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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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권의 책을 남겼을 정도로 여러 분야의 저술 활동에 활발했던 아이작 아시모프의 가장 성공적인 시리즈 중 하나인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국내에 시리즈의 첫 편인 이 책 《1. 파운데이션》을 비롯해 《2. 파운데이션과 제국》《3. 제2파운데이션》《4. 파운데이션의 끝》《5. 파운데이션과 지구》 《6. 파운데이션의 서막》《7. 파운데이션을 향하여》 총 7권이 완전판 세트로 출간되어 있다. 



출처 알라딘 상품 페이지


참고로, 내가 읽은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는 《보르코시건》 과 단권으로 데이비드 브린의 《스타타이드 라이징》 등이 생각나고, 그밖에 지구밖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제로 쓴 《세븐이브스》나 《별의 계승자》 도 읽었다. 따라서 현대 소설들과 당대 3대 거장이라고 떠벌여지는 아시모프의 가장 큰 성공작의 첫번째 책을 읽었을 때의 소회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과학 소설의 아이디어라는 것이 기존의 소설들로부터 꾸준하게 영감을 받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기에 오래된 소설과 현대 소설을 비교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변하는 과학의 개념이 바탕에 있는 과학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50년대 소설이라는 점은 어쩔 수 없이 아이디어와 서사 작법 모두 낡은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로, 아주 오래된 소설에서 현대 읽어도 참신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소설들이 있으니, 3대 거장 운운하는 작가라면 근사한 지평을 열어주는 소설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한 욕심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이 소설의 세계는 넓다. 드넓은 우주와 수백년의 시간 기간이라는 광대한 배경이 있다. 여러 이야기가 하나의 우주 역사를 흐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세계관, 혹은 독자로서 느끼기에 넓고 광대한 건 아니다. 시간 범위도 넓고 우주 범위는 상상을 불가할 정도인데 세계관이 넓다는 느낌이 안드는 건 사건의 가닥들이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배경이 우주이지만 로마시대나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중세 판타지적 배경보다 넓어보이지 않는 이유는 행성을 대표하는 몇몇 인물들의 천재적 판단과 결정이 그토록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우주 전체의 역사와 운명을 좌지하기 때문인 듯하다. 헤리 셀던이라는 한 인물이 이끄는 심리역사학이라는 마법적 과학이 광대한 우주 세계의 몰락을 예언한다는 설정 또한 아무리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과학이 마법과 다르지 않다는 시각을 유지하더라도, 수만년 이후의 세계가 수만년 이후의 세계의 몰락을 예측하고, 그 몰락을 막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서사 구조 자체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킨다. 한마디로 뭐 어린이용 만화나 B급 헐리우드 영화에서 설정한 상황처럼 유치하게 보인다는 거다. 


첫번째 책 파운데이션은 다섯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단 과학 소설은 서구 로마 제국이나 식민 제국과 세습 계급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 같다. 광속을 초월한 우주선들이 빛의 속도로 항성대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시대에 세습 귀족과 왕족이 존재하고 이들이 지배하는 제국이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이야기는, 그러한 세습에 대한 향수를 드러낸다. 이 소설 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를 그린 여러 유명 과학 소설에서도 제국과 세습 귀족의 모습이 많이 볼 수 있다. 위기를 맞은 1만 2천된 은하 제국의 수도 트랜터에 제국을 통치하는 귀족들이 존재한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은하 성단의 가장자리 척박한 행성에 수립한 새로운 나라 역시 처음에는 백과사전 편찬 위원들이 실질적으로 도시를 지배하지만, 훗날 정권을 잡은 하딘 역시 세습 계급은 아니지만 시장으로서 수십년간 오랫동안 지배자로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습은 가장 민주적이고도 선진적이어야 과학자들의 새 행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1인 독재 국가들을 연상시킨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은 심리역사학이라고 불리는 미래 예측 기술이다. 이 기술의 최고 권위자인 셀던이 제국의 쇠망과 앞으로 다가올 1만년의 암흑기를 예측하고 이 위기를 피하기 위해 백과사전편찬 사업이라는 새로운 행성 우주 계획을 수립하고 죽은 후 몇 세대에 걸쳐 찾아온 셀던 위기와 극복 과정이 다섯 개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제국은 500년 안에 붕괴되어 3만년의 암흑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그는 제국의 붕괴를 멈추게 하지 않고 단지 암흑시대를 1천년으로 줄이는 방안으로 '우주백과사전' 편찬을 제안한다. 위원회는 그를 침묵시키기 위해 셀던과 대부분들이 과학자인 그의 지지자들을 변방의 행성 터미너스로 보내고, 거기서 백과사전 편찬 사업이 시작된다. 


