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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 - 버닝썬 226일 취재 기록
이문현 지음, 박윤수 감수 / 포르체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선택한 이유
흔하게 일어날 것 같았던 클럽 폭행 사건이 시작이었다. 이후 줄줄이 연예인과 보이지 않는 큰 손들이 엮이는 듯싶더니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여느 시민처럼 '저런데 어디 있어?!'하고 분개했지만 자연스럽게 잊었다. 그 뒤 '당신이 혹하는 사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버닝썬 사건을 다시 만났다. 뉴스에서 처음 접했을 때보다 훨씬 전부터, 여기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묻혔을 안타까운 희생도 있었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여전히 이렇게 정의가 죽을 수가 있는가 싶을 정도로, 피해자는 계속 고통받고 가해자는 떵떵거리고, 어둠의 관계를 증명할 증거들이 사라졌다. 최소한 잊혀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올바른 정의의 심판이 내려질 거라는 믿음에, 전해주는 뉴스만 대충 받아들던 것에서 더 깊이 알아보고자 이 책을 선택했다.
읽고 느낀 점
버닝썬 사건은 프리퀼로 경찰과 클럽 조직의 유착을 조사하던 어느 형사의 죽음에서 시작되지만, 책은 김상교 씨 폭행 피해 사건에서 시작한다. 아이돌 승리가 연관되어 모두가 잘 알만한 그 뉴스에서부터 저자가 추적해온 기록이 매우 자세하게 적혀있다. 기자가 쓴 글이라 그런지 일련의 과정들을 한두 페이지씩 끊어서 직관적인 문장의 목차 아래에 간결하게 내용을 품고 있다. 그래서 속도감 있게 읽히면서 사건의 세세한 내막을 파악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은 2가지다. 분노와 안도. 잘못되지 말아야 할 곳이 부패한 것에 화가 나지만, 거기에 맞서는 이들이 있어서 안심이다. 모두가 한통속으로 잘못된 길을 택했다면 그 바깥의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절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버닝썬의 모든 것은 사소한 일과 소수의 노력으로 세상에 실체가 드러날 수 있었다.
정의에 대해 다양한 문구가 있다. 정의가 살아있다느니, 승자가 정의라느니 다 헛소리라 생각한다. 정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찾아서 실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의는 진실의 곁에 있다. 나쁜 무리들은 우선 이 진실을 숨기려 한다. 진실이 밝혀지면 2차적으로 그 곁에 있는 정의를 떼려고 노력한다. 필사적으로 그에 맞서서 진실을 밝혀서 정의가 올바르게 실현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인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각자의 삶이 있고, 정의에 있어서도 눈여겨봐야 할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이 순간에도 우리는 잊혀진 줄도 모르는 비극적인 일들이 잊혀지고 있다. 그래서 용감하고 집요하게 진실을 추적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명제가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바로 이런 경우라 생각한다. 제목에서 이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잊지 않고 기억해두는 것만으로도 정의가 죽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추천 대상
경찰이 부패하고 무능한 소식을 많이 듣지만, 성실하고 정직하게 임하는 경찰도 많다. 질 나쁜 기사들, 어그로성 기사들마다 기레기라 욕하지만 투철한 직업정신과 양심을 잃지 않은 참된 기자도 이렇게 살아있다. 뉴스로만 대강 보다가 구체적으로 버닝썬의 내막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다. 더해서 혹시 나처럼 '당신이 혹하는 사이'를 봤든, 버닝썬 뉴스를 봤든 이 사건이 흐지부지 묻히려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 사람, 이 나라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누군가는 파헤쳐 주어야 할 텐데 하며 좌절하고 발을 동동 구르던 사람들에게 희망적으로 다가올 책이다.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