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쯤이었나? 올 초였나 이 책을 나름 재미있게 읽었는데,아 재밌다기 보다는 휴대폰 분실에 대한 경각심을 단단히 갖게 만들었던 책인데, 신간에 비슷한 제목이 있어 벌써 재출간하나 했더니 후속편? 새 소설이 나온 거 같다. 6월 12일 나왔는데, 보통 출간 날짜에 맞춰 신간 리뷰 이벤트 같은 걸 많이 하는데, 이 책은 리뷰가 한 건도 없는 걸 보니, 신간 서평 이벤트를 하지 않은 듯하다. 어쨌든 1편을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2편도 사서 읽을 테니까


내 경우, 정말 스마트폰을 단단히 쥐고 다니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컴퓨터 및 SNS를 멀리하고 싶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만큼 보안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지인의 가족이 잃어버린 스마트폰의 명의로 수백만원의 대출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게 현실에서 진짜로 일어나는 일이구나 싶었는데, 이 소설은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 단순히 스마트폰 액세스만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지를 신랄하게 보여준다. 


칠칠맞지만 순진한 도미타 마코토는 택시에 스마트폰을 두고 내린다. 스마트폰의 대기화면은 여친 이나바 아사미와 함께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다. 그 남자의 스마트폰 속에는 아사미를 졸라 찍은 누드 사진이 들어있다. 스마트폰을 습득한 남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사람 뿐 아니라, 그 스마트폰에 저장된 지인까지 그들의 운명은 잠재된 범죄에 노출된 것이다.  여친의 누드 사지을 찍었으면 전화기 간수를 잘하던지 한 번 보고 지워버리던지 해야지 뭐할라고 잃어버려 여친에게 그토록 엄청난 민폐를 끼치게 된단 말인가. 


그렇다면, 도미타 마코토의 스마트폰을 주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처음엔 이 사람의 정체는 선량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냥 좀 음흉한, 흔한 남자로 보인다. 그의 관심은 스마트폰의 주인이 아니라 아사미에게 있다. 그는 아사미를 통해 도미타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지만, 이미 스마트폰을 PC로 미러링하는 소프트웨어를 깐 후다. 


페이스북 프로필은 양날의 검이다. 프로필을 공개함으로써 얻는 이점은 광대한 인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SNS의 프로필과 상태에 과시하듯 자신을 업데이트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개인신상이 잠죄적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간과된다. 세상에는 사람들도 많고 자신과는 다른 이상한 사람들도 많다. 더욱이 인터넷 바다에서는 재수 없으면 아무 일면식도 없는, 악의적 스토커나 진상 답글러들을 만날 수도 있다. 이 좁아터진, 그나마 책을 읽는 자칭 '지성인'들이 모인, 블로그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그런 일들을 목격하는데, 넓디 넓은 N 세계 F 세계 T 세계에선 얼마나도 이상하고 기이한 인간성을 가진 군상들을 만날 수 있겠는가.


페북을 비롯한 SNS는 프로필은 물론 동향이나 기타 SNS 활동을 통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주운 사람은 아주 작은 힌트를 통해 점점 더 아사미를 둘러싼 모든 환경과 지인들 심지어 그녀의 은밀한 비밀까지도 알아낸다. 그런데 이 사람이 연쇄 킬러라면?


교훈

휴대폰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휴대폰, 컴퓨터, SNS 이메일 등등 모든 비번에 자신의 고유번호(생년월일, 기념일, 학번) 를 결합하지 않는다. 이니셜도 마찬가지.

누드 사진을 어느 매치에라도, 저장하지 않는다. 

포르노를 찍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

그 어누 누구가 보낸 링크라고 해도 링크 클릭 금지 (당신의 계정이 해킹당했으니 다음을 눌러 조치하라는 둥 깜짝 놀라 눌러볼 만한 문자 카톡 등등 메시지나 메일에 절대로 넘어가지 말것 ). 뭔가를 호기심에 클릭하는 건 내 개인신상을 비롯해 비밀 정보들, 보안 사항들을 몽땅 넘긴다는 뜻. 램섬웨어에 트랩될 수도 있음. 몸값(데이터값) 지불할 의사가 있으면야 몰라도.(가끔 인터넷 하다가 이것 저것 귀찮아서 클릭하다가 랜섬웨어 크리 맞을 수도 있음, 이 때 컴에 수년간의 일들이 저장된 것들이 있고, 해커가 1억을 요구한다면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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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9-06-23 23:13   좋아요 0 | URL
어르신들이 걱정이에요. 우리야 잠금장치를 해두지만 어르신들은 안하자나요. 가뜩이나 지갑도 자주 잃어버리는데..
 