내가 보르코시건을 좋아하는 이유는 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우주 활극이지만 주인공 마일즈 보르코시건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펄펄 살아서 튀어나올 듯하게 입체적이고 개성 강하다는 점이다. 거기에 과학 소설적인 새로운 세계들과 사고 실험이 덧붙여지니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따르는 피곤함이 생길 틈이 없다. 반면 이 소설은 50~60년대 소설임을 감안해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과학적 요소는 제처놓거라도 작중 성격이 평면적인점, 서사가 정치적 언쟁을 중심으로 흐른다는 점 등이 나의 취향과 찰떡궁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쓸 때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로마 제국이 쇠하고 망하던 시절 복잡하게 얽혀있던 주위의 왕국과 국제 관계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보다 더욱 광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정치적 암투와 사랑 배신 정권의 흥망성쇠를 그린 콜린 매컬로의 소설 《로마의 일인자》가 로마사에 등장하는 그토록 많은 주요 인물들에게 각자의 개성들을 풍부하게 그려넣은 것과 비교하면 정치적인 쟁점으로 흐르는 이 소설들에게서는 개인의 성격보다는 개인의 판단과 결정, 그로 인한 인과관계 중심으로 흐른다.


해리 셀던의 말처럼 서서히 제국은 몰락해 갔고, 한 이야기와 다음 이야기 사이에 수십년의 간극이 있는 다섯 개의 이야기들은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따라서 한 시대의 주요 발전과 전략이 다음 세대에 어떻게 그 사회에 위기를 초래하는지에 촛점을 맞춘다. 백과사전 편찬위원들이 이주한 터미너스 행성은 단지 변방에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척박하기 그지 없어서 거의 모든 자원들을 수입에 의존한다. 이러한 척박함은 동력원의 크기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의 과학 기술을 크게 발전시킨다. 광속을 날아다니는 우주시대에 원자력 기술의 유무로 행성의 과학 기술의 발전도를 평가하는 것은 흠좀무이긴 하나, 어쨌든 적대적인 다른 행성들이 제국이 남겨놓은 원자력 에너지에 기반한 유물같은 무기들로  그냥저냥 소유하고 있는 데 반해, 터미너스 행성은 높은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가졌지만, 제국에서 이탈한 이웃 행성들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모종의 딜을 해야 하는데, 바로 시장인 하딘의 아이디어로 그들에게 원자력 기술을 포함한 신기술들을 제공한다. 이러한 결정은 사자에게 자기를 맡기는 것과 같은 위험한 결정이지만 하딘의 계획은 과학을 종교화하고 신격화 시킴으로써 터미너스의 과학자들이 종교적 지도자라는 환상을 심음으로써 적국의 백성(?)들이 신격에 함부로 대항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극복된다. 


