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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 나와 세상의 기록
임순철 지음 / 한국기록연구소 / 2016년 9월
평점 :
자서전 - 나와 세상의 기록
자서전하면, 읽는 사람에게 교훈이나 업적을 들려주기 위해서 이순신, 세종대왕...같은 위인들이나 오바마, 밥딜런, ...같은 유명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가 쓰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문화센터나 도서관 문화교실에서 자서전 쓰기, 책 만들기 등등 강좌가 열리기 시작하더니, 열풍처럼 자서전 쓰기가 번져갔다.
자서전을 쓸 때는 고백형식으로 어린 시절, 청소년시절, 중장년시절, 노인시절로 구분해서 어린 시절 성장과정, 일과 성공의 과정, 성공한 경험, 실패한 경험을 글로 쓰면서, 자신을 반추하고 그 책을 읽을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을 적어 넣기도 하면서, 자기 성찰로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하는 노년기, 자신을 위로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자서전을 쓰려면 일단 잘 써야 한다, 교훈적이어야 한다, 도덕적이어야 한다, 아름다워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느끼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편안하게 담담하게 풀어나가면 좋은 자서전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삶의 기록으로서 자손들이나 후세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삶에 대한 노하우, 시련, 고통들 고스란히 표현하여 그들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더욱 보람찬 자서전이 될 것이다. 어려운 일에 후세들이 처했을 때, 부모들은 이런 역경을 이렇게 이겨내며 사셨구나, 그래 이런 일들은 누구나에게 다 거치는 통과의례 같은 고통이구나, 부모님처럼 굿굿하게 잘 이겨나가야지...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격려가 될 수도 있으리라
그렇지만 보여주기 위한, 아름답게 치장하고 수려한 필체로 사실을 감추고 거짓으로 자서전을 만든다면, 스스로 힐링이 된다거나 마음 정리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쓰고 나서도 찝찝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고, 보람된 느낌보다 실패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작업이 되고 말 것이다.
책을 만든다는 그 자체,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측면도 있지만, 자신의 내면을 진실하게 정면으로 바라보며, 정리하고 또 자신의 삶을 재구성해서 마지막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내야 보람찬 인생으로 마무리하게 될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자서전을 쓰는 것을 통해 자녀들을 비롯한 타인들과 소통을 하는 긍정적인 믿음을 갖게 되어, 노년의 생활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여행이 된다면, 커다란 위안과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사람은 외롭지 않다.
이 책은 자서전을 쓰는 목적, 방법, 얻게 되는 보람, ...들을 따스한 눈길로 담고 있어서 읽는 내내 행복했다. 이 다음 나도 자서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자서전이 과거를 현재에 재현해 놓음으로써 마음속에서만 존재하던 삶의 기억들을 글을 통해 드러내는 행위는 고백함으로써 심리적으로 행복감을 느끼거나, 괴로움을 덜 수 있단다.
사실 고백은 타인을 대상으로 털어놓는 행위이다. 타인이 받아들여주고 인정해줄 때 고백은 완성되는 것이다. 부모님들이나 나에게 자서전으로 자신의 삶을 들려주고 싶은 사람에겐, 기꺼이 호응해주고 기뻐해주고 칭창해주고 고개를 끄덕여줄 필요가 있다. 당신을 재구성하는 자서전, 사실 나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글쓰기, 타인들 속에 자신을 세우고 나의 행동 규칙을 스스로 바르게 정하고 나를 변화시키고 변모시키며 나의 생을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자발적인 실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자신과 타인을 연결해주는 자서전 쓰기, 우선 내면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과 진실한 마음으로 대면해서 쓴다면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