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프란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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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연한 아름다움


 제작년에 읽었던 파스칼 키냐르의 <음악 혐오>는 어려웠지만 좋았던 기억 때문에 다시금 그의 책을 펼치게 되었다. 무엇보다 파스칼 키냐르라는 이름과 제목에 반해서. 음악과 결속된 작품을 계속 써내려가는 그의 필치를 모두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근사한 제목답게 책은 줄곧 선연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무더운 여름에 읽기에는 뭔가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조용한 곳에 앉아 산새의 소리가 제법 강하게 들리는 곳에서 혼자 산책을 하듯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는 마치 드라마의 지문을 읽듯 희곡처럼 쓰여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전보다 더 읽기가 수월하다. 많은 함축적 의미를 갖고 있지만 우성 시를 읽는 것 처럼 문장이 주는 의미만을 생각하며 읽었다. 세 명의 인물이 희곡 속에 등장한다. 1890년의 미국의 한 사제인 시미언 피즈 체니와, 그의 딸 로즈먼드 그리고 나래이터가 그들을 설명한다. 19세기 가톨릭 사제인 그는 아내를 오래 전 아내를 떠나보냈지만 그의 애틋한 마음이 곳곳에 묻어난다.


그가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 마음들, 그가 배경으로 있는 곳들의 새소리, 바람소리가 음악의 영역으로 대두되며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애타게 부르는 그 목소리가 좋아 읽는 내내 애틋한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장중하고 순화된 가곡의 느낌이라는 찬사가 어울리는 작품인 동시에 많은 말을 채우지 않아도 그 여백의 묘미가 사는 작품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들이 한 편의 시어 같아서 더 좋았던 책이다. 많은 말 보다는 그저 읽어보라는 이야기만 건넬 정도로 므흣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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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모든 것
레오 보만스 엮음, 민영진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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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명확한 정의


 레오 보만스의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치면 단번에 나오는 것이 책이 아니라 동명의 로맨스 영화가 검색이 된다. 사랑의 달콤함이나 씁쓸함등 모든 희노애락의 감정이 궁금하다면 이 책 보다는 소설 책을 읽는 것이 더 유용하다. 각각의 사랑이야기 속에서 담긴 감정의 이면이 잘 드러나 있다.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되어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그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폭풍의 소용돌이로 휘말리고 만다. 좋았던 감정 보다는 좋지 않는 감정에 골이 패이기도 하고, 때로는 이별의 순간도 찾아온다. 순간순간 위기와 극복 사이에서 길을 헤메이며 결론을 맞는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이야기의 구조를 띈 책이 아니라 세계 100명의 전문가들이 1000개의 단어로 사랑랑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간략하게 나눈 책이다. 집필진도 많고, 1000개의 단어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못한다. 사랑에 대한 색깔이나 감정, 의미, 도표를 통해 정의되는 사랑의 얼굴들이 다양하게 그려져 있었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진짜 사랑이라고 명명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사랑과 다른 결을 갖고 있는 단어로 그려지기도 한다.


많은 문학작품을 통해 느꼈던 남녀간의 사랑, 동성간의 사랑, 범인과 인질간의 동화되는 스톡홀름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들의 모습까지도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때때로 많은 전문가들이 정의한 사랑을 모두 공감하지는 않지만 남자사람과 여자사람이 만나 겪는 수 많은 감정들과, 사랑, 결혼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감정의 결합과 결핍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많은 주제들을 한꺼번에 다루다 보니 각 페이지 수가 짧은 면은 있지만 사랑을 조금 더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테크놀로지의 발달 덕분에 가사가 쉬워지고 그 결과로 중매결혼의 매력이 사라지고 전문화의 이득이 줄어들고 성격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이점이 감소했다. '반대되는 사람끼리 끌리는'유익함도 사라졌다. 이로써 '비슷한 사람끼리' 끌리는 것만 남았다. 친밀감, 조화, 사랑 같은 관계의 산출물은 테크놀로지로 만들거나 시장에서 살 수 없다. 결혼에서 더는 전문화가 필요하지 않게 된 반면에 조화와 사랑은 안정된 관계에서만 얻을 수 있으므로, 경제적 관점에서 최고의 결혼은 비슷한 사람끼리 하는 것임이 분명해졌다. - p.56


현실적인 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끼리끼리'가 통용화되고 있다는 결론은 허탈담을 자아내기도 한다. 때때로 로맨스 소설을 보며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정말 책에서만 통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변에서도 같은 성향, 같은 형편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다. 높고 낮음 보다 더 평이하게 서로의 처지를 알고 혼약을 맺고 있다.