기술을 종교적 진리로 제시하는 거짓종교를 통해 오랫동안 터미너스를 비롯한 주변 행성의 지배권을 장악한 하딘에게 이웃 정당인 행동주의자들은 권력에 위협이 되고, 하딘은 셀던의 또 다른 기록을 이용하여 자신의 힘을 유지하고 트레이더를 먼 행성으로 보내 광물과 천연자원을 교환한다. 이후 시간 간극이 지난 향후 스토리에서, 종교적인 선교사와 여러 전술을 사용하여 이웃 왕국들에 대한 지배를 확립하는 등 제2의 은하제국으로 자리매김한 터미너스는 상인들의 저항에 부딪힌다. 이는 궁극적으로 종교 통치를 통한 정복을 중단하고 대신 더 많은 상업적 기업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도록 이끌면서 재단과 주변 국가들 사이에 엄청난 갈등을 야기한다.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영감을 받은 스토리인 만큼, 하나의 큰 스토리가 아니라 연관된 여러개의 스토리가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제국의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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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ficial Condition (Hardcover)
Martha Wells / Tor.com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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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derbot diaries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첫권에서 murderbot의 캐릭터에 너무 푹 빠진데다가, 고객의 생명을 구한 대가로, 탐험대 대장이(여자다) 멘사가 무장한 로봇을 해방(?)시켜줄 목적으로, 그러니까 인간 관점에서 인격적으로 대우할 목적으로 이 로봇을 비싼 값에 샀는데, 첫권의 마지막에 탈출하는 걸로 끝난기 때문에, 2편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첫 권에서는 강철 수트와 팔다리에 부착한 강력한 무기들, 수하에 거느리고 있어서 아무곳이라도 염탐할 수 있는 작은 드론들, 통신 모듈 뿐만 아니라 이 보안로봇이 휴식하는 공간이 주어져있었는데, 탈출 시점에는 이 모든 것들은 원래 회사에 반납한 듯하고, 또한 멘사가 murderbot의 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작정인 듯해서 인간인 복장을 입혀놨기 때문에, 로봇 입장에서는 아주 굉장히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 독특한 미래의 세계관에서는 강력한 인공지능을 장착한 다양한 종류의 로봇과 인간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인 murderbot과 같은 이도저도 아닌 봇이 있다. 첫편에서 murderbot은 유기파트와 기계파트가 공존하는 보안모듈(SecUnit)로 인간들은 그를 완전히 기계로 대하지만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그의 행동을 통해 인공지능적인 사고 뿐만 아니라, 감정이 있는 것을 확인한다. 이 보인장치의 가장 큰 특징이자 1 편과 2편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감동적인 파트는 이것이 직관적으로 인간을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을 보여주는 모습 때문이다. 1편에서도 그랬지만, 그는 인간과의 접촉과 대화를 극도로 꺼려한다. 특히나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자신을 보는 시선을 불편해한다. 그렇다면 인간과 동일한 많은 근육과 그 근육을 움직이는 감정 통제의 신경 네트워크와 호르몬 등을 가졌다는 소리인가. 인간의 두뇌를 해킹하여 그 메카니즘을 그대로 흉내내거나 혹은 인간의 일부를 기계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활용에 용이한 인간적 부분을 제거하지 않았거나 못했거나 그랬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류의 보인 장치들을 생산하는 회사에서는 동일한 복제품들이 무수히 많고, 머더봇은 그들 중 하나이면서 그들 중 하나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을 통제하는 중앙 통제 모듈을 스스로가 해킹하여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통제모듈은 서버의 연결을 지속적으로 받고, 업그레이드를 수행하면서, 어딘가 무엇인가로 인해 움직여지지만, 자기 모듈을 해킹한 murderbot은 업그레이드 따위는 간단히 무시하고, 남는 동안 달의 성소라는 자기가 아주 좋아하는 드라마 시리즈를 내내 보는데, 그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직관적 이해는 아마도 그 드라마를 통해 인간을 학습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번편에서는 무엇보다도, 아머를 입지 않았고, 특히나 자신의 표정을 보호하고 있던 얼굴 헬멧을 벗었기 때문에, 행동에 엄청난 제약이 따를 뿐 아니라, 1편에서 보여준 미래의 통신 제어 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는데, 아주 우주선 친구를 사귐으로써 간단하게 이 문제를 해결한다.