미니멀라이프 청소와 정리법 - 인기 미니멀리스트 25인의 집안일 아이디어 for Simple life 시리즈 3
주부의 벗 지음, 김수정 옮김 / 즐거운상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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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로 살려면 청소도 미니멀하게 조금만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사실 여기 소개된 여러 일본 주부들은 미니멀 라이프를 산다기보다는 티끌 하나 먼지 하나 없이 집안을 유지시키기 위해 어떤 클리닝 제품들을 사용하는지 얼마나 자주 어떤 방법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는지 자신들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어떤 주부는 이틀에 한 반 베갯잇을 갈아 빨고 일주일에 한 번 침대 커버를 모두 벗겨 빤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새로 지은 호텔이나 콘도같이 반짝반짝 윤이난다. 한 저자가 자기 노하우를 책으로 쓴 게 아니라 편집부에서 청소의 신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각기 다른 방법들을 조사해소 실은 거라 다양한 방법들이 소객힌다는 특징이 있다. 청소는 주부들의 몫인가 라는 퀘퀘묵은 질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데 주부라는 말도 사실 돈을 벌고 있어도 파트 타임이나 자택 근무면 주부가 되는데 이렇게 부지런을 떨어서야 어디 일할 시간이 나겠나.

거의 모든 주부들이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직구는 널렸음) 청소용 제품들을 사용하는데 이건 뭐 직구 안하는 독자에겐 그림의 떡이다(9천원 짜리 클리닝 제품에 1만 2천원 택배비는 사양함). 그래도 일본이 좀 가까운가. 그리고 부산 가면 얼마든지 일본 제품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하는 분들을 위해 메모해둔 것 중 거의 모든 주부들이 쓰고 있는 건 80프로 정도가 에탄올인 파스토리제 살균 스프레이다. 찾아보니 해외 직구 2만원선이다. 창문청소에서부터 거의 찌든 주방 탑까지 거의 모든 곳에 쓰이는 듯한데 그냥 약국에서 파는 1천원짜리 에탄올을 스프레이 통에 넣어서대용으로 해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우타마로 비누는 2400원인데 한국에서도 팔지만 아주 더러운 것도 잘 진다고.  매일 하는 청소에 뭔가 친황경적일 듯.  의외로 산소계표백제(옥시클린)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던데 반가운 소식이다. 전에 과탄산나트륨 한 포대를 사둬서 평생 쓸만큼 있거덩. 중성 세제를 살짝 섞어서 청소용 물비누로 쓰면 될 듯하다. 어제 생생정보통에도 나왔는데 과탄산나트륨+중성세제+에탄올 이게 파워풀하단다. 

미니멀 라이프를 살려면 몸이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데 온갖 취미로 여러 장비들을 사들이시기에 하루도 택배가 거르지 않는 식구를 가진 집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일 뿐. 사들이는 사람이 청소와 정리는 본인이 한다는 건 불행 중 다행.  이런 책을 보면 조금 경각심이 생기고 청소에 대한 의욕이 잠시나마 솟구치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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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하나 바꿨을 뿐인데 - 인생의 기회를 열어주는 세련된 영어 대화법 자기계발은 외국어다 2
하마다 이오리 지음, 정은희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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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딴 얘기를 하고 시작.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화성어의 빙빙 돌려말하기와 복잡한 완곡어법은 한국어를 능가할 정도였다" 


맥락을 부연설명하면, 그 전에 화성인이 '긴장을 풀고 로카의 교리 전체가 명백히 구현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까?' 라고 말하니 주인공이 '뭐라고요?' 하고 묻고 화성인이 다시 '로카의 춤을 보고 싶습니까?' 라고 직접적으로 바꿔 묻는다. 


