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파랑 4 - 첫사랑을 찾아서, 제3회 No.1 마시멜로 픽션 수상작 마시멜로 픽션
차율이 지음, 샤토 그림 / 비룡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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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울리는 판타지, 소녀들의 진짜 우정을 그리다

<미지의 파랑 04. 첫사랑을 찾아서>는 아이가 흥미롭게 읽고 나서 “엄마, 나 1권부터 다시 읽고 싶어.”라고 말할 정도로 깊이 빠져든 책이다. 처음엔 단순한 판타지인가 싶었는데, 읽을수록 깊은 감정선과 시간 여행을 넘나드는 감동에 푹 빠져버렸다.

조선 시대 인어 소녀와 현대 소녀의 우정이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신비롭고 흥미로운데, 이번 4권에서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소녀들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풀어낸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사랑이 꼭 로맨스만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이 자라나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혼란과 설렘이 얼마나 복합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초등 고학년 이상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다. 특히, 여자아이들이 느끼는 첫 감정의 미묘함과 친구, 가족, 해적단 식구들과의 다양한 사랑의 모양들이 알록달록하게 펼쳐진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감정선은 현실적이고 진지해서,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와 함께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다만, 이 책이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라는 점에서, 앞선 이야기를 모른 채 접한 게 조금 아쉽기도 하다. 아이와 함께 조만간 1권부터 다시 천천히 읽으며, 미지와 해미의 우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따라가 보고 싶다. 마지막 한 권이 남았다는 사실이 벌써 아쉬울 정도다.

‘진짜 우정이란 무엇일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이어지는 마음이 가능할까’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해 주는 이 책을, 아이뿐 아니라 엄마인 나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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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23 - 피아니스트 조가람의 클래식 에세이
조가람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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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음악이 단순한 소리의 흐름일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하나의 문장이고 이야기이며, 생의 깊은 울림이 된다.
피아니스트 조가람의 첫 에세이 <Op.23>은 바로 그런 음악의 책이다. 청중의 귀를 향하기보다, 조용히 독자의 내면을 두드린다.

쇼팽의 발라드 1번부터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포고렐리치의 독백 같은 무대까지 클래식이라는 고전의 옷을 입은 이 책은 오히려 지금의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Op.23>이라는 제목은 단순한 작품번호가 아니다.
저자가 살아낸 시간을 음악처럼 명명한 것,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음악이 삶을 닮고, 삶이 결국 음악이 되는 순간들을 저자는 서정적이되 담담한 언어로 풀어낸다.

<Op.23>은 나처럼 클래식을 잘 몰라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중요한 건 음표가 아니라 마음이기 때문이다.
나의 인생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나는 어떤 멜로디를 남기며 살아가고 있을까.

음악과 삶, 그 사이의 섬세한 떨림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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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눈 속의 세계 푸른숲 생각 나무 26
파트리치아 토마 지음, 이기숙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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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우주의 먼지에서 왔다고 여우는 말한다.
산도, 풀도, 인간도, 여우도 한때는 친구였다고.

하지만 인간은 달라졌다.
자연을 길들이고, 소유하고, 지배하려 했다.
여우의 눈에 비친 인간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다.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묻는다.
우리는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

파트리치아 토마의 그림은 말 대신 이야기한다.
수채처럼 번진 여우의 눈빛, 바람결 같은 풍경 속에
자연의 숨결이 살아 있다.

짧은 이야기, 깊은 울림.
책의 마지막 장에는 ‘어른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여덟 권이 소개되어 있다.
<여우 눈 속의 세계>를 읽은 후, 그 책들로 생각의 결을 이어가 보는 것도 좋겠다.

이제는 우리가 답할 차례다.
자연의 일부로 살 것인지, 여전히 주인인 척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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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왕이라고?
마르가리타 델 마조 지음, 로시오 마르티네즈 그림, 노영신 옮김 / dodo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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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처음의 숲은 자유로웠다. 누구도 다스리는 이 없었고,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갔다. 그러나 ‘더 나은 숲’을 만들겠다는 곰이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바뀐다. 질서를 위한 규칙은 점점 통제가 되었고, 동물들은 자유를 잃어갔다.

곰이 만든 숲은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었지만, 그 안엔 생명이 없었다. 언제 웃고, 언제 자야 할지도 정해진 세상.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과연 자유롭고 인간다운가.

이 책은 단순한 그림책을 넘어, 권력과 통제, 그리고 자유의 의미를 되묻게 만든다. 마지막에 동물들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는 장면은 단지 동화의 결말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을 보여준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숲은 어떤 모습인지, 곰의 질서 아래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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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꽃 초록별 샤미 SFF환경동화 10
고수진 지음, 해마 그림 / 이지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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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재앙으로 생명이 숨을 잃어 가는 지구, 더스트 증후군이라는 독성 먼지가 세상을 잠식한 그곳에서 <은하수꽃>은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다시 피워 올리는 이야기다.
주인공 아르와 엄마는 마지막 생명의 씨앗을 찾아 바리별섬으로 향한다. 이 여정은 단지 생존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세계 속에서 연대와 용기를 회복하려는 간절한 발걸음이다.

책 속의 은하수꽃은 그저 병을 고치는 약초가 아니다. 그것은 절망 한가운데서 피어난 작은 별빛이며, 아르가 좇는 마지막 믿음이자 미래에 대한 약속이다. 마치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에 그린랜드의 비밀이 피어나”는 노랫말처럼, 이 이야기는 독자를 시처럼 맴도는 이미지 속으로 데려가고, 붉은 파도와 바람의 벽을 넘어서는 아르의 여정을 따라가게 만든다.


절망의 땅에서 “비밀을 비밀로 지키고, 씨앗을 씨앗으로 피우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도 소중한 일인지, 작가는 시적인 상징과 섬세한 전개로 말한다. 생명의 노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손을 맞잡고 함께 걷는 걸음 속에서 피어난다. 이 책은 환경 동화를 넘어, 어둠 속에서도 서로의 빛이 되어주는 존재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희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 책은 그렇게,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오래도록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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