1편의 끝에서 그가 멘사를 떠날 때, 아 정말 이제부터 팔자가 펴게 생겼는데, 멘사가 잘 해주면, 피흘리며 싸울 필요도 없이(슬프게도 그는 아픔을 느끼고 피도 흘린다. ) 평생 혹은 영원히(?) 달의 성소만 보면서 살 수도 있을텐데 왜 고생길을 자처하나 싶었는데, 아... 다 이유가 있었다. 1편에서 스스로를 murderbot이라고 이름붙였는데, 소심한 성격으로 묘사되는 그가 과시하고자 하는 이름으로 그렇게 붙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가 있었던 거다. 


rougued bot이라고 불리는 로봇들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행동하는 로봇들이다. 그런데 자신이 그 이전에 그렇게 되어 인간의 목숨을 다량 살상한 과거가 있는데, 그 이후 모든 기억이 파기되어서, 자신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단지 기록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이 로봇의 두뇌에 인간의 신경망과 비슷한 어떤 유기적인 부분이 있어서, 기억의 파편들이 로봇에게 남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왜? 왜 내가 사람들을 죽여야만 했을까. 그 이유를 알고 싶다. 


기억을 잃은 킬러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선 본 시리즈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인데, 이 로봇은 후회나 회환이나 그런 복잡한 감정은 없이 그저 알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애처롭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엄마 찾아 삼만리를 떠난 것 같은 느낌이랄까. ,murderbot을 만든 회사에서 보안유닛과 프로토타입이 같은 또다른 버전으로 murderbot이 섹스봇이라고 부르는 construct들이 있다. 공식적인 이름은 위안장치(ComfortUnit)이다. 이러한 종류들은 인간의 보호 없이 마음대로 우주선의 수송로들을 이동할 수 없다. 당연히 우주선에 혼자 타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는 자신이 해킹해서 가진 엔터테인먼트 피드들을 우주선(우주선 자체가 인공지능)과 공유하는 걸로 딜을 해서, 여객선이 아닌 물자수송선을 타고 자신이 예전에 꽤 많은 인명을 살상한 행성으로 가는데, 이 우주선의 인공지능이랑 친구먹게 되어 많은 도움을 받는다. 


거의 불가능한 일들을 우주선이 자신에게 달린 모든 카메라와 드론 통신모듈, 인공 계산 모듈 등을 이용해서 해결한다고 보면 된다. 영리한 선택이다. 그런데 자신의 규격이 전 우주에 알려져 있으므로, 발각되지 않기 위해, 신체 아니 로봇의 하드웨어를 전면 개조한다. 키를 줄이고, 머리카락을 비롯한 털들을 심고 그리하여 murderbot은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인간의 신체적 특성들을 골고루 갖추게 된다. 더 인간의 모습과 닮게 그러나 다른 보안 유닛들과는 다르게 개조된 murderbot은 Transit 자신의 목적과 같은 곳을 가는 인간 탐험 집단에게 다가가 증강인간으로 속이고 인간 보안 요원으로 취직하여 목적지로 가는데, 이들이 위험에 빠진다. 그리고 인간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으로 몇 번씩 그들을 위험에서 구해주고, 자신의 과거가 있는 페허를 탐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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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Systems Red (Paperback)
Martha Wells / Tor.com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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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의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판타지가 좋아서 관련된 최근 작품을 찾다가 휴고상과 네뷸러 상을 동시에 받은 이 작품을 알게 되었는데,  굿리즈 평점도 좋고 아마존 보면 대중의 호응도 좋은 편인거 같아서 읽었다. 첫 문장을 보면 더 읽지 않을 수가 없다. 


I COULD HAVE BECOME a mass murderer after I hacked my governor module, but then I realized I could access the combined feed of entertainment channels carried on the company satellites. It had been well over 35,000 hours or so since then, with still not much murdering, but probably, I don’t know, a little under 35,000 hours of movies, serials, books, plays, and music consumed. As a heartless killing machine, I was a terrible failure.


