아버지가 겪은 비극적 사건을 예로 들며, 그는 우리 삶이 수많은 우연의 결과물임을 드러낸다. 만약 누군가 그 사건에 개입했다면 클라스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로 인해 우리의 역사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썼을지도 모른다. 이는 단지 한 가족의 비극이 아니라, 우연이 쌓여 만들어진 인류 역사 그 자체를 상징한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마치 거대한 거미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 사람의 작은 선택이 다른 이들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나비의 날갯짓이 허리케인을 불러오듯, 우리의 사소한 행동이 세상에 뜻하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파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다. 이 불확실성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진정한 본질이다.
클라스는 “우리는 그 무엇도 통제할 수 없지만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경구는 일종의 해방감을 안겨준다. 모든 것을 완벽히 통제하려는 헛된 시도를 멈추고, 우연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세상을 예측하려는 욕망에서 벗어나, 그 혼돈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지휘할 수 있는 자유를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는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수많은 불확실성과의 투쟁을 그린다. 책은 삶이란 혼돈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우주와 같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혼돈을 통제하려고 애쓰지만, 그저 작은 파동 하나에도 방향을 잃는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그 혼돈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결국, 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바로 불확실성 자체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마치 미로 같은 세상을 여행하는 우리에게 “모든 길은 예측할 수 없으나, 모든 길은 의미 있다”는 격려를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