다정. 사랑의 다섯 가지 면 중에서 가장 묘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다정은 자기희생이며, 욕망과 영감으로 줄 수 없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그 사람의 한 걸은 한 걸음을 보호하고, 그 사람이 아무런 고통이나 문제를 겪지 않도록 돌보는 것이다. 다정은 적대적인 환경의 돌풍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려는 시도이며,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노골적이고 탐욕스러운 접근으로부터 연인을 지키려는 시도다. - p.69 


한 번도 다정이라는 단어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런 의미의 해석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설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에 동감하며, 마음에 더 와닿았던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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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역사
에밀리 프리들런드 지음, 송은주 옮김 / 아케이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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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의미


 아이였을 때는 어른이 되고 픈 소망이 있었으나 언젠가 부터 나아간다는 단어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 '성장통'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 시기를 넘어가는 것에는 문턱이 있는 듯 쉬이 나아가지 못하고 한 번씩 턱에 걸려 넘어지기를 반복한다. 길을 건너면 힘차게 나아갈 것 같던 길목에서 한 번씩 급 브레이크를 잡는 느낌 이랄까. 나아가는 것은 이렇듯 긍정적인 동시에 두려움을 수반하고 있다.


에밀리 프리들런드의 <늑대의 역사>는 지금껏 읽었던 많은 성장소설과 다른 결을 갖고 있다. 낯설고 무서운 공간 안에서 한 소녀의 빛과 어둠이 세밀하게 그려진 소설이다. 스릴러 소설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열네 살 소녀 린다의 성장소설이 큰 축을 이룬다. 히피 공동체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린다는 미네소타 북부의 숲 가장자리 오두막에 살고 있다. 린다의 부모다 젊은 시절 히피 공동체를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그곳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누구의 관심을 받지 못한 린다는 학교의 역사 선생님인 그리어슨 선생님에게 관심이 쏟는다. 그러나 그리어슨은 자신이 아닌 동급생인 릴리에게 관심이 가는 것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심리적으로 호기심과 릴리를 질투가 이어진다. 서로의 화살표가 달리 이어지고, 역사 선생인 그리어슨과 릴리와의 소문이 학교 안에 널리 퍼졌다. 그럼에도 린다는 역사 선생인 그리어슨에게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표출하지만 그는 린다의 마음을 거부한다. 그 후 린다는 많은 변화와 선택의 기로 속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경험한다. 그것이 열네 살 소녀 린다의 성장기였고, 훗날 그 사건이 자신의 마음을 할퀴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열네 살 소녀의 린다와 성장 후 서른 일곱살이 된 여자 사람 린다. 소설 속에서 린다는 열네 살 소녀의 모습을 다시 떠올린다. 베이비시터로 돌보았던 네 살 소년 폴. 그러나 폴의 죽음이 린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낙인처럼 남아있다. 비극과 외로움의 극간 속에서도 사이사이 린다의 선택으로 인한 일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그런 파편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던 책이다. 끝을 말끔하게 이야기를 맺는 이야기 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짙은 여운이 남는 이야기들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깊은 숲 속 끝에서 외로움을 가진 소녀의 모습이 그녀가 다 성장 한 이후에도 여전히 앙금처럼 남아있었다. 지나간 시간들의 비극과 매혹, 후회의 시간들을.



리뷰어스 클럽의 소대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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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현장은 구름 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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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상의 미스테리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처음 접한 이후로 꾸준히 그의 책을 읽고 있다. 처음 읽었던 책에 반해 계속해서 그의 책을 읽었다. 쉴 새 없이 신간이 나오다 보니 어느 순간 부터는 따라잡기가 힘들어서 발빠르게 작품을 챙겨 읽지 못했다. 그렇지만 여타의 많은 작가들 중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를 뽑을 때면 가장 믿고 보는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다. 어떤 장르를 쓰더라도 평타 이상은 하는 작가이기에 어떤 장르를 들고와도 기대가 된다.