기계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기계 속에서 인간의 형상이 튀어나와 인간과 유사한  눈빛, 감정을 드러내는 대화, 그리고 자잘한 계략과 속임수 같은 걸 드러낸다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그런데 그런 당혹스러움은 당혹스러운 인간의 관점이 아닌, 그 당혹스러움을 대하는 상대편 관점에서 서술되었다는 점에서 새롭고 흥미롭다. 1인칭 시점의 ‘나’는 기계다.  보안에 필요한 병기를 장착했지만, 드라마를 좋아하는 소심한 이 로봇은 국내 작가 구병모의 <한스푼의 시간>에서 느꼈던 인공지능 로봇의 감수성과 인간과의 교감이 부드러운 휴머노이드가 아닌 스스로를 살인봇이라고 알고 있는 아연맨의 로봇 버전쯤 되는 외피를 둘렀다. 그(것)은 인간의 생태적 특징을 감춘 수줍기 그지 없는 어떤 존재로 반은 유기적 파트로 되어 있고 반은 무기를 장착한 강철 수트와 보안 장비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반 로봇반이라는 정의를 이 로봇은 극혐한다. 자신의 오가닉파트와 기계파트를 정확하게 기능적으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반반 때문에 때로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갖는 고집불통 귀여운 머더봇.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인간화된 로봇을 다루는 인간의 혼란스런 감정이다. 인류의 탄생에서부터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되어 온 윤리적 규범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 비교적 명확하다. 하지만, 겨우 몇 세대에 갑자기 나타나서는 빠르게 인간과 비슷하게 행동하고 말하는 개체가 되어 버린 로봇에게는 사정이 다르다. 이제까지 그냥 냉장고나 자동차와 다를 바 없는 자동화된 하나의 기계라고 생각하고 있던 보안 로봇이 갑자기 인간적으로 그것도 자신을 희생하고 남들을 살리려는 아주 이타적인 모습으로, 또 위기를 대처할 아이디어들을 생각해 내는 지혜로운 모습으로 바뀌었을 때, 이제 인간에게 이 로봇은 망가진 TV나 냉장고처럼 발로 뻥뻥차거나 찌그러뜨리거나 함부로 욕을 뱉을 수 없다. 


스스로에게 살인로봇이라는 허세스런 이름을 붙인 이 로봇은 사람을 죽이기는 커녕 사람을 살리기 위해 책이 끝날 때까지 분주하게 머리를 굴린다. 그리곤 후회한다. 아씨, 진짜, 내가 내 중앙 모듈을 해킹했을 때 멋진 살인로봇이 될 수도 있었는데… 대신 이 로봇은 외계 행성 탐사팀의 보안을 위해 기업에서 파견된 보안로봇으로,  SecUnit이라는 상품으로 대량생산되어, 이 행성의 다른 편에서 탐사를 하고 있는 다른 팀에도 똑같은 상품이 세 개가 일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 모듈을 해킹한 머더봇은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자동 업데이트를 거부하고, 쓸모없(다고 판단되)는 주요 정보를 지우고 자기 마음대로 자기 자신을 제어한다. 그 중 하나가  말하자면 넷플릭스 같은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해킹해서, 시간이 나는 족족 달의 성소라는 시리즈물을 보고 있었던 바, (이건 내 생각이지만) 학습에 의해 두뇌와 생각이 형성되는 인공지능적 특성상 이 달의 성소라는 드라마는 머더봇의 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니까 어느날 기계가 자기 자신을 해킹해서 허브시스템을 통해 조정되는 모든 모듈을 마음대로 필터링하고, 의식이 생긴 유니크한 존재가 되었다.


