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미술관 인권 수업 사고뭉치 23
공주형 지음 / 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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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하는 책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미술관 인권 수업은 미술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시대의 흔적을 담고 인간의 권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조각부터 현대의 퍼포먼스 아트까지 다양한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며, 미술 속에 담긴 인간의 삶과 사회적 메시지를 조명한다. 예술은 언제나 당대의 사회를 반영하고, 때로는 그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된다. 이를테면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 영웅의 전형적인 모습을 벗어던지며 새로운 인간상을 보여주거나, 케테 콜비츠의 판화가 억압받는 사람들의 얼굴을 담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책에서 다루는 작품들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들은 질문을 던지고, 불편함을 일으키며, 기존의 틀을 흔든다. 찰스 에버츠의 마천루의 점심 속 노동자들의 위태로운 모습, 에드워드 호퍼의 밤샘하는 사람들 속 고독한 노동자들의 일상은, 우리 사회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노동 환경과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예술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현실을 드러내고,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데도 좋은 길잡이가 된다. 특히 청소년 독자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미술 교양서가 아니라 자기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혀주는 철학적 경험이 될 것이다. ‘나의 인권은 타인의 인권을 지킬 때 보장된다’는 메시지는 결국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연대와 실천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미술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창이라는 점이다. 미술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고민하고,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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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4춘기 소원어린이책 24
양승현 지음, 나오미양 그림 / 소원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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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4학년, 아이도 엄마도 낯선 계절 앞에 서다”

요즘 들어 딸아이가 예전과 다르게 굴 때가 종종 있다.
가끔은 문을 닫고 혼자 있고 싶어 하고, 감정 기복도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내 품을 파고들며 애교를 부린다.
아이가 변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런 와중에 4학년 4춘기를 읽었다.

책 속 주인공 주은이와 주영이는 사춘기의 문턱에 선 초등학생들이다. 스마트폰 액정이 깨지고, 걱정 인형이 사라지고, 블로그 소설 반전을 스포당하고, 엄마의 태블릿에서 ‘최악맘 클럽’을 발견하는 등 이들의 이야기는 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하다. 그런데 이 책이 단순히 초등학생들의 소동극만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읽다 보면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오해하고, 멀어지는 순간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의 속마음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특히 ‘최악맘 클럽’ 에피소드는 엄마로서 가장 와닿았다. 엄마의 태블릿에서 우연히 발견한 정체불명의 온라인 카페. ‘최악의 엄마들’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 주은이는 자기 엄마가 쓴 글을 발견한다. 억척스럽고 강한 줄만 알았던 엄마가 사실은 주은이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고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나도 울컥했다. 아이는 부모의 마음을 잘 모른다. 그리고 부모도 종종 아이의 진심을 놓치고 만다.

사춘기는 아이도 낯설고, 부모도 낯선 계절이다. 예고 없이 찾아와 평온하던 일상을 흔들어놓지만, 그 끝에 분명 더 단단한 관계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는다. 4학년 4춘기는 바로 그 변화를 어떻게 함께 지나갈 수 있을지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아직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우리 집에도,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모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이의 변화가 두렵다면,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첫걸음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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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우리의 삶을 넘어선 본질에 대한 이야기 세스 시리즈
제인 로버츠 지음, 매건 김 옮김 / 터닝페이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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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알고 있는 현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 믿도록 훈련받아왔다. 손에 잡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진짜’라고 배우며 성장했다.

서평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좁게 열린 주방창 틈새로 바람이 들어온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바람이지만, 쥐어보려 하면 사라진다.
정말 사라진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잡을 수 없는 것일까?

제인 로버츠의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 익숙한 틀을 가볍게 흔든다.
현실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가는 존재일까, 아니면 끝없이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순간순간 모습을 달리하는 것일까?

책의 바탕이 되는 세스의 메시지는 단순한 교훈도 위로도 아니다. 세상은 내가 믿는대로 이루어진다라는 진부한 주문도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우리가 단단한 돌처럼 여겼던 현실이 사실은 물처럼 흐른다고, 우리가 붙잡고 있던 정체성이 실은 하나가 아니라 수없이 흩어지고 모이는 파편들일지도 모른다고 속삭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 자신을 찾을 수 있느냐고 묻고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나는 어쩐지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어졌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겹겹이 쌓이는 결일 수도 있고, 나라는 존재도 하나의 단단한 형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퍼지고 수축하는 움직임일 수도 있다. 세스의 말처럼, 삶과 죽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한 개의 동그라미처럼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것도 단 하나가 아니라 무수한 가능성들 속에서 ‘지금’이라고 선택한 한 조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책을 덮은 후에도 이 질문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우리는 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이 책은 그보다 먼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일부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흐르는 물처럼, 바람처럼.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 속에서도 우리는 존재한다.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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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영어1등급으로 만들어주마 (2026 최신개정판) - 수능 50일 전 내가 발견한 비밀 너를 OO1등급으로
서림 지음 / 메리포핀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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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한가? 수많은 공부법을 시도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답답한가? 그렇다면 너를 영어 1등급으로 만들어주마를 주목해보자. 이 책은 단순한 영어 공부법 책이 아니다.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전에서 효과를 검증한 저자의 ‘비밀 노트’가 담겨 있다.

저자는 재수 시절, 아무리 공부해도 영어 성적이 오르지 않는 현실에 부딪혔다. 기존의 인강과 문제풀이법이 더는 답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영어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영혼독해’다. 단순한 해석을 넘어 영어가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돕는 이 방법은, 많은 수험생이 겪는 ‘안 읽힘’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불필요한 이론을 덜어내고, 수험생이 실전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방대한 영어 공부법 속에서 길을 잃기 쉬운 학생들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만 담았다. 덕분에 처음 전자책으로 출시되었을 때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제 종이책으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공부법에 대한 고민은 커진다. 하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는다면, 짧은 시간 안에도 충분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더 이상 시행착오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영어 1등급을 목표로 한다면, 이 책이 가장 현실적인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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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좋은 동시 2024
안도현 외 지음, 배도하 그림 / 상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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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좋은 동시 2024>는 딸아이와 꼭 읽고 싶었다.
이 책에 실린 동시들은 우리 일상 속에서 자주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딸아이와 함께 읽으면서도 “이 시는 우리가 자주 지나치는 소리나 작은 동물들의 이야기인데, 사실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한 해 동시집 한 권을 필사했던 딸과 올해에는 이 동시집을 같이 읽고 필사해 보려 한다.

책 속의 동시들은 그냥 귀엽거나 재미있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해주는 힘이 있다.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아이들의 복잡한 마음을 잘 표현해서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이 시집의 정말 큰 매력은, 아이들이 쉽게 따라 읽을 수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딸아이와 함께 읽을 때, 시들이 어렵지 않게 딸아이 마음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돌멩이의 마음

김륭

수변공원 나무 벤치 위에 돌멩이 하나 놓여있다.

언젠가 꼭 한번은 흙 묻은 엉덩이 툴툴 털고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해 보고 싶었던 돌멩이의 마음을
학교 갔다 오던 아이가 읽었을 것이다.

가끔씩 물렁해지는 그 마음을 자기 앉았던 자리에
가만이 올려놓았을 것이다.



이 동시집은 어린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특히 초등학생 딸아이와 함께라면, 같이 읽고 나누는 대화 속에서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이기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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