<살인 현장은 구름 위>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내가 좋아하는 사회파 소설이 아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상의 미스테리 소설이다. 그의 작품 중 굵직굵직한 작품들은 이미 출간되었는지 1989년에 출간된 작품을 데리고 왔다. 엄청난 다작이라 할만큼 매달 쏟아지는 그의 작품이 놀랍기도 하고 때로는 다시 재간되는 작품을 찾아 읽기도 한다. 무엇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어떤 재료를 가지고 와도 자연스러운 필치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이 작품 역시 각각의 단편인 동시에 신일본 항공의 스튜디어스인 하야세 에이코 통칭 A코라 불리며, 후지 마미코는 통칭 B코라 불리며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단짝인 동시에 룸메이트인 두 사람은 얼굴 생김부터 체형, 입사 시험 성적까지 정반대다. 그럼에도 호흡이 잘 맞는다. 두 사람이 함께 가고시마에서 체류 하던 날 호텔 바에서 우연히 만난 승객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고, 그날 승객의 부인이 잠긴 호텔 방에서 목이 졸린 상태로 발견하게 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두 사람은 목격자로 부인의 죽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비행 스케줄을 취소하고 호텔에 남게 되는데...


각각의 단편은 A코와 B코가 스튜디어스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읽들을 풀어 놓았는데 1989년작 답게 시간의 흐름이 묻어나기도 한다. 각각의 트릭과 진상 손님과의 일화는 허를 찌르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그려진다. 무엇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빙빙 돌아가기 보다는 단숨에 허를 찌르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작품 속 인물에 녹아든다. 예쁘고 능력이 좋은 A코의 활약상과 미워할 수 없는 B코의 여러모습이 조우되는 작품이어서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을 읽었다. 한 작품을 가지고 깊이 파는 것도 좋지만 각각의 상황을 다층적으로 그리는 단편집도 좋은 것 같다. 시대의 상황과 스튜디어스라는 직업의 애환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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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사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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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이 느껴지는 시간들


 ​어릴 적 빛나고 영특했던 시간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이였을 때는 무엇을 하든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시간이 스르르 사라지고, 손안에 아무 것도 쥔 것이 없는 세월을 먹는 이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윤성희 작가의 <상냥한 사람>은 그 시절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형구네 고물상>의 아역배우 '진구'로 인기를 누렸던 그가 시간이 지나 TV 토크쇼에 출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어렸을 때 열광했고, 함께 그 시절의 영광을 누렸던 그들의 인기는 어디로 갔는지 사그러지고, 아역배우 진구로 활약했던 형민의 진짜 모습을 그려낸다.


요즘 TV를 틀면 윤성희 작가의 책 속의 형민의 모습처럼 지난 시절을 함께 했던 그들의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을 잘 이겨낸 몇몇은 몇 번의 방향을 전향해 가수에서 배우고, 예능인으로서 활약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때때로 인기의 끝을 달렸던 이들이 어느 순간 방송에 보이지 않다가 몇 십년 만에 다시 화면에 보일 때 그들의 얼굴 속에 보여지는 삶의 빛과 그늘이 절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듯 그녀의 소설 속 형민은 별과 같이 빛나던 사람이었으나 시간이 지나 그의 삶에 있어서 많은 굴곡을 이룬다.


어쩌면 어렸을 적 꿈을 꾸었던 삶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미래를 꿈꾸었던 시간 속에는 절대 생각하지도 않았을 일들을 겪어내고, 사람들은 사람들은 잃고, 미래를 읽고, 가족을 읽고, 누군가와의 관계를 외면하며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살아왔다. 시간이 더할수록 더 좋은 사람, 상냥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희망을 뒤로하고 한 사람의 인생은 이렇듯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견뎌내지 못한 아픔이 차마 겪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을 윤성희 작가는 차분히 그려낸다.


밑바닥에 침전되어 있는 부유물들을 기꺼이 꺼내오는 시간의 여백을 그려내고 책이 아닌가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냥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에도 시간에 꺾이고, 사람에게 패이고, 상황에 빗겨나갈 수 밖에 없는 슬픔을 그려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밝은 불빛 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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