이 SecUnit를 만들고 그들을 파견하고 행성에 기지를 설치한 보안 담당 회사가 이익만 추구하고 SecUnit 자체를 저가의 장비로 생산하다 보니, 머더봇은 자신의 신체적 능력에 불만이 많다. 하는 일 없이 TV 시리즈나 보며 시간을 보내던 머더봇에게 크레이터 탐사를 나갔던 팀원이 외계 생물체에게 공격당하는 사고가 생긴다. 한 사람은 이미 크게 다쳤고 또 한 사람은 완전히 패닉하여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에서, 이 로봇은 다친 사람을 둘러 업고 또 한 사람을 진정시키기 위해 헬멧을 벗고 그 사람의 눈을 똑바로 처다보며 진정시킨다. 이 지점부터가 바로 이 로봇이 자기가 인간들에게 코가 꿰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 로봇은 자신의 생물적 부분을 인간들에게 노출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특히 표정으로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을 노출하기를 극도로 싫어해서 불투명 헬멧을 쓴 상태에서만 안정되고, 그들(인간)이 자신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딱딱한 기계적 모습만을 노출한다. 하지만 보안봇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인간을 구하기 위해,  이제까지 탐사대장인 멘사 외에는 자신의 인간 파트의 모습을 한 번도 내보일 필요 없게 만든 헬멧을 처음으로 벗어 그들에게 생물학적 인간성의 정체를 노출시키고 말았으니 이것이 머더봇을 가장 심란하게 한다.


박사와 연구원들로 구성된 이 작은 탐사팀이 점점 더 죄어 오는 위험에 직면할 수록, 이 이름뿐인 살인봇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자신은 통신망을 통해 그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하는 말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엿듣게 된다. 머더봇이 원하는 건 자신을 향한 진정한 무관심이다. 이제까지 강철수트와 불투명 헬멧은 자신의 생물학적 인간적 부분을 완전히 가려주었지만, 그들을 구하기 위한 몇 번의 전투를 통해 생물학적 수트가 부서지고 살갗이 찢어지고 벗겨지고 피가 나는 모든 끔찍한 신체적 상해가 그들 앞에 노출되자, 자신의 아픔보다 그런 살아있는 것들이 드러난 것이 불편하다. 이 로봇의 생리를 아는 멘사만이 팀원들에게 로봇에 대한 관심을 끊고 처다보지도 말고 없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각별히 주의를 주의를 주지만, 마음 착한 대원들은 자꾸 이 기계에 감정이입을 하고,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을 해댄다.


대원들 중에는  아연맨처럼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인공적으로 강화된 인간이 하나 있다. 몸과 마음에 인공적인 부분이 섞여 있으니 유기적 요소가 조합된 로봇과 무엇이 다를까. 육백만불의 사나이처럼 인간에서 시작했다면 신체가 기계로 대치되고 두뇌의 일부도 기계적으로 강화되었다면 여전히 인간이고, 기계로 디자인되어 유기적 요소가 인간만큼이나 가미되었다면 그것은 기계인 것일까. 무엇이 인간이고 무엇이 기계일까 그것을 나누는 경계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이런 질문들을 끝도 없이 던진다. 이 강화된 인간은 가장 냉철하고 객관적이게 머더봇을 바라보는 사람 중 하나로, 시스템을 해킹한 로봇이라면 그 무슨 짓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한마디 했다가 뒤끝 작렬하는 우리의 머더봇에게 끝까지 미움받는 캐릭터로 자리잡는다. 대원들은 로봇을 지칭할 때 대명사 it를 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강화인간과 다른 점이 도대체 뭐냐고 서로에게 논쟁하는 소리 엿듣는다. 사실 그 강화인간은 로봇의 해킹 사실 뿐만 아니라 이 로봇이 스스로에게 머더봇이라 이름 붙였다는 사실까지 팀원들에게 폭로하는데, 그건 사생활 침해 아니냐고 따지기까지 한다. 


It calls itself ‘Murderbot,’” Gurathin said. I grated out, “That was private.”