나의 센스쟁이 동창들과도 특히 단톡할 때 자주 느끼는 건데, 한국어는 일상적인 언어에서조차 은유와 상징의 풍성한 파도가 넘실댄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냥 보통 때 쓰는 표현을 영어로 그대로 옮겼을 때 무례하게 느껴지는 직접적고 간결한 표현도 많다. 길가다 만나면 '너 뭐 어떻게 지내냐?' '그냥 지내' 이런 쓸데없는거 안묻고 대놓고 '어디가냐' 묻고, 전화벨이 울리면 '잘지내냐'보다는 '어디냐'가 먼저다. 나는 얼쩡거리지 않고 이렇게 그냥 확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


이 책은 일단 내용이 많지 않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영어 문법과 단어로 영어를 좀 더 세련되게, 잘하는 것처럼 보이게, 오해없이, 기분 상하지 않게 표현하느냐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문법을 아무리 오래동안 배워왔다고 한들 기본적인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언어상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조차도 외국사람과 일상적인 대화에서조차 오해를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 오히려 일상적인 대화일 때 더욱 그러하다. 이것은 문화의 차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게, 이런 표현이 한국말에서는 일상적이지 않지만 한국말도 이렇게 하면 훨씬 더 부드러워지겠구나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무엇이냐 하면. 영어를 꽤 잘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단어 하나 차이로 굉장히 다른 뉘앙스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몇가지 규칙을 알아두고 표현을 알아두면, 열라 공부하지 않아도 실용적인 대화를 잘 이어나갈 수 있다는 거다. 수준은 중학생 정도 학생들도 다 알고 쉬운 단어로 표현되는 간단한 문장들이다.


책을 안살 사람들을 위해서 혹은 책을 살 사람들에게 힌트를 주기 위해 살짝만 정리해본다. 



질문하자.

잘 이해하지 못한 내용은 다시 질문한다. 질문하는 방법. parden? 처럼 대체 이 인간이 내가 여태 설명했는데 대체 뭘 알아먹었다는 거야 싶게 황당하게 묻지 말고 구체적으로 묻는다.


❶ 대화 중에 상대방에게 직접 묻는다 습관 ❷ 구체적으로 확인하면서 묻는다

요령 ❷ yes/no로 답할 수 있도록 질문한다 요령 ❸ 마지막으로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 ⇒ So, to confirm, you’re saying (that) + <확인하고 싶은 부분을 요약한 문장>. Is that correct?   모르는 것을 정확히 물을 때 유용하다.


상대방의 이름을 알자.

이름보다는 호칭을 자주 사용하는 우리 문화에 오래 노출된 경우, 영어권 상대편 이름에 대해 무관심하기 쉽다. 이름을 알아두고 외우는 습관을 이렇게 실천한다.

1) 이름을 다시 한 번 물어본다

2) 상대방의 이름을 듣자마자 따라 말한다 Kyle: I’m Kyle. 나: Kyle. Hi, I’m Ken.

3) 자신의 발음이 맞는지 확인한다

4) 확신이 안 들 때는 철자를 물어본다

6) 대명사보다 이름을 쓴다


특히 상대방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재촉 혹은 제안할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you로 문장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방법은

1) we를 주어로 한다

2) 자신을 주어로 한다

설정 친구에게 빌려준 3만 원을 돌려받고 싶을 때   Did you give me back my 30,000 won? 은 추궁하는 느낌이 든다. ○ Did I get back the 30,000 won I lent you?

3) 무생물을 주어로 한다.× Why did you come to Korea? 은 직접적이고 무례하다. what을 주어로 ○ What brought you to Korea? 간접적이고 완곡한 표현


정중하고 완곡한 과거형

영어에서는 시제를 과거형으로 쓰면 시간적 거리가 심리적 거리를 느끼게 하여, 간접적으로 느껴지고, 그 결과 정중하게 들린다. can you / could you, will you / would you. 점원이 물을 때, are you looking for something? 는 직접적이고 무례하고, were you looking for something in particular? 가 정중하다.

I wonder if you can … 은 I was wondering if you could 가 더 정중


좀 닭살 돋지만..

뒤에 for you를 붙여 따뜻함을 표현한다. I can ~ for you, I ~  for you, Shall I ~ for you?, Here/This is~ for you.  I’ve ~ for you. 등등


작은 표현들

05 ‘작은 표현’을 활용하면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a bit   a little just really quite slight   one or two kind of 등 can you come a bit earlier? 면세점에서 물건 사기를 완곡하게 거절하는 방법으로  나 돈없다는 퉁명한 표현보다는 It’s a little over my budget.가 적절하다.


