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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3 ㅣ YA! 25
명소정 지음 / 이지북 / 2024년 10월
평점 :
독특한 설정과 감각적인 이야기가 마음 한켠에 오래 머물 거 같은 느낌의 이야기이다.
‘화괴’라는 이야기를 먹는 괴물의 존재를 통해, 기억과 정체성, 관계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소설로 명소정 작가는 주인공 혜성과 세월을 둘러 싼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이나 관계도 사실을 여전히 우리의 일부임을 얘기한다.
화괴인 혜성이 세월의 기억을 먹어버렸지만, 세월은 자신의 감정과 혜성의 진심을 알아가려 노력하며 잃어버린 기억의 공백을 채워간다.
기억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이 완전히 무의미 해지지 않는 것이다.
세월이 혜성에게 점점 더 깊은 감정을 느끼며, 그와의 관계에서 혼란을 겪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과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혜성과 세월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상담부를 찾는 여러 아이들과 새롭게 등장하는 성여름의 이야기가 얽히며 전개되는 구성이 돋보인다.
성여름의 이야기는 과거의 꿈과 현재의 삶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연주실을 메우는 바이올린 선율처럼,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읽어버린 기억과 얽힌 인연을 잇는다.
과거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는 것이 아닌, 그 흔적 위에 새로운 선율을 얹어가듯이 말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그 기억을 딛고 나아가려는 의지와 태도가 부드럽지만 힘있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한때 소중했던 무언가가 우리 삶에서 멀어질 수 있음을, 그러나 그것이 여전히 우리를 이루는 중요한 일부일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이 책은, 기억의 힘과 관계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잊힌 것을 찾고, 잃은 것을 다시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잃어버린 시간의 무게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상기시킨다.
삶의 갈피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희망을 담은 이 책은 기억의 틈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가 될 것이다.
더불어 3권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와 인물들 간의 복잡한 관계가 남아있기에, 특히 세월과 혜성간의 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주변 인문들의 이야기도 더 깊이 있게 풀어낼 여지가 충분해 후속작이 더욱 기대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