머더봇에게 또 한번의 결정의 순간이 온다. 대원 모두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선 큰 모험적 탈출을 앞두고 강력한 리더쉽과 배려심으로 머더봇을 보호해주던 멘사 대장은 작전을 앞두고 로봇에게 헬멧을 벗을 것을 부탁한다. 모두들에게 신뢰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거다. 불투명 헬멧 속에 표정을 숨길 수 있기에 표정관리가 안되는 머더봇에게 헬멧을 벗는 일은 가장 싫어하는 일이지만, 대의를 위해 그렇게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은 이들에게 보호받는 귀여운 생명체 있는 존재보다는 인간이 자신을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But I needed them to trust me so I could keep them alive and keep doing my job. The good version of my job, not the half-assed version of my job that I’d been doing before things started trying to kill my clients. I still didn’t want to do it. “It’s usually better if humans think of me as a robot,” I said.


하지만 대장은 여전히 설득 중이다. 그들이 너를, 그들을 돕는 인간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좋아. 왜냐하면 나도 너를 그렇게 생각하니까. 


It would be better if they could think of you as a person who is trying to help. Because that’s how I think of you.”


하지만 마지막 대화에서 이제까지 그가 왜 그토록 자신의 인간적인 부분을 숨기고 싶었는지가 드러난다. 선의에 의한 관심이라 하더라도, 호기심과 탐구의 대상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면, 섹스봇이 되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You don’t need to look at me. I’m not a sexbot.”


머더봇을 바라보는 인간의 감정 못지 않게, 머더봇이 인간에게 갖는 불편함은 가장 흥미롭다. 그것은 인간이 이 의식있는 흥미로운 로봇을 볼 때 그들을 대상화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우리와 다른 개체를 다룰 때 우리와 같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그러니까 괜찮냐 어떻게 생각하냐 이런 질문들은 이 로봇에게 배려가 아니라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이 로봇은 그들이 자신을 인간처럼 취급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자신을 사물(It)로 지칭하는 말을 엿듯는다(“You have to think of it as a person,” Pin-Lee said to Gurathin. “It is a person,” Arada insisted.). 말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예전에 미국의 흑인 탄압시절에 흑인들에게 선의를 베푼다고 하면서 그들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나 부드러운 피부에 관심을 가지고 흘긋거린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비슷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머더봇은 크게 다쳐서 죽어가면서 죽음에 대해 사유한다. 

Maybe this was how murderbots died. You lose function, go offline, but parts of you keep working, organic pieces kept alive by the fading energy in your power cells.(81)


I was designed to work with both organic and machine parts, to balance that sensory input.




또한 머더봇이 다쳐서 정신을 잃은 동안 적이 사람을 보면 모두 죽이게 하는 전투 모듈을 심어 놓았음을 알게 되자, 탐사대장에게 자신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이런 장면은 휴머니즘적 감동이 있는 전쟁이나 첩보 영화 같은 곳에서 종종 보이는 클리셰이긴 하지만 여전히 감동적이다. 하지만 눈물을 쥐어짜는 클리세와는 달리 대부분은 위트있고 코믹하다. 

 

Mensah, you need to shut me down now.


It’s downloading instructions into me and will override my system. This is why the two DeltFall units turned rogue. You have to stop me.”


I knew I could kill everyone on the hopper,



시리즈의 첫 편인 이 소설은 킨들 에디션 뿐만 epub의 이북 버전으로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페이퍼백도 저렴하다. 중편이라 짧고, 실제 음모와 관련된 스토리라인보다는 상황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대화체와 일기체가 흥미로우므로 꼼꼼하게 읽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과 인간과의 교감, 그리고 착한 로봇의 헌신적(으로 보여지는)인 행동을 살인이라는 제목을 가진 점이 아이러닉하다. 정교하지는 않지만 전투씬이 좀 있으므로 낚시는 아니지만, 번역서가 나온다면 구병모의 <한스푼의 시간> 같은 분위기의 제목을 달면 더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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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적도 류츠신 SF 유니버스 3
류츠신 지음, 김지은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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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이 바뀐 환상적 세계를 그럴싸한 과학적 지식으로 창조하는 판타지적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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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 출간을 목빠지게 다려왔습니다. 중편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는 에스프레소 판을 종이책으로만 가지고 있어서 이번 작품집에 함께 포함되어 이북을 선호하는 저에게는 더욱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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