단정적 표현을 부드럽게

단정적인 표현은 신빙성을 떨어뜨리므로 현명하게 바꾼다. 방법 ① <Not+단정적인 표현>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② But으로 말을 이어나간다. ③ <빈도·정도를 나타내는 말>을 고른다. ④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Everyone knows that.=>Not everyone, but many / most / some people know that.  


미안하다는 말은 고맙다는 말보다 동양적

문화의 차이인데, 사과보다는 감사로 마음을 전한다.

I’m sorry my English is poor. ⇒ Thank you for your patience.

Sorry I’m just complaining. ⇒  Thank you for listening.


거절하는 방법

No를 쓰지 않고 No라고 말하는 방법. 한국말도 유효하다.

❶ ‘쿠션 표현’을 쓴다 쿠션표현은 충격을 완화해줄 수 있는 표현이다. Thank you for asking, That sounds + 긍정형용사, I wish I could, Unfortunately, I understand your situation,

❷ 거절하는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something has come up, I have another appointment)

❸ 상대방이 말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대안을 제시한다

거절할 때 하기 쉬운 실수가 바로 어색함을 참지 못해서 계속 말하는데, 그 순간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게 이 책에서 가장 유용한 충고다. 어떤 말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사실 거절하고 싶지 않을 경우 Maybe some other time?, I will be able to do that by tomorrow if that’s o.k.


불쾌감을 주는 주장을 불쾌하지 않게 표현.

첫마디에 긍정적인 단어로 시작한다.  Yes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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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다섯 번째 계절 - 부서진 대지 3부작 1 부서진 대지 3부작 1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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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만큼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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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 보르코시건 : 마일즈의 유혹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5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김창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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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가 경험하는 세타간다 제국은 30 세기 미래의 기술이 만들어 낼 가상의 낯선 인류와 계급과 문화 제도,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한다. 원래 제목이 《세타간다》인데 이런 식의 고유명사가 독자들의 관심을 쉽게 끌지 못할 것을 우려했던 것인지 한국어판에서 《마일즈의 유혹》으로 바뀌었지만, 그래서 이러한 제목의 변경은 전체 내용을 편협하게 축소시키는 느낌이다. 이번 편에서 뿐만 아니라 어느 편에서건 남성 호르몬이 최대치에 오른 나이의 마일즈는 항상 매력적인 여성들에게서 유혹을 받고, 그 때문에 문제를 자초하기에, 이번 편이라고 해서 여성 문제에 관해 그리 특별하다고 보여지지도 않는다. 


시리즈의 전편들과 비교할 때 《마일즈의 유혹》의 다른 점은 전투씬이 없다는 거다. 전편에서 계속해서 언급했던 세타간다 제국에 외교 사절단으로 방문한 마일즈는 게놈을 통해 유전자의 선택 교배에 따라서만 후세가 결정되는 이 사회의 문화와 예절을 배우는 중이다. 사실 1편에서 이미 다루었지만, 항성계를 연결하는 웜홀 문제로 수백년(600년이었던 걸로 기억) 간 나홀로 항성계에서 고립 시대를 겪는 동안 보수적이고 남녀 차별적인 중세풍의 황제정과 보루라는 귀족 사회가 지배하는 문화를 갖는 바라야 행성도 21세기의 눈으로 볼 때 굉장히 이질적이다. 그러는 동안 전 우주에 걸쳐 가장 많은 항성계와 도약 웜홀의 지배권을 가진 세타 연합의 지배자는 독자인 21세기 지구인의 시각으로 볼 때 뿐만 아니라 바라야인의 시선에서도 신비롭고 이질적이면서 이해불가능하고 괴상한 점 투성이다. 


