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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우리의 삶을 넘어선 본질에 대한 이야기 ㅣ 세스 시리즈
제인 로버츠 지음, 매건 김 옮김 / 터닝페이지 / 2025년 1월
평점 :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알고 있는 현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 믿도록 훈련받아왔다. 손에 잡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진짜’라고 배우며 성장했다.
서평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좁게 열린 주방창 틈새로 바람이 들어온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바람이지만, 쥐어보려 하면 사라진다.
정말 사라진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잡을 수 없는 것일까?
제인 로버츠의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 익숙한 틀을 가볍게 흔든다.
현실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가는 존재일까, 아니면 끝없이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순간순간 모습을 달리하는 것일까?
책의 바탕이 되는 세스의 메시지는 단순한 교훈도 위로도 아니다. 세상은 내가 믿는대로 이루어진다라는 진부한 주문도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우리가 단단한 돌처럼 여겼던 현실이 사실은 물처럼 흐른다고, 우리가 붙잡고 있던 정체성이 실은 하나가 아니라 수없이 흩어지고 모이는 파편들일지도 모른다고 속삭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 자신을 찾을 수 있느냐고 묻고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나는 어쩐지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어졌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겹겹이 쌓이는 결일 수도 있고, 나라는 존재도 하나의 단단한 형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퍼지고 수축하는 움직임일 수도 있다. 세스의 말처럼, 삶과 죽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한 개의 동그라미처럼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것도 단 하나가 아니라 무수한 가능성들 속에서 ‘지금’이라고 선택한 한 조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책을 덮은 후에도 이 질문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우리는 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이 책은 그보다 먼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일부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흐르는 물처럼, 바람처럼.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 속에서도 우리는 존재한다.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