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에서 방영되는 일렉트림드림 은 필립 K. 딕의 단편 소설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로, 각 에피소드 별로 독립된 스토리를 갖는다. 넷플릭스의 블랙미러와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매력은 필립 K. 딕의 팬으로서 원작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데 있다. 197년대의 텍스트적 상상력이 21세기에 가능한 기술로 구현된 시각적 이미지 뿐만 아니라 원작 에서 받은 영감이 어떻게 다른 상상력을 낳았는지를 보는 재미도 있다. 사실 원작을 그대로 드라마로 만든 것을 기대했지만, 드라마는 원작에서 핵심 아이디어만 차용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썼다. 에피소드마다 감독 및 제작사도 다르다. 시대가 변했고, 1950 년대에 상상한 미래가 21세기에도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필립K. 딕은 인물의 심리적 묘사가 드물고 건조해서 시청자가 몰두할 수 있는 드라마적 캐릭터를 창조해 내야 했을 것이다. 

시즌 1은 2017년에 영국의 공중파인 채널4에서 반영되기 시작해서 총 10 회 제작되었고, VOD는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로 시청 가능하다. 이걸 원작과 함께 보려고 넷플릭스 구독을 중지하고 프라임비디오로 갈아탔는데, 원작 번역본이 없는 에피소드가 많아서 느려지고 있다. 대신 드라마와 같은제목의 책 일렉트릭 드림을 발견했는데, 프라임 비디오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의 극본 스크립트가 아니라 필립 k딜 원작의 단편 모음집이었다. 전자책도 다른 버전은 안보이고 킨들 에디션만 보인다. 각 에피소드 별로 작품 감독 소개와, 감독의 서문이 실려 있다. 

첫 에피소드인 Real Life는 원작과 제목이 달라 삽질을 좀 했는데, 진즉에 이 책을 알았다면 쓸데 없는 고생이 없었을 것이다. Exhibit piece 가 원제이다. 제목이 달라진 것만큼 내용도 크게 변주되었는데, 둘 다 좋지만, 원작에는 군더더기가 없이 거의 상황 묘사 만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는 데 비해, 드라마는 시대적 배경과 인물의 감정에 세심한 디테일을 담아내었다. 필립 K.딕의 가장 큰불만이라면 여성 캐릭터의 부재를 들 수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주요인물과 주인공에 여성 주도적 인물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두 개의 세계를 오간다는 것이다. 하나는 현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환상이다. 드라마에서, 23 세기의 미래에서 시작한다. 이마에 작은 단추같은 걸 붙이고 스위치를 누르면 자신이 지닌 욕망과 판타지 같은 잠재의식의 세계가 만들어 내는 VR 세계로 휴가를 간다. 반면 원작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나 나니아 연대기 처럼 전통적인 기법으로 세계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특정 공간에 다른 세계로 빠지는 구멍이 있는 것이다. 필립 K 딕의 원작에서는 20세기를 재현한 전시 박물관이다. 사상과 행동의 자유가 제약된 디스토피아적 우울한 미래에 20세기기 전시관을 마련했는데, 이 세기를 담당한 밀러가 그 세기의 문화에 푹 빠진 오타쿠라, 의상도 말도 당대의 말을 쓰며 다니다가 20세기 전시관의 문턱을 넘자 실제로 20세기로 가는 이야기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 그렇게 해서 양쪽의 두 주인공 모두 어떤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갔는데 그 세계가 너무 실제같다. 그래서 두 개의 세계 모두 자신에게 실제하는 세계라고 믿게 되는데, 양쪽 세계 사람들 모두 반대쪽 세계가 환영이고, 자꾸 거기를 진짜라고 믿으면 실제 세계로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그 세계를 버리고 돌아오라고 말한다. 결국 두 세계중 진짜를 골라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생생하고 진짜같은 두 세계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때 무엇이 진짜인지 어떻게 알까. 23세기를 드라마의 주인공 폴라는 1년전 어떤 대학살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 이 일 때문에 트라우머와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여성경찰관이지만 집에는 아름답고 섹시한 와이프 캐롤이 있다. 그녀는 그토록 아름다운 자신의 아내가 자신에게 너무 과분하다고. 자신은 그렇게 행복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1년전 대학살 사건에 대한 기억과 범인검거에 대한 중압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자 레즈비언 아내의 권고로 VR 세계로 휴가를 간다. 그녀가 머리에 붙인 작은 단추는 그녀의 잠재의식 속의 세계를 재현한다. 이것은 마치 꿈과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는 듯한데, 꿈과 다르다면, 세계가 논리정연하고 일관적이면서 동시에 현실과 구분하기 어렵게 생생하고 게다가 기억까지 새롭게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문제는 잠재의식 속의 그녀가 자신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아내, 행복 등에 대해 죄의식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 죄의식이 만들어낸 세상은 자신이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 상실된 세계이다. 

21 세기 세상에서 성이 남성으로 바뀐 폴라는 조지라는 이름의 성공한 비지니스맨으로 백만장자의 게임 회사의 오너다. 그 곳 세상에서 이성애자인 그는 뒤바뀐 세계에서도 여전히 사랑한 아름다운 케이티를 사랑하여 결혼했지만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된다. 조지에게 대가를 요구하는 납치범에게 유괴되어 잔혹하게 죽임을 당한 후였던 것이다. 더욱이 그녀가 납치될때 그는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다. 죄책감과 상실로 인한 슬픔으로 선택적 기억 상실이라는 심리학적 설명이 불완전하고 군데군데 끊긴 듯한 21 세기 조지의 삶을 정당화하고, 더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아내를 잃은 현실과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설득에 그는 고민한다. 완벽한 기억을 가지고 차들이 하늘을 달고, 아름다운 아내가 자신을 여전히 기다리고 사랑하고, 잔혹한 학살범들을 쉽게 잡아들인 그곳. 23세기의 삶은 너무나 SF 소설처럼 멋진 곳이고 자신에게 과분한 곳이다. 거긴 너무 완벽해. 그렇게 완벽한 곳이 현실일 리 없어. 아내가 죽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통없는 판타지를 만들고 거기 머물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위의 설득에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반대로 원작인 필립 K.딕의 Exhibit Pieces 가 제시한 23 세기는 디스토피아적이다. 23세기를 살고 있는 밀러는 자신의 직장인 역사 재현 전시장에서 20 세기 문화와 복장에 푹 빠진 오타쿠 연구자로, 당대에 보기에 우 스꽝스런 1950 년대 복장과 가죽 수트케이스를 들고 등장한다. 이런저런 일로 동료와 말다툼을 하고는 20세기 주택 전시관에 가서 진입금지 안전바를 넘어 들어갔는데, 자신이 그곳에서 살고 있는거다. 결혼해서 아들도 들이 나 있고 와이프가 그를 재촉하고 있다. 이곳 세상에 들어가는 순간 그 곳에서의 세계 역시 일관성있고 논리정연한 부분적인 기억을 보유하게 된다. 자신이 23 세기에서 왔지만 여기 일도기억한다는7 그래서 아무튼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상담의와 상담하다가 자신이 왔던 그곳으로 가면 다시 미래로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찾아가는데, 과연 그곳에 공기의 흐름이 다르다. 안전 바른 사이에 두고 회사의 매니저와 직원들이 그를 부르고 있다. 그 전시관은 곧 파괴할 거니까 어서 돌아오라고, 하지만 그는 자신이 경험한, 그러니까 문지방을 넘지 않으면 계속될 20세기의 가족이 있고, 자유가 있고,성공한 비지니스맨인 그 곳에 머물고 싶다. 드라마와는 다른 필립 K. 딕 다운 반전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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