전투신이 빠진 이번 편에서 새로운 전투는 보이지 않는 어떤 계략과 마일즈와의 두뇌 게임이다.여기에 세타간다의 유전자 풀을 지배하는 은둔적 호트 여성과 우연히 엮인다. 우주선에 침입한 괴한을 처치하고 그가 가지고 있던 막대 모양의 정체 모를 물건을 손에 넣었는데 그게 호트족의 후세 유전자 정보를 보관하는 정보를 여는 유일한 열쇠다. 어쨌든 이 월등한 유전자 조작 인류인 호트 여성은 그들을 보자마자 저항의 여지를 주지 않고 열병처럼 확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가졌는데 그에 따른 부작용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인지 그들은 철저하게 폐쇄되어 있으며 자신들 외에는 절대로 외부에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열쇠를 가진 마일즈를 찾은 호트 리안은 열쇠를 돌려받기 위해 구형의 떠다니는 거품에 은폐한 자신의 모습을 마일즈에게 드러내고, 가뜩이나 남성 호르몬이 콸콸 쏟아지는 왕성한 나이의 마일즈는  이 거부할 수 없이 완벽한 아름다움을 유전적으로 구현한 여성에게 빠져버리고 만다. 


제국보안사에 근무하게 된 마일즈는 팔촌 형 이반과 함깨 세타간다의 황태후 장례식에 사절단의 자격으로 왔지만 신체적 약점에서 비롯된 뿌리깊은 열등감과 뛰어난 두뇌로 어떻게 해서든 인정욕구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 그가 관여하게 된 사건은 그 목적이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불분명하다. 이반의 훤칠한 키와 수려한 용모의 이반은 마일즈와 함께라면 더욱 두드러지지만 야망이 없고 상사에게 주목받고 싶지 않은 그가 마일즈와 한팀이 되는 것은 여러가지 위험한 일에 말려들고 협조하게 됨을 의미한다. 바보 이반과 키작은 마일즈를 보고 있노라면, 왕좌의 게임이 자꾸 생각난다. 누이를 사랑한 제이미 라니스터가 이반처럼 물러터지지지도 않고 마일저가 티리온처럼 노련하고 전략적인 인간인 건 아니지만(이 점은 아직 그가 청소년기라서라고 이해) 두 사람의 케미가 (원작이 쓰여진 시점에서 볼 때 크게 서로 영향을 받았을 것 같지는 않지만) 돋보인다.


괴한에게 빼앗은 물건이 세타간다 전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요한 물건이며 이것은 죽은 황태후가 정체된 세타간다의 부흥을 위해 계획한 거대한 작전의 음모임을 알고도 이를 일리안이나 상사에게 즉각 보고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과 이반 더 나아가서는, 일이 잘못되는 경우 애당초 괴한을 보냈던 목적인 상대쪽의 계략에 빠져 유전자 열쇠를 훔친 스파이로 침략의 빌미를 주게 되고 결국 바라야 행성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매우 민감하고 정치적인 사건임에도 자신의 힘으로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직감에 능수능란한 거짓말과 밥먹듯 하며 호투 귀족, 겜 귀족, 상사 등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직접 사건의 본질을 캐기 시작한다 


본격 탐정 쟝르로 보기엔 개연성이 살짝 갸우뚱하지만, 어쨌든 이야기의 흐름은 광대한 우주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는 세타간다에서 바라야 제국을 희샹양 삼아 벌이는 권력 투쟁의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탐정 소설로 볼 수 있다. 


결국 이 호트귀족의 열쇠 도난 사건을 이해하려면 세타간다의 독특한 지배체계와 문화, 관습, 제도를 이해해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상식적으로는 벌어질 수 없는 사건이다. 그 때문에 이 세계관을 묘사하는 텍스트가 많아져 다른 편에 비해 속도와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행성의 두뇌가 결국은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한 신인류로의 변화, 그에 따른 21세기에는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확고한 승계 방식의 카스트 계급 형성, 전통적 부부 및 가족 제도의 소멸과 새로운 대체 가족의 대두에서 비롯된 가능성있는 미래임에 동의하게 된다. 


여러 항성계의 많은 세타 행성들을 지배하는 자는 호트 귀족의 황제로 황제와 황태후 호트귀족과 그 배우자의 역할은 상호 보완적이지만 독립작이기도 하다. 호트와 호트 부인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부부라고 생각하는 수준의 친밀감과 사랑을 기반으로 형성된 가족이 아니라 유전자를 공유하는 공식적인 배우자일 뿐이다. 그 이유는 세타라는 사회 자체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번성허고 유지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유전자가 섞이는 게 아니라 호트의 메인 게놈 속에 선택적으로 유전자를 자르기와 붙여넣기로 후세를 선택 배양하는 것이다. 이 일의 책임과 권한이 황태후에게 있고 황제는 그것을 손대지 못한다.



호트 계급 여성들은 완벽하게 은둔하고 있어서 아무도 그들을 본 사람이 없다. 그들이 공적인 행사에 나올 깨는 둥둥 떠다니는 의자에 타고 안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 거품 속에 모습을 감추고 다닌다. 아랍의 부르카를 연상할 수 있는데, 그들과 달리 이러한 은둔이 이 사회에서는 특별한 계급으로서의 특권이다. 공적 파티에서조차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 그들의 사회에서는 예의에 해당한다. 


먼 미래에는 현재에 비윤리적이라고 금지한 많은 것들이 여러 우회로와 느슨한 구멍을 통해 빠져 나가고 결국 지금은 질병예방과 장애의 표식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는 인간 유전자 조합 기술이 어떤 식으로든 큰 전기를 맞게 될 사건이 무한한 미래의 역사에 기다리지 않을 보장이 있을까. 소름끼치는 대목은 바로 이러한 유전자 기술에 의한 번식 방법이 ‘난수적인 자연 진화의 낭비를 피하고 그 대신 이성의 효율성을 추가’한다고 믿는 호트 귀족들의 가치관이다. 수백만년 진화의 결과를 크리스피 유전자 가위로 쌍둥쌍둥 자르고 붙이고 이어서 원하는 외모, 성격, 두뇌를 가진 인간을 창조해 내고 그 게놈은 바로 호트 귀족의 여성인 황태후가 독점한다는 게 이 사회에서 아주 소수의 호트족이 스스로를 가치있게 만들고 전우주를 지배하는 원리다. 그런데 어느날 황태후는 이러한 지배 질서의 전복을 꾀하고 일을 다 끝내기도 전에 죽은 것이다. 



세타간다와 바라야는 마치 일본과 우리나라처럼 침략과 약탈의 뿌리깊은 역사를 가진 탓에 심적으로는 엉숙이지만 약소국과 대형제국이라는 틀 때문에 그럭저럭 평화를 유지하고 교류하늠 상태다. 엄청나게 큰 규모로 한달여간 지속되는 장례식에서 마일즈가 경험하는 문화는 이질적이지만 호트 귀족은 뛰어난 마일즈가 과외 교습을 받아도 때때로 실수할만쿰 복잡하고 흥미롭다. 유전자 조작으로 결정된 소수의 지배자 계급인 그들은 하류 계급 역시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조작하고 조절한다. 자연 임신과 자연 분만으로 태어난 인간을 '생물'로 지칭하며 우리가 동물(?)한테 그러듯 생물취급한다. 우리가 생물인건 맞는데, 막상 선택된 게놈에 인공적으로 편입된 유전자들과의 결합으로 태어는 그들이 인간을 그렇게 부르는 건 뭔가 억울하다. 


하지만 그런 유전자조작 여인들의 완벽한 미는 마치 일생에 한 번 누구나 걸리는 질병처럼 치명적이다. 이상한 일에 휘말려 탐정행세를 하게 된 마일즈의 이번 편의 쓸데없는 모험과 호기심은 자신도 그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괴한의 습격때부터 상부에 보고했더라면 어쩌면 보기 좋게 모반자의 음모에 말려들어 세타간다와 바라야 사이에 전쟁 촉발의 빌미를 주었을 것이라는 마일즈의 확신 밖에. 결과적으로는 마일즈가 또 한번 바라야 제국을 구하는 일이 되었고, 과정적으로는 열등감과 인정욕구 혹은 공을 세워 승진하려는 속물적 욕구 혹은 치명적 유혹 때문인 듯한데.. 이렇게 과감하게 일을 끌고 나가면서도 심리적으로는 갈팡질팡하는 마일즈는 여전히 귀엽고 매력적인 작은 악마적 캐릭터다. 이제 스무살.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



먼 미래에 어떤 과학이 현재의 숱한 한계들을 극복했을 때 도래할 수 전혀 새로운 사회를 제시했기에 나로서는 그 어떤 전투적 소설보다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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